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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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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클럽의 보호 장치는 쉽게 말하면 데미지를 대신 받아주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보호 장치가 감당 못 하는 마법이 발동되면 경고와 함께 마법이 발동되지 않게 막았으니, 정말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사고가 나지 않을 거였다.

나는 검은색 로브를 이리저리 살폈다.

마법사 클럽의 결투 규칙 중 하나가 지정된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 검은색과 하얀색 로브가 거기에 해당했다.

체스에서 따온 건가?

그렇다면 내가 검은색 로브를 고른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는 로브를 눌러쓰고 링으로 향했다.

통로를 벗어나 링에 서자 반대편 통로에서 사람이 나왔다.

남자는 나를 빤히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화염 마법사인가?”

“용케 알아보셨네요. 예지 마법이라도 보유했나요?”

“예지 마법은 없고, 대신 눈이 2개 달렸지. 나는 보커스다. 너는?”

“루이나예요.”

“좋은 결투 하자고.”

보커스가 품에서 나무 지팡이를 꺼냈다.

사람의 손 뼘보다 살짝 긴 지팡이였는데, 흡사 지휘봉을 닮은 디자인이었다.

보커스가 지팡이로 나를 가리킨다. 직후.

물의 파도가 솟아오르며 세상을 덮었다.

나는 새하얀 등불을 빙글 돌리며 마법을 발동했다.

네 줄기의 붉은 선이 등불에서 튀어나오고, 정면의 파도에 적중한다.

파도의 일부가 증발한다. 나는 뻥 뚫린 파도 사이를 지나쳐 앞으로 내달렸다.

동시에 보커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파도가 궤도를 틀어 나를 감싼다. 마치 소용돌이치듯 파도가 거세게 돌아가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마법이구나.

이건 파도를 반 이상 없애지 않는 이상 파훼가 불가능한 마법이었다.

설사 회피해도 파도가 살아있는 것처럼 따라올 테니 말이다.

좋은 마법이었다. 고심 끝에 완성한 게 느껴졌다.

그런데, 음.

나는 눈을 빛냈다.

그 마법, 그렇게 쓰는 거 아닌 것 같은데?

보커스가 나무 지팡이를 위로 휘두른다.

그에 맞춰 파도가 위로 솟구치고, 내게 낙하했다.

휩쓸리면 전신의 뼈가 아작날 속도였는데, 나는 피하는 대신 등불을 위로 들었다.

등불 안 조그마한 불꽃에 입과 이빨이 생긴다. 그걸 그대로 힘껏 던지자, 순식간에 덩치를 키운 불꽃이 파도를 집어삼켰다.

포식하고, 소화해, 해체한다.

파도를 집어삼킨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고, 나는 내 안에 느껴지는 ‘마법의 구조’를 재조립했다.

포식으로 집어삼킨 마법을 발동하려면 해당 마법과 호환되는 원소 적성을 보유해야 됐다.

마법의 구조야 삼켜 해체한 걸 재활용하면 됐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마력은 직접 집어넣어야 됐으니까.

다행히 나는 물 원소 적성을 보유했다.

마법 발동에 문제가 없었다.

내 주위에 파도가 솟구친다.

보커스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설마 한 번 본 마법을 따라 할 수 있는 거냐?”

그런 마법이었으면 내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겠지만, 아쉽게도 포식의 불꽃은 그런 마법이 아니었다.

내가 하는 건 어디까지나 먹어 치운 마법을 그대로 뱉어내는 것일 뿐이다. 마법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따라서 보커스는 커다란 착각을 한 거였으나, 정정하지 않고 마법을 조종했다.

전투 중 자신의 능력을 나불댄다면 둘 중 하나다.

그래야만 하는 제약이 있거나, 아니면 멍청하거나.

나는 둘 다 아니었기에 파도 위에 올라탔다.

보커스가 당황한다. 내가 설마 서퍼의 흉내를 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보커스는 나무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아무리 완벽하게 따라 해도 가짜! 진짜인 나를 넘어설 수는 없다!”

보커스의 주위에서 파도가 솟구치며 나를 덮쳤다.

나는 웃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쓰는 마법 아니라니까.

나는 탑승한 파도를 뒤로 빼며 등불을 들었다.

보커스의 파도가 신속하게 나를 쫓아왔지만, 내가 사용하는 파도는 보커스의 파도와 완벽히 똑같은 사양.

즉 저 마법으로는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등불 안에 불꽃이 모인다. 일 점으로, 점점 수축하는 불꽃에 보커스가 이를 악물었다.

보커스도 나름 경험이 많은 마법사다. 나를 처음 만났어도 내가 하는 게 뭔지 바로 알아챌 정도는 됐다.

보커스가 파도를 여러 개 더 소환해 나를 압박했지만, 그러니 오히려 컨트롤이 무뎌졌다. 포위망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포위망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 다니던 나는 이내 마법을 해방했다.

만약 여기서 더 발전한다면 ‘염뢰’라는 이름이 붙을 마법.

초압축 불꽃이 일직선으로 뿜어지며 보커스를 휩쓸고 지나갔다.

펑! 폭죽이 터진다. 나는 고개를 들어 링 위를 바라봤다.

[승자, 흑!]

깔끔하네.

나는 보커스에게 다가갔다.

“좋은 마법이었어요.”

“강력한 공격 수단이 있으면, 내 마법을 이동기로 사용하기도 하는구나.”

“저라면 파도와 연계할 새로운 마법을 어떻게든 만들 거예요.”

“그래야겠다.”

내 손을 잡고 일어선 보커스는 나와 악수를 하고 링을 떠났다.

나는 그런 보커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통로로 시선을 옮겼다.

다음 분?

그때였다.

뚜벅. 누군가 통로를 통해 링으로 들어왔다.

하얀색 로브를 입은 금발벽안의 남자였는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페란트가 말했다.

“루이나 님의 마법. 이 몸으로 직접 겪―.”

여덟 줄기로 나누어진 붉은 선이 페란트를 무차별로 폭격한다.

폭죽 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쟤는 또 언제 따라왔어.

집에 가라 페란트야.

뚜벅. 또다시 통로를 통해 사람이 들어온다.

이번에도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갈색 머리와 붉은색 눈동자.

제리였다.

검은색 로브를 입은 제리가 말을 걸었다.

“전력으로 부탁합니다.”

“하는 거 봐서요.”

화륵. 제리의 손에 불꽃의 띠가 맺힌다.

맹렬하게 회전하던 불꽃의 띠가 점점 줄어들고, 이내 팔찌의 형태로 가공된다.

그걸 반복하자 팔목에 여러 개의 불꽃의 팔찌가 장전됐다.

나는 등불을 짤랑였다.

잘 모르겠지만, 가만히 둬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알겠다.

네 줄기의 붉은 선이 허공을 그으며 제리에게 날아간다.

그렇게 붉은 선이 닿기 직전, 제리가 검지 손가락을 폈다.

직후 불꽃의 팔찌가 반지로 바뀌며 손가락을 타고 발사됐다.

기기긱! 불꽃의 원이 맹렬하게 돌며 내 마법을 전부 막아낸다.

불꽃이 흩날린다. 나는 재차 등불을 들었다. 등불 안 불꽃에 입과 이빨이 생기고, 그 사이에서 제리는 검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불꽃의 팔찌가 반지로 바뀐다. 그리고.

불꽃의 탄환이 허공을 가르고 쏘아졌다.

고속으로 날아오는 불꽃의 탄환에 나는 등불을 흔들었다. 미리 마법을 준비해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타이밍을 맞추지 못 할 뻔했다.

포식의 불꽃이 마법을 먹어 치우고, 소화하고, 해체한다.

내 손 주위에 불꽃의 띠가 생성된다. 불꽃의 띠가 맹렬하게 손 주위를 돌고, 이내 팔찌로 바뀐다.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제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제리가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폈다.

두 개의 팔찌가 두 개의 반지로 바뀌고, 이어서 검지와 중지를 타고 발사됐다.

나는 불꽃의 탄환 중 하나를 똑같이 불꽃의 탄환을 쏘아 격추시키고, 나머지 하나는 나무 거인을 소환해 막아냈다.

구구궁.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 거인이 제리를 내려다본다.

제리가 웃는다.

마치 이걸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제리의 손이 밑으로 향한다.

탕! 자신의 발에 불꽃을 쏜 제리가 자세를 잡는다.

불꽃이 제리의 발을 감싸 신발이 되고, 제리가 땅을 박찼다.

불꽃의 잔상을 남기며 제리가 링 위를 내달렸다.

쾅! 나무 거인이 주먹을 휘두르지만, 제리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무 거인은 확실히 강력했다. 무려 해방을 익힌 기사들과 단신으로 싸워 버틴 마법이다. 그 강력함을 부정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점이 없지도 않았다.

나무 거인의 대표적인 약점 중 하나.

그것은 크기에서 발생하는 둔함이었다.

한 방 한 방이 강력하지만, 대신 속도가 부족했다.

물론 크기 때문에 둔해 보일 뿐 실제 나무 거인의 속도는 평범했지만, 결국 속도에 치중된 상대와 만나면 처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제리처럼 말이다.

제리가 나무 거인의 주위를 빙빙 돌며 불꽃의 탄환을 발사한다.

나무 거인이 몸을 돌리며 공격을 막았지만, 제리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기엔 상성이 좋지 않았다.

나는 제리의 탄환을 마법으로 격추시키며 생각했다.

이 녀석 심심할 때마다 나랑 싸우는 시뮬레이션 굴렸나.

왜 이리 능숙하게 대처해.

현재 내가 보유한 공격 마법은 2가지로 분류됐다.

견제기와 필살기.

빠르고 발동 횟수가 많은 화염 폭격과 강력한 대신 준비시간이 필요한 초압축 불꽃이 거기에 해당했다.

심플한 만큼 빈틈이 없는 조합이었으나, 제리와 제대로 싸워보고 깨달았다.

지금의 마법만으론 저런 타입의 적과 만나면 필연적으로 장기전에 돌입했다.

제리 녀석. 처음 만났을 때 나무 병사에 기습당한 게 매우 억울했던 모양이다.

속도를 바탕으로 거리를 벌리며 싸우는 타입인데, 그때는 거리가 이미 좁혀져 있어 내 마법에 한 번에 당했으니까. 그럴 만했다.

탕! 쏘아지는 탄환을 포식의 불꽃으로 잡아먹으며 나는 생각했다.

새로운 마법이 필요했다.

지금의 약점을 보완할, 그런 마법이.

머릿속에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이 스쳐 지나가고, 이내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됐다.

나는 등불 안 불꽃을 실의 형태로 짜내 엮었다.

그리고 그걸 바람의 핵에 ‘연결’했다.

바람의 핵에 연결된 불꽃의 그물을 대충 근처에 뿌리자 훌륭한 함정이 만들어졌다.

나는 나무 병사를 잔뜩 소환해 제리를 견제하며 불꽃의 그물을 사방에 설치했다.

점점 줄어드는 활동반경에 제리가 불꽃의 그물 자체를 탄환으로 맞춰 없애려 했지만, 그것보다 내가 등불을 짤랑이는 게 빨랐다.

붉은 선이 허공을 그으며 날아가고, 제리는 다급히 몸을 틀며 불꽃의 폭격을 피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였으나, 아까와 달리 이번엔 이동할 공간이 제한돼 있었다.

마법을 맞추기 쉬웠다는 뜻이다.

물의 밧줄로 제리를 속박한 나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제리의 이마를 가리켰다.

“체크예요.”

“하아.”

탕! 탄환이 발사되고, 이어서 폭죽이 터진다.

[승자, 흑!]

나는 마법을 해제하며 입술을 뗐다.

“좋은 마법이었어요.”

“감사합니다.”

“하나만 주시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아쉬워라.

뭐, 됐다.

나는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돌렸다.

이거면 많이 즐겼으니, 슬슬 다른 곳을 살펴봐야겠다.

“범재치고는 나름 노력한 마법이네.”

그리고 멈췄다.

이번에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였다.

다만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나는 몸을 원상태로 돌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살폈다.

금발 금안의 여자가 하얀색 로브를 입은 채 나를 내려다봤다.

여자가 물었다.

“황금 마탑의 세피아야. 너는?”

“루이나예요.”

“그래?”

세피아의 몸 주위에 원소의 무기가 촤르륵 늘어선다.

물, 불, 바람, 대지의 원소로 만들어진 무기가 대량.

세피아가 웃었다.

“과연 너는 얼마나 날 즐겁게 할까? 궁금한데?”

나도 웃었다.

초대형 마법 보관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