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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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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의 탑은 쉽게 말하면 마법사의 역량을 극한으로 키우는 곳이었다.

마법사의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 아니면 넘어서기 힘든 장애물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탑에 들어온 마법사가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게 아델리안의 탑이 가진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그럼 여기서 질문.

마법사가 갖춰야 하는 필수 역량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 답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적어도 아델리안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듯했다.

첫 번째. 완벽한 마력 제어 능력.

마력을 질질 흘리는 놈들은 마법사가 아니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다.

모든 감각이 퇴화해 오직 마력 감지로만 적을 파악하는, 허나 그 외의 모든 능력치가 한계를 넘은 강화 고블린을 아델리안이 만든 건 그래서였다.

심지어 강화 고블린은 감지한 마력을 바탕으로 적의 위치를 추론하는 능력도 없었는데, 때문에 강화 고블린은 진짜 순수하게 ‘마력 제어’만 잘하면 죽일 수 있었다.

이 강화 고블린은 맞춤형일 것이었다.

내가 상대한 강화 고블린과 고작 1위계인 노아가 싸운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답이 안 나왔으니 말이다.

아마 가진 역량에 맞는 몬스터가 나오지 않을까. 1위계에겐 감지 능력과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몬스터가, 4위계엔 그만큼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식으로.

하여간.

완벽한 마력 제어 능력이 마법사의 첫 번째 자질이라면, 두 번째는 뭘까.

아델리안은 말한다.

원소를 다룰 줄 알아야 마법사지, 라고.

[2층. 성채 탈출]

철컹. 나는 손목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눈동자를 굴렸다.

철로 만들어진 수갑이 내 손과 발을 묶고 있었다.

여긴 뭐지.

감옥?

하지만 단순 감옥이라기엔 구속된 정도가 너무 강했다.

흉악 범죄자도 이렇게 감금 안 하겠다.

나는 습관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려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마력이 잘 안 움직였다.

아예 안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마력이 많이 굼뜨다고 해야 되나? 이쨌건 느렸다.

이 구속구가 마력을 제어하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장치가 설치돼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 상태를 벗어나는 게 가장 시급할 듯했다.

나는 느릿하게 마력을 모았다. 구속구를 절단할 마법을 짜내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마력을 제대로 모으기도 전에 감옥의 문이 열렸다.

뚜벅. 발소리가 들리고, 내 앞에 멈춰선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

“일어나.”

목소리가 단호한 게 아무래도 자는 척은 안 먹힐 듯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적발의 여자가 입꼬리를 올린다.

“네 조직의 구성원을 전부 말해.”

제 조직의 구성원은 돈에 미친 서큐버스, 남자를 홀리는 성기사, 소형 마법 보관소, 음침 연금술사, 담뱃불입니다.

“말 안 해? 독하네.”

여자는 내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손가락에 불꽃의 구슬을 띄우며 속삭였다.

“그럼 강제로 입을 열게 해야지.”

여자는 내 입을 벌리고는 그 안에 불꽃의 구슬을 집어넣었다.

불꽃이 식도를 타고 몸 안으로 내려간다.

이건…!

“아.”

“이제야 겁을 먹었나 보네? 지금 그 불꽃은 내 제어하에 있지만, 만약 내가 제어를 풀면 어떻게 될까?”

“후아.”

“어서 말해. 네 조직의 윗대가리가 누구야.”

나는 눈을 감았다.

몸 안에서 마법이 뜨겁게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그 온전한 감각에,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하나 더 주세요….”

“뭐라는 거야 이 미친년이―.”

몸 안에서 타오르던 불꽃의 구슬이 지나왔던 길을 되짚으며 달린다.

순식간에 주인이 바뀌어 버린 불꽃이 내 입을 통해 적발의 여자에게 쏘아졌다.

“꺄아아아악!”

여자가 얼굴을 부여잡고 땅을 뒹굴고, 나는 조금씩 모아놓은 마력으로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구속구를 베었다.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나는 나무 병사를 소환해 여자를 구속하려 했지만, 여전히 마력은 잘 안 움직였다.

아무래도 구속구가 문제가 아니라 이 방, 혹은 내 몸 자체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이미 발동된 불꽃을 최대한 제어해 여자를 처리했다.

법칙을 뒤트는 신비,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선 마력이 필요했다.

허나 국소적인 원소 제어에는 꼭 마력이 없어도 됐다.

마법사는 원소를 이해하고 제어하는 자들.

따라서 단순히 원소를 제어하는 것만이라면, 의지만 있어도 충분했다.

적발 여자는 기세에 비해 위계가 낮았는지 내 원소 제어조차 막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여자를 구석에 잘 구겨 넣은 나는 감옥을 살폈다.

어디에도 등불은 없었다.

아델리안이 빼앗아 간 게 아니라면 잠깐 사라진 거일 텐데, 나는 슬쩍 몸을 내려다봤다.

내 로브는 어느새 죄수복 비슷한 거로 바뀌어 있었다.

혹시 이 탑이라는 거, 아예 가상 세계를 경험하는 건가?

그럼 죽어도 괜찮은 거 아니야?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왜 말 안 해줬나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확실히 말하지 않는 쪽이 훈련 효과가 좋긴 했다.

목숨의 위기를 겪어야만 얻는 힘도 있는 법이었으니까.

나는 감옥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기나긴 복도가 나타났다.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사방이 돌로 만들어진 벽에, 창문은 없다라.

여기는 어디 성채의 지하인가?

그렇다면 탈출하기 위해선 위로 올라가야 했다.

나는 계단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얼마간 걸었을까. 건너편에서 사람 둘이 등장했다.

“뭐야! 어떻게 나왔어!”

둘은 어두운 성채 지하를 밝히기 위해 횃불을 든 상태였는데, 그 영롱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나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직후 불꽃이 솟구치며 병사를 덮쳤다.

비명 사이를 가로지르며 나는 왜 마법사가 존중받는지 체감했다.

비능력자는 마법사와 싸우는 걸 꺼린다. 이건 용병 업계에 한 달만 몸 담아도 아는 사실이었다.

꺼린다? 사실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더 정확히 비능력자들은, 일반 용병들은, 마법사를 무서워했다.

그러니 마법사가 존중받는 거였다.

존중은 공포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마력 한 톨 사용하지 않고, 오직 의지만으로 원소를 제어해 비능력자를 쓰러트리는 것이 마법사다. 공포의 대상이 아니면 그게 더 이상했다.

“으으.”

“말씀 좀 물을게요. 어디로 가야 여기서 나갈 수 있나요?”

“저, 저기로.”

“감사합니다.”

나는 병사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병사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는지 거기엔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나는 잘 안 움직이는 마력을 대신할 보호 수단으로 횃불을 챙겨 위로 올라갔다.

“마녀가 풀려났다!”

“마력 억제 물약을 먹인 거 아니었어?!”

탁 트인 홀에 도착하자마자 사방에 널린 병사, 기사들이 나를 가리키며 기겁했다.

기사가 꽤 많았다.

기사는 마법을 못 쓰는 상태에선 살짝 버거운데, 음.

설마 교육용 목적의 탑인데 기사들이 해방까지 익혔으려고.

적당히 약하겠지.

나는 성채를 밝히는 모든 불꽃을 제어하에 넣었다. 그리고.

화려하게 불꽃을 뿌렸다.

달려드는 병사를 불의 벽으로 막고, 불의 벽을 꿰뚫고 검을 휘두르는 기사에겐 불덩어리를 선물했다.

태초에, 마법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을 적에.

오직 원소를 다루기만 하던 마법사들의 싸움 방식을 재현하며 나는 짜릿한 감각을 받았다.

원소가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원소가 더욱 가까이 보였다.

원소가 더욱, 가까이 잡혔다.

나는 원소를 이해하는 감각이 떨어졌다. 그것은 켈튼이 알려줬고 아델리안이 확정 지어준 사안이었다. 변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는 내가 가진 한계 내에서, 보다 원소를 잘 이해하게 될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괴, 괴물.”

마지막 남은 기사를 불사른 나는 아예 성채의 위로 올라갔다.

밤하늘에 걸린 달이 보인다. 그 밑에 펼쳐진 주둔지도 보인다.

그리고.

흑발청안의 미인이 주둔지 중앙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게 보였다.

“내가 다 참는데 말이야, 내 일을 망치는 건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수백 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었지만, 마치 코앞에서 듣는 것처럼 선명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성채에 있는 모두가 나랑 똑같은 경험을 하는 중일 거였다.

“왜냐하면 말이야.”

흑발청안의 미인이 허공에 거대한 불꽃의 막대를 만든다.

복잡한 형태의 막대가 초고속으로 회전하고, 그 주위에 거대한 띠가 겹겹이 쌓였다.

수십 개의 띠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흑발청안의 미인이, 아델리안이 말을 마쳤다.

“나를 무시했으니 그런 짓을 한 거잖아. 안 그래?”

나는 성채 밖으로 몸을 던졌다.

어쩐지 살짝 쉬워서 이상하다 했더니.

마지막에 난이도를 올리려고 직접 등장해?

이건 아니잖아.

미리 모아놓은 마력으로 바람의 흐름을 만들어 지상에 착지한 나는 그대로 앞으로 달렸다.

동시에.

굉륜이 해방되며, 세상을 붉은색으로 뒤덮었다.

나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불의 파도를 흘긋 확인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덕분에 원소 제어 훈련은 확실히 하겠구만.

말린 무화과를 입에 넣은 아델리안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켈튼아. 너 제대로 된 애를 제자로 받은 거 맞니?”

아델리안은 방금 본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2층에서 겪는 상황은 매우 다양했지만, 루이나의 경우 고문 상황이 걸렸었다.

고문 상황의 요지는 간단했다.

정신을 집중하기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조차 원소 제어를 하는 것.

마법사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했었으나, 방금의 일로 아델리안은 그 가치관이 살짝 흔들리고 말았다.

전부, 몸속에 불덩어리를 집어넣으니 오히려 좋아하는 제자의 제자 탓이었다.

지금도 제자의 제자는 과거 아델리안이 터트린 굉륜을 필사적으로 막으며 기뻐하는 중이었는데, 그냥 불에 타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 전신 화상인 건가.

켈튼아 네가 고생이 참 많았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아델리안은 곧 탑의 다른 곳을 살폈다.

용암 동굴에 빠진 제리, 1층의 고블린에게 계속 목이 썰려 무한히 재도전하는 페란트.

그리고 다양한 마탑의 수많은 마법사들.

쟤네는 소식도 빠르지. 벌써 들어왔네.

그러라고 대놓고 들판에 탑을 소환한 거긴 했지만.

아델리안은 빠르게 탑을 돌파하는 수많은 마법사를 살피다가, 이내 한 명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서.

우리 제자의 제자의 제자는 과연 얼마나 재기가 넘칠까.

기대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