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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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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으로 쪼개기 전문가인 마왕은 승천자였다.

신의 경지에 닿아버린 괴물.

비록 1000년 전 용사가 자신을 희생해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게 마왕이 약해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미친 괴물을 막아낸 용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야지, 마왕을 약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마왕을 두려워했다. 몇십 년 주기로 찾아오는 괴이 발생 기간에 마왕의 흔적을 더듬으며 벌벌 떠는 게 그래서였다.

그리고.

그런 마왕을 찾기 위해 내게 의뢰를 넣은 백탑주는, 제대로 정신이 나간 놈이었다.

“이제 보니 대가의 균형이 안 맞는데요.”

처음부터 마왕을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의뢰라는 걸 알았다면 아무리 고유 마법이 보상이었어도 절대 의뢰를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 말에 지아블은 여유롭게 말했다.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나. ‘마왕을 조사하는 거라면, 고유 마법을 대가로 지불하기엔 충분하지 않나?’라고.”

“그렇게 말하고 마족의 탐색을 부탁하면 누구나 마족 탐색이 목적이라 생각해요.”

“본질을 의심하는 건 마법사의 당연한 습관이지.”

이 녀석 열받네.

맞는 말이긴 한데,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지아블이 피식 웃었다.

“뭐, 마족을 조금 들쑤신다고 마왕이 진짜 강림했겠나. 꼬리가 아주 약간 잡히는 수준이면 모를까.”

“그걸 아니까 저도 참는 거예요.”

만약 이게 엄청 위험한 일이었으면 마탑주고 뭐고 들이받았지. 아니니 참는 거다.

물론 만에 하나 위험할 가능성이 있긴 했지만, 그건 모든 일이 마찬가지라. 냉정히 리스크와 리턴을 계산하면 굉장히 남는 장사였다.

그것보다 궁금한 게 생겼다.

“마왕이 정말 살아 있나요?”

“무조건.”

“무슨 근거로요?”

마왕. 그 괴물의 생존을 확신하는 이유가 뭘까. 그게 의문이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아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니 말이야. 특별히 알려주지.”

지아블이 응접실을 나갔다. 따라오라는 의미였기에 나는 얌전히 일어나 지아블의 옆을 걸었다.

지나가던 마법사들의 인사를 받아주던 지아블은 곧 백탑의 최정상으로 올라갔다.

탑주의 층. 백탑주의 공간에 도착한 지아블은 층 한곳에 마련된 네모난 공간에 들어갔다.

현대인인 내게는 굉장히 익숙한, 엘리베이터를 닮은 무언가에.

내 감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네모난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탑주가 마법을 발동하고, 직후 행성이 나를 잠깐 놓는 느낌을 받았다.

마법으로 만든 게 분명한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밑으로 내려간다. 중간층으로, 지상층으로, 지하로.

대체 이런 걸 무슨 수로 만들었나 의문일 정도로 엘리베이터가 끝없이 밑으로 내려간다.

‘이러다 내핵에 닿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때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띵. 가벼운 효과음이 고막을 때린다.

나는 지아블과 빤히 바라봤다. 도착한 거 아니냐는 시선이었는데, 내 시선에 지아블은 엘리베이터 문을 열었다.

그리고.

두근.

박동 소리가 귀를 때렸다.

심장 박동 소리를 닮은 그건 생명체의 심장 소리는 아니었다. 보지 않아도 알았다. 왜냐하면.

―생명체의 심장 소리가, 이토록 커다랄 수가 없었으니까.

엘리베이터 밖에는 지하라고 믿기지 않는 거대한 공간이 뻥 뚫려 있었는데, 나는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가 발판 끝에 섰다.

두근. 박동 소리가 들린다. 두근. 고개를 내렸다. 두근.

별과 눈이 마주쳤다.

박동에 맞춰 별이 푸른 빛을 내뿜는다. 푸른 빛이 파도치듯 거대한 별을 훑으며 지나간다.

신비롭다면 신비롭고, 두렵다면 두려운 그 광경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게 뭔가요.”

“별의 심장이지.”

“인공물이죠?”

“저런 게 자연물일 리 없지 않나.”

뒷짐을 지고 별의 심장을 내려다보던 지아블은, 이내 나직이 말을 이었다.

“백탑의 초대 탑주가 만든 별의 심장은 별의 운명을 알려준다.”

“어떤 식으로요?”

“별의 심장이 마지막으로 박동한 게 1000년 전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 터.”

대충 알았다.

요컨대 그거였다.

저 별의 심장은, 마왕의 등장급이 아니면 깨어나지 않는 마도구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니 상황이 이해됐다.

“1000년 전 이후로 여태까지 심장이 멈추지 않았나 보죠?”

“이해가 빠르군.”

한숨이 나왔다. 마왕의 등장 이후로 한 번도 심장 박동이 멈추지 않았다는 건, 마왕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니까.

“곤란하네요.”

“따지고 보면 1000년 내내 별의 심장이 뛴 거라서. 꼭 네가 살아 있을 동안 마왕이 난리를 칠 거라는 법은 없지.”

“아니요. 그러진 않아요.”

“왜지?”

왜긴 왜야. 나는 영원히 살 거라 그렇지.

마왕이라.

정말,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게다가 마왕을 찾겠다고 들쑤시고 다니는 사람도 있잖아요.”

“마왕은 생명체를 증오한다. 그건 본능의 영역이고, 따라서 마왕이 힘을 충분히 갖췄다면 반드시 인류를 멸절하기 위해 준동했다.”

“즉 마왕이 조용한 지금은 힘이 없으니, 찾아내서 죽여야 된다고요?”

“말이 잘 통하는군. 내 제자라도 하지 않을 테냐?”

“왜 저만 보면 다 그 얘기인지 모르겠네요.”

나는 박동하는 별의 심장을 한참 구경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말했다.

“그래서 고유 마법 남은 거 언제 주나요?”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 더 받아 가려 하는구나. 그만 가라.”

지아블 파르트나는 팔걸이를 두들기며 상념에 잠겼다.

“탑주님?”

그러다 누군가 말을 걸어 고개를 들었다.

젊은 청년이 지아블의 시야에 잡힌다. 지아블에겐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루이나에게 고유 마법을 넘겼던 하산이 지아블에게 질문했다.

“어떠셨습니까.”

“능력이 좋더군.”

지아블은 루이나를 떠올렸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의 반만 진실이어도 루이나는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실제로 증명되기도 했다.

마족 탐사를 부탁하자마자, 며칠도 안 돼 서큐버스를 홀랑 납치해 왔으니까.

지아블은 테이블 위에 놓인 병 안에서 꺼내 달라고 소리치는 서큐버스를 흘긋 살폈다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빛이 모인다. 별빛을 닮은 반짝이는 빛이 지아블의 손끝에 맺히고, 지아블이 가볍게 손가락을 그었다.

동시에 서큐버스가 반으로 갈라져 소멸했다.

지아블이 마족을 원한 건 마족을 찾는 행위 자체가 지아블에게 도움이 됐기 때문이었다. 이미 마족을 찾아낸 시점에서 마족 자체는 쓸모가 사라졌다.

지아블은 눈을 가라앉혔다.

‘세계의 비밀을 파헤친다’라는 목적을 가진 백탑은 문자 그대로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활동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이냐.

간단했다.

세계의 이면에 도사린 각종 위험을 찾아내 세상에 경고하는 것.

그게, 백탑의 사명이었다.

하산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능력이 좋은 건 증명이 됐죠. 그러니 부른 거지 않습니까.”

능력이 좋으니 불렀다. 그건 얼핏 들으면 마족 탐사를 잘할 것 같아서 불렀다는 의미처럼 들렸다.

허나 뭔가 달랐다. 뭔가, 다른 의미가 내포됐다.

지아블은 루이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되새기다가, 차분히 입술을 뗐다.

“아닌 거 같더군.”

“확실합니까?”

“세상에 확실한 게 어딨나. 그저 감일 뿐이네.”

“백탑주님의 감이라면 맞겠죠.”

굳이 지아블이 루이나를 찾은 이유.

굳이 지아블이 루이나에게 의뢰를 맡긴 이유.

그건, 이미 지아블이 루이나에게 알려줬다.

지아블은 탁자에 놓인 차를 한입 마시며 호흡을 골랐다.

그다음 중얼거렸다.

“하는 짓이 분명 마왕이 의태 한 거 같았는데 말이야.”

“엄밀히 따지면 거리가 멀긴 했죠. 성배를 교국에 돌려주지 않았습니까?”

“그거 외에 하는 짓이 이상하지 않았나?”

“마법사는 원래 이상하지 않습니까. 탑주님도요.”

“맞긴 하지.”

시원하게 인정한 지아블은 아까 본 별의 심장을 생각했다.

별에 위기가 닥치면 박동을 시작하는 별의 심장.

초대 백탑주가 만든 이 마도구는 인류에 닥친 많은 위기를 예언했다.

1000년 전 마왕이 등장했을 때부터, 마왕이 죽었다고 알려진 후에도 계속 박동하며 끊임없이 경고했는데.

사실.

지아블은, 이 별의 심장의 정보를 전부 말해주지 않았다.

확실히 별의 심장이 1000년 전부터 박동했던 건 맞다.

다만.

1000년간은 미약하게 박동했었다.

별의 심장이 지금처럼 힘차게 다시 박동을 시작한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닌 것이다.

한 박자 쉬고.

지아블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었다.

“시기상으로는 일치하는데 말이지.”

별의 심장이 다시 거센 박동을 시작한 시기.

그리고 루이나가 태어난 시기를 계산하던 지아블은 입맛을 다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다시 찾아봐야지. 인류가 멸망하게 둘 수는 없지 않나.”

“도와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이 가끔 착각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사람들의 관심이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적다. 아예 없다. 만약 있다고 느꼈다면 잘 생각해 봐라. 그게 관심인지 아니면 단순 접촉인지.

관심이란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행위다. 따라서 무릇 관심을 가진다면 이 정도는 해야 됐다.

“말했잖아요. 헤이즈 님은 레온 님한테 안 된다니까요?”

내 말을 듣자마자 헤이즈가 이를 빠득 갈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조종하는 이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