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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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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간만에 찾은 스승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

스승, 발리온 드라고밀은 헤이즈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헤이즈는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아무리 저라도 오랜만에 뵌 스승님이 그런 표정이면 상처받는데요.”

“상처를 받아도 내가 받아야지. 자네가 왜 받나?”

“선물도 사 왔는데 정말 이러실 겁니까?”

헤이즈는 위스키병을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작게 한숨을 쉰 발리온은 헤이즈의 앞에 앉으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헤이즈가 말했다.

“유행에 민감하시네요. 벌써 시가를 애용하시고.”

“늙은이는 구시대의 유물이나 즐겨라, 뭐 그런 거냐?”

“누가 스승님을 구시대의 망령으로 보겠습니까. 전설이면 몰라도.”

“그게 그거지. 전설이나 망령이나.”

후우. 길게 시가 연기를 흘린 발리온은 이내 못마땅한 목소리로 헤이즈를 타박했다.

“내가 마법에 심취하지 말라 했을 텐데.”

“그래서 적당히 취미 수준으로 익혔습니다.”

“검 실력이 개판인데 취미는 무슨. 딱 봐도 나라면 둘 다 할 수 있다는 오만에 사로잡혔겠지. 너는 기사가 아니라 악신의 사제가 돼라. 저기 오만의 좌에 앉으면 딱 맞겠다.”

정말 귀신 같은 스승님이었다. 검술을 본 것도 아니고, 그저 걸음걸이만으로 실력을 알아맞히다니.

역시 현 제국 최강의 검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헤이즈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제자에게 악신의 사제를 권하는 건 스승님이 처음일 겁니다.”

“헤이즈. 우리는 연단 마법을 익히지만 마법사가 아니다. 이걸 이해해야 된다.”

저 말은 헤이즈가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제국 길바닥을 굴러다니다 발리온에게 간택됐을 때부터 들었던 말이었다.

그렇기에 어지간하면 따르겠지만.

“할 수 있는데 포기하는 것도 부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이래서 어중간하게 재능이 많으면 안 된다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발리온은 시가를 비벼 끈 후 물었다.

“그래서 왜 찾아온 거냐? 스승의 말을 아주 늙은이의 헛소리로 취급하면서.”

“스승님. 황실의 동태가 분주합니다.”

“벌써 그럴 때인가.”

발리온은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을 바라봤다.

황도가 있는 방향이었는데, 지금 그가 보는 것은 현재가 아니었다.

과거였다.

한때 현 황제에게 검을 가르쳤던 기억을 되새긴 발리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나는 이미 모든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에도 관계되지 않으니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표현하는 거다.”

“스승님.”

“쯧.”

작게 혀를 찬 발리온은 새로운 시가를 입에 물며 말을 꺼냈다.

“아무리 불경한 제자라도 직접 집에 찾아오면 스승 된 입장에서 내쫓을 수는 없지. 안 그런가?”

“감사합니다.”

“이럴 때만 순순히 말을 듣는구나. 이 제멋대로인 제자야.”

“그래서 선물을 들고 오지 않았습니까.”

“일 다 봤으면 가라. 바쁠 텐데.”

“알겠습니다.”

헤이즈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응접실을 벗어났다.

저택 밖으로 나온 헤이즈는 갈색 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보험은 완성됐는데, 과연 어떨까.

제발 지금 준비한 일이 호들갑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정말로.

지난 이야기.

부활의 마녀로 거듭난 나는, 온천의 마녀가 품은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미래의 자신과 함께 최후의 연단 마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때였습니다. 플로라 님이 루이나 님에게 속삭였죠. 내 의지는 너에게 맡기마. 그 대신 너는….”

꿀꺽. 사람들이 침을 삼켰다.

그러자 크리스는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끝맺었다.

“마법의 끝을 보라고.”

“꺄아악!”

“그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 악신의 사제가 탐내던 온천!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온천수는 완판됐다.

크리스의 현란한 말솜씨도 말솜씨였지만, 나무 인간이 옆에서 춤을 춘 것도 한몫했다.

“아쉽지만 저희는 위대한 여정을 떠나야 해서 말입니다. 이 장사를 계속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는 건…!”

“네. 모든 장비와 노하우를 넘겨드리겠습니다. 그 대가로 살짝 추가금을….”

“사겠습니다. 당장 사겠습니다.”

유행이 식으면 애물단지가 될 추가 짐마차와 대량의 나무통도 후발 주자에게 전부 넘겼다.

“루이나 님. 미쳤어.”

“미친 건 크리스 님이에요.”

“대체 이게 얼마야….”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다.

특별한 가치나 품질로 인해 추가되는 금액을 일컫는 단어로, 딱 지금 같은 상황에 쓰면 됐다.

악신의 사제가 탐낸 무언가가 깃든 온천.

그 프리미엄은 온천수의 가격을 미친 듯이 뛰게 했다.

그리고 비싼 값에 장비를 죄다 넘긴 것까지 해 우리는….

“10배야. 10배라고.”

“크리스 님. 눈이 풀렸어요.”

“10배를 벌었다고!”

금화 2000개를 벌었다.

이중 반이 내 것이니 나는 금화 1000개를 번 거였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올렸다.

물론 포도를 팔았을 당시는 10배를 넘은 20배를 벌었었지만, 그때는 고작 금화 15개를 투자했고 지금은 투자 금액이 늘어났다. 10배의 가치가 달랐다.

아니.

진짜로 대상인 크리스 루트가 더 빠르겠는데?

벌써 목표 금액의 3분의 1을 채웠잖아.

이게 크리스가 쉽게 벌어서 착각할 수 있지만, 지금 크리스가 한 일을 현대로 비유하면 2번의 행상 만에 10억 원을 번 것과 똑같았다.

그만큼 아찔하고 위험도가 높은 물건만 취급했으나, 벌었으면 승자 아닌가?

즉 크리스는 승자였다.

“원래라면 이 정도로 버는 건 힘든데, 행운의 여신과 함께하니 모든 일이 잘 풀리네.”

“저는 이제 행운 토템 취급인가요.”

“루이나 님. 다음엔 뭘 하고 싶어. 내게만 말해줘.”

“이 돈의 악마도 기겁할 장사 방식을 떠올린 게 저라는 듯한 말투는 하지 말아주세요. 모든 건 크리스 님이 한 거잖아요.”

크리스는 머리끝까지 흥분이 차올랐는지 들뜬 숨을 뱉고는 외쳤다.

“오늘은 내가 쏠게! 전부 먹고 싶은 걸 실컷 먹어!”

“와!”

“기분이다! 레온 님도 우유를 실컷 먹어!”

“감사합니다.”

“루이나 님. 얼른 여관으로 돌아가자. 나 배고파.”

“잠깐만요.”

나는 크리스를 제지했다.

벌꿀주를 먹는 건 좋지만, 그 전에 해야 될 게 있었다.

내 행동에 크리스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루이나 님? 혹시 팔 게 남았어?”

“뭐든지 생각이 그쪽으로 가는 건가요. 그거 말고요.”

“말고? 아.”

그제야 크리스는 이마를 치며 말했다.

“다음 행상에 팔 물건을 사려는 거구나.”

“연금술 길드에 들러야 돼요.”

이 돈에 미친 상인을 어쩌면 좋을까.

잘 모르겠다.

“그쪽이었구나.”

“먼저 여관에 가세요. 저는 일을 마치고 갈게요.”

“그건 안 돼. 소중한 투자자가 사기를 당할 수도 있잖아. 내가 같이 가줄게. 레온 님은?”

“저는 그러면 수도에 도는 소문을 조사하고 오겠습니다.”

“그럼 결정됐네.”

우리는 각자의 목적에 맞게 흩어졌다.

레온은 황도의 펍으로, 나는 크리스와 함께 성은을 챙겨 연금술 길드로.

황도의 연금술 길드는 굉장히 화려했다.

사실 황도에서는 화려하지 않는 걸 찾는 쪽이 더 어렵긴 했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날카로운 냄새가 나를 맞이했다. 금속의 냄새였다.

그 밖에도 미친 마녀가 각종 마법 실험을 한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아무리 화려해도 연금술 길드는 연금술 길드인 모양이었다.

“계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사람을 불렀다.

얼른 일을 처리하고 벌꿀주를 먹고 싶어서였다.

“…무슨 일이신가요.”

“깜짝이에요.”

그리고 놀랐다.

눈앞에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뗐다.

“지금이라도 암살자로 직업을 바꾸시는 게 어떤가요?”

내 앞에 선 여자는 전형적인 음침한 방구석 마법사의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연금술사란 뜻이었다.

이 사람을 오늘 처음 봤지만, 어째서인지 실력에 믿음이 갔다.

암살자가 대답했다.

“…시도해 봤는데 제 육체 능력이 별로여서요.”

“이미 했군요. 연금술사님. 혹시 실력이 좋으신가요?”

“…수석 연금술사의 제자예요.”

“당신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나는 기쁜 마음에 성은 덩어리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암살자는 안경을 고치며 성은을 살폈다.

“…이건 뭔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왜 알이 없는 안경을 쓰고 다니시나요.”

“…이래야 실력이 있어 보여서요. 아무튼 이게 뭔가요.”

“성은이에요.”

“…성은?”

성은 치고 너무 대리석 같은 색깔에 암살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친절히 설명했다.

“이 안에 성은이 들었어요.”

“…이만한 크기의 성은이 존재했다고요?”

이번엔 암살자가 깜짝 놀랐다. 익숙한 반응이었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 저랬었다.

이만한 크기의 성은을 처음 마주하면 누구나 저런 반응을 한다.

나는 성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걸 압축해서…등불로 만들고 싶어요.”

짤랑. 등불을 테이블 위에 올리자 암살자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 성은을 등불 크기로 압축하려면 작업을 몇 차례나 반복해야 돼요. 들어가는 약품의 수도 엄청나죠.”

“돈은 많아요.”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진행할 수 있어요. 언제까지 작업을 마무리하면 되나요?”

“저희의 일정은…. 크리스 님?”

“글쎄? 일정은 레온 님이랑 상담해야 되지 않나?”

“어차피 저희도 급한 건 아니라서요. 암살자님의 일정에 맡길게요.”

“…저는 암살자가 아니라 뮤란이에요.”

“저는 루이나예요.”

통성명을 마친 나는 금화 주머니를 꺼내며 질문했다.

“선금으로 얼마를 드리면 되나요?”

“…금화 10개면 돼요.”

슬쩍 크리스와 눈을 마주치자, 크리스가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적정 가격인 듯했다.

나는 금화 10개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여기요.”

“…소식은 어디로 보내면 될까요.”

“‘바람이 머무는 곳’에 머무르는 중이에요.”

“…알겠어요.”

뮤란은 짧게 대꾸하고는 성은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당장이라도 작업을 시작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 믿음직스러운 행동에 나는 흐뭇하게 웃고는 크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만 여관에 돌아가서 식사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