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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내가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어.”
“드디어 떠올랐나 보군요.”
“우리 아예 온천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팔자. 내 생각보다 온천의 인기가 거세서 앞으로 반년은 안 식을 거 같아. 나무 병사가 은근 귀여우니 얘네를 조각해서 팔고, 여기에 악신의 사제와 싸웠다는 서사를 씌우는 거야. 어때?”
“크리스 님.”
“응.”
“분명 크리스 님에겐 제2 황자와의 협상 준비를 맡기지 않았나요?”
“제2 황자가 성배를 가지고 있다고 확정된 것도 아니잖아. 그래서 내 아이디어는 어때?”
“저는 투자 안 할 게요.”
저런 캐릭터 장사는 잘 풀릴 경우 떼돈을 벌지만, 잘 풀리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노하우도 필요했고 운도 필요했다.
돈을 날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많이는 못 하니까 루이나 님도 조금만 투자해. 나도 너무 위험해서 많이는 안 할 거야.”
본인도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음.
“그럼 금화 10개만 투자할게요.”
“200개.”
“혹시 조금의 뜻을 모르시나요?”
금화 200개는 굉장히 많은 돈이었다.
러프하게 금화 한 개에 100만 원이라고 추정하면 무려 2억 원에 가까운 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는 필요해. 어떻게 할래? 나는 루이나 님이 안 해도 혼자 할 거긴 해.”
잠깐 고민됐지만, 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투자해 볼게요.”
“내가 루이나 님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게.”
크리스는 희희낙락하며 여관을 벗어났다. 당장 공예 길드를 찾아갈 생각인 듯했다.
알아서 잘하겠지. 대상인 지망생 크리스니까.
나는 벌꿀주를 한입 마셨다.
그러자 레온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루이나 님.”
“말하세요.”
“언제까지 그러실 겁니까.”
“저는 평생 술을 마실 건데요?”
“아니요. 그걸 말한 게 아닙니다.”
레온의 시선이 슬쩍 돌아간다. 나도 돌아갔다.
직후 옆에서 쭈그린 채 물을 마시던 남자가 뻘쭘한 표정으로 컵을 내려놨다.
“저기…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아니요.”
“그런가요….”
제리가 다시 물을 홀짝였다. 사연이 많아 보였다.
“대체 무슨 안타까운 사연이 있길래 여기서 처량하게 물을 마시는 걸까요. 궁금하네요.”
“루이나 님. 그래서 저 사람을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생각입니까.”
“레온 님도 참. 친구를 빼앗길 거 같아서 불안하군요?”
“그래서 저 사람을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생각입니까.”
아예 무시라니. 그 짧은 시간 동안 레온이 참 잘 컸구나 싶었다.
“애매해요.”
“애매하면 돌려보내는 게 어떻습니까?”
“맞습니다! 저를 이제 돌려보내 주세요! 다른 녀석들은 전부 풀어줬는데 왜 저만 이러는 겁니까!”
“저를 확실히 죽이려고 했다면 똑같이 갚아줬겠지만, 제리 님은 위협만 한 거잖아요? 근데 또 마법으로 위협을 한 것 자체가 이미 위협 수준을 벗어난 게 아닌가 싶고요.”
내 설명에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복잡하군요.”
“그렇죠? 이런 이유로 고민 중이에요. 갚아줄까, 아니면 말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제리가 다급히 소리쳤다.
“저는 그냥 이대로 있겠습니다! 풀어주지 마세요!”
“하지만 마법사들 사이에서 제리 님이 한 것 정도면 인사 수준이잖아요?”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인사를 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저는 그냥 이대로 있겠습니다. 풀어주지 마세요….”
다시 시무룩해진 제리를 그대로 둔 채 나는 전부터 궁금했던 걸 물었다.
“제리 님 진짜 4위계는 맞아요?”
“맞습니다…. 애초에 굉륜은 4위계가 아니면 배우지 못합니다….”
굉륜은 4위계가 아니면 배우지도 못 한다라.
“그래서 제 스승님이 그런 기준을 정했나 보네요.”
“어떤 기준 말입니까?”
“4위계가 되기 전까진 아델리안 님의 제자라는 걸 어디에도 말하지 않고 다녔거든요.”
“정말 훌륭하신 분이군요. 스스로를 절제하다니. 크로프트 학파 역사에 남을 인격자입니다.”
“과한 칭찬은 오히려 비꼬는 것처럼 들려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리가 눈물을 흘렸다.
진짜 울어서 당황스러웠다.
누가 보면 내가 제리를 쥐잡듯이 잡는 줄 알겠다.
사람 이상하게 만드네?
“제리 님. 자꾸 그렇게 나오면 재미없어요?”
“히이익.”
“장난이에요.”
“루이나 님이 누군가에게 이만큼 관심을 가지는 건 처음인 거 같군요.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유? 이유는 딱히 별거 없었다.
“동문이잖아요. 서로 돕고 살아야죠.”
“…아.”
제리도 좋은지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우리 친해요.
정말이에요.
“그 새끼들도 동문인데 왜 나만….”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싱겁기는.
나는 추가로 말을 보탰다.
“그리고 마법을 배우고 싶어서요.”
“마법 말입니까?”
“네. 굉륜 그거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어차피 주실 생각은 없죠?”
“주다뇨. 마법을 주는 게 가능합니까?”
제리의 질문에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제리가 캑캑댔다. 사레에 들렸나 보다.
저런, 조심 좀 하지.
내가 말했다.
“그래서 가르쳐줄 수 없나요?”
“굉륜은 학파에 가입해 일정 기간 활동한 사람만 배울 수 있는….”
“안 되나요?”
“애초에 당신은 3위계잖아. 가르쳐줘도 못 써.”
“아쉽네요. 그럼 저희는 이쯤에서 이별할까요?”
“당장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방으로 들어간 제리는 굉륜을 시범 삼아 발동하며 설명했다.
“이 가운데 축이 핵심입니다.”
굉륜의 구조는 간단했다.
원소로 축이 될 막대를 가공하고, 그걸 고속으로 회전시켜 막대 주위에 원소의 띠를 만들면 끝이었다.
구조가 간단한 것과 별개로 난이도는 높았지만, 형태 자체가 미로처럼 복잡하진 않았다.
나는 등불 안에 불꽃을 피우고 막대로 가공했다.
다만 평범한 막대가 아니라,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막대로.
파직―. 원소가 완성되다 말고 흩어진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잘 안되네.
직후 제리가 기겁했다.
“저는 분명 제대로 가르쳐 줬습니다! 난이도가 어려운 거예요!”
“저도 알아요.”
이 녀석 내가 무슨 수틀리면 사람을 찌르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줄 알아.
실패 원인은 여럿이었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원소의 제어력이었다.
강한 회전에도 형태를 유지하는 튼튼한 축을 만들기 전엔 어림도 없는 마법이었다.
계승 마법, 한 사람을 대표하는 마법이라….
뭔가 떠오를 듯 말 듯했다.
지금은 넘어가자.
그 후에도 나는 굉륜을 몇 번 시도하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그만뒀다.
당장 해야 될 일이 있으니 이쯤에서 연습을 멈춘 거다.
내가 등불을 내리자 제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마법을 알려드렸으니 저는 이만 가봐도 되겠죠?”
“아니요. 완벽하게 익히기 전까진 안 돼요.”
“…….”
“정 싫으면 가셔도 돼요. 제 마음이 풀렸다면 안 찾을 거예요.”
“기다리겠습니다.”
방에서 나온 나는 아예 여관을 벗어났다.
사람이 가득한 거리를 거닐자 곧 한 건물에 도착했는데, 건물의 간판엔 ‘에테르니아 보관소’라는 짧고 굵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조용한 실내가 나를 반겼다.
보관소는 마치 은행을 연상케 하는 구조였는데, 적당히 빈 곳을 찾아가자 안내원이 말했다.
“무슨 용무로 찾아오셨나요?”
“금고를 확인하려고요.”
가타부타 설명 없이 나는 은패를 건넸다.
은패를 확인한 안내원은 종이를 내밀었다. 여기에 켈튼이 알려준 16글자의 암호를 적으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암호를 눈으로 읽은 안내원은 곧 화염의 원소로 깔끔하게 종이를 태우고 입술을 달싹였다.
“따라오세요.”
보관소의 안쪽은 공간 왜곡 마법이 걸린 곳이라 굉장히 넓었는데, 나는 그중 하나의 방 앞에 멈춰 섰다.
끼익. 안내원이 문을 열자 금화의 산이 나를 반겼다.
이게 대충 금화 3500개였던가.
환생 전으로 치면 35억 원쯤이었다.
전신 완전 치료에 대략 금화 3000개가 필요하니 이것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화상 치료를 할 수 있었으나.
“인출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잘 있는 거 봤으면 됐어요.”
나는 금화를 그대로 둔 채 몸을 돌렸다.
저건 켈튼의 평생이 담긴 돈이었다. 고작 화상 치료에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켈튼은 자기 돈 자기가 쓰는데 참견이 많다고 했지만, 예전에도 말했듯 물려받은 시점에서 저 돈의 주인은 나여서. 어떻게 쓰든 내 마음이었다.
저건 더 의미 깊은 곳에, 좋은 곳에 잘 쓸 생각이다.
“근데 저 돈 제가 만일 범죄자가 되면 빼앗기는 거 아니에요?”
“고객님이 범죄자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 저희는 어디까지나 정해진 패와 암호를 말하면 해당 창고에 맡겨놓은 것들을 돌려드리는 거라서요. 저 창고의 주인이 누군지는 저희도 모른답니다?”
즉 그거다.
은패만 잘 숨기면 설사 범죄자가 돼도 돈 뺏길 일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거다.
이런 돈세탁용으로 이용하기 딱 좋은 사업을 제국 수도에서 잘도 하는구나.
뒷배가 고위 마법사라 그런가?
7위계 마법사가 뒷배면 이 정도는 넘어가 주나 보네.
나는 보관소를 나왔다. 그리고 얼른 제리와의 마법 교실을 즐기기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자리에 멈춰 섰다.
익숙한 로브가 보였다.
저 약품 냄새가 듬뿍 날 거 같은 로브는, 암살자?
반가움에 나는 뮤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벌써 의뢰가 끝났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우선 조용한 곳으로 갈까요?”
뭐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우선 뮤란이 원하는 대로 여관에 들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방음 마법을 발동하자 뮤란은 건너편에 앉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왜 그러시나요. 혹시 성은 압축에 실패했나요?”
뮤란이 내게 사과할 일은 그거밖에 없기에 되묻자, 뮤란이 즉시 대답했다.
“…아니요. 그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설마?”
“…네. 성은을 도둑맞았습니다.”
그 말에 나는 테이블을 톡 쳤다.
흐음.
대체 누가 내 물건에 손을 댔을까.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