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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애착 형성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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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인이 어엿한 한 명의 마법사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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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엿한 마법사라면 자신만의 완드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법, 나는 에인에게 완드를 맞춰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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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드는 다른 클래스의 무기들이랑은 조금 다른 특성이 있는데, 바로 주인의 마력을 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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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마력에 의해 길이 들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강한 효과를 발휘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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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동안 마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알게 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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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픈 커뮤니티에도 익숙한 완드를 쓸 때 더 시전이 잘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드문드문 퍼져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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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이나 시스템상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아니기에, 대부분은 그냥 기분 탓이라는 식으로 넘기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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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도 손에 익은 [강철 직검]을 가장 많이 쓰고 있으니, 그런 개념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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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에인이 싸구려 완드에 익숙해져서 장비를 갈아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고급품을 맞춰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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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상점제의 기성품 완드는 다른 무기류보다 상위 장비와의 성능 격차가 심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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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머리카락이나 피를 넣어서 주문 제작하는 완드는 거의 평생 쓸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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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완드 제작에는 상당한 금액이 듭니다.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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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의 물음과 함께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 창이 반짝이며 추가 정보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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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 완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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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당신은 청색 마탑에 정식으로 완드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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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은 당신에게 은혜를 입혀두고 싶기에, 분명히 최고의 장인에게 제작을 맡겨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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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완드의 제작에는 굉장히 비싼 재료와 설비가 필요합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공짜로는 못 해줄 만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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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악마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당신에게 받은 완드를 평생 간직하고 사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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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생각한다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투자할 필요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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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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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드에 사용할 기본 재료를 준비하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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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완드에 사용할 심재를 준비하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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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완드 제작 비용을 지불하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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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완드 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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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선택 목표의 옆에 작은 아이콘이 표시되었고, 시선을 옮기자 [자세히 보기]라고 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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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기]를 활성화하자, 온갖 재료들의 목록이 나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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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번 목표의 옆에는 제작 비용의 상세가 표시되었는데- 와우, 비싸게 만들려면 진짜 비싸게 할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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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목표는 완드 제작 하나뿐이니, 아무 재료를 준비하지 않고도 제작과 퀘스트 완료는 가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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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로 제작되는 완드와 퀘스트 보상은 에르웬의 퀘스트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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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간단한 카탈로그가 있습니다. 완드 제작 비용은 이쪽을 참고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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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올피아가 내민 카탈로그를 흘깃 쳐다만 보고, 인벤토리를 열어 골드 드롭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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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르르르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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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층 이후로 또 한동안 쌓아두었던 막대한 양의 골드가 쏟아졌다. 어차피 달리 쓸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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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놓은 금액은 퀘스트란에 표시된 제작 비용 탭에 적힌 최대 수치의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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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치를 넘어서도 금액을 투입할 수 있다고 하니까, 넉넉하게 그 두 배쯤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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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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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테이블이 부서지기 직전까지 쌓인 금화를 보고 즐겁다는 듯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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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올피아와 마탑주는 입이 떡 벌어진 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고- 목소리가 나온 것은 대충 5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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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실례가 많았다. 이제 보니까 눈이 맑고 심신이 깨끗하니, 혈사교랑은 아무 관련이 없는 게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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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의 띠꺼운 태도가 금전의 힘으로 치료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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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 시간 후, 나는 에올피아와의 완드 제작 상담을 마치고 에인과 함께 숙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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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의 배려로 우리는 청색 마탑에 있는 빈 연구실 하나를 제공받아 이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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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마을에 있는 제대로 된 숙소를 이용해도 괜찮았겠지만- 마법 교습까지 받으려면 여기가 제일 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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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커뮤니티를 켜고, 이번 퀘스트와 관련하여 필요한 정보를 조금 더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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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는 뭐든 쓸 수 있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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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드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퀘스트 창에 나온 대로 크게 두 가지지만, 이게 자세히 파고들면 또 무척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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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 재료만 해도 네 가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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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드 몸체의 재질, 회로에 사용할 재질, 회로에 부어넣을 연금액, 회로에 넣을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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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액이야 가장 순도가 높은 걸 사면 그만이고, 핵은 어차피 마법석을 쓰니까 인벤토리에서 하나 꺼내 주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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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나머지 두 종류인데, 가장 좋은 건 미스릴과 진은이라고 들었다. 둘 다 18층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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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 같은 경우에는 수배를 때려 보면 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아서 운에 맡겨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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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릴은 정말 어쩌다 한 번 생길만한 재료라서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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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적어도 그 둘 다음으로 좋은 재료를 구해다 줄 필요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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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기본 재료들이 아닌 심재다. 이건 선택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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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간에 마력을 품은 재료라면 심재로 넣을 수 있다는데, 이 심재가 또 완드의 성능을 크게 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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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신체 일부라던가, 그냥 질 좋은 마법석이라던가, 아니면 희귀한 마법생물의 부산물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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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드래곤의 심장 같은 걸 넣으면 정말 엄청난 완드가 된다는데, 18층에서 그걸 구할 수 있을 리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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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후보로 생각해 둔 건 마계 층에서 습득한 [마왕의 뿔]이라는 기타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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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악해 보이는 물건을 에인의 완드에 넣어도 괜찮을지가 좀 걱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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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을 한 번 다녀와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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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시간을 내서 미궁 지역에 다녀와 보도록 하자. 아니면 필드 보스라도 찾아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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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18층 미궁의 보스를 죽이고 목을 따오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보스만 잡고 전이문은 나중에 쓰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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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에인은 에올피아에게서 받은 색연필을 이용해 종이에 그림을 잔뜩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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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낙서를 하고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자기가 쓸 완드의 디자인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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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요망이 백 퍼센트 반영되기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는 맞춰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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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렸어? 어디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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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인이 어떤 완드를 원할까 싶어서, 침대에서 내려와 색색으로 칠해진 종이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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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그림에는 썩 재능이 없다. 당연히 그려진 완드의 모습도 무척 난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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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거 엄청나게 화려하네, 근데 너무 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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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잘 모르겠다. 화려하기는 한데, 정말 딱 어린애들이 생각할 만한 화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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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린아이들은 뭐가 됐건 일단 덕지덕지 붙인 걸 좋아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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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도 이것저것 잔뜩 달려 있고, 대충 가늠해 본 완드의 길이도 매우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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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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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대로 만들어진다면 완드가 아니라 스태프가 될 것이다. 비용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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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랑 이거랑 이것도 다 들어갔으면 좋겠어, 소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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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완드가 커야만 하는 이유를 재잘거리며, 자신이 그린 그림의 포인트를 하나씩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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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승님 칼 모양이고, 이건 저번에 먹었던 맛있는 거고, 이건 내 마법사 문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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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두 넣고 싶어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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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완드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들어가는, 에인의 마법사 문장은- 내게도 익숙한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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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이랑 똑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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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상 차고 다니는 견장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형태, 다크엘프 정찰대의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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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요 꼬맹이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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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색연필을 쥔 에인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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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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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혼자서 무장을 갖추고 마탑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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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강의는 나도 함께 듣고 싶지만, 일단은 에인의 완드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확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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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에인이랑 같이 강의를 들어봤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은 그냥 괜히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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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성취를 이루기보다는, 에인을 위해 뭔갈 해 주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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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런 기분이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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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뭐든 챙겨주고 싶어하던 다크엘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우선이었던 다른 사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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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해 보일 만큼 자신을 깎아가며, 나에게 뭐든 주고 싶어했던 우리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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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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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잘 다녀와. 다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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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마법 공부 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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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일찍 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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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하는 에인을 보며 생각을 고쳤다. 아직 엄마를 이해하긴 힘들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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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귀엽고 기특한 꼬맹이와는 다르게, 나는 썩 좋은 아들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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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보다 훨씬 나은 저 꼬맹이의 이야기- 이 에픽 퀘스트의 끝은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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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방해하는 놈이 있다면, 월드 보스건 지랄이건 다 죽여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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