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57 lines
13 KiB
Markdown
357 lines
13 KiB
Markdown
|
|
오만의 사도는 죽었다. 반신이 검을 뽑은 거다. 코앞에서 탭댄스를 추던 녀석이 죽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
|
|
|
탐식은 도주했다. 녀석을 지옥 끝까지 따라갈 기세로 추격했지만, 아쉽게도 탐식의 도주 능력은 매우 좋아서. 와 피닉스의 힘을 빌렸음에도 붙잡지 못했다.
|
|
|
|
물론 천검이 나서줬으면 설사 도주의 신이라도 반으로 갈라져 죽었겠으나….
|
|
|
|
“너도 만나서 알겠지만, 그놈에게 기대라는 걸 하면 안 된다.”
|
|
|
|
“검 외의 것엔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요.”
|
|
|
|
내 말에 실버즈라의 부인격이 웃었다. 동감이라는 듯 말이다.
|
|
|
|
실버즈라의 주인격은 오만의 사도를 반으로 갈라버린 후, 내 얼굴을 슬쩍 본 다음 다시 내면의 세계로 돌아갔다.
|
|
|
|
‘저 정신병자가 검의 궁극을 보여준다고? 안 본 사이에 눈이 많이 망가졌군. 저건 검을 쥐여 주면 그걸로 마법을 쓸 인간이다’라고 말한 건 덤이었다.
|
|
|
|
근데 다 좋은데, 내가 왜 정신병자야.
|
|
|
|
“아무것도 안 했는데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하다니. 억울하네요.”
|
|
|
|
“아무것도 안 했다고?”
|
|
|
|
내 말에 실버즈라의 부인격이 삐딱하게 끼어들었다.
|
|
|
|
저 인간은 갑자기 왜 저래.
|
|
|
|
나는 친절히 대답했다.
|
|
|
|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
|
|
|
“오만의 사도의 시체를 검으로 푹푹 쑤시던데, 이게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
|
|
|
“검이 아니라 단검이에요.”
|
|
|
|
근데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마법 구출 시도는 해봐야지.
|
|
|
|
즉사해 버린 탓에 아무것도 구출하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
|
|
|
아무튼 이건 인정하시죠?
|
|
|
|
-마법:인정합니다.
|
|
|
|
감사합니다.
|
|
|
|
나는 실버즈라의 부인격…. 아, 계속 이렇게 부르니까 헷갈리네.
|
|
|
|
“저기요.”
|
|
|
|
“뭐지?”
|
|
|
|
“이름을 짓는 게 어떤가요.”
|
|
|
|
“내게 이름은 가치가 없다만?”
|
|
|
|
“그럼 제가 지어드릴게요. 음. 백구는 어때요?”
|
|
|
|
“라즈라고 불러라.”
|
|
|
|
“좋아요.”
|
|
|
|
나는 라즈에게 물었다.
|
|
|
|
“실버즈라 님은 죽기 직전까지 몰려도 내면 세계에서 안 나오시나 보네요?”
|
|
|
|
“검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놈이니까. 자기 목숨보다, 당장 한 번 더 검을 휘두르는 게 중요한 놈.”
|
|
|
|
“죽으면 다 끝이잖아요.”
|
|
|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만, 어쩌겠냐. 실버즈라는 아니라는데.”
|
|
|
|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이었다.
|
|
|
|
죽으면 더는 검술을 익히지 못할 텐데, 이게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
|
|
|
손해와 이득을 재는 저울이 망가진 사람인가?
|
|
|
|
아니면 뇌 용량이 작은 걸 수도.
|
|
|
|
뇌에 검 말고는 아무것도 못 넣는 사람이면 이해됐다.
|
|
|
|
하여간.
|
|
|
|
여기까지 들으면 알겠지만, 이런 실버즈라가 탐식을 죽여주길 바라는 건 양심이 없는 거였다.
|
|
|
|
내 생각엔 오만의 사도도 자신을 죽이려고 해서 죽인 거지, 오만의 사도가 얌전히 도주했으면 그대로 풀어줬다.
|
|
|
|
진짜.
|
|
|
|
검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는 인간이었다.
|
|
|
|
“복구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네.”
|
|
|
|
옆에서 라즈가 중얼거린다.
|
|
|
|
나는 라즈가 바라보는 곳을 같이 살폈다.
|
|
|
|
하늘에 닿을 것 같았던 건물이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
|
|
|
악신의 교단은 실버즈라만 습격하지 않았다. 실버즈라를 따르던 검림 또한 악신의 교단에게 습격을 받았다.
|
|
|
|
어쩐지 실버즈라랑 오만의 사도가 난리를 치는데 검림이 지원을 안 와서 이상하다 싶더니, 각자의 사정이 존재했었다.
|
|
|
|
라즈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
|
|
|
“고생만 하고 얻은 게 하나도 없네.”
|
|
|
|
“얻은 게 왜 없나요. 오만의 사도를 해치워서 세상을 조금 더 평화롭게 만들었잖아요.”
|
|
|
|
“너랑 너무나 안 어울리는 말인데?”
|
|
|
|
“저는 세상의 평화를 원하는 평화의 마녀예요.”
|
|
|
|
몇 번이고 말하지만, 세상이 평화로워야 사람들이 많아졌고, 사람들이 많아져야 인재가 많아졌다. 마법이 많아지는 거다.
|
|
|
|
나는 마법을 위해서라면, 세상도 구할 수 있었다.
|
|
|
|
“평화의 마녀가 아니라 강탈의 마녀겠지.”
|
|
|
|
허나 그런 내 말에 헤이즈가 반박했다.
|
|
|
|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
“헤이즈 님. 자신만만하게 나서놓고, 검이 뜯어먹히자마자 도망간 주제에 기세가 등등하네요.”
|
|
|
|
“내가 언제 도망갔어.”
|
|
|
|
[아빠. 루이나 님을 두고 도망간 거 내가 다 봤어. 아빠에게 실망했어. 이제 평생 루이나 님과 살게.]
|
|
|
|
“미치겠네.”
|
|
|
|
헤이즈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최근 틈날 때마다 저러는데, 세상 모든 사람이 헤이즈처럼 살았으면 거북목이라는 질병은 존재할 수 없었다.
|
|
|
|
나는 거북목은 아니지만, 일단 헤이즈를 따라 하늘을 봤다.
|
|
|
|
구름이 아직도 반으로 갈라져 있다.
|
|
|
|
실버즈라가 남긴 상흔이 얼마나 깊었는지, 하루가 지난 지금도 구름엔 여전히 기다란 자상이 남았다.
|
|
|
|
나는 헤이즈에게 말했다.
|
|
|
|
“만족하셨나요?”
|
|
|
|
“솔직히 말해?”
|
|
|
|
“여기서 거짓말을 해봤자 의미는 없잖아요.”
|
|
|
|
“별 감흥은 없긴 해.”
|
|
|
|
현시대 검의 정점이 보여준 흔적을 시야에 담던 헤이즈는,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
|
|
|
“그래도 대충 알긴 했어.”
|
|
|
|
“뭐를요.”
|
|
|
|
“정점에 이르려면, 미쳐야 된다는 걸.”
|
|
|
|
“확실히 실버즈라 님이 제정신이 아니긴 해요.”
|
|
|
|
“그러니까.”
|
|
|
|
흠.
|
|
|
|
뭔가 이상한데.
|
|
|
|
“헤이즈 님?”
|
|
|
|
“왜?”
|
|
|
|
“실버즈라 님 얘기하는 거 맞죠?”
|
|
|
|
“네 덕분에 많이 배웠어.”
|
|
|
|
“그만 배우세요.”
|
|
|
|
“고마워.”
|
|
|
|
“그만 고마워하세요.”
|
|
|
|
뭐, 이걸로 헤이즈는 스승이 내준 숙제를 완료했다. 검의 정점을 코앞에서 구경하고 마음을 다잡았으니 사실상 120퍼센트 완료였다.
|
|
|
|
검림도 간만에 실버즈라의 검을 구경했으니 이득이었고, 라즈? 라즈는 살았잖아. 한잔해.
|
|
|
|
나? 나도 포식이 4위계에 올랐으니까.
|
|
|
|
물론 진작 공평의 특징을 통해 4위계가 된지라 큰 이득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특징이 성장할수록 고유 마법을 얻을 확률이 높아져서. 무조건 좋았다.
|
|
|
|
다만 문제라면 기껏 검산까지 온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건데, 이것도 괜찮았다.
|
|
|
|
“초대 황제의 검 그거 별로더라고요.”
|
|
|
|
“네가 말하니까 미련이 남아 보인다. 그러다가 눈 돌아서 초대 황제의 검 가져간 도둑놈 죽여버리겠다고 날뛰는 거 아니지?”
|
|
|
|
[아빠. 루이나 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마음씨가 매우 착해. 천사님이야. 음해를 그만둬.]
|
|
|
|
“그거 그만하라고 했다. 기분이 이상하다고.”
|
|
|
|
알겠습니다.
|
|
|
|
“근데 초대 황제의 검은 진짜 별로였어요.”
|
|
|
|
“왜? 성능이 별로야?”
|
|
|
|
“그건 아닌데요, 음. 효율이 별로예요.”
|
|
|
|
초대 황제의 검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잠깐 손을 댄 것만으로도 나는 초대 황제의 검에 담긴 별을 부수는 가능성을 체험했다.
|
|
|
|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인생의 교훈 하나.
|
|
|
|
결국 모든 건, 실제로 사용이 가능해야 의미가 있었다.
|
|
|
|
초대 황제의 검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 그걸 얻기 위해선 맹세를 해야 됐다.
|
|
|
|
인간을 버리고, 인류의 구원자라는 기계장치로 살겠다고 맹세를 해야 됐다.
|
|
|
|
마법의 구원자였다면 고민했겠지만, 인류의 구원자는 조금.
|
|
|
|
상상만 해도 피곤했다.
|
|
|
|
“그래서 걔는 누구냐? 누구길래 갑자기 끼어들어서 초대 황제의 검과 계약을 해.”
|
|
|
|
“저도 잘 모르겠어요.”
|
|
|
|
나는 상황이 혼란스러울 때 슬쩍 사라진, 느닷없이 끼어들어 초대 황제의 검을 가져간 남자를 떠올렸다.
|
|
|
|
남자, 남자가 맞나? 목소리는 남자였지만, 이것도 확실하지는 않았다. 얼굴을 가면으로 가렸는데 목소리도 바꿨을지 누가 아는가.
|
|
|
|
그래도 정황상 남자가 맞으니까. 남자라고 하겠다.
|
|
|
|
나는 가면남이 입은 옷을 주목했다. 남색의 로브. 진짜 이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디자인이었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옷의 소재와 마감이 너무 좋았다. 뛰어난 장인이 만들었다는 뜻이다.
|
|
|
|
그리고 나는 저런 옷을 최근 마법학교 근처에서 파는 걸 봤었다.
|
|
|
|
마법학교 교수? 아니면 학생? 그것도 아니면 마법학교와 상관없는 사람?
|
|
|
|
흠. 잘 모르겠다.
|
|
|
|
게다가 어차피, 큰 관심도 없었다.
|
|
|
|
아무리 연단 마법으로 만들어졌어도 초대 황제의 검은 검이다. 그리고 연단 마법은 마법이라기엔 이질적인 부분이 많아서. 솔직히 이걸 마법이라 부르는 게 맞는지 의심될 때도 많았다.
|
|
|
|
별개로 연단 마법을 주면 받긴 하지만.
|
|
|
|
아무튼 그렇기에 초대 황제의 검에 나는 큰 관심이 없었다.
|
|
|
|
내가 관심 있는 건 오직 하나.
|
|
|
|
마법이었다.
|
|
|
|
마법 얘기 자꾸 하니까 마법이 마려워지네.
|
|
|
|
안 되겠다.
|
|
|
|
나는 피닉스에 올라탔다.
|
|
|
|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헤이즈 님은 저랑 다시 만날 때까지 꼭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 놔야 해요.”
|
|
|
|
“얼른 가라.”
|
|
|
|
*
|
|
|
|
오늘도 체스 특별 활동에서 수많은 승리를 챙긴 프린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프린드? 어디 가냐?”
|
|
|
|
“이만 돌아가서 쉬어야지.”
|
|
|
|
기숙사로 돌아간 프린드는 침대에 앉았다. 룸메이트가 돌아오려면 멀었기에 프린드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손으로 덮었다.
|
|
|
|
[맹약자여. 머리가 아파 보이구나.]
|
|
|
|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큰 건 하나 해결해서 마음이 편해져서 그래.”
|
|
|
|
[시간을 거슬러 세계를 구원하는 구원자라. 내 맹약자에 걸맞은 서사긴 하군.]
|
|
|
|
이클립스가 웃는다. 이클립스의 반응에 프린드도 웃음으로 대꾸해 주려다가, 기운이 나지 않아 짧게 숨을 뱉었다.
|
|
|
|
이번에 프린드가 얻은 건 많았다.
|
|
|
|
첫 번째, 천검의 생존.
|
|
|
|
이건 매우, 매우 큰 업적이었다.
|
|
|
|
검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상관없던 미치광이는, 본인의 주장대로 저번 시간대에선 오만의 사도에게 목이 베여 세상을 떠났다.
|
|
|
|
그로 인해 천검을 먹어 치운 ‘탐식’이 급속도로 성장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이게 인류의 입장에서 매우 안 좋은 분기점이었다.
|
|
|
|
허나 이제 그런 미래는 사라졌다.
|
|
|
|
그것이 굉장히 기꺼운 프린드였다.
|
|
|
|
두 번째, 오만의 사도 사망.
|
|
|
|
오만의 사도는 악신의 교단의 주요 인물이었다. 악신의 교단이 본격적으로 준동하는 지금부터 정말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데, 이게 전부 사라지는 거다. 얼마나 계획이 편해질지 감도 안 잡혔다.
|
|
|
|
아쉽게도 탐식은 생존했지만, 천검을 먹어 치우지 못한 탐식은 아직 안 무서웠다. 아직은 말이다.
|
|
|
|
마지막. 이클립스 확보.
|
|
|
|
저번 시간대에선 악신의 교단에 의해 소멸했던 이클립스를 손에 넣은 것만으로도 프린드는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
|
|
|
격을 무시하고, 권능을 무시하고, 법칙을 무시하는 이클립스다.
|
|
|
|
이클립스만, 이클립스만 있다면―.
|
|
|
|
[맹약자.]
|
|
|
|
“무슨 일이야.”
|
|
|
|
[그래서 나와 맹세해서 무엇을 죽이고 싶은 거지?]
|
|
|
|
이클립스의 질문에 프린드는 멈칫했다.
|
|
|
|
무엇을 죽이고 싶냐라.
|
|
|
|
“신살의 검을 손에 넣어서 죽이고 싶은 건 하나밖에 없지.”
|
|
|
|
[신인가.]
|
|
|
|
프린드는 지금은 미래가 되어버린 과거를 떠올렸다.
|
|
|
|
세상이 불탄다. 모든 생명체가 비명을 지른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검게 변한 세상 한가운데에서 한 명의 초월자가.
|
|
|
|
아니.
|
|
|
|
신이 되어버린 승천자가, 오만, 나태, 질투, 색욕, 분노가 섞인 시선으로, 그리고 그 모든 신성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운’ 시선으로 프린드를 내려다봤다.
|
|
|
|
얼굴을 확인하려 했지만, 승천자의 얼굴은 늘 왜곡돼 있다. 승천자가 신이 되기 전부터 계속. 따라서 승천자의 정체를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
|
|
|
승천자가 손을 든다. 직후.
|
|
|
|
검은 불꽃이, 세상을 먹어 치우기 위해 하늘을 가르며 떨어졌다.
|
|
|
|
아직도 가끔 꿈에서 나오는 장면을 차분히 곱씹던 프린드는, 이내 자신이 회귀하면서 계속 품었던 의문을 입 밖으로 꺼냈다.
|
|
|
|
“이봐. 이클립스.”
|
|
|
|
[무엇이지.]
|
|
|
|
“너, 마신도 죽일 수 있어?”
|
|
|
|
[마신이라. 윤회교의 신을 말하는 건가?]
|
|
|
|
“아니.”
|
|
|
|
확실히 녀석은 악신의 교단이, 윤회교가 배출한 승천자였으나, 딱히 윤회교와는 관련이 없었다.
|
|
|
|
정확히는.
|
|
|
|
녀석의 본질이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
|
|
|
한 박자 쉬고.
|
|
|
|
프린드는 차분히 말을 뱉었다.
|
|
|
|
“너, 마법의 신도 죽일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