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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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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착 형성 법칙

나는 에인이 어엿한 한 명의 마법사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어엿한 마법사라면 자신만의 완드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법, 나는 에인에게 완드를 맞춰주기로 했다.

완드는 다른 클래스의 무기들이랑은 조금 다른 특성이 있는데, 바로 주인의 마력을 탄다는 것이다.

주인의 마력에 의해 길이 들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강한 효과를 발휘한다나.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동안 마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알게 된 사실이다.

실제로 오픈 커뮤니티에도 익숙한 완드를 쓸 때 더 시전이 잘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드문드문 퍼져 있기도 하다.

스탯이나 시스템상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아니기에, 대부분은 그냥 기분 탓이라는 식으로 넘기고 있지만.

당장 나도 손에 익은 [강철 직검]을 가장 많이 쓰고 있으니, 그런 개념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 에인이 싸구려 완드에 익숙해져서 장비를 갈아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고급품을 맞춰 줄 생각이다.

무엇보다, 상점제의 기성품 완드는 다른 무기류보다 상위 장비와의 성능 격차가 심하기도 하니까.

주인의 머리카락이나 피를 넣어서 주문 제작하는 완드는 거의 평생 쓸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고.

“당연히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완드 제작에는 상당한 금액이 듭니다. 괜찮으십니까?”

에올피아의 물음과 함께 눈앞에 떠오른 퀘스트 창이 반짝이며 추가 정보를 표시했다.

[에픽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 완드 제작]

설명 : 당신은 청색 마탑에 정식으로 완드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마탑은 당신에게 은혜를 입혀두고 싶기에, 분명히 최고의 장인에게 제작을 맡겨 줄 것입니다.

하지만 완드의 제작에는 굉장히 비싼 재료와 설비가 필요합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공짜로는 못 해줄 만큼이요.

당신을 악마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당신에게 받은 완드를 평생 간직하고 사용할 것입니다.

아이를 생각한다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투자할 필요가 있겠죠.

[퀘스트 목표]

  1. 완드에 사용할 기본 재료를 준비하기(선택).

  2. 완드에 사용할 심재를 준비하기(선택).

  3. 완드 제작 비용을 지불하기(선택).

  4. 완드 제작하기.

각각의 선택 목표의 옆에 작은 아이콘이 표시되었고, 시선을 옮기자 [자세히 보기]라고 표시되었다.

[자세히 보기]를 활성화하자, 온갖 재료들의 목록이 나열되었다.

특히 3번 목표의 옆에는 제작 비용의 상세가 표시되었는데- 와우, 비싸게 만들려면 진짜 비싸게 할 수 있구나.

필수 목표는 완드 제작 하나뿐이니, 아무 재료를 준비하지 않고도 제작과 퀘스트 완료는 가능할 거다.

하지만 실제로 제작되는 완드와 퀘스트 보상은 에르웬의 퀘스트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고.

“여기, 간단한 카탈로그가 있습니다. 완드 제작 비용은 이쪽을 참고하시면……”

나는 에올피아가 내민 카탈로그를 흘깃 쳐다만 보고, 인벤토리를 열어 골드 드롭 버튼을 눌렀다.

-촤르르르르르륵!

엘프 층 이후로 또 한동안 쌓아두었던 막대한 양의 골드가 쏟아졌다. 어차피 달리 쓸 곳도 없다.

내가 내놓은 금액은 퀘스트란에 표시된 제작 비용 탭에 적힌 최대 수치의 두 배.

최대 수치를 넘어서도 금액을 투입할 수 있다고 하니까, 넉넉하게 그 두 배쯤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한다.

“반짝반짝하다.”

에인은 테이블이 부서지기 직전까지 쌓인 금화를 보고 즐겁다는 듯 눈을 빛냈다.

그리고 에올피아와 마탑주는 입이 떡 벌어진 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고- 목소리가 나온 것은 대충 5분 뒤.

“아까는 실례가 많았다. 이제 보니까 눈이 맑고 심신이 깨끗하니, 혈사교랑은 아무 관련이 없는 게 틀림없어!”

마탑주의 띠꺼운 태도가 금전의 힘으로 치료되는 순간이었다.

**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나는 에올피아와의 완드 제작 상담을 마치고 에인과 함께 숙소로 이동했다.

에올피아의 배려로 우리는 청색 마탑에 있는 빈 연구실 하나를 제공받아 이용할 수 있었다.

뭐, 마을에 있는 제대로 된 숙소를 이용해도 괜찮았겠지만- 마법 교습까지 받으려면 여기가 제일 편하겠지.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커뮤니티를 켜고, 이번 퀘스트와 관련하여 필요한 정보를 조금 더 검색했다.

“심재는 뭐든 쓸 수 있다고 했었지……”

완드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퀘스트 창에 나온 대로 크게 두 가지지만, 이게 자세히 파고들면 또 무척 복잡하다.

일단 기본 재료만 해도 네 가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완드 몸체의 재질, 회로에 사용할 재질, 회로에 부어넣을 연금액, 회로에 넣을 핵.

연금액이야 가장 순도가 높은 걸 사면 그만이고, 핵은 어차피 마법석을 쓰니까 인벤토리에서 하나 꺼내 주면 그만.

문제는 나머지 두 종류인데, 가장 좋은 건 미스릴과 진은이라고 들었다. 둘 다 18층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다.

진은 같은 경우에는 수배를 때려 보면 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아서 운에 맡겨야 하고.

미스릴은 정말 어쩌다 한 번 생길만한 재료라서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면 적어도 그 둘 다음으로 좋은 재료를 구해다 줄 필요가 있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기본 재료들이 아닌 심재다. 이건 선택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뭐든간에 마력을 품은 재료라면 심재로 넣을 수 있다는데, 이 심재가 또 완드의 성능을 크게 가른다고 한다.

몬스터의 신체 일부라던가, 그냥 질 좋은 마법석이라던가, 아니면 희귀한 마법생물의 부산물이라던가.

아예 드래곤의 심장 같은 걸 넣으면 정말 엄청난 완드가 된다는데, 18층에서 그걸 구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일단 후보로 생각해 둔 건 마계 층에서 습득한 [마왕의 뿔]이라는 기타 아이템이다.

그런 사악해 보이는 물건을 에인의 완드에 넣어도 괜찮을지가 좀 걱정인데.

“미궁을 한 번 다녀와야겠는데……”

내일은 시간을 내서 미궁 지역에 다녀와 보도록 하자. 아니면 필드 보스라도 찾아가던가.

아예 18층 미궁의 보스를 죽이고 목을 따오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보스만 잡고 전이문은 나중에 쓰면 되니까.

한편, 에인은 에올피아에게서 받은 색연필을 이용해 종이에 그림을 잔뜩 그리고 있었다.

그냥 낙서를 하고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자기가 쓸 완드의 디자인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에인의 요망이 백 퍼센트 반영되기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는 맞춰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하니까.

“다 그렸어? 어디 한번 보자.”

나는 에인이 어떤 완드를 원할까 싶어서, 침대에서 내려와 색색으로 칠해진 종이를 살펴보았다.

에인은 그림에는 썩 재능이 없다. 당연히 그려진 완드의 모습도 무척 난해했다.

“음……이거 엄청나게 화려하네, 근데 너무 큰 거 아니야?”

솔직히 잘 모르겠다. 화려하기는 한데, 정말 딱 어린애들이 생각할 만한 화려함이다.

왜, 어린아이들은 뭐가 됐건 일단 덕지덕지 붙인 걸 좋아하지 않던가.

장식도 이것저것 잔뜩 달려 있고, 대충 가늠해 본 완드의 길이도 매우 길었다.

“큰 게 좋아.”

아마 이대로 만들어진다면 완드가 아니라 스태프가 될 것이다. 비용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이거랑 이거랑 이것도 다 들어갔으면 좋겠어, 소원이야.”

에인은 완드가 커야만 하는 이유를 재잘거리며, 자신이 그린 그림의 포인트를 하나씩 짚었다.

“이건 스승님 칼 모양이고, 이건 저번에 먹었던 맛있는 거고, 이건 내 마법사 문장이야.”

에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두 넣고 싶어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것처럼.

그리고 완드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들어가는, 에인의 마법사 문장은- 내게도 익숙한 형태였다.

“진혁악마님이랑 똑같은 거야.”

내가 항상 차고 다니는 견장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형태, 다크엘프 정찰대의 문장이었다.

“하, 요 꼬맹이가 진짜……”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색연필을 쥔 에인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이러면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아.

**

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혼자서 무장을 갖추고 마탑 밖으로 나왔다.

마법 강의는 나도 함께 듣고 싶지만, 일단은 에인의 완드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확보하기로 했다.

솔직히 에인이랑 같이 강의를 들어봤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은 그냥 괜히 그런 기분이었다.

나 자신의 성취를 이루기보다는, 에인을 위해 뭔갈 해 주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다들 이런 기분이었으려나.”

나한테 뭐든 챙겨주고 싶어하던 다크엘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우선이었던 다른 사람까지도.

미련해 보일 만큼 자신을 깎아가며, 나에게 뭐든 주고 싶어했던 우리 엄마를.

이제서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

“진혁악마님, 잘 다녀와. 다치지 마.”

“그래, 마법 공부 잘 하고.”

“응, 일찍 와야 돼?”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하는 에인을 보며 생각을 고쳤다. 아직 엄마를 이해하긴 힘들 것 같다고.

저 귀엽고 기특한 꼬맹이와는 다르게, 나는 썩 좋은 아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보다 훨씬 나은 저 꼬맹이의 이야기- 이 에픽 퀘스트의 끝은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만 한다.

그걸 방해하는 놈이 있다면, 월드 보스건 지랄이건 다 죽여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