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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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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인간은 오직 고통 속에서만 성장했다. 이건 인간의 메커니즘과 관련된 문제였는데, 때문에 편안한 성장이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웃긴 점 하나. 고통만으로는 또 성장을 못 했다. 고통만 주면 인간은 망가지므로.

따라서 성장을 하고 싶다면 뇌가 망가지지 않는 적절한 선에서 스트레스를 줘야 됐는데, 듣기만 해도 알겠지만 인간은 참 귀찮은 생명체였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마법도 비슷한 경향이 있었다.

식도를 타고 내려간 물 덩어리가 진로를 바꾼다. 그건 본래라면 액체가 들어가선 안 되는 진로였다.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온 세상이 바닷속이 된 듯한, 마치 심해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가슴을 긁어내고 싶은 감각이 찾아오고, 색색거리는 소리가 입을 타고 흘러나온다.

모든 성장은 고통이 기반된다.

마법도 비슷하다.

정상적인 루트로는 한계에 부딪힌다면,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나를 옥죄이는 듯한, 숨이 막히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고통을 잊는다. 현 상황을 잊는다. 모든 잡다한 것들을 싹 다 버린다.

오직 상대에게 집중한다.

나를 익사시키려는, 물이라는 원소에만 말이다.

이 세계의 마법은 원소에서 ‘특징’을 발견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특징’을 발견해 길을 열고,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며 원소의 이해도가 깊어진다.

현재 내가 가장 깊은 이해도를 가진 건 화염 원소다. 화염 원소에서 나는 ‘공평’과 ‘포식’의 특징에서 각각 3개의 원리를 발견하며 4위계의 원소 이해도를 얻어냈다.

이 세계의 마법은 원소 이해도가 핵심이다. 원소를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자신이 이해한 세상을 구현하는 것. 그게 이 세계 마법의 정체였다.

모든 걸 비워낸 끝에 원소만 오롯이 남았다.

고통이 선명했지만, 괜찮았다. 마법이니까. 마법이라면 얼마든지 나를 괴롭게 만들어도 됐다.

왜냐하면.

그만큼 나도, 마법을 괴롭게 만들 예정이거든.

물 원소의 특징이 머릿속을 맴돈다. 허나 감각은 아니다. 내 둔한 감각은 원소의 특징을 잡아내지 못했다.

재능이 떨어지는 것이 이런 곳에서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감각이 아무리 둔해도, 지금 이렇게 원소의 특징을 때려 박고 있지 않나?

물 원소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이 시점에선, 그 어떤 때보다 선명히 원소의 특징이 내게 전해진다. 적어도 물 원소가 사람을 어떻게 죽이느냐는 선명히 느껴졌다.

원래라면 전달에 방해됐을 고통은 노이즈가 되지 못했다. 모든 고통을 선명하게 느끼며, 신경 쓰지 않고 물 원소에만 집중한다. 그러자.

바스락.

어딘가에 금이 갔다.

아주 미세한 실금이지만, 분명 그건 금이었다.

성과가 났다는 증거였다. 다만 결국 실금이라.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조금 더.

조금…, 더.

…….

…….

허억.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폐에 들어간 물을 제어해 밖으로 빼냈다.

켁켁켁. 입으로 물을 쏟아낸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다음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으로 나는 조금 더 목표에 가까워졌다. 모든 마법을 손에 넣겠다는 목표에 한 발짝이나마 더.

나는 몸 상태를 점검했다. 어디 보자.

아주 건강하네.

직전에 연단 마법의 1단계 각성, 신체 강화를 얻어서 그런가. 더할 나위 없이 튼튼했다.

이러면 세이프였다.

얼굴도 안 망쳤고, 수명을 대가로 바치지 않았고, 신체도 소중히 했잖아.

맞죠? 켈튼?

-켈튼:너는 혹시 소중히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나?

솔직히 세상에 안 위험한 일이 어딨겠는가. 뭐든지 리스크와 리턴이 존재하는 법이다.

부상은 안 입었잖아. 한잔해.

-켈튼:에휴.

감사합니다.

부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던 켈튼이 한숨을 쉰 것 같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식은 부모의 말을 안 듣기 마련이고, 제자는 스승의 조언을 거부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나는 약속을 최대한 지키는 중이니까. 상위 0.1퍼센트 제자라 할 수 있겠다.

얼굴만 안 태우면 되잖아 얼굴만.

켈튼도 그거면 만족하겠지.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물의 원소를 또다시 소환했다.

다시 수련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는데, 우당탕! 그런 나를 방해하는 외부 세력이 등장했다.

나는 물의 원소를 역소환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누구야.

“야.”

“안녕하세요 헤이즈 님.”

누군가 했더니 헤이즈였나.

심지어 옆에는 레온도 있었다.

둘은 똑같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중이었는데, 상당히 사이가 좋아 보였다.

언제 둘이 이렇게 친해졌어.

그게 신기해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헤이즈가 씹어 뱉듯이 끊어 말했다.

“싸움을. 붙여놓고. 혼자 쏙 가버리는 건. 사람이면. 그럴 수가 없잖아. 안 그래?”

아하.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참. 깜박했네.

나는 태연히 대답했다.

“이제야 아셨군요. 저는 사람이 아니에요. 마법사예요.”

“하아.”

길게 한숨을 쉬는 헤이즈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레온.

나는 검지와 중지로 V자를 그렸다.

그 후 질문했다.

“그래서 누가 이기셨나요?”

“죽어.”

중간고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분명 불덩어리를 먹는 게 시험이다.

‘아니? 바람 칼날을 이빨로 잡아채는 게 시험이야.

라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던 학생들에겐 미안했지만, 시험 문제 자체는 심심하게 냈다.

시험은 시험이니까. 여태 배워온 지식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근데 내 강의를 듣지도 않는 학생들이 왜 시험 문제를 예측하는 거지. 쟤네 뭐야. 내 팬인가? 이런이런. 유명인은 이래서 곤란했다.

하여간.

그래서 무슨 시험 문제를 냈냐고 하면, 그건 한 학생의 반응으로 대충 설명하겠다.

“혹시 정답률을 10퍼센트로 설계하고 문제를 만드셨습니까?”

요즘 학생들은 엄살이 심하다. 전부 풀만 한데, 10퍼센트는 무슨.

[주인님. 그런 거치고 맞춘 사람이 없는데?]

“이상하네요. 난이도 조절은 완벽했는데요.”

내 강의를 열심히 따라왔으면 전부 풀 수 있게 만들었는데, 정답률이 바닥이면 내 실수긴 하지.

알았어. 다음엔 조금 더 쉽게 낼 게. 이러면 괜찮지?

나는 시험 문제의 채점을 적영에게 맡기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직무 유기가 아닌가 싶겠지만, 원래 채점은 교수가 하는 게 아니다. 밑의 사람들이 하는 거다.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슬슬 강의의 레벨을 더 올리고 싶었다. 내가 이번에 확신한 건데, 체험을 통해 원소 이해도를 올리는 방식은 선명히 원소를 느끼는 게 핵심이었다.

즉 원소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 가장 편하고 확실했다.

괜히 대대로 불로 몸을 지지는 화염 마법사가 등장하는 게 아니다. 어쨌건 효과가 있으니 계속 나타나는 거였다.

뭐, 단순히 지지기만 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웠지만.

작렬하는 고통 속에서도, 고통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원소에만 집착하는 광기를 보여줘야 마법사는 비로소 원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래서 화상을 입은 화염 마법사들이 대체로 정신이 나간 거였다.

고통 중 최고라는 작열통보다 마법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한 놈들이라니. 이런 놈들이 제정신이면 그게 더 신기했다.

그럼 전신 화상 환자였던 나는 뭐냐고?

나는 마법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거라 다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사랑은 혐오를 이겨낸다고.

따라서 나는 지극히 정상인이었다.

“루이나 님. 대체 뭐해?”

“뭐가요?”

“왜 물로 코랑 입을 막았다가, 켁켁 대며 뱉어내?”

“신경 쓰지 마세요.”

“루이나 님이 잠깐 사이에 더 이상해졌어….”

방금 내 평가가 안 좋게 갱신된 거 같다면 그건 착각이었다. 평가라는 건 평가의 내용보다 누가 평가를 했느냐도 중요했다. 신뢰도가 중요한 건데, 금화에 미친 서큐버스 퀸의 평가를 어떻게 믿겠는가.

응?

어떻게 믿냐고.

“루이나 님. 왜 나는 갑자기 서큐버스 퀸이 됐어?”

“서큐버스 그거 실제로 만나보니 크리스 님에게 밀리던데요?”

“뭐가?”

“색기요?”

“진짜 루이나 님이 이상해졌어….”

이건 억울했다. 상당히 진지한 말이었는데.

“적영이 증언해 주세요. 서큐버스와 크리스 님. 둘 중 누가 위인가요.”

[주인님.]

“네. 말하세요.”

[아니. 주인님을 부른 게 아니라, 주인님이 이상하다고.]

“그럴 수가.”

믿던 적영에게까지 배신을 당하니 눈물이 나왔다. 나는 엉엉 눈물을 쏟아냈다.

“켁켁켁켁. 후우. 저를 너무 슬프게 하지 마세요. 이렇게 눈물이 나오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눈물을 입으로 쏟는구나. 처음 알았어.”

“저 덕분에 많이 알아가시네요. 이득 보셨어요.”

그렇게 내가 습관적으로 수련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루이나 남작님. 그동안 격조했습니까.”

“네. 잘 지냈어요.”

근데 누구세요.

나는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내게 다가와 말을 거는 남자의 정체를 도무지 몰라서였는데, 나는 남자를 찬찬히 살폈다.

가르마를 탄 머리, 태생적으로 느끼한 얼굴, 자의식이 강한 행동.

아하. 기억났다.

“누군가 했더니 좋아했던 소꿉친구에게 약혼자가 생겨 발생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5위계가 된 크로닐 테트리스 님이셨군요?”

“사람을 그런 방식으로 기억하는 건 그만둬주시기 바랍니다. …근데 저 진짜 잊으셨나요? 농담이죠? 저희 대화도 많이 나눴는데요?”

“당연히 농담이에요.”

나는 거짓말을 싫어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착한 거짓말도 해야 되는 법이다.

미심쩍은 반응을 보이는 크로닐에게 나는 바로 질문했다.

“그래서 왜 오셨나요.”

“아, 루이나 남작님이 저번에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마법, 특히 불사 관련 소식에 관심이 많다고.”

“네.”

“그에 관한 정보를 얻어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나는 자세를 고쳤다. 쓸모 있는 정보를 가져온 상대에게 올바른 행동을 취한 건데, 내 반응에 크로닐은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루이나 남작님.”

“네.”

“혹시, 현자의 돌에 대해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