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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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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의 배척에 내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외지인을 땅에 묻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건장한 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여기는 무슨 일이지?”

“저희는 상인이에요. 그러다가 습격을 받아서 말도 잃고 길도 잃어서―.”

“꺼져라.”

자연스럽게 화전민 마을에 섞이기 작전, 실패.

“먹을 거라도 나눠주실 수 있나요? 저희가 식량이 거의 다 떨어져서요.”

“꺼져라.”

동정심 유발로 화전민 마을에 섞이기 작전, 실패.

“하다못해 잘 곳이라도.”

“꺼져.”

우리는 마을에서 나와 근처에 야영지를 펼쳤다.

내가 말했다.

“쉽지 않은데요?”

“루이나 님. 내가 말했잖아. 우리들은 걷기만 해도 수상하다니까.”

“차라리 혼자서 올 걸 그랬네요.”

“그랬으면 더 이상했을걸?”

“왜요?”

“여자 혼자서 여행한다면, 그건 무조건 마법사잖아.”

“일리가 있어요.”

나는 에서 식재료를 꺼내 크리스에게 건넸다.

마을에서 식사를 한다는 작전이 실패했으니, 우선 배부터 채울 생각이었다.

크리스가 요리 주머니를 흔들며 재료를 냄비에 넣었다.

능숙하게 국자로 요리를 젓는 크리스. 나는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치익. 불이 붙는다.

나는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손만 뻗어 불을 피워낸 제리를 살폈다가, 곧 연기를 뱉으며 상념에 잠겼다.

사람이 느닷없이 실종됐다. 그게 의아해 파틀러는 내게 의뢰를 넣었다.

이곳은 해피 중세랜드다. 그렇기에 사람이 실종되든 길가에 묻히든 그건 일상이었으나, 그럼에도 파틀러의 제자가 죽은 건 신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마법사인 파틀러의 제자는 마법사였으니까.

8위계 마법사가 반쯤 신이라고 언젠가 말한 적이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8위계 마법사는 별명조차 반신이었다.

물론 실제로 만난 바로는 나름의 제약이 있는 듯했지만, 본인이 말하길 가벼운 제약이라 하니, 정말 8위계 마법사만 되면 이 세상에 군림하는 게 가능해졌다.

물론 파틀러의 제자가 8위계인 건 아니다.

허나 이 세상의 모든 건 상대적인 법.

세상에 군림하기 위해선 8위계쯤은 돼야 가능했지만, 세상이 아니라 다른 곳에 군림한다면 그 밑의 위계로도 충분했다.

일반인에겐 3위계, 아니. 2위계 마법사조차 재앙이었으니까.

그러니 마법사가 특권 계층인 것이다.

그러니 마법이라는 지식을 독점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린 것이다.

그러니, 마법사가 공포의 대상이자 우러름을 받는 대상인 것이다.

마법은 위험하면서 강력한 힘이었다. 그런 힘을 사역하는 마법사는, 당연하지만 매우 위험하며 강력한 존재였다.

이 구조가 마음에 안 들긴 했다.

마법을 소수의 인간이 독점하면, 그만큼 마법의 숫자도 줄었으니까.

때문에 비록 후순위로 밀려났지만, 언젠가 이 구조를 개선할 생각이 있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워낙 해야 될 일이 많아서.

각설하고.

듣기로 파틀러의 제자는 3위계 마법사였다.

3위계 마법사? 진지하게 비능력자 입장에선 그게 신이었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수십 명을 몰살하는데, 그게 신이 아니면 뭐겠는가.

그런 3위계 마법사가 평범한 화전민의 마을에서 실종된 거다.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끄며 생각을 이었다.

파틀러의 제자가 이곳에 온 건 희귀 약초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서만 난다는 희귀 약초를 얻기 위해서.

굉장히 평범한 목적인 만큼 파틀러의 제자가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지는 않았을 텐데, 원한이라도 산 것처럼 실종된 게 굉장히 이상했다.

“루이나 님. 생각보다 더 열심히 하네. 이번 일은 마법과 관련이 없어서 흥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흥미야 없지만, 일이잖아요. 세상에 어떻게 재밌는 일만 하고 사나요.”

“루이나 님은 그러잖아.”

“그럴 리가요.”

누가 보면 내가 쾌락에 미친 쾌락주의자인 줄 알겠다.

굉장히 큰 오해였다.

당장 하기 싫다고 미루면 언젠가 더 큰 손해로 다가왔다. 인생의 법칙이다. 외워둬라.

나는 일행에게 질문했다.

“짐작 가는 게 있나요?”

“마을 사람들에게 당했겠죠. 저렇게 외부인을 싫어하는데.”

내 질문에 대답한 건 제리였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3위계 마법사가 비능력자에게요?”

“3위계면 한창 어깨가 하늘에 닿았을 시기죠. 방심하고 잠에 빠졌다가, 그대로 머리가 달아났을지 누가 압니까.”

3위계 마법사는 비능력자들에게 신이나 다름없었지만, 정말 신은 아니었다. 정면 대결이라면 모를까. 암살의 영역으로 가면 비능력자에게도 방법은 많았다.

4위계 마법사는 워낙 완성도가 높아 암살이 안 통하지만, 3위계 마법사야. 독한 마음을 먹는다면 처리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다만.

“굳이 그런 짓을 했을까요? 할 이유가 없는데요?”

“거슬렸겠죠.”

“단순히 거슬리다고 3위계 마법사를 쓱싹해요?”

“그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엔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

왜냐하면 단순히 거슬린다는 이유로 3위계 마법사를 죽이는 건 너무 위험해서.

만약 실패하면 역으로 몰살인데, 가만히 있으면 떠날 마법사를 굳이 죽인다?

저울이 안 맞았다.

“정말 마을 사람들이 파틀러 님의 제자를 죽였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어떤 이유 말입니까.”

“그건…모르겠네요.”

현재 우리가 얻은 정보라고는 마을 사람들이 외지인을 싫어한다는 것 하나였다.

이런 상황에서 추측이 가능하면 그건 예언가지.

이러지 않기 위해 마을에 슬쩍 녹아들어 정보를 모으려던 거였는데, 계획대로 안 풀려서 아쉽게 됐다.

“이러면 플랜 B로 넘어가야겠네요.”

플랜 A. 여행객으로 위장해 정보 얻기는 실패했으니, 이제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야 됐다.

“제리 님. 부탁할게요.”

제리의 손목에 불꽃의 띠가 장전되고, 이윽고 반지로 변한다.

반지가 손가락을 타고 쏘아진다.

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불꽃.

목표는, 나였다.

불꽃의 탄환이 내게 적중되자마자 얇게 나를 감쌌다.

온몸에 얇은 막이 쳐진 감각을 느끼며 나는 몸을 내려다봤다.

몸이 보이지 않았다.

투명화 마법이 성공적으로 발동한 것이다.

“이거 지속 시간은 얼마인가요.”

“1시간입니다.”

“얼른 갔다 올게요.”

“루이나 님. 스튜가 식기 전에 와야 돼.”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마을로 조용히 잠입했다.

화전민의 마을은 기본적으로 바빴다.

생존을 위해 뭉친 자들이다. 여유라는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도 여유를 갖는 게 사람이라는 족속이니까. 아예 숨도 못 쉬고 살지는 않을 거였다.

나는 마을을 걸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찾은 건데, 얼마간 걷자 사람들이 모인 게 포착됐다.

사람들은 두런두런 떠드는 와중 나는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요즘 외지인이 너무 많이 찾아오지 않아?”

“이 조그마한 마을에 뭐 볼 게 있다고 자꾸 오는지 모르겠다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오. 처음부터 당첨이었다.

나는 원하던 대화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마을 사람들은 내가 옆에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고 계속 입을 움직였다.

“아까 왔던 사람들은 자기들을 여행객이라고 하던데, 내 평생 그렇게 화려한 여행객은 처음 봤어.”

“그 은발의 여자 말이야. 요정족이 아니었을까?”

“그 요정족 여자의 옆에 있던 여자는 무슨 몸이 서큐버스던데?”

확실히, 크리스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해도 너무 눈에 띄었다.

마을 사람들이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나를 빼놓고 웃어서 살짝 소외감까지 들었다.

한참을 웃던 마을 사람들은 곧 진정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저번에 왔던 마법사도 그렇고, 이번에 온 여행객도 그렇고, 혹시 비밀이 새어 나간―.”

“이봐.”

돌연 끼어든 위협적인 목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마을 사람들은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끼어든 사람은 우리가 마을에 처음 왔을 때 앞장서서 쫓아냈던 남자였는데, 그는 눈을 가라앉히며 입술을 뗐다.

“그 얘기,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어차피 여기는 우리밖에 없잖아. 콜린. 잠깐 떠든―, 켁켁.”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해리슨.”

“알았어. 알겠다고!”

콜린이 사납게 으르렁대며 멱살을 잡자, 해리슨이 다급히 바둥거렸다.

해리슨을 놔준 콜린은 마지막으로 충고했다.

“계속 입을 함부로 놀리다가는, 제명에 못 죽을 거다.”

콜린이 자리를 떠난다.

그 모습을 해리슨은 끝까지 지켜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지가 내 윗사람이야 뭐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사람이 변했어.”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이 꿍얼대며 흩어진다. 그래도 콜린이 무섭긴 했는지 불만이 많음에도 순순히 말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나는 팔짱을 끼었다.

얘네 뭐지.

여기가 그냥 평범한 화전민 마을은 아닐 거 같았지만, 별개로 비밀이니 뭐니 하는 얘기를 들을 줄은 몰랐다.

악신의 사제와 연관된 마을인가?

이 세계에서 비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거였다.

아니면 외신과 관련된 마을? 최근에 벤트와 술래잡기를 했던 기억 탓인지 이것도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뭘까.

나는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이내 다리를 움직였다.

투명화 마법이 풀리기 전에 정보를 더 모아볼 생각이었던 건데.

“왜, 왜 그래야 하는데. 누나가 왜?”

“……정해진 거야.”

“싫어!”

그런 내 귀에 흥미로운 대화가 들렸다.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폐쇄적인 마을, 실종, 비밀.

거기에 서로 슬픈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남매까지.

이건 뭐 거의 밝혀진 거나 다름없었다.

아무래도 이 마을.

―누군가에게 제물을 바치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