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59 lines
13 KiB
Markdown
359 lines
13 KiB
Markdown
|
|
마법사 클럽의 보호 장치는 쉽게 말하면 데미지를 대신 받아주는 방식이었다.
|
|
|
|
거기에 보호 장치가 감당 못 하는 마법이 발동되면 경고와 함께 마법이 발동되지 않게 막았으니, 정말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사고가 나지 않을 거였다.
|
|
|
|
나는 검은색 로브를 이리저리 살폈다.
|
|
|
|
마법사 클럽의 결투 규칙 중 하나가 지정된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 검은색과 하얀색 로브가 거기에 해당했다.
|
|
|
|
체스에서 따온 건가?
|
|
|
|
그렇다면 내가 검은색 로브를 고른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
|
|
|
나는 로브를 눌러쓰고 링으로 향했다.
|
|
|
|
통로를 벗어나 링에 서자 반대편 통로에서 사람이 나왔다.
|
|
|
|
남자는 나를 빤히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
|
“화염 마법사인가?”
|
|
|
|
“용케 알아보셨네요. 예지 마법이라도 보유했나요?”
|
|
|
|
“예지 마법은 없고, 대신 눈이 2개 달렸지. 나는 보커스다. 너는?”
|
|
|
|
“루이나예요.”
|
|
|
|
“좋은 결투 하자고.”
|
|
|
|
보커스가 품에서 나무 지팡이를 꺼냈다.
|
|
|
|
사람의 손 뼘보다 살짝 긴 지팡이였는데, 흡사 지휘봉을 닮은 디자인이었다.
|
|
|
|
보커스가 지팡이로 나를 가리킨다. 직후.
|
|
|
|
물의 파도가 솟아오르며 세상을 덮었다.
|
|
|
|
나는 새하얀 등불을 빙글 돌리며 마법을 발동했다.
|
|
|
|
네 줄기의 붉은 선이 등불에서 튀어나오고, 정면의 파도에 적중한다.
|
|
|
|
파도의 일부가 증발한다. 나는 뻥 뚫린 파도 사이를 지나쳐 앞으로 내달렸다.
|
|
|
|
동시에 보커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
|
|
|
파도가 궤도를 틀어 나를 감싼다. 마치 소용돌이치듯 파도가 거세게 돌아가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
이런 마법이구나.
|
|
|
|
이건 파도를 반 이상 없애지 않는 이상 파훼가 불가능한 마법이었다.
|
|
|
|
설사 회피해도 파도가 살아있는 것처럼 따라올 테니 말이다.
|
|
|
|
좋은 마법이었다. 고심 끝에 완성한 게 느껴졌다.
|
|
|
|
그런데, 음.
|
|
|
|
나는 눈을 빛냈다.
|
|
|
|
그 마법, 그렇게 쓰는 거 아닌 것 같은데?
|
|
|
|
보커스가 나무 지팡이를 위로 휘두른다.
|
|
|
|
그에 맞춰 파도가 위로 솟구치고, 내게 낙하했다.
|
|
|
|
휩쓸리면 전신의 뼈가 아작날 속도였는데, 나는 피하는 대신 등불을 위로 들었다.
|
|
|
|
등불 안 조그마한 불꽃에 입과 이빨이 생긴다. 그걸 그대로 힘껏 던지자, 순식간에 덩치를 키운 불꽃이 파도를 집어삼켰다.
|
|
|
|
포식하고, 소화해, 해체한다.
|
|
|
|
파도를 집어삼킨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고, 나는 내 안에 느껴지는 ‘마법의 구조’를 재조립했다.
|
|
|
|
포식으로 집어삼킨 마법을 발동하려면 해당 마법과 호환되는 원소 적성을 보유해야 됐다.
|
|
|
|
마법의 구조야 삼켜 해체한 걸 재활용하면 됐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마력은 직접 집어넣어야 됐으니까.
|
|
|
|
다행히 나는 물 원소 적성을 보유했다.
|
|
|
|
마법 발동에 문제가 없었다.
|
|
|
|
내 주위에 파도가 솟구친다.
|
|
|
|
보커스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
|
|
|
“설마 한 번 본 마법을 따라 할 수 있는 거냐?”
|
|
|
|
그런 마법이었으면 내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겠지만, 아쉽게도 포식의 불꽃은 그런 마법이 아니었다.
|
|
|
|
내가 하는 건 어디까지나 먹어 치운 마법을 그대로 뱉어내는 것일 뿐이다. 마법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
|
|
|
따라서 보커스는 커다란 착각을 한 거였으나, 정정하지 않고 마법을 조종했다.
|
|
|
|
전투 중 자신의 능력을 나불댄다면 둘 중 하나다.
|
|
|
|
그래야만 하는 제약이 있거나, 아니면 멍청하거나.
|
|
|
|
나는 둘 다 아니었기에 파도 위에 올라탔다.
|
|
|
|
보커스가 당황한다. 내가 설마 서퍼의 흉내를 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
|
|
|
보커스는 나무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
|
|
|
“아무리 완벽하게 따라 해도 가짜! 진짜인 나를 넘어설 수는 없다!”
|
|
|
|
보커스의 주위에서 파도가 솟구치며 나를 덮쳤다.
|
|
|
|
나는 웃었다.
|
|
|
|
그러니까, 그렇게 쓰는 마법 아니라니까.
|
|
|
|
나는 탑승한 파도를 뒤로 빼며 등불을 들었다.
|
|
|
|
보커스의 파도가 신속하게 나를 쫓아왔지만, 내가 사용하는 파도는 보커스의 파도와 완벽히 똑같은 사양.
|
|
|
|
즉 저 마법으로는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
|
|
|
등불 안에 불꽃이 모인다. 일 점으로, 점점 수축하는 불꽃에 보커스가 이를 악물었다.
|
|
|
|
보커스도 나름 경험이 많은 마법사다. 나를 처음 만났어도 내가 하는 게 뭔지 바로 알아챌 정도는 됐다.
|
|
|
|
보커스가 파도를 여러 개 더 소환해 나를 압박했지만, 그러니 오히려 컨트롤이 무뎌졌다. 포위망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
|
|
|
포위망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 다니던 나는 이내 마법을 해방했다.
|
|
|
|
만약 여기서 더 발전한다면 ‘염뢰’라는 이름이 붙을 마법.
|
|
|
|
초압축 불꽃이 일직선으로 뿜어지며 보커스를 휩쓸고 지나갔다.
|
|
|
|
펑! 폭죽이 터진다. 나는 고개를 들어 링 위를 바라봤다.
|
|
|
|
[승자, 흑!]
|
|
|
|
깔끔하네.
|
|
|
|
나는 보커스에게 다가갔다.
|
|
|
|
“좋은 마법이었어요.”
|
|
|
|
“강력한 공격 수단이 있으면, 내 마법을 이동기로 사용하기도 하는구나.”
|
|
|
|
“저라면 파도와 연계할 새로운 마법을 어떻게든 만들 거예요.”
|
|
|
|
“그래야겠다.”
|
|
|
|
내 손을 잡고 일어선 보커스는 나와 악수를 하고 링을 떠났다.
|
|
|
|
나는 그런 보커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통로로 시선을 옮겼다.
|
|
|
|
다음 분?
|
|
|
|
그때였다.
|
|
|
|
뚜벅. 누군가 통로를 통해 링으로 들어왔다.
|
|
|
|
하얀색 로브를 입은 금발벽안의 남자였는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
|
|
|
페란트가 말했다.
|
|
|
|
“루이나 님의 마법. 이 몸으로 직접 겪―.”
|
|
|
|
여덟 줄기로 나누어진 붉은 선이 페란트를 무차별로 폭격한다.
|
|
|
|
폭죽 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
|
|
|
쟤는 또 언제 따라왔어.
|
|
|
|
집에 가라 페란트야.
|
|
|
|
뚜벅. 또다시 통로를 통해 사람이 들어온다.
|
|
|
|
이번에도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
|
|
|
갈색 머리와 붉은색 눈동자.
|
|
|
|
제리였다.
|
|
|
|
검은색 로브를 입은 제리가 말을 걸었다.
|
|
|
|
“전력으로 부탁합니다.”
|
|
|
|
“하는 거 봐서요.”
|
|
|
|
화륵. 제리의 손에 불꽃의 띠가 맺힌다.
|
|
|
|
맹렬하게 회전하던 불꽃의 띠가 점점 줄어들고, 이내 팔찌의 형태로 가공된다.
|
|
|
|
그걸 반복하자 팔목에 여러 개의 불꽃의 팔찌가 장전됐다.
|
|
|
|
나는 등불을 짤랑였다.
|
|
|
|
잘 모르겠지만, 가만히 둬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알겠다.
|
|
|
|
네 줄기의 붉은 선이 허공을 그으며 제리에게 날아간다.
|
|
|
|
그렇게 붉은 선이 닿기 직전, 제리가 검지 손가락을 폈다.
|
|
|
|
직후 불꽃의 팔찌가 반지로 바뀌며 손가락을 타고 발사됐다.
|
|
|
|
기기긱! 불꽃의 원이 맹렬하게 돌며 내 마법을 전부 막아낸다.
|
|
|
|
불꽃이 흩날린다. 나는 재차 등불을 들었다. 등불 안 불꽃에 입과 이빨이 생기고, 그 사이에서 제리는 검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
|
|
|
불꽃의 팔찌가 반지로 바뀐다. 그리고.
|
|
|
|
불꽃의 탄환이 허공을 가르고 쏘아졌다.
|
|
|
|
고속으로 날아오는 불꽃의 탄환에 나는 등불을 흔들었다. 미리 마법을 준비해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타이밍을 맞추지 못 할 뻔했다.
|
|
|
|
포식의 불꽃이 마법을 먹어 치우고, 소화하고, 해체한다.
|
|
|
|
내 손 주위에 불꽃의 띠가 생성된다. 불꽃의 띠가 맹렬하게 손 주위를 돌고, 이내 팔찌로 바뀐다.
|
|
|
|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제리를 가리켰다.
|
|
|
|
그러자 제리가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폈다.
|
|
|
|
두 개의 팔찌가 두 개의 반지로 바뀌고, 이어서 검지와 중지를 타고 발사됐다.
|
|
|
|
나는 불꽃의 탄환 중 하나를 똑같이 불꽃의 탄환을 쏘아 격추시키고, 나머지 하나는 나무 거인을 소환해 막아냈다.
|
|
|
|
구구궁.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 거인이 제리를 내려다본다.
|
|
|
|
제리가 웃는다.
|
|
|
|
마치 이걸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
|
|
|
제리의 손이 밑으로 향한다.
|
|
|
|
탕! 자신의 발에 불꽃을 쏜 제리가 자세를 잡는다.
|
|
|
|
불꽃이 제리의 발을 감싸 신발이 되고, 제리가 땅을 박찼다.
|
|
|
|
불꽃의 잔상을 남기며 제리가 링 위를 내달렸다.
|
|
|
|
쾅! 나무 거인이 주먹을 휘두르지만, 제리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
|
|
|
나무 거인은 확실히 강력했다. 무려 해방을 익힌 기사들과 단신으로 싸워 버틴 마법이다. 그 강력함을 부정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
|
|
|
그러나 약점이 없지도 않았다.
|
|
|
|
나무 거인의 대표적인 약점 중 하나.
|
|
|
|
그것은 크기에서 발생하는 둔함이었다.
|
|
|
|
한 방 한 방이 강력하지만, 대신 속도가 부족했다.
|
|
|
|
물론 크기 때문에 둔해 보일 뿐 실제 나무 거인의 속도는 평범했지만, 결국 속도에 치중된 상대와 만나면 처질 수밖에 없었다.
|
|
|
|
지금의 제리처럼 말이다.
|
|
|
|
제리가 나무 거인의 주위를 빙빙 돌며 불꽃의 탄환을 발사한다.
|
|
|
|
나무 거인이 몸을 돌리며 공격을 막았지만, 제리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기엔 상성이 좋지 않았다.
|
|
|
|
나는 제리의 탄환을 마법으로 격추시키며 생각했다.
|
|
|
|
이 녀석 심심할 때마다 나랑 싸우는 시뮬레이션 굴렸나.
|
|
|
|
왜 이리 능숙하게 대처해.
|
|
|
|
현재 내가 보유한 공격 마법은 2가지로 분류됐다.
|
|
|
|
견제기와 필살기.
|
|
|
|
빠르고 발동 횟수가 많은 화염 폭격과 강력한 대신 준비시간이 필요한 초압축 불꽃이 거기에 해당했다.
|
|
|
|
심플한 만큼 빈틈이 없는 조합이었으나, 제리와 제대로 싸워보고 깨달았다.
|
|
|
|
지금의 마법만으론 저런 타입의 적과 만나면 필연적으로 장기전에 돌입했다.
|
|
|
|
제리 녀석. 처음 만났을 때 나무 병사에 기습당한 게 매우 억울했던 모양이다.
|
|
|
|
속도를 바탕으로 거리를 벌리며 싸우는 타입인데, 그때는 거리가 이미 좁혀져 있어 내 마법에 한 번에 당했으니까. 그럴 만했다.
|
|
|
|
탕! 쏘아지는 탄환을 포식의 불꽃으로 잡아먹으며 나는 생각했다.
|
|
|
|
새로운 마법이 필요했다.
|
|
|
|
지금의 약점을 보완할, 그런 마법이.
|
|
|
|
머릿속에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이 스쳐 지나가고, 이내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됐다.
|
|
|
|
나는 등불 안 불꽃을 실의 형태로 짜내 엮었다.
|
|
|
|
그리고 그걸 바람의 핵에 ‘연결’했다.
|
|
|
|
바람의 핵에 연결된 불꽃의 그물을 대충 근처에 뿌리자 훌륭한 함정이 만들어졌다.
|
|
|
|
나는 나무 병사를 잔뜩 소환해 제리를 견제하며 불꽃의 그물을 사방에 설치했다.
|
|
|
|
점점 줄어드는 활동반경에 제리가 불꽃의 그물 자체를 탄환으로 맞춰 없애려 했지만, 그것보다 내가 등불을 짤랑이는 게 빨랐다.
|
|
|
|
붉은 선이 허공을 그으며 날아가고, 제리는 다급히 몸을 틀며 불꽃의 폭격을 피했다.
|
|
|
|
굉장히 빠른 속도였으나, 아까와 달리 이번엔 이동할 공간이 제한돼 있었다.
|
|
|
|
마법을 맞추기 쉬웠다는 뜻이다.
|
|
|
|
물의 밧줄로 제리를 속박한 나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제리의 이마를 가리켰다.
|
|
|
|
“체크예요.”
|
|
|
|
“하아.”
|
|
|
|
탕! 탄환이 발사되고, 이어서 폭죽이 터진다.
|
|
|
|
[승자, 흑!]
|
|
|
|
나는 마법을 해제하며 입술을 뗐다.
|
|
|
|
“좋은 마법이었어요.”
|
|
|
|
“감사합니다.”
|
|
|
|
“하나만 주시면 안 되나요?”
|
|
|
|
“안 됩니다.”
|
|
|
|
아쉬워라.
|
|
|
|
뭐, 됐다.
|
|
|
|
나는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돌렸다.
|
|
|
|
이거면 많이 즐겼으니, 슬슬 다른 곳을 살펴봐야겠다.
|
|
|
|
“범재치고는 나름 노력한 마법이네.”
|
|
|
|
그리고 멈췄다.
|
|
|
|
이번에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였다.
|
|
|
|
다만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
|
|
|
나는 몸을 원상태로 돌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살폈다.
|
|
|
|
금발 금안의 여자가 하얀색 로브를 입은 채 나를 내려다봤다.
|
|
|
|
여자가 물었다.
|
|
|
|
“황금 마탑의 세피아야. 너는?”
|
|
|
|
“루이나예요.”
|
|
|
|
“그래?”
|
|
|
|
세피아의 몸 주위에 원소의 무기가 촤르륵 늘어선다.
|
|
|
|
물, 불, 바람, 대지의 원소로 만들어진 무기가 대량.
|
|
|
|
세피아가 웃었다.
|
|
|
|
“과연 너는 얼마나 날 즐겁게 할까? 궁금한데?”
|
|
|
|
나도 웃었다.
|
|
|
|
초대형 마법 보관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