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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마법으로 먹어 치운 걸 재현할 수 있나 봐? 한 번뿐인 거 같지만.”
전투를 전부 지켜본 걸까. 세피아는 단번에 내 마법의 메커니즘을 파악했다.
세피아는 위협적으로 원소의 무기를 조준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범재의 마법. 과연 네가 내 마법을 전부 막아낼 수 있을까?”
세피아의 등 뒤에 늘어선 원소의 무기는 정말 다양했다.
숫자도 많았다. 수십 개가 넘는 원소의 무기가 적을 조준하는 광경을 확실히 장관이었다.
그 끝에 있는 게 내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나저나.
나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걸 묻기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피아 님.”
“뭐야?”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시길래 마법사 클럽을 떠난 줄 알았는데, 지켜보고 계셨네요. 그럼 아까는 어디 가셨던 건가요?”
“…….”
“볼일을 보러 간 거였군요. 전 또 범재들의 재롱잔치에 질려서인 줄 알았어요.”
“조용히 해.”
세피아가 손가락을 까딱인다. 직후.
무기의 비가 쏟아졌다.
구구궁. 나무 거인이 솟구치며 무기의 비를 막았다.
창이, 검이, 칼이, 망치가, 철퇴가, 화살이 나무 거인에 꽂히고, 제각각의 무기에서 제각각의 효과가 발휘됐다.
화염의 창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나무 거인을 꿰뚫는다.
물의 검이 압축된 날로 나무 거인을 벤다.
바람의 칼이 여러 개의 칼날로 분해되고, 암석 망치의 부피가 늘어났으며, 불의 철퇴는 폭발, 불의 화살은 여러 갈래로 나뉘며 나무 거인을 공격했다.
거기서 나는 깨달았다.
저 원소의 무기는 단순히 원소를 무기의 형태로 벼린 게 아니었다.
무려 하나하나가 완성된 제각각의 마법이었다.
그렇다는 건 세피아는 최소 수십 개의 마법을 보유했다는 건데, 나는 슬쩍 세피아의 얼굴을 살폈다.
얼핏 봐도 현재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많아 봐야 20살.
저 나이에 수십 개의 마법을 만들었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힘들었다.
흔히 마법을 완성하는 건 이미지라고 한다.
허나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는 단순 상상이 아니었다.
마법을 완성할 강한 영감. 그런 걸 마법사들은 이미지라고 불렀다.
때문에 고작 20살의 나이에 수십 개의 마법을 만드는 건 뮤즈의 현신이라도 불가능했고, 그에 따라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저 마법은 세피아가 만든 게 아니었다.
황금 마탑 소속이라고 했지.
아무래도 세피아는 황금 마탑에서 애지중지 키우는 차세대 대마법사 같은 것인 듯했다.
나는 내 주위에 둥둥 떠다니는 등불에 불꽃을 피워냈다.
원소의 무기가 쏟아지고, 거의 동시에 포식의 불꽃이 원소의 무기를 먹어 치웠다.
내 안에서 느껴지는 마법의 구조물을 재조립하자, 주위에 원소의 무기가 몇 개 떠올랐다.
나는 불꽃의 창을, 암석의 망치를, 바람의 검을 세피아에게 쏘았다.
그러나 세피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일한 마법을 발동해 내 공격을 상쇄했다.
“고작 마법 몇 개 베낀다고 나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 같아?”
세피아가 비웃음을 머금는다.
나는 마법을 재차 준비하며 생각했다.
포식의 불꽃은 좋은 마법이었지만, 역시 물량을 쏟아붓는 상대로는 상성이 안 좋았다.
차라리 덩치가 크더라도 단일 마법이면 먹어 치우기 쉽지만, 이렇게 속도가 빠르고 양도 많아서야.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됐다.
나는 나무 병사를 대량으로 소환해 세피아에게 보냈다.
날카로운 목검을 든 나무 병사들이 앞으로 내달리고, 이어서 세피아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원소의 무기가 대량으로 쏟아진다. 다만 하나하나가 강력해 무기 하나에 많게는 나무 병사가 셋씩 쓰러졌다.
교환비가 안 좋았다.
그 말인즉 장기전에 돌입하면 내 쪽이 불리하다는 뜻이었으나, 나는 무시하고 나무 병사를 소환했다.
조금 손해 보면 어때.
어차피 마력 싸움으로 가면 내가 다 이겨.
“나랑 마력 싸움을 하자고?”
세피아도 마력량에 자신 있는지 원소의 무기를 더욱 늘리며 응수했다.
원소의 무기가 지상에 내리꽂히고, 나무 병사가 잿더미로 변하는 즉시 다시 소환됐다.
끝없는 소모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이득을 본 건 나였다.
소환이 거듭될수록 나무 병사의 이동 거리가 1mm씩이라도 늘어난다.
세피아는 작게 혀를 차며 여태까지와는 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소모전은 불리하다는 걸 깨닫고 굽히는 것이다.
무기의 비가 내리는 와중, 거대한 불의 창이 세피아의 머리 위에 생성된다.
세피아가 읊조린다.
“멸각(滅角).”
불의 창에 가시가 솟아난다. 가시의 끝에 바람의 구체가 뭉치고, 이내 창의 뒷부분이 폭발하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 놓은 포식의 불꽃으로 불의 창을 먹어 치웠다.
예상했다는 듯 세피아도 포식의 불꽃을 견제했지만, 세피아가 모르는 한 가지.
포식의 불꽃은 모든 걸 먹어 치워,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켰다.
세피아의 마법과 부딪힐수록 포식의 불꽃의 덩치가 커전다.
포식의 불꽃이 멸각을 포식하고, 소화해, 해체한다.
나는 내 안을 둥둥 떠다니는 멸각의 구조를 재조립한 후 머리 위에 띄웠다.
고요하게, 허나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의 창에 바람의 구체가 맺히고, 세피아가 소리친다.
“이게 건방지게!”
똑같이 멸각을 발동하는 세피아.
퍼어엉! 내가 발동한 멸각의 뒷부분이 폭발하며 세피아를 향해 날아가고, 퍼어엉! 세피아의 멸각 또한 폭발하듯 내게 쏘아졌다.
―――!
소리가 사라진다. 촤라락! 나는 틈을 노리고 날아드는 무기의 원소에 눈을 가늘게 떴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다.
황금 마탑이 세피아를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지는 마법의 숫자만으로도 알았다.
그러니 슬슬 그에 맞는 대접을 해줘야겠다.
나는 비장의 마법을 준비하기 위해 마력을 모았다.
마력이 뭉텅 빠져나가며 형태를 이룬다. 그리고.
[경고! 경고! 경고!]
링 전체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나는 마법 발동을 취소하며 눈을 깜빡였다.
이게 안 된다고?
보호 마법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아쉬움에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세피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입술을 뗐다.
“…대체 무슨 마법을 쓰려고 한 거야?”
별 마법은 아니고 그냥 내가 적당히 떠올린 마법인데, 아무래도 결투장의 보호 시스템이 감당하기엔 너무 규모가 큰 모양이었다.
텄다 텄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몸을 돌렸다.
흥이 식었다.
“어디 가!”
세피아가 나를 붙잡는다.
왜 이리 질척이는 거야.
나는 몸을 원상태로 되돌리며 대답했다.
“이만 숙소로 돌아가려고요.”
“아직 승부가 안 났잖아.”
“승부요?”
음.
어쩔 수 없지.
나는 오른손을 들고 중얼거렸다.
“항복.”
펑! 폭죽이 터진다.
[승자, 백!]
“에?”
멍하니 글자를 읽는 세피아에게 나는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과연 황금 마탑의 결전병기 세피아 님이에요. 너무 강해서 이기기 힘드네요.”
“아?”
“수고하세요.”
나는 재빨리 마법사 클럽을 벗어났다.
그런 내 옆에 제리가 따라붙으며 설명했다.
“황금 마탑의 세피아입니다. 마탑주의 수제자로, 고위 마법사 여러 명이 달라붙어 어렸을 때부터 육성한 걸로 유명합니다. 4대 원소 전부에 뛰어난 적성을 가졌고, 특히 4대 원소를 조합한 특기 마법을 조심해야 됩니다.”
“제리 님. 정말 빨리도 말해주네요.”
“천재는 천재군요. 저 나이에 벌써 저런 역량을 갖추고.”
“마력량도 많더라고요.”
“황금 마탑의 정수를 계승한 마법사입니다. 마력량쯤은 당연히 많겠죠.”
사람이 바글거리는 거리에 도착한 나는 숨을 골랐다.
이쯤 왔으면 안 쫓아오겠지.
나는 여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말했다.
“그래서 아델―.”
“엄청났습니다 루이나 님! 그 세피아를 압도하다니! 천재 마법사조차 모독하는 강탈의 마녀! 그녀가 가진 수백 개의 마법은 약탈의 대상일 뿐이다!”
페란트가 흥분해서 조잘댄다.
너무 흥분해서 간만에 당황했다.
다 좋은데 페란트야.
그래서 너는 왜 여기에 있니.
진짜 집에 안 가게?
“루이나 님! 저도 당신처럼 뛰어난―.”
“제리 님. 그래서 아델리안 님이 어디에 계신지 짐작 가는 부분이 있나요? 제자였잖아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취미라든가.”
“굳이 따지자면 마법이 그분의 취미였습니다.”
“곤란하네요.”
나는 팔짱을 꼈다.
마법사 클럽에서 잘 놀고 이런 말을 하기 그랬지만, 막상 아르기넬에 오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잘못 찾아온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아델리안은 대마법사다. 거기에 누군가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걸 즐겼다.
그렇기에 얼핏 아르기넬은 아델리안이 머무르기 가장 적합한 도시처럼 느껴졌지만, 그건 아델리안을 잘 모를 때나 하는 소리였다.
아델리안은 제자를 길렀다. 아무나 길렀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녀석은 전부 데려와 마법을 가르쳤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때 데려간 애들이 대부분 밑바닥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아델리안은 마법과 관련 없는 삶을 살 녀석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그런 신념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
즉 아예 별명이 마법사의 도시인 아르기넬엔 아델리안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거다.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했네.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상념에서 깨어나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요. 모두에게 할 말이 있어요.”
“알겠습니다.”
엘레라는 동쪽으로 가라고 했었으니, 이것보다 더 동쪽, 아예 국경 쪽으로 갈까?
그러자.
그게 좋겠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른 모두에게 돌아가 내 생각을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제리 아니니? 이거 참 오랜만이네. 맞다. 제리 너 여전히 나를 하늘로 모시겠다는 헛소리를 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 내가 그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 너한테 안 좋다고.”
그리고 자리에 멈춰 섰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단번에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챘다.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가 들린 곳. 거기엔.
흑발청안의 미인이 웃으며 서 있었다.
그녀가 노래하듯 속삭였다.
“안녕 제자의 제자야. 나를 찾는 중이니?”
“안녕하세요.”
엘레라는 뛰어난 예언 마법사였다.
엘레라의 예언대로다.
아델리안 크로프트는, 동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