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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되는 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을 저울에 올리는 행위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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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모든 걸 영원히 포기하는 대신, 그에 맞는 대가를 얻는 것. 그게 리치화의 본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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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리치가 되는 순간 마법사는 한계를 넘어선다. 정당한 대가를 받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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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계 마법사라면 5위계라는 대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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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계 마법사라면 6위계라는 대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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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기에 6위계 마법사가 7위계 리치가 되는 건 굉장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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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란 생각보다 높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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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한 인간의 삶을 바친다고 7위계가 되기엔, 삶의 가치가 너무나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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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리치화로 7위계가 됐다면 그건 원래 7위계가 될 인간이 마침 리치도 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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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가 이렇다. 8위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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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계는 리치화로 도달하는 게 그냥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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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서 도망친 자들이 도달하기엔, 8위계가 너무 지고의 경지여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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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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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으로 회전하는 막대를 축으로 불꽃의 띠가 2개 겹쳐서 돌고, 이윽고 언데드 무리에 투하되며 강렬한 모터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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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륜(轟輪)에게 언데드 무리가 갈려 나간다. 쾌조의 시작이었으나, 내 표정은 덤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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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시전 한 제리의 표정도 덤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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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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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적이 가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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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리치는 군단을 이끌고 다닌다지만, 이건 과하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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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곳에 얼마나 숨어 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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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50년? 감도 안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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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히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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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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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을 입은 언데드가 달려든다. 데스나이트. 죽어서도 검을 놓지 못하는, 검의 망령이 붉은 안광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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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위협적인 모습이었지만, 나는 신경도 안 쓰고 그 뒤편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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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검과 검의 싸움이라면, 절대 패배하지 않는 성기사가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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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마리의 데스나이트가 검을 휘두른다. 모든 걸 포기한 끝에, 생전의 검술에 더해 미래에 도달할 검술까지 손에 넣은 검격이 비처럼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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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레온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빙글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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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검은 매서웠지만, 결국 본능에 기대는 검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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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검은 1대1이라면 모를까. 이런 난전 속에서는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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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레온의 검과 데스나이트의 검이 가볍게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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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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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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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나이트의 검이 데스나이트의 검을 때린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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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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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나이트의 검이 데스나이트의 검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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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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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멍하게 만든다. 데스나이트의 검들이 난잡하게 섞이고, 그 실타래처럼 꼬인 검들 사이로 레온은 신성력이 가득 담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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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데스나이트 2체가 반으로 갈라진다. 살아남은 데스나이트들이 분노하며 검을 휘둘렀지만, 그들에게 이지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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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뚜벅뚜벅 앞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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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언데드가 불꽃의 바퀴에 갈려 나가고, 넘쳐나는 고위 언데드가 신성한 검에 땅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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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사이를 지나쳐, 이윽고 이 모든 일의 원흉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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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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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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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의 안광이 붉게 빛난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리치의 뼈를, 정확히는 영원히 완성될 수 없는 리치의 검은색 뼈를 시선에 담았다가, 리치의 등 뒤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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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군단이 제각각의 기운을 내뿜으며 나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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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켈레톤 메이지가 많았는데, 그 모습에 나는 툭하고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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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사람을 언데드로 만드는 건 범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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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라. 모두가 직접 선택한 건데, 왜 네가 참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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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의 말에 호응하듯 수많은 스켈레톤 메이지가 포효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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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여상한 태도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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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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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영혼이라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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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육체라 말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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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인연이라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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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맞긴 했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다른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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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그건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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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연속돼야 자아가 생성됐다. 기억과 자아가 동일하지 않다? 그건 사실상 다른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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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켈레톤 메이지는 자아라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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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그저, 이지를 잃은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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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정말 설명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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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마을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스켈레톤 메이지가 되는 걸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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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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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를 빤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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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에 리치는 고개를 까딱였다. 흡사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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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비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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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가 왜 그래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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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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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었다. 리치에게 그럴 의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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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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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공평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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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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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나무줄기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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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병사가 정렬한다. 일, 십, 백…. 수백 체의 나무 병사가 단단한 나무 방패와 나무 검을 든 채 적을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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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맞춰 스켈레톤 솔저가 리치의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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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이 서로를 마주 보는 광경은 꽤 장관이었다. 바람이 분다. 달그락 소리만이 내 귀에 들린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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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체의 나무 병사와 수백 체의 스켈레톤 솔저가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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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격돌의 결과는 반반이었다. 나무 병사와 스켈레톤 솔저는 서로 비슷한 교환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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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 상황에선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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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력을 빨아간 나무 병사가 시간을 역행하듯 몸을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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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솔저 또한 부서진 뼈를 회복했지만, 내 나무 병사와 속도 차이가 확연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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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리치가 몸을 꿈틀거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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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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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휘저었다. 내 손짓을 따라 굵은 나무줄기가 하늘로 솟구치고, 이내 거대한 사람의 형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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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거인의 주먹이 대지를 때린다. 그게 한두 개가 아니다. 총 3체의 나무 거인이 정면을 초토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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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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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분노한다. 자신이 평생 가꿔온 정원이 망가지는 거다. 정원사 입장에서 그것만큼 화나는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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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의 충실한 충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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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기사가 유령마를 타고 앞으로 달린다. 유령마는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 기동력을 보여주며, 나무 거인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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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거인이 몸을 흔들며 얼굴 없는 기사를 떼어내려 했지만, 유령마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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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나무 거인의 약점은 속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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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장에 나무 거인만 있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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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불을 흔들었다. 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얼굴 없는 기사를 정확히 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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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언데드인 듀라한이다. 그래서 고작 불꽃을 고속으로 쏘아냈을 뿐인 마법으로는 큰 타격을 주기 어려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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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경직만으로도, 나무 거인의 주먹이 닿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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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들이 찌그러져 허공을 유영한다. 동시에 리치가 마력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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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에게서 시작된 죽음의 마력이 마지막으로 남은 듀라한에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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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하늘로 손을 뻗고, 그 손에 죽음의 마력이 붙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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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마력이 형태를 갖춘다. 거대한 검이 완성된다. 죽음을 흩날리는 거대한 검이 하늘을 찌르고, 듀라한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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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거인이 무너진다. 흙먼지가 일어난다. 당당하게 나무 거인을 무너트린 듀라한이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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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나무 거인 2체가 듀라한을 막으려 했지만, 그러기엔 스켈레톤 솔저가 너무 질겼다. 수십 체가 넘는 스켈레톤 솔저가 나무 거인을 타고 올라가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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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도를 닮은 참상이었다. 생명을 포식하는 망자가 생명의 원소로 이루어진 나무 거인을 물어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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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거인이 거세게 스켈레톤 솔저를 떼어낸다. 개미가 밟히는 것처럼 해골 괴물들이 전부 밟혀 으스러지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밟아도 밟아도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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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거인이 고정된 타이밍을 노리고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마법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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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하늘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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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웅. 나무 거인이 무릎을 꿇는다. 땅이 흔들린다. 우워어어어―. 거대한 무언가가 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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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시체로 만들어진 골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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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하나, 둘, 셋…끝없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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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을 언데드가 가득 메운다. 저위 언데드와 고위 언데드를 가리지 않고, 바글바글하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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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광소를 터트리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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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의 영역에 들어온 건방진 년아. 본좌가 친히 망자로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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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전황은 리치에게 유리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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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입장에서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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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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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력이 어마어마하게 빠져나가고, 구구궁. 땅에서 나무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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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구친 나무가 형태를 이룬다. 두꺼운 줄기가 엮이며 수십 미터 길이의 거대한 몸체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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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뱀을 닮은 그런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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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나뭇가지들이 엮이며 신체 부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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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되다 만 날개가 달린다. 어깨에 되다만 팔이 달린다. 머리에 되다만 뿔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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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되다 말았다. 제대로 된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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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뿔에, 날개에, 팔에 불꽃이 맺히고, 되다만 뱀이 포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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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되려다 타락한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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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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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거대한 꼬리로 듀라한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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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걸 준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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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와이번이 공중을 누빈다. 강철이에게 산성 액을 뿌리는 본 와이번. 치이익. 강철이의 몸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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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되지 못한 강철이다. 그에게 허락된 영역은 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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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강철이에게 본 와이번의 수직 공격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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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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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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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 박동을 따라, 마법이 발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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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엔 상위호환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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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만의 개성이라는 건 허상이다. 둘을 비교하면 반드시 우월한 쪽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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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경쟁을 하며 성장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간다. 더 위로 가기 위해 생각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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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란, 그런 사고방식에 의거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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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다만 날개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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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다만 팔에 근육이 붙고, 되다만 뿔이 끝까지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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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이의 몸이 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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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드래곤이 아니라, 동양의 용과 비슷하게 바뀐 강철이의 눈이 맑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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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이의 몸을 감싼 바람의 원소가 폭풍이 돼 본 와이번을 떨어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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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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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이의 입에 불꽃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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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의 특징의 세 번째 원리, ‘조약’을 발견하며 나는 4위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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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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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원하는 ‘조약’을 선언하고, 그걸 지킴으로써 원하는 대가를 손에 넣는 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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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특기 마법인 염뢰(炎雷)가 그 예시였다. 염뢰는 ‘나는 하루에 한 번 내가 피워낸 불의 원소를 포식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발동된 마법의 위력은 먹어 치운 횟수에 비례해 마법의 위력이 강해진다.’라는 조약을 통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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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약은 도중에 변경이 가능했으나, 조약은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법. 계속 바꿔대면 위력이 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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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필살기는 원래, 한 번만 쓸 때가 제일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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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이의 입에 모인 불꽃이 불꽃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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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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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배로 증폭된 푸른 불꽃이 강철이의 입을 불태운다. 속에 천불을 키워 태생적으로 불꽃을 다루도록 설계된 강철이도 버티지 못하는 고온의 청염이 대기의 온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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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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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렇지 않게 강철이를 향해 소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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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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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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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이, 세상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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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닿은 청염이 사방으로 퍼진다. 청염의 파도가 언데드를 덮치고, 파괴의 불꽃에 닿은 모든 언데드가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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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솔저도, 스켈레톤 메이지도, 데스나이트도, 듀라한도, 시체 골렘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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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데드가 전소된 상황에서, 리치가 뒷걸음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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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치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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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말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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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위계라고? 그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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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세요. 이게 무슨 7위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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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계는 홀로 국가와 필적하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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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 정도로는 따라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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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가, 본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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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법 내놓으세요. 무슨 고유 마법을 지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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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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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기어나온 본 와이번이 리치를 태우고 하늘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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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도주라니. 이래서 한 번이라도 도망친 놈들이 안 됐다. 도주가 아주 습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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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좋은 선택도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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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에에엑! 신성한 짐승이 날아와 본 와이번을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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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와이번과 함께 추락한 리치가 땅을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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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리치를 발톱으로 꾸욱 짓누르는 피닉스. 녀석이 고개를 쳐든다. 칭찬을 해달라는 건데, 나는 적당히 쓰다듬고 리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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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미 내 손에는, 천칭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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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님. 무슨 고유 마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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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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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중에 사용하지 않은 걸 보면 제작 계통인가 봐요? 어쩐지 6위계치고 언데드들이 과하게 많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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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면 어쩔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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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반쯤 포기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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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즉시 답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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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예요. 제게 고유 마법을 주신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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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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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마법에게도 더 좋은 일이에요. 리치인 당신은 마법을 성장시키지 못하지만, 저는 성장이 가능하거든요. 당신의 마법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드릴게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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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합리적인 말이었다. 이거면 리치도 마음에 들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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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리치는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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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년, 대체 무슨 고유 마법을 가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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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칭, 생장, 미로, 진화예요. 우리 애들이 참 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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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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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가 웃음을 터트린다. 굉장히 유쾌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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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는 리치가 됨으로써 많은 걸 잃었다. 그 잃어버린 목록엔 감정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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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리치는 생전의 감정을 모방하듯 따라 할 뿐이었으나, 어째서인지 지금의 리치는 진심으로 유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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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굉장히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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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웃던 리치는, 곧 웃음을 멈추며 음산한 목소리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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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말러스 크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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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엘피니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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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망은 한 가지다. 마법의 끝을 본다. 그걸 위해 살아왔고, 그걸 위해 모든 걸 포기했다. 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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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기묘한 소리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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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해진 말러스의 로브 사이로 붉은 보석 같은 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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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안에 고이 모셔진 그건 보석 주제에 심장처럼 박동했는데, 저게 뭔지는 묻지 않아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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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심장에 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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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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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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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탐 원소로 만들어진 단검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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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급히 단검으로 보석 심장을, 라이프베슬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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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베슬이 부서진다. 나는 단검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고유 마법이라기엔 크기가 너무 작은 마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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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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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차피, 마법이 없는 삶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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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처럼 바스러지는 말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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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러스의 잔해를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다가, 속으로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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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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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리치가 라이프베슬을 자기 몸에 가지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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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도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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