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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검은 사람을 가린다. 굉장히 유명한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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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얘기의 원본은 명검이 정말 의지를 가지고 사람을 가린다는 뜻이 아니라, 명검을 쓰레기같이 쓸 놈은 아예 쳐다도 보지 말라는 의미였으나, 여기서 파생된 수많은 일화들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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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이야기와 달리 명검이 진실로 의지를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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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를 가진 명검은 사람을 가리다 못해 주인을 잡아먹기에까지 이르렀는데, 이런 사람을 가리는 명검의 대표적인 예로는 기사왕의 엑스칼리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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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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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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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초대 황제가 환생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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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이 세계에도 엑스칼리버 전설이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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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굳게 꽂힌 검에 우주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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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검신과 검신에 맺힌 새하얀 별들이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왜 난생처음 보는 검을 사람들이 초대 황제의 검이라고 확신했는지 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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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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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초대 황제의 검이 아니면, 이 세상에 그 무엇도 초대 황제의 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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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숨을 죽이고 초대 황제의 검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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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바위에 검이 꽂혀있지만, 그 누구도 초대 황제의 검을 얻으러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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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켜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현재 현장을 통제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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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이 왜 가만히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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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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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의 검이 주는 무게감이 그만큼 엄청난 탓…은 아니고, 보다 직관적인 이유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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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쩍 초대 황제의 검 옆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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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하나가 가만히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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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는 초대 황제의 검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세상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렀는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닫자마자 남자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초대 황제의 검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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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별빛에 꿰뚫려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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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의 검은 사람을 가렸다. 그걸 피닉스의 위에서 목격한 나는 다음 사람을 기다렸는데, 그렇게 차례대로 도착한 사람들이 전부 빛에 꿰뚫려 기절한 걸 구경한 게 딱 30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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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들은 초대 황제의 검을 아무나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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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소강상태는, 그 덕에 나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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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누군가 이 불편한 상황을 깨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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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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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새끼들이 고작 이런 거에 겁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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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호르몬이 넘치다 못해 폭발할 듯한 근육질의 남성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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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의 남자가 초대 황제의 검에 손을 댔다. 모두가 눈을 찡그렸다. 빛이 번쩍이며 남자가 쓰러질 걸 예상해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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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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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다르게 근육질의 남자는 멀쩡하게 서서 초대 황제의 검을 손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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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근육질의 남자를 심판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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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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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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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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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광란에 빠졌다. 기나긴 세월 끝에 드디어 초대 황제의 검의 주인이 정해지려는 거다. 그 신화의 시작을 알리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다니. 설사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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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남자는 광소하며 눈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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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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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남자의 팔근육이 부푼다. 있는 힘껏 검을 뽑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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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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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맹세해. 당연하지. 책임지고 내가,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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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다, 빛에 꿰뚫려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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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재차 침묵한다. 이제 그들의 얼굴에 살짝 두려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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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혹시 마검 아니야? 라는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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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모든 상황을 지켜본 나는 팔짱을 꼈다. 정보를 정리하려던 거였는데, 그런 내 어깨를 누군가가 톡톡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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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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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헤이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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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초대 황제의 검 가지러 안 가? 아까까지만 해도 저건 내 거라면서 거품을 물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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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적이 없는데요. 이상한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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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네. 그래서 안 가지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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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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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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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상한 건지 전혀 눈치 못 챈 사람의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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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턱을 까딱여 초대 황제의 검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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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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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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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폭포 속이면 모를까. 대놓고 길가 바위에 꽂혀 있는데, 이걸 여태까지 아무도 발견 못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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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있다가 이제야 자리를 옮긴 거 아니야? 애초에 여기는 검이 날아다니는 세계잖아. 자리도 옮길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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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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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헤이즈의 말대로였다. 검이 날아다니고, 검이 기어다니고, 검이 뛰어다니는 검산이다. 초대 황제의 검도 어디 땅속 깊은 곳에 묻혀있다가, 심심해서 산책을 나왔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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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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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느낌이 영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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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포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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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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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용기 있는 자가 마법을 얻는다는 격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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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모든 마법사는 용기가 넘친다. 그리핀도르로 가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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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먹은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바위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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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용기 넘치는 모습에 사람들이 감탄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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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족인가? 근데 귀가 짧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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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등불을 든, 은발 녹안의 마법사? 저거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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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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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의 마녀가 왜 검의 성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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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검사라 강탈의 마녀가 신경 안 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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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놈. 연단 마법조차 강탈의 마녀가 탐내는 마법이라는 걸 모르는 거냐? 조심해라. 네 평생 성과를 단번에 빼앗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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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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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크리스가 내 자서전인지 사기전인지 모를 MSG를 치사량으로 뿌린 책을 잔뜩 판매했을 텐데, 왜 아직도 저런 괴소문이 도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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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사람의 마법을 강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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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거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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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구출로만 얻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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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들으면 내가 사람이 궁지에 몰릴 때까지 기다린 후 상황적 우위를 바탕으로 마법을 거래하거나, 상대가 거래할 생각이 없어 보이면 죽여서 마법을 강제로 뺏어오는 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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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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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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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대 황제의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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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기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초대 황제의 검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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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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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의 마녀가 초대 황제의 검에 선택받는다고? 마법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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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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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관문은 통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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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기다려. 아직 2차 관문이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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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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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에 손을 댔다면 그다음은 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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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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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대 황제의 검을 뽑기 위해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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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머릿속에 음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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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을 갖춘자여. 그대는 맹세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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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아까 근육질 남자가 중얼댔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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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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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맹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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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삶을 오직 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 쓰겠다고 맹세해라. 내 힘을 오직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쓰겠다고 맹세해라. 인류를 위해 살겠다고 맹세해라. 그렇다면 나 이클립스가, 너를 신살자로 만들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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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의 검이 내게 맹세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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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굉장히 익숙한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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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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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발견한 ‘공평’의 특징과 맞닿은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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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대 황제가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외신들을 쫓아냈는지 이제야 완벽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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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간의 몸으로 신이 됐다고 해도, 상대는 처음부터 신이었다. 고작 그 정도로는 완벽히 외신들을 몰아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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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초대 황제는 거기에 맹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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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을, 모든 힘을, 모든 여력을 세계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쓰겠다고 맹세해, 그에 맞는 힘을 추가로 얻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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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맹세의 힘을 알았다. 약속의 힘을 알았다. 의 사용자가 그걸 모르면 그게 더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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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저 요구에 내가 꺼낼 말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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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직 마법을 위해 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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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군. 생각이 바뀌면 다시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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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초대 황제의 검, 이클립스와의 연결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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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맛을 다시며 이클립스에서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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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된 건지 사람들이 당황스러워한다. 별빛에 공격을 당하지도, 그렇다고 초대 황제의 검을 뽑지도 않은 상황이 이상해서였는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헤이즈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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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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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을 얻으려면 인류의 구원자가 되기로 약속해야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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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어도 못 할 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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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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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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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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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하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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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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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를 굴복시킨 나는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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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의 검은 확실히 대단했다. 잠깐 만져본 것만으로도 알았다. 초대 황제의 검에 담긴 어마어마한 힘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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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모든 힘은 얻어야 의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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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구원자가 돼야만 얻을 수 있는 힘이라면,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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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든 수단을 다 찾아보고, 세상 전체를 뒤졌음에도 영생을 못 얻었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딱히 내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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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초대 황제의 검이 발견돼 기분이 좋아졌었는데, 팍 식었다. 저런 애물단지는 줘도 사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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텄다 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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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을 돌리며 헤이즈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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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마법학교로 돌아갈 테니, 헤이즈 님은 꼭 스승님의 명령을 완수하도록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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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도 신중하군.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넘어오다니. 아니면 애초에 관심이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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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리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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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남자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굉장히 낮은 목소리였으나, 사람들은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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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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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낮은 목소리가, 시끌벅적한 군중을 짓누르고, 고고하게 존재감을 뽐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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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머리카락과 새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남자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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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흥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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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말뜻을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전에, 남자는 초대 황제의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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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발광한다. 모든 걸 분쇄할 듯이 격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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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자에겐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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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신성력으로 모든 빛을 억누른 남자는 초대 황제의 검을 신성력으로 밀봉하고, 모두에게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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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사도가 고한다. 모두 꺼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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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물든 별빛이, 세상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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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앞마당에서 너무 까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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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검은색 별빛이 반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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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사도 앞에 선 실버즈라는 상대에게 검을 겨누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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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부터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건 네놈들밖에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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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군. 천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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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사도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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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실버즈라도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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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사도가 실버즈라와 눈을 마주친다. 실버즈라도 마찬가지다. 오만의 사도와 눈을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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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이라도 하듯, 아주 짧게 서로를 훑어보던 실버즈라와 오만의 사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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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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