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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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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기넬의 역사를 알려면 우선 초대 황제의 역사를 알아야 됐다.

먼 옛날, 이형의 괴물들이 군림하던 시대가 있었다.

인류는 폭력의 노예가 됐으며, 짓누르는 하늘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세상에 한 남자가 의문을 품었다.

신들이 뛰노는, 인간이 숨죽이고 눈치를 보는, 이 세상이 과연 올바른지 고민했다.

그래서 남자는 마법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검 한 자루로, 신화의 시대를 끝내버렸다.

이때 검으로 하늘을 가른 것이 에테르노 제국의 초대 황제이자 인류의 구원자였는데, 중요한 건 그거였다.

이 초대 황제가 하늘을 가르는 모험을 떠날 때 옆에 몇 명의 동료가 함께했다는 것이었다.

소망의 화신체, 세계수의 딸, 나태의 사도, 얼굴 없는 그림자, 우둔한 현자.

그리고 아르기넬은 이 중 우둔한 현자가 말년에 지냈던 탑을 기반으로 형성된 도시였다.

나는 하늘을 찌를 듯한 황금탑을 올려다봤다.

저 탑이야말로 인류의 상아탑이자 지식의 정점, 황금 마탑이었다.

황금 마탑의 구성원은 우둔한 현자, 테온 이그로스의 마법을 계승하는 이그로스 학파가 주축이었는데, 이 황금 마탑의 특징 중 가장 도드라지는 건 역시 폐쇄성이었다.

초대 황제가 신화의 시대를 끝내고 몇 차례나 세계에 크나큰 위기가 닥쳤지만, 황금 마탑은 그 어떤 때에도 마탑의 문을 걸어 잠그고 안에 틀어박혔다.

오직 자신들의 사명에만 관심을 가지는 황금 마탑을 혹자는 자기만 아는 놈들이라고 욕했으나, 세간의 평가와 상관없이 오늘도 황금 마탑의 문을 두들기는 사람들은 넘쳐났다.

“뭐든지 이미지가 중요하네요. 솔직히 황금 마탑이라고 사람이 막 몰릴 이유는 없는데 말이에요.”

초대 황제의 동료였던 우둔한 현자가 위대한 거지, 그를 계승하는 황금 마탑은 수천 년 동안 수없이 변질됐을 텐데 여전히 사람이 몰리다니.

나도 만약 마탑을 세운다면 세상을 구하고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기넬은 황금 마탑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마탑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 마탑이 대체 무엇이냐.

쉽게 말하면 마탑은 한가지 목표에 이끌린 수많은 마법사들의 모임이었다.

예를 들어 ‘별의 운명을 틀고 싶다’라는 목표가 존재한다고 쳤을 때, 이런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아닌 사람도 있을 거 아닌가?

이때 공감하는 사람끼리 대화를 나누고, 실현 가능성을 정립하고, 실현 방법을 짜내다가 만들어지는 것. 그게 마탑이었다.

뭐, 어디까지나 마탑의 사전적 정의가 저런 거고 현실은 많이 다르긴 했다.

실제로 마탑의 목표에 공감해 마탑에 투신하는 사람은 극소수였으니까.

왜냐고?

저 ‘별의 운명을 틀고 싶다’는 실제 황금 마탑의 목표였는데, 그래서 별의 운명이 뭔지, 어떻게 트는 건지 짐작이라도 가는가?

물론 짐작이야 가지만, 아리송하지 않나?

따라서 대부분의 마법사는 마탑의 목표가 아닌 다른 걸 보고 문을 두들기곤 했다.

이미지, 역사, 영향력, 보유한 마법사의 수준, 보유한 마법의 숫자.

아니면 마탑의 정점에 선 마탑주의 수준이라든가.

일행과 함께 적당한 여관에 짐을 푼 나는 테이블에 앉아 벌꿀주를 주문했다.

레온이 말했다.

“청탑에 가는 건 어떻습니까?”

청탑은 ‘인류에게 이로운 마법을 개발한다’라는 목표를 가진 마탑이었는데, 이 마탑은 무려 크로프트 학파가 주축인 곳이었다.

비교적 신흥 학파인 크로프트 학파가 순식간에 마탑의 주축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마탑주가 아델리안의 아이들이었으니까.

청탑이라.

“청탑에 아델리안 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루이나 님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내기를 하라면 없다 쪽에 걸긴 하겠죠.”

오히려 내 관점에선 아델리안이 가장 없을 법한 곳이 청탑이었다.

왜냐고?

그냥 여태까지 들은 아델리안의 성격을 토대로 추측하면 그랬다.

“저기.”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우리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페란트가 조심히 손을 들고 있었다

“왜 그러시나요. 페란트 님.”

“아델리안 님은 왜 찾으시는지.”

“물어볼 게 있어서요. 혹시 어디 계시는지 아시나요?”

“아니요.”

그럼 왜 끼어들었어.

어처구니없는 놈이네 이거.

것보다 얘는 왜 아직도 여기에 있지.

안 가니 페란트야?

“루이나 님. 나도 페란트 님이 왜 우리랑 같은 곳에 숙소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그런 표정을 지으면 페란트 님이 상처받아.”

“티가 많이 났나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나는 벌꿀주를 들이켜고는 말을 뱉었다.

“결국 저희가 가진 정보는 동쪽으로 가라가 끝이잖아요?”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요.”

“그 말은?”

“각자 알아서 하죠?”

우리가 언제 체계적으로 움직였다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각자 알아서 하는 게 제일이었다.

내 말에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러면 청탑에 가보겠습니다.”

“레온 님은 청탑, 크리스 님은요?”

“나는 연극을 만들게!”

“돈을 벌겠다는 거군요. 뮤란 님은요?”

“…루이나 님 교육에 쓸 각종 약품을 구매하려고요.”

“좋아요.”

노아는 여관에서 마법 연습을 할 테니,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내 결정만 남았다.

“저는 아르기넬 전반을 돌아 다녀볼게요. 만약 아델리안 님이 이 도시에 있다 해도 펍에서 늘어지게 술이나 마실 거 같거든요. 만약 술을 좋아하신다면 말이에요.”

“알겠습니다.”

꿀꺽. 벌꿀주와 훈제 고기를 전부 먹어 치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나중에 봐요.”

밖으로 나간 나는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거리를 살폈다.

과연 제국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다웠다.

인간이 개미처럼 많았다.

너무 많은데 이거 반만 못 없애나.

나는 팔짱을 꼈다.

우선은, 그래.

적당히 돌아다녀 보자.

나는 거리를 거닐었다.

온갖 마도구 상점, 서점, 마법 연구회, 마법사 클럽 등이 보였다.

…마법사 클럽?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

체스 클럽은 체스를 두는 곳이다. 독서 클럽은 독서를 하는 곳이고, 미술 클럽은 미술 관련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다.

하지만 마법사 클럽은? 여기는 뭐지? 마법 관련 대화를 나누는 곳? 근데 그러면 마법 클럽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마법사들이 모여 노는 곳? 근데 그건 이미 많잖아. 학파라든가 마탑이라든가. 굳이 클럽이 또 생길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뭐지?

의문에 가득 찬 내가 몸을 기울이자, 제리가 대답했다.

“여기는 일종의 격투 클럽입니다.”

“격투 클럽이요?”

“네. 마법사들끼리 실전 마법 전투를 벌이는 곳이죠.”

“그런 짓을 해도 되나요. 위험할 거 같은데요.”

“클럽 운영자가 괴짜 고위 마법사라서 말입니다. 고작 클럽이라기엔 믿기지 않는 보호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신기하네요.”

“저도 예전에 겪어보고 놀랐습니다.”

마법사들의 결투 클럽이라. 흥미가 생겼다.

아델리안과 상관없는 흥미긴 했지만, 사람이 어찌 일만 하고 산단 말인가?

가끔은 취미 생활도 해 줘야 됐다.

나는 마법사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마법사 클럽 내부 중앙에는 링이, 주변에는 관중석이 늘어져 있었는데, 딱 지하 격투장을 연상케 하는 구조였다.

나는 링으로 시선을 옮겼다.

링에는 이미 두 명의 마법사가 결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콰앙. 마법이 폭발한다. 불꽃을 주위에 띄운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상대방을 압박했다.

불꽃이 허공을 가르고, 그에 맞춰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땅을 손으로 짚었다.

구구궁. 땅에서 암석이 솟아올라 마법을 막아냈다가, 이어서 형태를 갖춘다. 검을 든 기사의 형태를.

암석 기사의 등장에 하얀 로브의 마법사는 허공에 둥둥 떠다니던 불꽃 하나를 손가락으로 그었다.

직후 불꽃이 손가락의 궤적을 따라 선으로 바뀌며 시전자의 주위를 빠르게 돌았다.

그걸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반복한다. 띠가 하나, 둘, 셋…. 점점 늘어난다.

딱 봐도 무언가를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멍청이는 없었다.

검은 로브의 마법사는 암석 기사를 여러 개 더 소환한 후 명령을 내렸다.

암석 기사가 앞으로 내달린다.

더는 마법을 준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건지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화염의 띠를 해방했다.

화염의 띠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화염의 띠에 닿은 암석 기사가 반으로 갈라진다.

물론 암석 기사에 닿은 화염의 띠는 사라졌지만,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준비한 화염의 띠는 하나가 아니었다.

여러 개의 화염의 띠가 암석 기사와 검은 로브의 마법사를 덮쳤다. 동시에.

펑! 폭죽이 터진다. 나는 고개를 들어 링 위를 바라봤다.

[승자, 백!]

이런 시스템이구나. 확실히 알았다.

그나저나.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다 좋은데 두 분 다 마법 응용이 영 아쉽―.”

“그나마 마법 응용이 낫고 싹 다 별로―.”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였다.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금발의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금발 금안의 여자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링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또한 금방 신경을 끄고 링에 집중했다.

다음 마법사들이 나와 결투를 벌인다.

물 원소 마법사 VS 화염 원소 마법사의 싸움이었는데, 정통의 매치업인 만큼 꽤 화려한 결투였다.

다만.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저분들도 마법은 괜찮은데, 마법 응용이―.”

“저걸 마법이라고 만든 거야? 스승이 누군지 보고 싶네.”

금발 여자가 사납게 쏘아붙였다.

나는 경악했다.

말이 너무 심하잖아.

마법이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소리를 해.

금발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움직였다.

“좋은 결투 클럽이라고 해서 와봤더니, 전부 수준 미달이잖아. 이래서 범재들의 말은 믿으면 안 된다니까. 쯧.”

혀를 찬 금발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법사 클럽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본데, 나는 아니었기에 제리에게 물었다.

“이거 결투를 해보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저쪽으로 가면 됩니다. 따라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