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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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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시스템은 도전자에게 기본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언어 이해 능력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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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번역기 수준이 아니라, 언어의 뉘앙스나 발음 등 모호한 부분을 적당하게 바꿔주기까지 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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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탑의 도전자는 어떤 세계에 떨어져도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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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능력은 결코 만능이 아니며, 시스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언어와 문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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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법에 사용되는 룬 문자와 주문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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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짜 현자의 강의는 상당한 양의 룬 문자와 주문 언어의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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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문외한인 학문을 모르는 언어로 듣고 있자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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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룬 문자 좀 빼고 설명해 봐, 못 알아먹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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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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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면 좀 해, 기초 부분은 어떻게든 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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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현자는 내가 시키는 대로 룬을 배제하고 강의를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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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출결체크도 제대로 안 한다던 헛소문에 낚여 들었던 생판 모르는 교양 과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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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한국어로 말하고 있는데 대체 뭔 소린가 싶었던, 그 막막함이 지금 똑같이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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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정말로, 최대한 쉽게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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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굽실거리는 가짜 현자놈이 일부러 어렵게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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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신거리는 척하면서, 내가 문외한인 것을 알고 엿 먹어보라는 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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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돌 맞은 침팬지에게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설명했습니다, 정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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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내 쪽이 문제인 게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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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발, 그래도 머리에 돌 맞은 침팬지도 이해할 수준은 아니지 않냐? 내가 그 정도로 머리가 나쁜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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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놓은지 제법 되긴 했지만, 그래도 멀쩡하게 4년제 대학까지 졸업했다고. 좋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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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꼬맹이. 너는 좀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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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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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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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마법사의 재능이 흘러넘치는 꼬마 에인은 나름대로 알아듣긴 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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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이 똑똑한 걸까, 아니면 내가 멍청한 걸까- 마력을 다루는 분야라면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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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오픈 커뮤니티를 열어서 룬 문자와 주문 언어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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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가 복습하며 가르치는 룬 문자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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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언어 동호회원을 모집합니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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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문자만든새끼 누구냐 씨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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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룬 하나씩 외우기 2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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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도전자들 사이에서도 룬 문자와 주문 언어를 익히려는 시도가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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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진지하게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생소한 언어에 흥미를 가진 정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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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 공부 관련한 게시글의 댓글에는, 그래서 이걸로 마법 쓸 수 있느냐는 물음이 하나씩 꼭 달려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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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연습하면 파이어볼정도는 외워서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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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호회원들도 마법은 걍 다 스킬로 쓰지 ㅋㅋ 실전성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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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딱헌터들은 퀘스트때문에 조금씩 공부했다는데 이젠 무쓸모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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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언어로 말할수있게 해주는 스킬 있을걸? 차라리 그거 얻으셈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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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은 대부분 이런 것들뿐이었다. 취미로 인공어 같은 걸 공부하는 놈들이랑 비슷한 결인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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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겠지. 어지간히 언어에 재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금방 습득할 수도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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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외국어를 습득하려면 최소한 2,000시간 이상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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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4시간씩 꼬박 2년을 공부해야 한다는 건데, 보통 도전자는 시련의 탑에 그만큼 오래 체류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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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이상을 탑에서 보내는 건 대형 길드의 간부들이나 고등급 헌터를 노리는 랭커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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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놈들이 한가하게 언어 공부 같은 걸 할 리가 없으니, 당연히 동호회라는 놈들 수준도 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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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개인적으로 동호회원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당장은 단념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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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넘어가고, 그냥 실전부터 하자. 아무 마법이나 하나 알려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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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많이 알려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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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한 쉽고 간단한 공격 계열로, 시전 단계부터 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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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현자는 두 가지 마법중 하나를 고르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기본 공격 마법인 매직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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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는 인간의 살점을 제물로 바쳐서 시전하는 블러드 샷이라는 흑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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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이 필요해서 그렇지 구동 자체는 매우 쉽고 기초적이라던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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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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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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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 티를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가짜 현자의 대갈통을 미스릴 완드로 마사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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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가짜 현자는 순순히 매직 미사일의 시전 방법과 마력 운용법을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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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당연히 룬 문자와 주문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지만, 그런 부분은 과감히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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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알려주는 주문을 통째로 외운 다음 따라하는 것으로 시전부터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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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시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마력의 흐름과 마법진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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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생산되는 심장 부근에서부터 시작해, 전신을 순환한 마력을 몸 밖으로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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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주문 언어를 읊는 것으로 방출된 마력의 성질 변화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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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원리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단순히 주문을 따라 읊는 것만으로 마력이 조금 소모되며 성질 변화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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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질 변화를 일으킨 마력은 구성된 마법진을 통과하며, 마지막으로 형태의 변화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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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성질만을 띠었을 뿐인 마력을 탄환의 형태로 정제하고, 속도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 모두 마법진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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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의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이제 시동어를 외쳐 마법을 발동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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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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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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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에서 조그만 마력의 불빛이 생성되었다가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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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마력 탄환이 만들어져 전방으로 쏘아져야 할 텐데, 쏘아지기는커녕 제대로 모양도 안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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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한 마력이 많은 건 아니지만, 발휘된 위력은 콩알탄만도 못한 수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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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역시 굉장하십니다. 그렇게 날림으로 시전했는데도 구동이 가능하다니……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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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실패한 줄 알았는데, 가짜 현자는 대뜸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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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을 엉망진창으로 구성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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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악마로 생각하고 있는 이놈은 고위 존재는 달라도 뭐가 다르다고 나불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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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위 존재도 뭣도 아니고, 진짜로 마법을 처음 배우는 일반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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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 마법을 처음 배울 때, 이 정도쯤 하면 잘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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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합니다,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천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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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현자는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라고 뒷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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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사실 그동안 몰랐을 뿐이지 나는 굉장한 재능을 갖고 있었던 건가? 전사가 아니라 마법사가 되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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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마법사 계열로 클래스를 바꾸기에는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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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미약한 마력 반응과 함께 오른편에서 짧은 빛살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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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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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진 빛살은 나와 가짜 현자의 옆을 지나가, 벽에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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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살의 정체는 고속으로 쏘아진 작은 마력의 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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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은 약하지만, 내 것보다 훨씬 제대로 된 매직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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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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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머리칼의 꼬마는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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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천재는 저런 걸 보고 천재라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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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해 보니까, 꼬마 에인이 매직 미사일을 한 번에 성공한 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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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에게 마력운용의 기초를 배운 것만으로도 내 [집광]을 그대로 따라 하던 녀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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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외한인 상태에서 감각만으로 내 스킬을 그대로 베껴 냈는데, 제대로 이론을 배운 지금은 어떻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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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우리는 숙소로 쓰는 빈집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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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법을 쓰면서 신이라도 난 건지, 에인은 좀처럼 잠자리에 들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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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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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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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손에서 형성된 매직 미사일이 주변을 한 바퀴 빙 돌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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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더 알려준 것도 아닌데, 혼자 매직 미사일을 갖고 놀더니 이젠 저런 것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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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미사일의 마법진을 임의로 재작성해, 탄환의 발사 궤도와 성질을 변경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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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 문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순전히 감각만으로 마법진의 구성 방식을 깨닫고 손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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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말이 되는 건가. 나는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도 쥐똥만 한 빛을 일으키는 게 전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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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이거 봐,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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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 꼬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더블 캐스팅을 하고, 주문을 생략한 무영창 시전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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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문외한인 나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닌 줄은 알고 있는데, 대체 뭐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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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에인이 ‘엄마가 좋아하는 마법’ 이라면서 그려냈던 마법진도 굉장히 복잡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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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분만 그렸을 뿐인데도 상당히 수준이 높은 마법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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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의문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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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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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재능의 꼬마를 낳은 그 ‘엄마’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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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가 다크엘프의 공주였던 것처럼, 어쩌면 마탑주급 대마법사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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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라면 그 정도의 배경은 있을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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