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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간만에 찾은 스승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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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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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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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발리온 드라고밀은 헤이즈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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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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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저라도 오랜만에 뵌 스승님이 그런 표정이면 상처받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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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받아도 내가 받아야지. 자네가 왜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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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도 사 왔는데 정말 이러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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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위스키병을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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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한숨을 쉰 발리온은 헤이즈의 앞에 앉으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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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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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에 민감하시네요. 벌써 시가를 애용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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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는 구시대의 유물이나 즐겨라, 뭐 그런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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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승님을 구시대의 망령으로 보겠습니까. 전설이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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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거지. 전설이나 망령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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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길게 시가 연기를 흘린 발리온은 이내 못마땅한 목소리로 헤이즈를 타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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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법에 심취하지 말라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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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적당히 취미 수준으로 익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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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실력이 개판인데 취미는 무슨. 딱 봐도 나라면 둘 다 할 수 있다는 오만에 사로잡혔겠지. 너는 기사가 아니라 악신의 사제가 돼라. 저기 오만의 좌에 앉으면 딱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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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귀신 같은 스승님이었다. 검술을 본 것도 아니고, 그저 걸음걸이만으로 실력을 알아맞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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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현 제국 최강의 검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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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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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게 악신의 사제를 권하는 건 스승님이 처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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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우리는 연단 마법을 익히지만 마법사가 아니다. 이걸 이해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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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은 헤이즈가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제국 길바닥을 굴러다니다 발리온에게 간택됐을 때부터 들었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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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어지간하면 따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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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데 포기하는 것도 부자연스럽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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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어중간하게 재능이 많으면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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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발리온은 시가를 비벼 끈 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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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왜 찾아온 거냐? 스승의 말을 아주 늙은이의 헛소리로 취급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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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황실의 동태가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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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럴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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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은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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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가 있는 방향이었는데, 지금 그가 보는 것은 현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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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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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현 황제에게 검을 가르쳤던 기억을 되새긴 발리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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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나는 이미 모든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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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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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우에도 관계되지 않으니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표현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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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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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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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혀를 찬 발리온은 새로운 시가를 입에 물며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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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불경한 제자라도 직접 집에 찾아오면 스승 된 입장에서 내쫓을 수는 없지.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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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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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만 순순히 말을 듣는구나. 이 제멋대로인 제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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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선물을 들고 오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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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다 봤으면 가라. 바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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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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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응접실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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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밖으로 나온 헤이즈는 갈색 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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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보험은 완성됐는데,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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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지금 준비한 일이 호들갑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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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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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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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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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마녀로 거듭난 나는, 온천의 마녀가 품은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미래의 자신과 함께 최후의 연단 마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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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습니다. 플로라 님이 루이나 님에게 속삭였죠. 내 의지는 너에게 맡기마. 그 대신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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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사람들이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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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크리스는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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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끝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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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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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 악신의 사제가 탐내던 온천!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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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수는 완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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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현란한 말솜씨도 말솜씨였지만, 나무 인간이 옆에서 춤을 춘 것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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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저희는 위대한 여정을 떠나야 해서 말입니다. 이 장사를 계속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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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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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든 장비와 노하우를 넘겨드리겠습니다. 그 대가로 살짝 추가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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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겠습니다. 당장 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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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식으면 애물단지가 될 추가 짐마차와 대량의 나무통도 후발 주자에게 전부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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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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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건 크리스 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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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얼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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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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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가치나 품질로 인해 추가되는 금액을 일컫는 단어로, 딱 지금 같은 상황에 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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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사제가 탐낸 무언가가 깃든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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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프리미엄은 온천수의 가격을 미친 듯이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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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싼 값에 장비를 죄다 넘긴 것까지 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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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야. 10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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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 눈이 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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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를 벌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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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 2000개를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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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반이 내 것이니 나는 금화 1000개를 번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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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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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포도를 팔았을 당시는 10배를 넘은 20배를 벌었었지만, 그때는 고작 금화 15개를 투자했고 지금은 투자 금액이 늘어났다. 10배의 가치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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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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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대상인 크리스 루트가 더 빠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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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목표 금액의 3분의 1을 채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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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크리스가 쉽게 벌어서 착각할 수 있지만, 지금 크리스가 한 일을 현대로 비유하면 2번의 행상 만에 10억 원을 번 것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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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아찔하고 위험도가 높은 물건만 취급했으나, 벌었으면 승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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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크리스는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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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이 정도로 버는 건 힘든데, 행운의 여신과 함께하니 모든 일이 잘 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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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행운 토템 취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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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다음엔 뭘 하고 싶어. 내게만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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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의 악마도 기겁할 장사 방식을 떠올린 게 저라는 듯한 말투는 하지 말아주세요. 모든 건 크리스 님이 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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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는 머리끝까지 흥분이 차올랐는지 들뜬 숨을 뱉고는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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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쏠게! 전부 먹고 싶은 걸 실컷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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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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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다! 레온 님도 우유를 실컷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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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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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얼른 여관으로 돌아가자. 나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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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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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를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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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꿀주를 먹는 건 좋지만, 그 전에 해야 될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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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동에 크리스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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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루이나 님? 혹시 팔 게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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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생각이 그쪽으로 가는 건가요. 그거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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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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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크리스는 이마를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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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상에 팔 물건을 사려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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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 길드에 들러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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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에 미친 상인을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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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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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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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여관에 가세요. 저는 일을 마치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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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 돼. 소중한 투자자가 사기를 당할 수도 있잖아. 내가 같이 가줄게. 레온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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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러면 수도에 도는 소문을 조사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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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정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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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목적에 맞게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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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황도의 펍으로, 나는 크리스와 함께 성은을 챙겨 연금술 길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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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의 연금술 길드는 굉장히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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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도에서는 화려하지 않는 걸 찾는 쪽이 더 어렵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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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날카로운 냄새가 나를 맞이했다. 금속의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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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미친 마녀가 각종 마법 실험을 한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아무리 화려해도 연금술 길드는 연금술 길드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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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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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심스럽게 사람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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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일을 처리하고 벌꿀주를 먹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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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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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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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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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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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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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암살자로 직업을 바꾸시는 게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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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선 여자는 전형적인 음침한 방구석 마법사의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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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란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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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오늘 처음 봤지만, 어째서인지 실력에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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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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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해 봤는데 제 육체 능력이 별로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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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했군요. 연금술사님. 혹시 실력이 좋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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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연금술사의 제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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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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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쁜 마음에 성은 덩어리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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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는 안경을 고치며 성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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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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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왜 알이 없는 안경을 쓰고 다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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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야 실력이 있어 보여서요. 아무튼 이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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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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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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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치고 너무 대리석 같은 색깔에 암살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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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절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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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성은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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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크기의 성은이 존재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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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암살자가 깜짝 놀랐다. 익숙한 반응이었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 저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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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크기의 성은을 처음 마주하면 누구나 저런 반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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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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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압축해서…등불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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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랑. 등불을 테이블 위에 올리자 암살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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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은을 등불 크기로 압축하려면 작업을 몇 차례나 반복해야 돼요. 들어가는 약품의 수도 엄청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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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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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진행할 수 있어요. 언제까지 작업을 마무리하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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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의 일정은…. 크리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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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일정은 레온 님이랑 상담해야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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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저희도 급한 건 아니라서요. 암살자님의 일정에 맡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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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살자가 아니라 뮤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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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루이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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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성명을 마친 나는 금화 주머니를 꺼내며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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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금으로 얼마를 드리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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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 10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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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크리스와 눈을 마주치자, 크리스가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적정 가격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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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화 10개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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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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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은 어디로 보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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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머무는 곳’에 머무르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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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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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은 짧게 대꾸하고는 성은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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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작업을 시작하고 싶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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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믿음직스러운 행동에 나는 흐뭇하게 웃고는 크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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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여관에 돌아가서 식사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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