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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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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올피아

문외한이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재능이다. 진짜 마법사가 본다면 놀라는 게 당연하지.

에인의 마법을 보고 그 재능의 편린을 눈치챈 에올피아는 곧바로 말을 고쳤다.

“……그렇군요, 이 아이는 확실히 대마법사의 자질을 가진 게 틀림없습니다.”

에올피아는 로브 속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더니, 무언가를 메모한 뒤 바로 뜯어냈다.

뜯어낸 종이를 테이블 위에 있는 수정구에 붙이자, 마력이 흔들리며 종이가 사라지고 작은 빛이 일었다.

수정구를 통해 뭔가 메시지를 전한 것 같다. 감각으로 짐작해보자면 전음과 비슷한 방식일까.

“아이의 어머니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것은,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이 전부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인은 ‘엄마’의 이름조차 모르고, 인상착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덕분에 ‘이러이러한 아이가 있다’ 라고 다른 마탑에 알리는 것 말고는 딱히 받을 수 있는 도움도 없는 상태.

하지만 에올피아는 턱을 짚고 잠시 고민하더니,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조금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이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에올피아는 이어서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술 앞에 갖다 댔다.

“우선 이 아이에 관해서는 더 이상 알리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다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겠지만, 이게 무슨 소리람.

“이 아이의 재능은 이상합니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만, 재능이라기보다는 능력으로 보인다는 말이 맞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이렇게 어린 나이에, 처음 본 마법을 무영창으로- 마법진까지 생략하고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그건 나도 안다. 그렇기에 에인의 재능이 그만큼 굉장하다고 말하는 것 아니겠나.

“보통의 마법사가 이 아이의 재능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으십니까?”

“천 년에 한번 태어날만한 오성의 천재? 절대 아닙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것은 이치를 벗어난 힘을 품고 있다’ 라고.”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그게 뭐 어떻다고, 뭐가 다른 건데.

한편 에인은 고민하는 나를 보더니, 꾸물꾸물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진혁악마님, 이거 먹어.”

그리고는 접시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던 마지막 과자 한 개를 내 입에 들이밀었다. 음, 그래.

과자를 받아먹자 입안에 단맛이 확 퍼졌다. 으적으적 씹어 삼키고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곧 결론이 나왔다.

아하, 그런 거군. 에인의 재능을 에인이 가진 자질이 아니라, 뭔가 외적인 것으로 생각할 거라 이건가.

“마법사란, 자신의 마법을 발전시키고 더 높은 성취에 닿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족속입니다.”

에올피아는 내 표정을 살피고는, 이해했음을 눈치채고 말을 이었다.

“현대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마탑의 규칙을 따르며 얌전히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건 그들이 도덕을 배웠기 때문이 아닙니다.”

에올피아는 이어서 가볍게 마탑의 역사를 설명했다. 최초의 마탑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 따위를.

처음에는 갑자기 뭔 역사 강의를 하나 했지만, 듣다 보니 나도 저절로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신공양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는 혈사교가 먼 과거에는 정식 마탑이었다는 이야기 즈음부터였을 거다.

마법사는 원래 괴짜가 많다지만, 과거의 마법사들은 단지 괴짜라고 칭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들은 자유로운 연구와 마탑의 지원을 저울질한 결과, 후자가 더 이득임을 학습했을 뿐입니다.”

에올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내 무릎에 앉은 에인에게 시선을 던졌다. 에인은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려운 이야기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귀담아듣지 않았거나.

“물론, 현대의 마법사들을 그 시절과 같이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겠습니다만……”

즉, 에올피아의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

“이 아이가 가진 ‘이치를 벗어난 힘’을 어떻게 해서든 빼앗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마법사들이 에인을 노릴지도 모른다.

**

에올피아의 이야기에는 납득했다. 물론 비약이 심한 이야기이긴 했다.

마법사들이 죄다 미치광이 매드사이언티……사이언스가 아니군, 아무튼 그런 기질을 갖고 있다는 건데.

마탑 입구에서 만났던 마법사도 그렇고, 내가 보기엔 평범하게 친절하거나 얌전해 보이는 마법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장 청색 마탑의 마법사들 대부분은 나랑 마탑주가 맞붙을 때 죄다 겁먹고 공방에 틀어박혀 있지 않았나.

그 놈들이 갑자기 에인을 납치해 해부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좀,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에인이 에픽 퀘스트의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도 아니긴 하다.

“근데.”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나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에올피아부터 경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장 댁이 거기서 그렇게 있으면서, 마법사 인성 평균을 운운하는 게 맞는 거야? 너는 얘가 안 탐나?”

에올피아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자신은 다르다며 걸치고 있던 로브를 홱 하고 벗어던졌다.

어머나 시발, 갑자기 뭐 하세요?

“진혁악마님, 안 보여.”

“애들은 보면 안 돼.”

나는 잽싸게 에인의 눈을 가렸다. 로브를 벗은 에올피아는 자신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 하는 짓인가 했지만, 그 자리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문장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저거 그거잖아, 형태가 살짝 다르긴 하지만- 혈사교의 문장이랑 똑 닮았는데.

“저는 어릴 적 혈사교에게 납치당해, 수 년간 지속적인 착취를 당하고 마나 하트를 적출당했습니다.”

에인의 몸에는 없었지만, 돌이켜 보니 제물로 바쳐진 시체들 중에는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 탓에 제 마력량은 보통보다 낮은 편입니다. 이젠 청색 마탑에선 모르는 이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뭔가 숨겨둔 비밀을 밝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

에올피아는 로브를 다시 입고는, 쓰게 웃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압니다, 하지만 이건 청색 마탑 소속이라면 모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때, 터벅터벅하는 발소리와 함께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청색 마탑주가 들어왔다.

“그때 저를 구해주신 분이, 바로 이 탑의 마탑주시니까요.”

에올피아는 살짝 웃음기가 있는 눈동자로 마탑주를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마탑주 놈이 그렇게 말했었지, 기특하다고- 보기 드문 미담이라 생각했다고.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태도를 바꾸긴 했지만, 진심이었던 건가.

“그런데 마탑주님, 왜 그 연금대는 다시 들고 오셨습니까?”

“마땅히 둘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다시 여기 둬도 괜찮……”

“그거 똑바로 처분하기 전까진 탑에 들어올 생각 마시죠.”

어쩐지, 갑자기 이 둘의 관계가 다른 느낌으로 보이기 시작하네.

**

그 이후, 에올피아는 에인을 데리고 다른 마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자신이 다른 마탑 구성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올 테니, 아이에게 보여주고 ‘엄마’를 지목하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아이를 탑에서 보호하고 있다가 그렇게 ‘엄마’ 가 누구인지 식별되면, 그때 안전하게 만남을 주선하자고.

에인에 관한 이야기가 통신을 통해 다른 마탑에 퍼진 상태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직 괜찮을 거란 말도 덧붙였다.

나로서도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그 명단이 나올 때까지 이 마탑에 체류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에인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고, 굳이 먼 여정을 떠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마법을 배우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렇다, 에인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나도 함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

“가만히 두기 아쉬운 재능입니다. 타인에게 보이지 않고 마탑주님과 제가 따로 가르친다면 안전은 보장됩니다.”

정확하게는 에인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것이었지만, 나도 꼽사리 정도는 낄 수 있겠지.

“에올피아, 나보고 외부인에게 개인 과외를 해주라는 거냐? 나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만?”

“마탑주님의 일정은 제가 전부 다 알고 있는데, 어디가 한가하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음…아무튼 네가 모르는 일정이 있다. 마탑주에겐 마탑주만의 사정이라는 게 있지.”

청색 마탑주는 뭐라 뭐라 떠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내가 듣기에 그로부터 이어진 이야기는-

“아까 전의 연금대가 있다면 좀 덜 바빠질 수도 있지만…네가 꼭 버리라고 했으니 방법이 없구나.”

“하아……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께서 왜 이러십니까. 그 연금대 하나면 됩니까?”

“그리고 저번에 신청한 유체 변환기 예산까지 통과되면 시간이 날 것 같기도 한데…아악, 발 좀 그만 밟아라!”

-그냥 커뮤니티에서 가끔 보았던 사이좋은 WWE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괜히 옆구리가 허전해지는군.

“왜 그래, 진혁악마님?”

나는 무릎에 앉은 꼬마 에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깐의 쓸쓸함을 달랬다.

“좋아, 가르쳐 주도록 하지.”

“아, 뭐 하나만 더 부탁하자.”

곧 합의를 마친 마탑주와 에올피아는 에인을 가르치기로 확정했고, 나는 거기에 제안 하나를 더 얹었다.

이 꼬맹이가 마법을 배울 거라면, 당연히 장만해야 하는 게 하나 있으니까.

“얘 완드 좀 만들어 줘.”

그러자, 퀘스트 발생을 알리는 인터페이스가 눈앞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