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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오직 고통 속에서만 성장했다. 이건 인간의 메커니즘과 관련된 문제였는데, 때문에 편안한 성장이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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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웃긴 점 하나. 고통만으로는 또 성장을 못 했다. 고통만 주면 인간은 망가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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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성장을 하고 싶다면 뇌가 망가지지 않는 적절한 선에서 스트레스를 줘야 됐는데, 듣기만 해도 알겠지만 인간은 참 귀찮은 생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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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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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몰라도 마법도 비슷한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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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를 타고 내려간 물 덩어리가 진로를 바꾼다. 그건 본래라면 액체가 들어가선 안 되는 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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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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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바닷속이 된 듯한, 마치 심해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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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긁어내고 싶은 감각이 찾아오고, 색색거리는 소리가 입을 타고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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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장은 고통이 기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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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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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루트로는 한계에 부딪힌다면,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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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를 옥죄이는 듯한, 숨이 막히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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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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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잊는다. 현 상황을 잊는다. 모든 잡다한 것들을 싹 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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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상대에게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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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익사시키려는, 물이라는 원소에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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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마법은 원소에서 ‘특징’을 발견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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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을 발견해 길을 열고,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며 원소의 이해도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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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가장 깊은 이해도를 가진 건 화염 원소다. 화염 원소에서 나는 ‘공평’과 ‘포식’의 특징에서 각각 3개의 원리를 발견하며 4위계의 원소 이해도를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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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마법은 원소 이해도가 핵심이다. 원소를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자신이 이해한 세상을 구현하는 것. 그게 이 세계 마법의 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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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비워낸 끝에 원소만 오롯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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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선명했지만, 괜찮았다. 마법이니까. 마법이라면 얼마든지 나를 괴롭게 만들어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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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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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나도, 마법을 괴롭게 만들 예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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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원소의 특징이 머릿속을 맴돈다. 허나 감각은 아니다. 내 둔한 감각은 원소의 특징을 잡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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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떨어지는 것이 이런 곳에서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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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관없었다. 감각이 아무리 둔해도, 지금 이렇게 원소의 특징을 때려 박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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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원소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이 시점에선, 그 어떤 때보다 선명히 원소의 특징이 내게 전해진다. 적어도 물 원소가 사람을 어떻게 죽이느냐는 선명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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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전달에 방해됐을 고통은 노이즈가 되지 못했다. 모든 고통을 선명하게 느끼며, 신경 쓰지 않고 물 원소에만 집중한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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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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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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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미세한 실금이지만, 분명 그건 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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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났다는 증거였다. 다만 결국 실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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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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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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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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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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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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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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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폐에 들어간 물을 제어해 밖으로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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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켁켁. 입으로 물을 쏟아낸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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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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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나는 조금 더 목표에 가까워졌다. 모든 마법을 손에 넣겠다는 목표에 한 발짝이나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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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 상태를 점검했다. 어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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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건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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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에 연단 마법의 1단계 각성, 신체 강화를 얻어서 그런가. 더할 나위 없이 튼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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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세이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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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안 망쳤고, 수명을 대가로 바치지 않았고, 신체도 소중히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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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죠? 켈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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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튼:너는 혹시 소중히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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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세상에 안 위험한 일이 어딨겠는가. 뭐든지 리스크와 리턴이 존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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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은 안 입었잖아.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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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튼: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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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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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던 켈튼이 한숨을 쉰 것 같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식은 부모의 말을 안 듣기 마련이고, 제자는 스승의 조언을 거부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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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약속을 최대한 지키는 중이니까. 상위 0.1퍼센트 제자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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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안 태우면 되잖아 얼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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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튼도 그거면 만족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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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물의 원소를 또다시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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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련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는데, 우당탕! 그런 나를 방해하는 외부 세력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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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의 원소를 역소환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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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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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헤이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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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했더니 헤이즈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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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옆에는 레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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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똑같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중이었는데, 상당히 사이가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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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둘이 이렇게 친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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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신기해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헤이즈가 씹어 뱉듯이 끊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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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붙여놓고. 혼자 쏙 가버리는 건. 사람이면. 그럴 수가 없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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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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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참. 깜박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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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연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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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아셨군요. 저는 사람이 아니에요. 마법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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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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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한숨을 쉬는 헤이즈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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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지와 중지로 V자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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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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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가 이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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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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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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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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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불덩어리를 먹는 게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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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바람 칼날을 이빨로 잡아채는 게 시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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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던 학생들에겐 미안했지만, 시험 문제 자체는 심심하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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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시험이니까. 여태 배워온 지식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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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 강의를 듣지도 않는 학생들이 왜 시험 문제를 예측하는 거지. 쟤네 뭐야. 내 팬인가? 이런이런. 유명인은 이래서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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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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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시험 문제를 냈냐고 하면, 그건 한 학생의 반응으로 대충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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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정답률을 10퍼센트로 설계하고 문제를 만드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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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엄살이 심하다. 전부 풀만 한데, 10퍼센트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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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그런 거치고 맞춘 사람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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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네요. 난이도 조절은 완벽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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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의를 열심히 따라왔으면 전부 풀 수 있게 만들었는데, 정답률이 바닥이면 내 실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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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다음엔 조금 더 쉽게 낼 게. 이러면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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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험 문제의 채점을 적영에게 맡기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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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유기가 아닌가 싶겠지만, 원래 채점은 교수가 하는 게 아니다. 밑의 사람들이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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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도 끝났으니 슬슬 강의의 레벨을 더 올리고 싶었다. 내가 이번에 확신한 건데, 체험을 통해 원소 이해도를 올리는 방식은 선명히 원소를 느끼는 게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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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원소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 가장 편하고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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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대대로 불로 몸을 지지는 화염 마법사가 등장하는 게 아니다. 어쨌건 효과가 있으니 계속 나타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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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단순히 지지기만 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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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하는 고통 속에서도, 고통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원소에만 집착하는 광기를 보여줘야 마법사는 비로소 원하는 성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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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화상을 입은 화염 마법사들이 대체로 정신이 나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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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중 최고라는 작열통보다 마법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한 놈들이라니. 이런 놈들이 제정신이면 그게 더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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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신 화상 환자였던 나는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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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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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사랑은 혐오를 이겨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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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지극히 정상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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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대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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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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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로 코랑 입을 막았다가, 켁켁 대며 뱉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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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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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이 잠깐 사이에 더 이상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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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내 평가가 안 좋게 갱신된 거 같다면 그건 착각이었다. 평가라는 건 평가의 내용보다 누가 평가를 했느냐도 중요했다. 신뢰도가 중요한 건데, 금화에 미친 서큐버스 퀸의 평가를 어떻게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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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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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믿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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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왜 나는 갑자기 서큐버스 퀸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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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그거 실제로 만나보니 크리스 님에게 밀리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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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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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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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루이나 님이 이상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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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억울했다. 상당히 진지한 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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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영이 증언해 주세요. 서큐버스와 크리스 님. 둘 중 누가 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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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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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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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주인님을 부른 게 아니라, 주인님이 이상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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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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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던 적영에게까지 배신을 당하니 눈물이 나왔다. 나는 엉엉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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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켁켁켁. 후우. 저를 너무 슬프게 하지 마세요. 이렇게 눈물이 나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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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눈물을 입으로 쏟는구나. 처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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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덕분에 많이 알아가시네요. 이득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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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습관적으로 수련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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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남작님. 그동안 격조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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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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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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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내게 다가와 말을 거는 남자의 정체를 도무지 몰라서였는데, 나는 남자를 찬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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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마를 탄 머리, 태생적으로 느끼한 얼굴, 자의식이 강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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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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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했더니 좋아했던 소꿉친구에게 약혼자가 생겨 발생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5위계가 된 크로닐 테트리스 님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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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그런 방식으로 기억하는 건 그만둬주시기 바랍니다. …근데 저 진짜 잊으셨나요? 농담이죠? 저희 대화도 많이 나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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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농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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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짓말을 싫어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착한 거짓말도 해야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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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심쩍은 반응을 보이는 크로닐에게 나는 바로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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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왜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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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루이나 남작님이 저번에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마법, 특히 불사 관련 소식에 관심이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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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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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관한 정보를 얻어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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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세를 고쳤다. 쓸모 있는 정보를 가져온 상대에게 올바른 행동을 취한 건데, 내 반응에 크로닐은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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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남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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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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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현자의 돌에 대해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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