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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1 KiB

“좋게 생각하렴 제자의 제자야. 어차피 이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여유가 안 생기거든.”

나는 아델리안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아델리안이 나를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일이 빨리 끝나게 도와주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었으니까.

아델리안은 들판을 걸으며 말을 이었다.

“제자의 제자야. 너도 알겠지만 나는 제자를 기르는 데 진심이란다.”

“그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긴 해요. 혹시 미래에 마신이라도 등장하나요? 왜 그렇게 열심히인 거예요.”

“그럼 너도 미래에 마신이 등장해서 마법을 모으는 중이니?”

“이해했어요.”

적당한 곳에 멈춰선 아델리안이 하늘을 본다.

하늘은 맑았다.

아델리안이 말했다.

“나는 마법은 가르칠 수 없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도움이 된다면 그건 각자에게 맞춤 교육을 할 때라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분신 마법인가요.”

“분신 마법이랑은 많이 다르지만, 비슷한 짓을 하고 있긴 하지.”

역시 세간의 소문대로 아델리안이 분신을 사용해 수많은 제자를 기르는 건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제자를 수없이 많이 길러보고 깨달은 건 하나다. 몸이 부족하다는 거지.”

“수백 개의 분신으로도 부족한 건가요.”

“더 많은 제자를 길러야 돼. 그래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어.”

“진짜 마신 안 나타나는 거 맞죠?”

“방금 건 당연히 농담이다. 하여간 그래서 나는 많은 고민을 했단다. 내 몸은 고작 수백 개인데, 여기서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어떻게 해야 되나요.”

“궁금하니?”

아델리안이 나를 바라본다.

벽안이 나를 조용히 응시하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델리안이 말을 뱉었다.

“결국 사람들은 목적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아. 설사 움직여도 목적이 없으면 그건 진심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야.”

“동기는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목적을 부여할 방법을 생각했어.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지. 사람을 가르치는 요정을 세상에 뿌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지만, 끝내 나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단다.”

욕망?

말만 들어선 대체 어떤 방법인지 짐작이 안 갔다.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아델리안이 미소를 지었다.

“궁금하니?”

“네.”

“별거 없단다. 사람들은 원하는 게 있을 때 가장 열정적인 법이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딱. 아델리안이 손가락을 튕긴다.

그리고.

돌연 세상에 거대한 탑이 생겨났다.

생겨났다? 그런 것도 아니었다.

눈을 깜빡이자 마치 원래 거기에 있었다는 양 거대한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큼큼. 아델리안이 목을 푼다.

그다음 선언했다.

“부, 명예, 힘. 무엇을 원하든 그것은 탑 꼭대기에 있다!”

순간 들판이 정적에 휩싸였다.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어서였는데, 사람들의 반응에 아델리안이 입맛을 다셨다.

“별로니?”

“솔직히 말하면 사기꾼 같아서 신뢰가 안 가요.”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나라면?”

“8위계 대마법사가 보증하는 거면 신뢰가 가죠.”

대충 이해했다.

즉 그거였다.

아델리안은 일종의 거대한 수련 시설을 만든 것이었다.

“원리는 간단해. 저 탑에 들어가면 일종의 다른 세계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 다른 세계를 탐험하면 보상을 얻는 식이야.”

“재미있는 방식이네요.”

“그치? 직접 경험해보면 더 재밌을 거야.”

도와주기로 했으니 아델리안이 만든 탑에 들어가 보는 건 확정이었다.

다만.

“듣기만 해선 시간이 엄청 걸릴 거 같은데요.”

“그렇지 않아. 내가 말했잖니. 시간은 얼마 안 걸릴 거라고.”

“그래요? 그럼 아직 미완성인가 보네요. 탑 꼭대기까지 얼마 안 걸리나 봐요.”

“아직 미완성은 맞지만, 그건 영원히 보완할 예정이라 미완성이라는 거고. 당연히 탑 꼭대기까지 가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근데 별개로 시간은 얼마 안 걸릴 거야.”

그게 대체 무슨 모순되는 말이야.

라는 생각을 하는 건 하수였다.

나는 마법사.

저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게 있었다.

“탑 내부에서는 시간이 동결되나 보네요?”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이거든.”

“대체 무슨 고유 마법을 보유하신 건가요.”

“마법사를 위한 탑을 만들고, 전 세계에 분신 같은 걸 뿌리고, 심지어 예언 비슷한 것도 하고, 대체 무슨 고유 마법일까?”

아델리안과 처음 만났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게 하나 있었다.

이 인간은 장난을 굉장히 좋아했다.

뭐, 됐다.

나는 일행에게 물었다.

“저랑 같이 탑에 들어가실 분 계신가요?”

“저는 같이 가겠습니다.”

“나도 스승님이랑 갈래.”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각각 레온, 노아, 백작가의 후계자이자 현재 가출 중인 페머시기의 말이었다.

그럼 나, 레온, 노아, 페란트, 제리까지 합쳐서 5명만 탑에 가는 건가.

“뮤란 님과 크리스 님은요?”

“…저는 괜찮아요.”

“루이나 님. 나는 마법사가 아닌데?”

“그렇긴 해요.”

어차피 크리스가 탑에 들어가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나는 입술을 뗐다.

“아델리안 님?”

“준비가 끝났니?”

“언제든지요.”

“그럼 탑으로 들어가렴. 입구는 저기에 있단다.”

아델리안이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문이 있었다.

시키는 대로 우리는 거대한 문에 다가갔다.

문에 손을 대자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동시에.

세상이 빙글 돌았다.

똑.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오직 발광석의 빛만이 세상을 비췄다.

여긴, 동굴인가?

음.

“여러분. 조심하세요. 이런 좁은 곳에서 서로 마법을 쓰겠다고 나서다가는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

“여러분?”

나는 몸을 돌렸다.

허나 등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

아니.

이 탑이라는 거 혼자서 이용하는 거였어?

그럼 그걸 먼저 말해줘야 될 거 아니야.

어이가 없어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1층. 눈먼 자의 동굴]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눈먼 자의 동굴?

이게 무슨 뜻일까.

잠시 고민한 나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겪는 게 더 확실했으니까.

얼마간 걷자 곧 앞에 무언가가 등장했다.

고블린이었는데, 일반적인 고블린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나는 고블린을 살폈다.

녀석은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온몸이 근육질이었고, 무기도 제대로 된 걸 착용 중이었다.

특이점이라면 눈에 기다란 상처가 나 있는 거?

이래서 눈먼 자의 동굴이라는 건가?

관찰을 끝낸 나는 적영을 발동해 등불을 허공에 띄웠다.

불꽃을 쏴 고블린을 요격하기 위해서였는데.

스릉.

그것보다 고블린이 검을 뽑는 게 더 빨랐다.

고블린의 몸이 흐릿해진다.

나는 재빨리 불꽃을 쏘았다.

허공에 붉은 선이 그어지고, 코앞까지 1초 만에 도착한 고블린이 검을 휘둘렀다.

모든 불꽃이 반으로 갈라져 사라진다.

그 엄청난 검술에 나는 당황했다.

얘 몬스터 맞아?

뭐 이리 강해.

나는 마법을 이어 발동하기 위해 마력을 모았다.

그러나 그런 내 시도는 고블린의 공격에 막혔다.

고블린의 검이 등불과 적영을 꿰뚫는다.

내 등불!

내 적영!

나는 바닥에 떨어지려는 등불을 잡아채며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 성은이 워낙 튼튼해 등불은 멀쩡했지만, 그 안에 발동되려던 마법은 취소됐다.

이러면.

나는 마력을 땅에 뿌렸다.

나무 병사를 소환하기 위해서였는데, 이것 또한 의미 없었다.

고블린이 마법을 발동하기도 전에 땅을 베어 모든 마력을 흩어버렸으니까.

…이거 1층 맞아?

내가 여태까지 만나본 그 어떤 검사보다 강한데?

마법사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면 무력하다.

따라서 모든 마법이 취소된 나는 현재 무력한 상태. 상당히 위험했다.

나는 다급히 검을 뽑았다.

그리고 연단 마법을 사용하려다, 멈칫했다.

고블린이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호흡을 고르는 중인가 싶었지만, 1초 만에 수십 미터를 좁히는 검사가 고작 검 몇 번 휘두르고 호흡을 고를 리는 없었다.

나는 고블린의 눈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정황상 저 고블린은 눈이 안 보였다.

허면 대체 어떤 수단으로 적을 포착하고 공격을 할까?

소리? 가장 그럴듯했지만, 나는 조금 전까지의 전투를 되짚었다.

나는 딱히 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목소리를 내지도, 부스럭대지도, 돌멩이를 발로 차지도 않았다.

내가 이 동굴에 와서 한 건 하나뿐이었다.

마법.

그거 말고는 한 게 없었다.

마력인가.

나는 상념에 잠겼다.

마력을 감지해 전투하는 고블린을 상대로 마법사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될까.

답은 간단했다.

마력을 최대한 숨겨야 됐다.

마력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정밀하게 제어해야 됐다.

나는 등불 안에 불꽃을 조심스럽게 피워냈다.

불꽃을 섬세하게, 완벽하게, 빈틈없이 제어했다.

고개를 들었다.

고블린은 여전히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정답이었네.

속으로 작게 중얼거린 나는 등불을 짤랑였다.

직후.

불꽃의 폭격이 고블린에게 날아갔다.

고블린의 검이 불꽃을 모조리 베어 넘긴다. 굉장한 검술이었지만, 이제 고블린은 내 위치를 모르고 오직 나만이 고블린의 위치를 알았다.

이 상태에서 승부는 시간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쿵. 고블린이 땅에 쓰러졌다.

[클리어!]

허공에 떠오르는 글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이구나?

확인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