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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에올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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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외한이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재능이다. 진짜 마법사가 본다면 놀라는 게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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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마법을 보고 그 재능의 편린을 눈치챈 에올피아는 곧바로 말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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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이 아이는 확실히 대마법사의 자질을 가진 게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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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로브 속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더니, 무언가를 메모한 뒤 바로 뜯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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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낸 종이를 테이블 위에 있는 수정구에 붙이자, 마력이 흔들리며 종이가 사라지고 작은 빛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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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구를 통해 뭔가 메시지를 전한 것 같다. 감각으로 짐작해보자면 전음과 비슷한 방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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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어머니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것은,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이 전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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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인은 ‘엄마’의 이름조차 모르고, 인상착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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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러이러한 아이가 있다’ 라고 다른 마탑에 알리는 것 말고는 딱히 받을 수 있는 도움도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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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올피아는 턱을 짚고 잠시 고민하더니,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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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이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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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올피아는 이어서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술 앞에 갖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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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아이에 관해서는 더 이상 알리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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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다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겠지만, 이게 무슨 소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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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재능은 이상합니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만, 재능이라기보다는 능력으로 보인다는 말이 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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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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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린 나이에, 처음 본 마법을 무영창으로- 마법진까지 생략하고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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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안다. 그렇기에 에인의 재능이 그만큼 굉장하다고 말하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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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마법사가 이 아이의 재능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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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에 한번 태어날만한 오성의 천재?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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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것은 이치를 벗어난 힘을 품고 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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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그게 뭐 어떻다고, 뭐가 다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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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에인은 고민하는 나를 보더니, 꾸물꾸물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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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이거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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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접시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던 마지막 과자 한 개를 내 입에 들이밀었다. 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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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받아먹자 입안에 단맛이 확 퍼졌다. 으적으적 씹어 삼키고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곧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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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거군. 에인의 재능을 에인이 가진 자질이 아니라, 뭔가 외적인 것으로 생각할 거라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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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란, 자신의 마법을 발전시키고 더 높은 성취에 닿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족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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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내 표정을 살피고는, 이해했음을 눈치채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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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마탑의 규칙을 따르며 얌전히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건 그들이 도덕을 배웠기 때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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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이어서 가볍게 마탑의 역사를 설명했다. 최초의 마탑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 따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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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갑자기 뭔 역사 강의를 하나 했지만, 듣다 보니 나도 저절로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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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양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는 혈사교가 먼 과거에는 정식 마탑이었다는 이야기 즈음부터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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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원래 괴짜가 많다지만, 과거의 마법사들은 단지 괴짜라고 칭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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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유로운 연구와 마탑의 지원을 저울질한 결과, 후자가 더 이득임을 학습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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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내 무릎에 앉은 에인에게 시선을 던졌다. 에인은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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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야기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귀담아듣지 않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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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대의 마법사들을 그 시절과 같이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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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에올피아의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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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가 가진 ‘이치를 벗어난 힘’을 어떻게 해서든 빼앗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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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법사들이 에인을 노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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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의 이야기에는 납득했다. 물론 비약이 심한 이야기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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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이 죄다 미치광이 매드사이언티……사이언스가 아니군, 아무튼 그런 기질을 갖고 있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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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입구에서 만났던 마법사도 그렇고, 내가 보기엔 평범하게 친절하거나 얌전해 보이는 마법사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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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청색 마탑의 마법사들 대부분은 나랑 마탑주가 맞붙을 때 죄다 겁먹고 공방에 틀어박혀 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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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들이 갑자기 에인을 납치해 해부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좀, 현실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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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인이 에픽 퀘스트의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도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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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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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나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에올피아부터 경계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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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댁이 거기서 그렇게 있으면서, 마법사 인성 평균을 운운하는 게 맞는 거야? 너는 얘가 안 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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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자신은 다르다며 걸치고 있던 로브를 홱 하고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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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시발, 갑자기 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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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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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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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잽싸게 에인의 눈을 가렸다. 로브를 벗은 에올피아는 자신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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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짓인가 했지만, 그 자리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문장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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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그거잖아, 형태가 살짝 다르긴 하지만- 혈사교의 문장이랑 똑 닮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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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 혈사교에게 납치당해, 수 년간 지속적인 착취를 당하고 마나 하트를 적출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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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몸에는 없었지만, 돌이켜 보니 제물로 바쳐진 시체들 중에는 조금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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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제 마력량은 보통보다 낮은 편입니다. 이젠 청색 마탑에선 모르는 이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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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숨겨둔 비밀을 밝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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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로브를 다시 입고는,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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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압니다, 하지만 이건 청색 마탑 소속이라면 모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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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터벅터벅하는 발소리와 함께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청색 마탑주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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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를 구해주신 분이, 바로 이 탑의 마탑주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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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는 살짝 웃음기가 있는 눈동자로 마탑주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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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마탑주 놈이 그렇게 말했었지, 기특하다고- 보기 드문 미담이라 생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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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태도를 바꾸긴 했지만, 진심이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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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탑주님, 왜 그 연금대는 다시 들고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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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둘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다시 여기 둬도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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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똑바로 처분하기 전까진 탑에 들어올 생각 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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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갑자기 이 둘의 관계가 다른 느낌으로 보이기 시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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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에올피아는 에인을 데리고 다른 마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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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다른 마탑 구성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올 테니, 아이에게 보여주고 ‘엄마’를 지목하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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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탑에서 보호하고 있다가 그렇게 ‘엄마’ 가 누구인지 식별되면, 그때 안전하게 만남을 주선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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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에 관한 이야기가 통신을 통해 다른 마탑에 퍼진 상태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직 괜찮을 거란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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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도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그 명단이 나올 때까지 이 마탑에 체류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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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고, 굳이 먼 여정을 떠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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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법을 배우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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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에인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나도 함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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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두기 아쉬운 재능입니다. 타인에게 보이지 않고 마탑주님과 제가 따로 가르친다면 안전은 보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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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는 에인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것이었지만, 나도 꼽사리 정도는 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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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올피아, 나보고 외부인에게 개인 과외를 해주라는 거냐? 나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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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님의 일정은 제가 전부 다 알고 있는데, 어디가 한가하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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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아무튼 네가 모르는 일정이 있다. 마탑주에겐 마탑주만의 사정이라는 게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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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마탑주는 뭐라 뭐라 떠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내가 듣기에 그로부터 이어진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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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의 연금대가 있다면 좀 덜 바빠질 수도 있지만…네가 꼭 버리라고 했으니 방법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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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께서 왜 이러십니까. 그 연금대 하나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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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번에 신청한 유체 변환기 예산까지 통과되면 시간이 날 것 같기도 한데…아악, 발 좀 그만 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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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커뮤니티에서 가끔 보았던 사이좋은 WWE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괜히 옆구리가 허전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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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진혁악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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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릎에 앉은 꼬마 에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깐의 쓸쓸함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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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가르쳐 주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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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 하나만 더 부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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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합의를 마친 마탑주와 에올피아는 에인을 가르치기로 확정했고, 나는 거기에 제안 하나를 더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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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맹이가 마법을 배울 거라면, 당연히 장만해야 하는 게 하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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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완드 좀 만들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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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퀘스트 발생을 알리는 인터페이스가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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