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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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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의 말을 듣고 내가 가장 먼저 물은 것은, 그 결투라는 게 내가 아는 결투가 맞느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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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평범한 결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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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는 내가 차원을 넘나드는 모험가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쪽 세계의 상식에 어둡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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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엘레노어가 그냥 평범한 결투라고 말하는 거라면, 내가 아는 그 결투가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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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를 걸고 승패를 가리기 위해, 참관인을 두고 공개적으로 행하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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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는 이어서 몇 가지 예시를 들며 결투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그 내용은 매우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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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엘프식 결투 규칙 같은 게 있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닌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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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너무 갑작스럽게 정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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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하고 있는 두 종족의 왕족이 엮인 결투라면 보통 일이 아니잖아. 최소한 나한테 언질은 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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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답지 않은 말을 하는구나, 언질을 줬어도 딱히 달라질 건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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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에 대한 대비 정도는 할 수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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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라니, 그 비실비실한 왕자 놈이 상대인데 무슨 대비를 한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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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는 내가 굉장히 이상한 소리를 한 것처럼 피식거렸다. 생각해보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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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이엘프 왕자 놈은 7층에 갓 진입한 나한테 아무것도 못 하고 제압당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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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준으로는 리즈멜과 엘레노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강해진 지금의 내 상대가 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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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놈들도 나름대로 수를 쓰기야 할 거다, 하지만 잔재주로 어떻게 해 볼 만한 차이가 아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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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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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기들 편한 대로 규칙을 만들거나, 핸디캡을 요구하겠지만- 그대의 수준이라면 뭐든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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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만큼 내 실력을 잘 아는 사람도 없고, 그 왕자 놈의 실력도 나보다는 엘레노어가 잘 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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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엘레노어가 일말의 변수도 없을 거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럼 아마 그렇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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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의 마지막 퀘스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난이도가 낮은 거 아닌가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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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7층 도전자의 강함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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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의 내 강함은 시련의 탑 몇 층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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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의 깡스펙만 해도 20층대 도전자 수준은 되고, 실력을 감안하면 25층 랭커 이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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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5층 랭커의 기준을 창기능사 최길현으로 잡아도 되는지가 좀 문제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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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스펙만 높지, 실력은 거의 고블린 수준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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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 유저들에게 버스를 태워주는 랭커들도, 엄연히 파티를 짜서 보스전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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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변수 없이 빠르게 보스를 터트려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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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최길현은 파티원의 보조를 몰아받고 스킬을 퍼부어서 폭딜을 넣는 역할을 맡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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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등신같이 찌르기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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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강함의 표본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내 수준이 25층 랭커 이상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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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7층 수준을 한참 넘었다는 건 확실하니까, 이번에는 걱정할 것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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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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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확히 얼마나 강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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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사와 상관없이 결정된 결투의 날짜는 일주일 뒤,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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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단한 결전을 치를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딱히 결투를 대비한 특별훈련 같은 걸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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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상시처럼 검술을 단련하고, 여전히 잘 안 되는 명상과 마력 운용을 연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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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는 엘레노어와 괜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차원을 넘나드는 모험 썰을 풀거나, 여왕을 접견하거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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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의 여왕은 엘레노어와 매우 닮은 얼굴에, 좀 많이 지쳐 보이는 인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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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친을 위한 약혼을 깨려고 하는 나를 매우 아니꼽게 생각할 것 같았는데, 뜻밖에 그렇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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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던 걸 수도 있지만, 그냥 무덤덤하고 사무적인 태도로 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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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본인보다는 막강한 마력이 깃들어 있다는 세계수 뿌리의 왕관 쪽에 더 눈이 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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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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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은 그 특성상 보스룸으로 가는 길이 매우 간단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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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지역보다 일반 필드가 더 험한 면이 있을 정도다. 사실상 진영 퀘스트를 마치면 곧바로 보스에 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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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도 그럴 예정이다. 다크엘프의 마을에서 너무 오래 지내다가는 마음이 풀어지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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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를 마치고, 보상을 받고, 곧바로 보스를 깨고 8층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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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의 보스는 나 같은 근접 전사랑은 상성이 안 맞는 편이지만, 공략대로의 스펙이라면 쉽게 깰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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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훌쩍 떠나버리면 엘레노어가 아쉬워하겠지만, 그런 이유로 7층에 계속 박혀있을 수는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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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8층에 올라가면 다시 만나게 될 예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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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7층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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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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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운용을 병행한 마지막 트레이닝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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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인상적인 기척이 느껴진다. 이 유독 강렬한 마력의 흐름은 분명 엘레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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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슬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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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고 대답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결투 시간까지는 조금 남았지만, 엘레노어는 일부러 나를 일찍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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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결투하는 낭만적인 자리인데, 최소한의 치장은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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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쟁이 놈들의 왕도 결투를 참관한다더구나, 놈들의 콧대를 바짝 눌러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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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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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장이라고 해도 전투용의 갑옷을 조금 멋지게 꾸밀 뿐이다. 결투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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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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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 장소와 방식은 결투를 받아들인 쪽이 결정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하이엘프의 구역까지 들어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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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이엘프 놈들이 수작을 부릴 가능성을 경계해, 참관인 명목으로 엘레노어 외의 다크엘프 여럿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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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요한 결투이기 때문인지, 다크엘프의 여왕과 하이엘프의 왕도 모두 참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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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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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을 헤치며 대삼림 안쪽으로 들어온 우리는, 오래 걸리지 않아 다른 하이엘프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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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투 상대인 왕자 본인과, 호위기사 몇 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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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기사들만 나오기로 했던 것 같은데, 왕자놈까지 나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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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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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는 왕자놈의 얼굴을 보자마자, 보란 듯이 내 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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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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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왕자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투지가 넘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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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약혼 관계 때문에 어릴 적부터 자주 봐 온 사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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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살다 남의 소꿉친구를 뺏어가는 금발 태닝 양아치 포지션에도 서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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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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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 신경전을 벌이던 중, 왕자의 호위기사 사이에서 한 명이 불쑥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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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나오는 기세도 심상치 않고, 손에는 날카로운 검을 든 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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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냐, 사악한 인간족 검사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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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달려든 것은, 저번에 나한테 얻어터졌던 그 하이엘프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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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인 자격으로 동행한 다크엘프 기사들이 대응하려 했지만, 그보다 내가 먼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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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를 앞두고 있으니 힘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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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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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러지는 기사의 검을 내 검으로 받아내고, 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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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엘프 왕자도 크게 당황하고 있는 걸 보니, 깐프 놈들이 개수작을 부린 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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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여기 있느냐고 말하는 걸로 봐서는, 왕자의 결투 상대가 나인 줄 모르고 급발진을 한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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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굳이 내가 상대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상황을 정리해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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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엔 좀 아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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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잘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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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을 시험해 보기 딱 좋은 상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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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엘프 기사는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나를 향해 검을 휘둘러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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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카앙! 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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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마찬가지로 무척 날카롭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검로, 역시 이놈의 검술 실력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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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이 검술과 방패술의 연계를 어쩌지 못하고,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변칙수로 상대했어야만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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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확장과 증폭을 습득한 지금은, 그 현란하던 기술들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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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놈도 감각의 확장은 터득한 상태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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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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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템포보다 한 박자 빠르게 밀고 들어오는 방패 공격을, 두 박자 빠르게 읽어내고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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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피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하이엘프 기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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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은 감각 확장을 가진 상태에서, 감각 확장이 없는 내 잔재주에 손쉽게 공략당한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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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똑같이 감각 확장의 경지에 도달한 지금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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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휘두른 기사의 팔을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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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대로 당겨서 중심을 무너트린 뒤, 바닥에 메다꽂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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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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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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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을 단련하며 자연스레 함께 단련하게 된 격투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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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고 내 힘까지 더해 처박아 버리는 기술이니, 충격이 상당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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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쓰러진 기사놈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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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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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 친밀도가 오르며 더욱 강력해진 [철벽]스킬을 두르고, 주먹을 내리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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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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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 생각보다 별 거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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