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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의 배척에 내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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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을 땅에 묻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건장한 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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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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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상인이에요. 그러다가 습격을 받아서 말도 잃고 길도 잃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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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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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화전민 마을에 섞이기 작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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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거라도 나눠주실 수 있나요? 저희가 식량이 거의 다 떨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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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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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 유발로 화전민 마을에 섞이기 작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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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잘 곳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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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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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을에서 나와 근처에 야영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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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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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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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내가 말했잖아. 우리들은 걷기만 해도 수상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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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혼자서 올 걸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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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더 이상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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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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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서 여행한다면, 그건 무조건 마법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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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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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서 식재료를 꺼내 크리스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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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식사를 한다는 작전이 실패했으니, 우선 배부터 채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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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요리 주머니를 흔들며 재료를 냄비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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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국자로 요리를 젓는 크리스. 나는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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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불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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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손만 뻗어 불을 피워낸 제리를 살폈다가, 곧 연기를 뱉으며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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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느닷없이 실종됐다. 그게 의아해 파틀러는 내게 의뢰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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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해피 중세랜드다. 그렇기에 사람이 실종되든 길가에 묻히든 그건 일상이었으나, 그럼에도 파틀러의 제자가 죽은 건 신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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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마법사인 파틀러의 제자는 마법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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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계 마법사가 반쯤 신이라고 언젠가 말한 적이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8위계 마법사는 별명조차 반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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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만난 바로는 나름의 제약이 있는 듯했지만, 본인이 말하길 가벼운 제약이라 하니, 정말 8위계 마법사만 되면 이 세상에 군림하는 게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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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파틀러의 제자가 8위계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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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 세상의 모든 건 상대적인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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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군림하기 위해선 8위계쯤은 돼야 가능했지만, 세상이 아니라 다른 곳에 군림한다면 그 밑의 위계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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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겐 3위계, 아니. 2위계 마법사조차 재앙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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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마법사가 특권 계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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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마법이라는 지식을 독점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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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마법사가 공포의 대상이자 우러름을 받는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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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위험하면서 강력한 힘이었다. 그런 힘을 사역하는 마법사는, 당연하지만 매우 위험하며 강력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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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가 마음에 안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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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소수의 인간이 독점하면, 그만큼 마법의 숫자도 줄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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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비록 후순위로 밀려났지만, 언젠가 이 구조를 개선할 생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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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워낙 해야 될 일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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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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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 파틀러의 제자는 3위계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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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계 마법사? 진지하게 비능력자 입장에선 그게 신이었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수십 명을 몰살하는데, 그게 신이 아니면 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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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3위계 마법사가 평범한 화전민의 마을에서 실종된 거다.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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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끄며 생각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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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틀러의 제자가 이곳에 온 건 희귀 약초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서만 난다는 희귀 약초를 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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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평범한 목적인 만큼 파틀러의 제자가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지는 않았을 텐데, 원한이라도 산 것처럼 실종된 게 굉장히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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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생각보다 더 열심히 하네. 이번 일은 마법과 관련이 없어서 흥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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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야 없지만, 일이잖아요. 세상에 어떻게 재밌는 일만 하고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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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은 그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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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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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내가 쾌락에 미친 쾌락주의자인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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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큰 오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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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하기 싫다고 미루면 언젠가 더 큰 손해로 다가왔다. 인생의 법칙이다. 외워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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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행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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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 가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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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에게 당했겠죠. 저렇게 외부인을 싫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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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대답한 건 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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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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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계 마법사가 비능력자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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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계면 한창 어깨가 하늘에 닿았을 시기죠. 방심하고 잠에 빠졌다가, 그대로 머리가 달아났을지 누가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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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계 마법사는 비능력자들에게 신이나 다름없었지만, 정말 신은 아니었다. 정면 대결이라면 모를까. 암살의 영역으로 가면 비능력자에게도 방법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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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계 마법사는 워낙 완성도가 높아 암살이 안 통하지만, 3위계 마법사야. 독한 마음을 먹는다면 처리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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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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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런 짓을 했을까요? 할 이유가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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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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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거슬리다고 3위계 마법사를 쓱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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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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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엔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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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단순히 거슬린다는 이유로 3위계 마법사를 죽이는 건 너무 위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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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실패하면 역으로 몰살인데, 가만히 있으면 떠날 마법사를 굳이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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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이 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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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을 사람들이 파틀러 님의 제자를 죽였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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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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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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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얻은 정보라고는 마을 사람들이 외지인을 싫어한다는 것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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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추측이 가능하면 그건 예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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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 않기 위해 마을에 슬쩍 녹아들어 정보를 모으려던 거였는데, 계획대로 안 풀려서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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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플랜 B로 넘어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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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A. 여행객으로 위장해 정보 얻기는 실패했으니, 이제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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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님.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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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손목에 불꽃의 띠가 장전되고, 이윽고 반지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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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가 손가락을 타고 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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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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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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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탄환이 내게 적중되자마자 얇게 나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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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얇은 막이 쳐진 감각을 느끼며 나는 몸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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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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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화 마법이 성공적으로 발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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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지속 시간은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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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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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갔다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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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스튜가 식기 전에 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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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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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을로 조용히 잠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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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민의 마을은 기본적으로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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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해 뭉친 자들이다. 여유라는 게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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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쟁터에서도 여유를 갖는 게 사람이라는 족속이니까. 아예 숨도 못 쉬고 살지는 않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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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을을 걸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찾은 건데, 얼마간 걷자 사람들이 모인 게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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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두런두런 떠드는 와중 나는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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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지인이 너무 많이 찾아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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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그마한 마을에 뭐 볼 게 있다고 자꾸 오는지 모르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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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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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처음부터 당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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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하던 대화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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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내가 옆에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고 계속 입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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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왔던 사람들은 자기들을 여행객이라고 하던데, 내 평생 그렇게 화려한 여행객은 처음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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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은발의 여자 말이야. 요정족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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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정족 여자의 옆에 있던 여자는 무슨 몸이 서큐버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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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크리스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해도 너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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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나를 빼놓고 웃어서 살짝 소외감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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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웃던 마을 사람들은 곧 진정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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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왔던 마법사도 그렇고, 이번에 온 여행객도 그렇고, 혹시 비밀이 새어 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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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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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끼어든 위협적인 목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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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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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든 사람은 우리가 마을에 처음 왔을 때 앞장서서 쫓아냈던 남자였는데, 그는 눈을 가라앉히며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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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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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여기는 우리밖에 없잖아. 콜린. 잠깐 떠든―, 켁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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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해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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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알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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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이 사납게 으르렁대며 멱살을 잡자, 해리슨이 다급히 바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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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을 놔준 콜린은 마지막으로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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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입을 함부로 놀리다가는, 제명에 못 죽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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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이 자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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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해리슨은 끝까지 지켜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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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내 윗사람이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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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사람이 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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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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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꿍얼대며 흩어진다. 그래도 콜린이 무섭긴 했는지 불만이 많음에도 순순히 말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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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짱을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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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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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그냥 평범한 화전민 마을은 아닐 거 같았지만, 별개로 비밀이니 뭐니 하는 얘기를 들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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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사제와 연관된 마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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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비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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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외신과 관련된 마을? 최근에 벤트와 술래잡기를 했던 기억 탓인지 이것도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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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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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이내 다리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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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화 마법이 풀리기 전에 정보를 더 모아볼 생각이었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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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그래야 하는데. 누나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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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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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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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귀에 흥미로운 대화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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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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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마을, 실종,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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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서로 슬픈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남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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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거의 밝혀진 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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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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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제물을 바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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