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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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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검은 사람을 가린다. 굉장히 유명한 얘기였다.

물론 이 얘기의 원본은 명검이 정말 의지를 가지고 사람을 가린다는 뜻이 아니라, 명검을 쓰레기같이 쓸 놈은 아예 쳐다도 보지 말라는 의미였으나, 여기서 파생된 수많은 일화들은 달랐다.

원본 이야기와 달리 명검이 진실로 의지를 가진 것이다.

의지를 가진 명검은 사람을 가리다 못해 주인을 잡아먹기에까지 이르렀는데, 이런 사람을 가리는 명검의 대표적인 예로는 기사왕의 엑스칼리버가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했느냐.

어쩌면 초대 황제가 환생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아니면 이 세계에도 엑스칼리버 전설이 있거나.

바위에 굳게 꽂힌 검에 우주가 담겼다.

칠흑 같은 검신과 검신에 맺힌 새하얀 별들이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왜 난생처음 보는 검을 사람들이 초대 황제의 검이라고 확신했는지 알 거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저게 초대 황제의 검이 아니면, 이 세상에 그 무엇도 초대 황제의 검이 아니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초대 황제의 검을 지켜봤다.

대놓고 바위에 검이 꽂혀있지만, 그 누구도 초대 황제의 검을 얻으러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시켜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현재 현장을 통제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가만히 있냐.

간단했다.

초대 황제의 검이 주는 무게감이 그만큼 엄청난 탓…은 아니고, 보다 직관적인 이유가 존재했다.

나는 슬쩍 초대 황제의 검 옆을 살폈다.

남자 하나가 가만히 누워 있다.

저 남자는 초대 황제의 검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세상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렀는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닫자마자 남자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초대 황제의 검에 손을 뻗었다.

그다음 별빛에 꿰뚫려 기절했다.

초대 황제의 검은 사람을 가렸다. 그걸 피닉스의 위에서 목격한 나는 다음 사람을 기다렸는데, 그렇게 차례대로 도착한 사람들이 전부 빛에 꿰뚫려 기절한 걸 구경한 게 딱 30분 전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초대 황제의 검을 아무나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앞서 말한 소강상태는, 그 덕에 나온 거였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누군가 이 불편한 상황을 깨주길 바라면서.

그때였다.

“사내새끼들이 고작 이런 거에 겁먹어?”

남성 호르몬이 넘치다 못해 폭발할 듯한 근육질의 남성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근육질의 남자가 초대 황제의 검에 손을 댔다. 모두가 눈을 찡그렸다. 빛이 번쩍이며 남자가 쓰러질 걸 예상해서였는데―.

“하하!”

예상과 다르게 근육질의 남자는 멀쩡하게 서서 초대 황제의 검을 손으로 잡았다.

별빛이 근육질의 남자를 심판하지 않은 것이다.

“어?”

“어라?”

“이런 씨발!”

사람들이 광란에 빠졌다. 기나긴 세월 끝에 드디어 초대 황제의 검의 주인이 정해지려는 거다. 그 신화의 시작을 알리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다니. 설사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근육질 남자는 광소하며 눈을 번뜩였다.

“드디어, 드디어!”

근육질 남자의 팔근육이 부푼다. 있는 힘껏 검을 뽑기 위해서였다.

직후.

“어? 맹세해. 당연하지. 책임지고 내가, 으아아악!”

남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다, 빛에 꿰뚫려 기절했다.

사람들이 재차 침묵한다. 이제 그들의 얼굴에 살짝 두려움이 일었다.

저거 혹시 마검 아니야? 라는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흠. 모든 상황을 지켜본 나는 팔짱을 꼈다. 정보를 정리하려던 거였는데, 그런 내 어깨를 누군가가 톡톡 건드렸다.

내가 말했다.

“무슨 일인가요. 헤이즈 님.”

“너는 초대 황제의 검 가지러 안 가? 아까까지만 해도 저건 내 거라면서 거품을 물었잖아.”

“저는 그런 적이 없는데요. 이상한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말아 주세요.”

“억울하네. 그래서 안 가지러 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헤이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상한 건지 전혀 눈치 못 챈 사람의 반응이었다.

나는 턱을 까딱여 초대 황제의 검을 가리켰다.

“저거요.”

“저게 왜.”

“무슨 폭포 속이면 모를까. 대놓고 길가 바위에 꽂혀 있는데, 이걸 여태까지 아무도 발견 못 했다고요?”

“다른 곳에 있다가 이제야 자리를 옮긴 거 아니야? 애초에 여기는 검이 날아다니는 세계잖아. 자리도 옮길 수 있지.”

헤이즈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확실히 헤이즈의 말대로였다. 검이 날아다니고, 검이 기어다니고, 검이 뛰어다니는 검산이다. 초대 황제의 검도 어디 땅속 깊은 곳에 묻혀있다가, 심심해서 산책을 나왔을지도 몰랐다.

다만.

그냥 느낌이 영 별로였다.

“그럼 포기하게?”

“그건 아니고요.”

옛말에 용기 있는 자가 마법을 얻는다는 격언이 있다.

즉 모든 마법사는 용기가 넘친다. 그리핀도르로 가야 됐다.

나는 겁먹은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바위 위에 섰다.

그 용기 넘치는 모습에 사람들이 감탄을 뱉었다.

“요정족인가? 근데 귀가 짧은데?”

“잠깐. 등불을 든, 은발 녹안의 마법사? 저거 그거다.”

“설마….”

“강탈의 마녀가 왜 검의 성지에?”

“우리는 검사라 강탈의 마녀가 신경 안 쓰지 않을까?”

“멍청한 놈. 연단 마법조차 강탈의 마녀가 탐내는 마법이라는 걸 모르는 거냐? 조심해라. 네 평생 성과를 단번에 빼앗길 수 있으니까.”

이상하다.

분명 크리스가 내 자서전인지 사기전인지 모를 MSG를 치사량으로 뿌린 책을 잔뜩 판매했을 텐데, 왜 아직도 저런 괴소문이 도는 거지.

내가 언제 사람의 마법을 강탈했어.

정당한 거래로.

정의로운 구출로만 얻었잖아.

누가 들으면 내가 사람이 궁지에 몰릴 때까지 기다린 후 상황적 우위를 바탕으로 마법을 거래하거나, 상대가 거래할 생각이 없어 보이면 죽여서 마법을 강제로 뺏어오는 줄 알겠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하여간.

나는 초대 황제의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의 기능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초대 황제의 검에 손을 얹었다.

“어라?”

“강탈의 마녀가 초대 황제의 검에 선택받는다고? 마법사인데?”

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차 관문은 통과였다.

“잠깐 기다려. 아직 2차 관문이 남았어!”

맞는 말이었다.

검에 손을 댔다면 그다음은 뭐겠는가.

뽑는 거였다.

나는 초대 황제의 검을 뽑기 위해 힘을 줬다.

동시에 머릿속에 음성이 들렸다.

[자격을 갖춘자여. 그대는 맹세할 수 있는가?]

이래서 아까 근육질 남자가 중얼댔던 거구나.

나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어떤 맹세요.”

[그대의 삶을 오직 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 쓰겠다고 맹세해라. 내 힘을 오직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쓰겠다고 맹세해라. 인류를 위해 살겠다고 맹세해라. 그렇다면 나 이클립스가, 너를 신살자로 만들어주겠다.]

초대 황제의 검이 내게 맹세를 요구한다.

내게는 굉장히 익숙한 방식이었다.

이건, 그래.

내가 발견한 ‘공평’의 특징과 맞닿은 부분이 있었다.

나는 초대 황제가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외신들을 쫓아냈는지 이제야 완벽히 이해했다.

아무리 인간의 몸으로 신이 됐다고 해도, 상대는 처음부터 신이었다. 고작 그 정도로는 완벽히 외신들을 몰아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초대 황제는 거기에 맹세를 더했다.

모든 삶을, 모든 힘을, 모든 여력을 세계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쓰겠다고 맹세해, 그에 맞는 힘을 추가로 얻어낸 것이다.

나는 맹세의 힘을 알았다. 약속의 힘을 알았다. 의 사용자가 그걸 모르면 그게 더 이상했다.

따라서, 저 요구에 내가 꺼낼 말은 정해졌다.

“저는 오직 마법을 위해 살 거예요.”

[아쉽군. 생각이 바뀌면 다시 와라.]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초대 황제의 검, 이클립스와의 연결이 끊겼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이클립스에서 손을 뗐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사람들이 당황스러워한다. 별빛에 공격을 당하지도, 그렇다고 초대 황제의 검을 뽑지도 않은 상황이 이상해서였는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헤이즈에게 다가갔다.

“실패야?”

“네.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을 얻으려면 인류의 구원자가 되기로 약속해야 되더라고요.”

“네가 죽어도 못 할 짓이네.”

“하면 해요.”

“못 하잖아.”

“하면 해요.”

“그래. 하면 하지.”

이겼다.

헤이즈를 굴복시킨 나는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초대 황제의 검은 확실히 대단했다. 잠깐 만져본 것만으로도 알았다. 초대 황제의 검에 담긴 어마어마한 힘들을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힘은 얻어야 의미가 생겼다.

세계의 구원자가 돼야만 얻을 수 있는 힘이라면, 굳이?

정말 모든 수단을 다 찾아보고, 세상 전체를 뒤졌음에도 영생을 못 얻었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딱히 내키지 않았다.

기껏 초대 황제의 검이 발견돼 기분이 좋아졌었는데, 팍 식었다. 저런 애물단지는 줘도 사양이었다.

텄다 텄어.

나는 몸을 돌리며 헤이즈에게 말을 걸었다.

“저는 이제 마법학교로 돌아갈 테니, 헤이즈 님은 꼭 스승님의 명령을 완수하도록 하세―.”

“천검도 신중하군.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넘어오다니. 아니면 애초에 관심이 없는 건가?”

그리고 자리에 멈춰 섰다.

평온한 남자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굉장히 낮은 목소리였으나, 사람들은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그 낮은 목소리가, 시끌벅적한 군중을 짓누르고, 고고하게 존재감을 뽐냈으니까.

새까만 머리카락과 새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남자가 웃었다.

“여흥은 끝났다.”

남자의 말뜻을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전에, 남자는 초대 황제의 검을 뽑았다.

별빛이 발광한다. 모든 걸 분쇄할 듯이 격렬하게.

그러나 남자에겐 소용이 없었다.

악신의 신성력으로 모든 빛을 억누른 남자는 초대 황제의 검을 신성력으로 밀봉하고, 모두에게 선포했다.

“오만의 사도가 고한다. 모두 꺼지도록.”

검게 물든 별빛이, 세상을 물들였다.

“남의 집 앞마당에서 너무 까부는 것 아닌가?”

그리고 검은색 별빛이 반으로 갈라졌다.

오만의 사도 앞에 선 실버즈라는 상대에게 검을 겨누며 한숨을 쉬었다.

“대낮부터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건 네놈들밖에 없을 거다.”

“드디어 나왔군. 천검.”

오만의 사도가 웃는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실버즈라도 피식 웃었다.

오만의 사도가 실버즈라와 눈을 마주친다. 실버즈라도 마찬가지다. 오만의 사도와 눈을 마주친다.

탐색이라도 하듯, 아주 짧게 서로를 훑어보던 실버즈라와 오만의 사도는.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