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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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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재

탑의 시스템은 도전자에게 기본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언어 이해 능력을 부여한다.

이는 단순한 번역기 수준이 아니라, 언어의 뉘앙스나 발음 등 모호한 부분을 적당하게 바꿔주기까지 하는 정도다.

덕분에 탑의 도전자는 어떤 세계에 떨어져도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할 일은 없다.

하지만 이 능력은 결코 만능이 아니며, 시스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언어와 문자도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법에 사용되는 룬 문자와 주문 언어다.

그리고 가짜 현자의 강의는 상당한 양의 룬 문자와 주문 언어의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문외한인 학문을 모르는 언어로 듣고 있자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 룬 문자 좀 빼고 설명해 봐, 못 알아먹겠네.”

“하지만……”

“하라면 좀 해, 기초 부분은 어떻게든 될 거 아니야?”

가짜 현자는 내가 시키는 대로 룬을 배제하고 강의를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대학 시절, 출결체크도 제대로 안 한다던 헛소문에 낚여 들었던 생판 모르는 교양 과목이 떠오른다.

분명 한국어로 말하고 있는데 대체 뭔 소린가 싶었던, 그 막막함이 지금 똑같이 느껴지고 있다.

“저, 저는 정말로, 최대한 쉽게 설명했습니다.”

저 굽실거리는 가짜 현자놈이 일부러 어렵게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굽신거리는 척하면서, 내가 문외한인 것을 알고 엿 먹어보라는 의도로.

“머리에 돌 맞은 침팬지에게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설명했습니다, 정말입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내 쪽이 문제인 게 맞는 모양이다.

아니 시발, 그래도 머리에 돌 맞은 침팬지도 이해할 수준은 아니지 않냐? 내가 그 정도로 머리가 나쁜 건 아닌데?

펜을 놓은지 제법 되긴 했지만, 그래도 멀쩡하게 4년제 대학까지 졸업했다고. 좋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야, 꼬맹이. 너는 좀 알겠냐.”

“쪼끔.”

“진짜로?”

그 와중에 마법사의 재능이 흘러넘치는 꼬마 에인은 나름대로 알아듣긴 한 모양이었다.

요놈이 똑똑한 걸까, 아니면 내가 멍청한 걸까- 마력을 다루는 분야라면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지.

나는 잠시 오픈 커뮤니티를 열어서 룬 문자와 주문 언어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왕초보가 복습하며 가르치는 룬 문자 1편]

[주문 언어 동호회원을 모집합니다.txt]

[룬문자만든새끼 누구냐 씨발거]

[하루에 룬 하나씩 외우기 23일차]

의외로 도전자들 사이에서도 룬 문자와 주문 언어를 익히려는 시도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진지하게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생소한 언어에 흥미를 가진 정도인 것 같다.

룬 공부 관련한 게시글의 댓글에는, 그래서 이걸로 마법 쓸 수 있느냐는 물음이 하나씩 꼭 달려 있었고.

  • 좀 연습하면 파이어볼정도는 외워서 할 수 있을 듯?

  • 우리 동호회원들도 마법은 걍 다 스킬로 쓰지 ㅋㅋ 실전성은 없음

  • 틀딱헌터들은 퀘스트때문에 조금씩 공부했다는데 이젠 무쓸모긴함

  • 주문언어로 말할수있게 해주는 스킬 있을걸? 차라리 그거 얻으셈 ㅇㅇ

답변은 대부분 이런 것들뿐이었다. 취미로 인공어 같은 걸 공부하는 놈들이랑 비슷한 결인듯싶다.

뭐, 그렇겠지. 어지간히 언어에 재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금방 습득할 수도 없을 테니.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외국어를 습득하려면 최소한 2,000시간 이상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하루에 4시간씩 꼬박 2년을 공부해야 한다는 건데, 보통 도전자는 시련의 탑에 그만큼 오래 체류하지를 않는다.

몇 년 이상을 탑에서 보내는 건 대형 길드의 간부들이나 고등급 헌터를 노리는 랭커들 뿐.

그런 놈들이 한가하게 언어 공부 같은 걸 할 리가 없으니, 당연히 동호회라는 놈들 수준도 뻔하겠지.

나중에 개인적으로 동호회원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당장은 단념해야겠군.

“이론은 넘어가고, 그냥 실전부터 하자. 아무 마법이나 하나 알려줘 봐.”

“난 많이 알려줘도 돼.”

“가능한 한 쉽고 간단한 공격 계열로, 시전 단계부터 시작해서.”

가짜 현자는 두 가지 마법중 하나를 고르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기본 공격 마법인 매직 미사일.

그리고 두 번째는 인간의 살점을 제물로 바쳐서 시전하는 블러드 샷이라는 흑마법이었다.

제물이 필요해서 그렇지 구동 자체는 매우 쉽고 기초적이라던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새끼야.

-깡!

“아악!”

혈사교 티를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가짜 현자의 대갈통을 미스릴 완드로 마사지해주었다.

어쨌든 가짜 현자는 순순히 매직 미사일의 시전 방법과 마력 운용법을 가르쳐주었다.

여기에도 당연히 룬 문자와 주문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지만, 그런 부분은 과감히 생략.

그냥 알려주는 주문을 통째로 외운 다음 따라하는 것으로 시전부터 해봤다.

마법을 시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마력의 흐름과 마법진의 구성.

마력이 생산되는 심장 부근에서부터 시작해, 전신을 순환한 마력을 몸 밖으로 방출한다.

이 때, 주문 언어를 읊는 것으로 방출된 마력의 성질 변화를 일으킨다.

무슨 원리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단순히 주문을 따라 읊는 것만으로 마력이 조금 소모되며 성질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성질 변화를 일으킨 마력은 구성된 마법진을 통과하며, 마지막으로 형태의 변화를 일으킨다.

특정한 성질만을 띠었을 뿐인 마력을 탄환의 형태로 정제하고, 속도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 모두 마법진의 몫.

여기까지의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이제 시동어를 외쳐 마법을 발동하면 된다.

“매직 미사일.”

-파직!

손바닥 위에서 조그만 마력의 불빛이 생성되었다가 흩어졌다.

원래는 마력 탄환이 만들어져 전방으로 쏘아져야 할 텐데, 쏘아지기는커녕 제대로 모양도 안 잡혔다.

소모한 마력이 많은 건 아니지만, 발휘된 위력은 콩알탄만도 못한 수준이고.

“여, 역시 굉장하십니다. 그렇게 날림으로 시전했는데도 구동이 가능하다니……놀랍습니다.”

당연히 실패한 줄 알았는데, 가짜 현자는 대뜸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 왔다.

마법진을 엉망진창으로 구성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나를 악마로 생각하고 있는 이놈은 고위 존재는 달라도 뭐가 다르다고 나불댔는데.

나는 고위 존재도 뭣도 아니고, 진짜로 마법을 처음 배우는 일반인일 뿐이다.

“보통 사람이 마법을 처음 배울 때, 이 정도쯤 하면 잘하는 건가?”

“당연합니다,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천재죠.”

가짜 현자는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라고 뒷말을 덧붙였다.

뭐지, 사실 그동안 몰랐을 뿐이지 나는 굉장한 재능을 갖고 있었던 건가? 전사가 아니라 마법사가 되어야 했나?

이제 와서 마법사 계열로 클래스를 바꾸기에는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 때, 미약한 마력 반응과 함께 오른편에서 짧은 빛살이 쏘아졌다.

-쾅!

쏘아진 빛살은 나와 가짜 현자의 옆을 지나가, 벽에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빛살의 정체는 고속으로 쏘아진 작은 마력의 탄환이었다.

위력은 약하지만, 내 것보다 훨씬 제대로 된 매직 미사일.

“우와, 됐다.”

회색 머리칼의 꼬마는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천재는 저런 걸 보고 천재라고 하는 거지.

**

잘 생각해 보니까, 꼬마 에인이 매직 미사일을 한 번에 성공한 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검령에게 마력운용의 기초를 배운 것만으로도 내 [집광]을 그대로 따라 하던 녀석 아닌가.

문외한인 상태에서 감각만으로 내 스킬을 그대로 베껴 냈는데, 제대로 이론을 배운 지금은 어떻겠어.

그 후, 우리는 숙소로 쓰는 빈집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마법을 쓰면서 신이라도 난 건지, 에인은 좀처럼 잠자리에 들려고 하지 않았다.

“얍.”

-츠팟!

에인의 손에서 형성된 매직 미사일이 주변을 한 바퀴 빙 돌고 사라졌다.

뭔가 더 알려준 것도 아닌데, 혼자 매직 미사일을 갖고 놀더니 이젠 저런 것까지 하고 있다.

매직 미사일의 마법진을 임의로 재작성해, 탄환의 발사 궤도와 성질을 변경시킨 것이다.

룬 문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순전히 감각만으로 마법진의 구성 방식을 깨닫고 손본 거다.

저게 말이 되는 건가. 나는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도 쥐똥만 한 빛을 일으키는 게 전부였는데.

“진혁악마님 이거 봐, 두 개.”

이제 저 꼬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더블 캐스팅을 하고, 주문을 생략한 무영창 시전까지 하고 있다.

마법에 문외한인 나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닌 줄은 알고 있는데, 대체 뭐가 뭔지.

그러고 보면, 에인이 ‘엄마가 좋아하는 마법’ 이라면서 그려냈던 마법진도 굉장히 복잡했었지.

일부분만 그렸을 뿐인데도 상당히 수준이 높은 마법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정도다.

그렇다면,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의문이 하나.

“엄마한테도 보여주고 싶다.”

이런 미친 재능의 꼬마를 낳은 그 ‘엄마’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엘레노어가 다크엘프의 공주였던 것처럼, 어쩌면 마탑주급 대마법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에픽 퀘스트라면 그 정도의 배경은 있을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