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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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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르치면서 알았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굉장히 답답한 일이었다.

비유하자면 이미 내가 지나온 길을 누군가 더듬거리며 기어 오는 걸 보는 느낌인데, 이때 보통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간단했다.

‘그냥 걸어서 오면 되는데 왜 저러지?

이거였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 또한 더듬거리며 기어 왔다는 걸 떠올리지 못하고,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등반하는 사람을 답답하게 쳐다본다.

물론 나는 아직 개구리가 되지 못한 올챙이.

당연히 노아의 마음이 백 퍼센트 이해됐다.

다만 답답하긴 했다.

저럴 때는 뇌전을 한입 먹으면 매우 효과적인데….

“스승님.”

“말하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마법을 먹는다고 그게 수련에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아.”

답답하다 답답해.

켈튼이 나를 볼 때마다 이런 심정이었나.

그런데 켈튼은 마법 좀 먹지 말라고 타박하지 않았나.

흠.

그래, 세상엔 켈튼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노아가 마법을 먹지 않아도 이해 해야지.

“하지만 번개로 가볍게 몸을 지지는 건 하는 게 좋을걸요? 가볍게만 해요 가볍게만.”

“제자에게 그런 방법을 권하는 사람은 스승님이 처음일 거야.”

“처음은 아닐 거예요.”

어딘가에 또 있긴 하겠지. 드물어서 그렇지.

“싫으면 정전기라도 지져요.”

“그건 계속 하고 있어.”

노아는 정전기로 뇌전의 조각을 직접 음미하고, 눈으로 관찰하는 과정을 계속 거쳤다.

그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노아의 숨이 거칠어졌다.

마력이 바닥난 것이다.

잘 됐다 싶어 나는 노아를 재촉했다.

“바닥까지 짜내세요. 마력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응.”

노아의 장점 중 하나가 일단 내가 시키는 건 군말 없이 따른다는 거다.

아, 이상한 짓만 아니면.

노아의 머릿속에서 번개를 먹거나 번개로 몸을 지지는 건 이상한 일로 분류됐다.

잠시 후. 가벼운 정전기를 파직인 걸 마지막으로 노아의 몸에서 더는 뇌전이 뿜어져 나오지 않게 됐다.

신호였다.

“그 상태에서 마법을 한 번 더 쓰세요. 그러면 마력의 양이 눈에 띄게 늘어나요.”

“이…상태에서 한 번 더 쓰라고?”

“중요한 건 의지예요. 저 같은 경우 그 상태에서 마법을 반드시 써야 되는 이유에 집중했어요. 노아 님에겐 그런 이유가 없나요? 반드시 강해져야 하는 이유라든가요.”

“…….”

노아의 눈이 가라앉는다.

아무래도 노아에겐 그럴듯한 이유가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마법에 관심 없다고 거절했던 모습과 달리 막상 배우니 열심인 것과 연관이 있을 듯했다.

노아는 이를 악물고 마법을 발동했다. 모든 바람과, 열망과, 분노와, 슬픔을 담아 간절하게.

“…….”

“…….”

“안 되는데?”

“안 되나요.”

허나 실패했다.

마법은 그 흔적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바닥에 주저 앉은 채 노아가 물었다.

“이거 되는 거 맞아?”

“저는 했어요. 그것도 거의 매일이요.”

“그래?”

내 말에 힘을 얻은 걸까. 노아는 재차 마법 사용에 집중했다.

기억에 집중해, 당장 지쳐서 드러눕고 싶은 상황에서, 마법을 써야 될 이유를 탐색했다.

이윽고 노아의 눈이 음울하게 빛났다.

이유를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

“…….”

“안 되는데?”

“안 되나요.”

또 실패했다.

그런데 그럴 만했다.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

이 마력 수련은 비유하면 그거였다.

전신 근육이 끊어진 상태에서 일어나라는 거랑 똑같았다.

인간은 신비하니까. 전신 근육이 끊어진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 간혹 일어나긴 할 거다.

전신 근육이 끊어진 상태여도 자신의 아이가 위기에 빠지면 누군가는 일어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아무 때나 가능한 일이라는 건 아니었다.

극한의 상황일 때, 극한의 의지력을 짜낼 때.

그제야 비로소 가능한 일을 평상시에 하라니. 애초에 무리인 부탁이었다.

“마력 수련은 포기하죠. 되는 게 이상한 거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스승님은 했잖아.”

“저는 특별하니까요.”

가슴을 쫙 펴자 옆에서 크리스가 속삭였다.

“노아도 알겠지만 루이나 님은 이상한 사람이잖아. 저걸 따라 하려고 하면 안 돼.”

“알겠어.”

이 서큐버스 녀석.

순진한 성기사 레온과도 친해지더니, 기어코 내 제자까지 잡아먹으려고 해?

그건 안 돼.

“제 마법 보관소에서 손 떼세요! 서큐버스!”

“루이나 님. 나는 서큐버스가 아니야. 그리고 노아는 마법 보관소가 아니라며.”

“농담이에요.”

내가 제자의 마법을 빼앗아 갈 사람처럼 보여?

당연히 웃으라고 한 얘기였다.

모두 웃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노아에게 휴식을 명령하고 엘레라의 공방을 벗어났다.

날씨가 좋았다.

겨울이라 춥지만 맑은, 그런 날씨였다.

나는 눈으로 덮인 새하얀 세상을 시야에 담았다가, 파이프 담배를 꺼냈다.

치익.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인 나는 연기를 길게 뱉고 중얼거렸다.

“제리 님은 어디갔죠. 없으니까 섭섭하네요.”

제리는 현재 레온과 함께 성배 관련 소식을 모으러 마을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지혜의 마녀는 성배와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혹시 모르니까. 만에 하나를 고려해 조사하는 것이다.

알면서 제리는 왜 찾았냐면, 이것 또한 혹시 몰라서.

이름을 부르면 ‘네? 저요?’라며 튀어나올 줄 알았다.

언제부터 제리에게 그런 이미지가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초에 언제부터 자연스럽게 합류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제리라면 그럴 거 같지 않나?

아쉽게도 아니긴 했지만.

“너는 깨끗한 곳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타입이구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엘레라였다.

나는 마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딱히 그런 욕구를 가진 건 아니지만, 하는 데 거리낌이 없긴 해요.”

“그게 그거지. 어떠냐 노아는.”

“잘 따라와요.”

노아는 며칠 만에 1위계에 도달했다.

보통 평균이 일주일이었으니, 한 달이나 걸렸던 나와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빠른 페이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천재, 이런 건 아니어도 수재쯤은 될 거였다.

사실 뇌속성 원소를 타고난 시점에서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랑 같은 부류인 줄 알았는데, 아쉽네요.”

“노아를 정신 나간 녀석으로 만들지 마라.”

“마법사는 전부 정신이 나갔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정신 나간 녀석으로 만들지 말라는 얘기다.”

까다롭네.

노력은 하겠지만, 제자 키우는 게 마음처럼 안 되는 거 알지?

나중에 뭐라 해도 소용없으니 알아 둬.

엘레라가 말했다.

“노아 말이다.”

“갑자기 여기서 노아의 과거 얘기를 하겠다고요? 그건 나중에 본인의 입으로 들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부모가 죽었다.”

그럴 줄 알았다.

부모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매일 엘레라의 집에 찾아오는 것도 이상하니까.

“어쩌다가요?”

“악신의 사제에게 마을이 습격당했다.”

악신의 사제.

또 듣는 이름이었다.

얘네는 안 끼어드는 곳이 없네.

“다행히 지나가던 대마법사 덕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졌지만, 안타깝게도 거기에 노아의 부모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 대마법사가 엘레라 님인가요?”

“스스로를 대마법사라고 금칠하는 놈이 어딨겠느냐. 그럴 실력도 아니면서.”

“저는 하는데요.”

구체적으로는 곧 대마법사가 될 인재라고 했다.

엘레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놈에게 노아를 맡겨도 되는 건지 원.”

“그래서 엘레라 님은 어디서 끼어드는 건가요. 지금까지의 얘기만 들어선 노아 님이 엘레라 님에게 정을 느낄 포인트가 전혀 없는데요.”

“그 대마법사 옆에 나도 있었다. 그래서 천애고아라 갈 곳이 없는 노아를 거둬 이 마을로 데려왔지. 마을의 촌장에게 노아를 맡긴 건 덤이고.”

“그런 비밀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노아가 엘레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이해가 됐다. 생명의 은인은 대마법사였지만, 이후의 삶을 살게 해준 건 엘레라였으니까.

“그 대마법사의 이름이 뭔가요?”

“그건 왜 묻나.”

“궁금해서요.”

“너도 아는 인간이다.”

아델리안 크로프트. 또 당신입니까.

이 사람은 도대체 활동량이 얼마나 좋은 거야.

계속 보여 계속.

“노아는 갈 곳이 없다. 머무를 곳이 없지. 불쌍한 아이다.”

“저도 스승님이 죽고 본가는 가출해서 비슷한 처지예요. 반갑네요.”

“명심해라. 노아는 갈 곳이 없다.”

“엘레라 님.”

“왜 부르느냐.”

“그래서 갑자기 이 얘기는 왜 하신 건가요?”

아까부터 궁금했지만 표정이 워낙 진지해 이제야 물었다.

“…….”

“혹시 뭔가 이유가 있나요?”

“…….”

“이유가 있지만 말하기 싫은 거군요? 저 예지 마법사에게 하면 안 되는 3가지 중 하나는 알겠어요. ‘예지 마법사에게 이유를 묻지 마라. 말하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미래와 연관된 거니까. 맞죠?”

“알면 그만 좀 물어라.”

엘레라는 퉁명스로운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엘레라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크리스를 불렀다.

“크리스 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식을 준비해 주세요.”

“왜?”

“그런 게 있어요.”

엘레라의 말을 들으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면 노아도 각성해서 마력이 팍팍 늘 거였다.

“스승님. 혹시 사람의 마음이 없어?”

실패했다.

노아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했다가 실패했는지는 적지 않겠다.

그러기엔 내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그래도 시도는 좋았죠?”

“그러라고 알려준 게 아닌데…하아.”

아니었어?

아니면 말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