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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으로 쪼개기 전문가인 마왕은 승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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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경지에 닿아버린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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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1000년 전 용사가 자신을 희생해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게 마왕이 약해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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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괴물을 막아낸 용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야지, 마왕을 약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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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사람들은 마왕을 두려워했다. 몇십 년 주기로 찾아오는 괴이 발생 기간에 마왕의 흔적을 더듬으며 벌벌 떠는 게 그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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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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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왕을 찾기 위해 내게 의뢰를 넣은 백탑주는, 제대로 정신이 나간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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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대가의 균형이 안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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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마왕을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의뢰라는 걸 알았다면 아무리 고유 마법이 보상이었어도 절대 의뢰를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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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말에 지아블은 여유롭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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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나. ‘마왕을 조사하는 거라면, 고유 마법을 대가로 지불하기엔 충분하지 않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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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고 마족의 탐색을 부탁하면 누구나 마족 탐색이 목적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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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의심하는 건 마법사의 당연한 습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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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열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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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긴 한데, 한 대 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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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지아블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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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마족을 조금 들쑤신다고 마왕이 진짜 강림했겠나. 꼬리가 아주 약간 잡히는 수준이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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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아니까 저도 참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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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게 엄청 위험한 일이었으면 마탑주고 뭐고 들이받았지. 아니니 참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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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에 하나 위험할 가능성이 있긴 했지만, 그건 모든 일이 마찬가지라. 냉정히 리스크와 리턴을 계산하면 굉장히 남는 장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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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궁금한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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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정말 살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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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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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근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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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그 괴물의 생존을 확신하는 이유가 뭘까. 그게 의문이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아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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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니 말이야. 특별히 알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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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이 응접실을 나갔다. 따라오라는 의미였기에 나는 얌전히 일어나 지아블의 옆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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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마법사들의 인사를 받아주던 지아블은 곧 백탑의 최정상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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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주의 층. 백탑주의 공간에 도착한 지아블은 층 한곳에 마련된 네모난 공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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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인 내게는 굉장히 익숙한, 엘리베이터를 닮은 무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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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네모난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탑주가 마법을 발동하고, 직후 행성이 나를 잠깐 놓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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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만든 게 분명한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밑으로 내려간다. 중간층으로, 지상층으로, 지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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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런 걸 무슨 수로 만들었나 의문일 정도로 엘리베이터가 끝없이 밑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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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내핵에 닿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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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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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가벼운 효과음이 고막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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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아블과 빤히 바라봤다. 도착한 거 아니냐는 시선이었는데, 내 시선에 지아블은 엘리베이터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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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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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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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 소리가 귀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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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박동 소리를 닮은 그건 생명체의 심장 소리는 아니었다. 보지 않아도 알았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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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심장 소리가, 이토록 커다랄 수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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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밖에는 지하라고 믿기지 않는 거대한 공간이 뻥 뚫려 있었는데, 나는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가 발판 끝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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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박동 소리가 들린다. 두근. 고개를 내렸다.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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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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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에 맞춰 별이 푸른 빛을 내뿜는다. 푸른 빛이 파도치듯 거대한 별을 훑으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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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다면 신비롭고, 두렵다면 두려운 그 광경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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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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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심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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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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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게 자연물일 리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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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을 지고 별의 심장을 내려다보던 지아블은, 이내 나직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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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의 초대 탑주가 만든 별의 심장은 별의 운명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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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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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심장이 마지막으로 박동한 게 1000년 전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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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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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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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의 심장은, 마왕의 등장급이 아니면 깨어나지 않는 마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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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말을 들으니 상황이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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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전 이후로 여태까지 심장이 멈추지 않았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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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빠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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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이 나왔다. 마왕의 등장 이후로 한 번도 심장 박동이 멈추지 않았다는 건, 마왕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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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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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1000년 내내 별의 심장이 뛴 거라서. 꼭 네가 살아 있을 동안 마왕이 난리를 칠 거라는 법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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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러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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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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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긴 왜야. 나는 영원히 살 거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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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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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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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마왕을 찾겠다고 들쑤시고 다니는 사람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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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생명체를 증오한다. 그건 본능의 영역이고, 따라서 마왕이 힘을 충분히 갖췄다면 반드시 인류를 멸절하기 위해 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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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마왕이 조용한 지금은 힘이 없으니, 찾아내서 죽여야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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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잘 통하는군. 내 제자라도 하지 않을 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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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만 보면 다 그 얘기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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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동하는 별의 심장을 한참 구경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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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유 마법 남은 거 언제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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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자연스럽게 하나 더 받아 가려 하는구나. 그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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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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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 파르트나는 팔걸이를 두들기며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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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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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누군가 말을 걸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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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년이 지아블의 시야에 잡힌다. 지아블에겐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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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에게 고유 마법을 넘겼던 하산이 지아블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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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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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 좋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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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은 루이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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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떠도는 소문의 반만 진실이어도 루이나는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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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증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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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탐사를 부탁하자마자, 며칠도 안 돼 서큐버스를 홀랑 납치해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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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은 테이블 위에 놓인 병 안에서 꺼내 달라고 소리치는 서큐버스를 흘긋 살폈다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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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모인다. 별빛을 닮은 반짝이는 빛이 지아블의 손끝에 맺히고, 지아블이 가볍게 손가락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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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서큐버스가 반으로 갈라져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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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이 마족을 원한 건 마족을 찾는 행위 자체가 지아블에게 도움이 됐기 때문이었다. 이미 마족을 찾아낸 시점에서 마족 자체는 쓸모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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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은 눈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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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비밀을 파헤친다’라는 목적을 가진 백탑은 문자 그대로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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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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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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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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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면에 도사린 각종 위험을 찾아내 세상에 경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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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백탑의 사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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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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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 좋은 건 증명이 됐죠. 그러니 부른 거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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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 좋으니 불렀다. 그건 얼핏 들으면 마족 탐사를 잘할 것 같아서 불렀다는 의미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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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뭔가 달랐다. 뭔가, 다른 의미가 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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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은 루이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되새기다가, 차분히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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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거 같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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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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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확실한 게 어딨나. 그저 감일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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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주님의 감이라면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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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지아블이 루이나를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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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지아블이 루이나에게 의뢰를 맡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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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미 지아블이 루이나에게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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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은 탁자에 놓인 차를 한입 마시며 호흡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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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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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짓이 분명 마왕이 의태 한 거 같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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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거리가 멀긴 했죠. 성배를 교국에 돌려주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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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외에 하는 짓이 이상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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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원래 이상하지 않습니까. 탑주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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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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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인정한 지아블은 아까 본 별의 심장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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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위기가 닥치면 박동을 시작하는 별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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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백탑주가 만든 이 마도구는 인류에 닥친 많은 위기를 예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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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전 마왕이 등장했을 때부터, 마왕이 죽었다고 알려진 후에도 계속 박동하며 끊임없이 경고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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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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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은, 이 별의 심장의 정보를 전부 말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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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별의 심장이 1000년 전부터 박동했던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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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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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간은 미약하게 박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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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심장이 지금처럼 힘차게 다시 박동을 시작한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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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박자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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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블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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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상으로는 일치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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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심장이 다시 거센 박동을 시작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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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루이나가 태어난 시기를 계산하던 지아블은 입맛을 다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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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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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봐야지. 인류가 멸망하게 둘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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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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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끔 착각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사람들의 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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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적다. 아예 없다. 만약 있다고 느꼈다면 잘 생각해 봐라. 그게 관심인지 아니면 단순 접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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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란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행위다. 따라서 무릇 관심을 가진다면 이 정도는 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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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잖아요. 헤이즈 님은 레온 님한테 안 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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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듣자마자 헤이즈가 이를 빠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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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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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사람을 조종하는 이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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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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