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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기넬의 역사를 알려면 우선 초대 황제의 역사를 알아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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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이형의 괴물들이 군림하던 시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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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폭력의 노예가 됐으며, 짓누르는 하늘에 고개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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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상에 한 남자가 의문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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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뛰노는, 인간이 숨죽이고 눈치를 보는, 이 세상이 과연 올바른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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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남자는 마법을 하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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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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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한 자루로, 신화의 시대를 끝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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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검으로 하늘을 가른 것이 에테르노 제국의 초대 황제이자 인류의 구원자였는데, 중요한 건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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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대 황제가 하늘을 가르는 모험을 떠날 때 옆에 몇 명의 동료가 함께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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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화신체, 세계수의 딸, 나태의 사도, 얼굴 없는 그림자, 우둔한 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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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르기넬은 이 중 우둔한 현자가 말년에 지냈던 탑을 기반으로 형성된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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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을 찌를 듯한 황금탑을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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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탑이야말로 인류의 상아탑이자 지식의 정점, 황금 마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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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마탑의 구성원은 우둔한 현자, 테온 이그로스의 마법을 계승하는 이그로스 학파가 주축이었는데, 이 황금 마탑의 특징 중 가장 도드라지는 건 역시 폐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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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가 신화의 시대를 끝내고 몇 차례나 세계에 크나큰 위기가 닥쳤지만, 황금 마탑은 그 어떤 때에도 마탑의 문을 걸어 잠그고 안에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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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자신들의 사명에만 관심을 가지는 황금 마탑을 혹자는 자기만 아는 놈들이라고 욕했으나, 세간의 평가와 상관없이 오늘도 황금 마탑의 문을 두들기는 사람들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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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이미지가 중요하네요. 솔직히 황금 마탑이라고 사람이 막 몰릴 이유는 없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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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의 동료였던 우둔한 현자가 위대한 거지, 그를 계승하는 황금 마탑은 수천 년 동안 수없이 변질됐을 텐데 여전히 사람이 몰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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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만약 마탑을 세운다면 세상을 구하고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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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기넬은 황금 마탑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마탑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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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마탑이 대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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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마탑은 한가지 목표에 이끌린 수많은 마법사들의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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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별의 운명을 틀고 싶다’라는 목표가 존재한다고 쳤을 때, 이런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아닌 사람도 있을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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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공감하는 사람끼리 대화를 나누고, 실현 가능성을 정립하고, 실현 방법을 짜내다가 만들어지는 것. 그게 마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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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디까지나 마탑의 사전적 정의가 저런 거고 현실은 많이 다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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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탑의 목표에 공감해 마탑에 투신하는 사람은 극소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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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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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의 운명을 틀고 싶다’는 실제 황금 마탑의 목표였는데, 그래서 별의 운명이 뭔지, 어떻게 트는 건지 짐작이라도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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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짐작이야 가지만, 아리송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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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대부분의 마법사는 마탑의 목표가 아닌 다른 걸 보고 문을 두들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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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역사, 영향력, 보유한 마법사의 수준, 보유한 마법의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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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마탑의 정점에 선 마탑주의 수준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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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과 함께 적당한 여관에 짐을 푼 나는 테이블에 앉아 벌꿀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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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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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탑에 가는 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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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탑은 ‘인류에게 이로운 마법을 개발한다’라는 목표를 가진 마탑이었는데, 이 마탑은 무려 크로프트 학파가 주축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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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신흥 학파인 크로프트 학파가 순식간에 마탑의 주축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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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가 아델리안의 아이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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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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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탑에 아델리안 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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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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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를 하라면 없다 쪽에 걸긴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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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내 관점에선 아델리안이 가장 없을 법한 곳이 청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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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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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태까지 들은 아델리안의 성격을 토대로 추측하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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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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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우리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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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가 조심히 손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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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시나요. 페란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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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님은 왜 찾으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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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볼 게 있어서요. 혹시 어디 계시는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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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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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끼어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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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놈이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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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보다 얘는 왜 아직도 여기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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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니 페란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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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나도 페란트 님이 왜 우리랑 같은 곳에 숙소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그런 표정을 지으면 페란트 님이 상처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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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가 많이 났나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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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꿀주를 들이켜고는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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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희가 가진 정보는 동쪽으로 가라가 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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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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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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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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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알아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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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체계적으로 움직였다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각자 알아서 하는 게 제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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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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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러면 청탑에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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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은 청탑, 크리스 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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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을 만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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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겠다는 거군요. 뮤란 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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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교육에 쓸 각종 약품을 구매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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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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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여관에서 마법 연습을 할 테니,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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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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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르기넬 전반을 돌아 다녀볼게요. 만약 아델리안 님이 이 도시에 있다 해도 펍에서 늘어지게 술이나 마실 거 같거든요. 만약 술을 좋아하신다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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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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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벌꿀주와 훈제 고기를 전부 먹어 치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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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중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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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간 나는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거리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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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국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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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개미처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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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데 이거 반만 못 없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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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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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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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돌아다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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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를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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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마도구 상점, 서점, 마법 연구회, 마법사 클럽 등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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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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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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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클럽은 체스를 두는 곳이다. 독서 클럽은 독서를 하는 곳이고, 미술 클럽은 미술 관련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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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법사 클럽은? 여기는 뭐지? 마법 관련 대화를 나누는 곳? 근데 그러면 마법 클럽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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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마법사들이 모여 노는 곳? 근데 그건 이미 많잖아. 학파라든가 마탑이라든가. 굳이 클럽이 또 생길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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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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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에 가득 찬 내가 몸을 기울이자, 제리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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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종의 격투 클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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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클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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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법사들끼리 실전 마법 전투를 벌이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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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짓을 해도 되나요. 위험할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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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운영자가 괴짜 고위 마법사라서 말입니다. 고작 클럽이라기엔 믿기지 않는 보호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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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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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 겪어보고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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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의 결투 클럽이라. 흥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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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과 상관없는 흥미긴 했지만, 사람이 어찌 일만 하고 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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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취미 생활도 해 줘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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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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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클럽 내부 중앙에는 링이, 주변에는 관중석이 늘어져 있었는데, 딱 지하 격투장을 연상케 하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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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링으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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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에는 이미 두 명의 마법사가 결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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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마법이 폭발한다. 불꽃을 주위에 띄운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상대방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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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허공을 가르고, 그에 맞춰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땅을 손으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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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궁. 땅에서 암석이 솟아올라 마법을 막아냈다가, 이어서 형태를 갖춘다. 검을 든 기사의 형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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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 기사의 등장에 하얀 로브의 마법사는 허공에 둥둥 떠다니던 불꽃 하나를 손가락으로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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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불꽃이 손가락의 궤적을 따라 선으로 바뀌며 시전자의 주위를 빠르게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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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반복한다. 띠가 하나, 둘, 셋…. 점점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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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무언가를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멍청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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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로브의 마법사는 암석 기사를 여러 개 더 소환한 후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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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 기사가 앞으로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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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마법을 준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건지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화염의 띠를 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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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의 띠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화염의 띠에 닿은 암석 기사가 반으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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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암석 기사에 닿은 화염의 띠는 사라졌지만,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준비한 화염의 띠는 하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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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화염의 띠가 암석 기사와 검은 로브의 마법사를 덮쳤다.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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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폭죽이 터진다. 나는 고개를 들어 링 위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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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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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스템이구나. 확실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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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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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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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두 분 다 마법 응용이 영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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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마법 응용이 낫고 싹 다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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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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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또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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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금발의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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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금안의 여자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링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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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금방 신경을 끄고 링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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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마법사들이 나와 결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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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원소 마법사 VS 화염 원소 마법사의 싸움이었는데, 정통의 매치업인 만큼 꽤 화려한 결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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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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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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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들도 마법은 괜찮은데, 마법 응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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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마법이라고 만든 거야? 스승이 누군지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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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여자가 사납게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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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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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너무 심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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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소리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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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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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투 클럽이라고 해서 와봤더니, 전부 수준 미달이잖아. 이래서 범재들의 말은 믿으면 안 된다니까.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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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찬 금발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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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클럽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본데, 나는 아니었기에 제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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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결투를 해보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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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으로 가면 됩니다.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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