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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현자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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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마력을 전개하여, 무기를 든 주민들의 수준을 가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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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을 지키던 떡대들이 단련된 몸뚱이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이들 역시 매우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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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고 있는 마력의 양은 고만고만하고, 그렇다고 특별한 무기를 갖춘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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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랄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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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상을 입고 기절한 떡대에게 마저 포션을 퍼부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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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적의가 없다는 사실은 이 수준 차이만 봐도 명백하지 않나, 죽이려면 진작에 다 죽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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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오히려 힘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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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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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스킬을 사용해, 무기를 들고 나온 주민들에게 압박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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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 스킬의 효과는 상대방과의 힘의 차이가 클수록 눈에 띄게 잘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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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정도의 차이라면 단순히 [위압]을 전개하는 것만으로 전원을 혼절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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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적당히 출력을 조절해서 약간만 압박을 주고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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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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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주민들이 헛숨을 내쉬며 벌벌 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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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압박을 받았으면 겁먹고 주저앉거나 도망칠 만도 한데, 의외로 그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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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면 안 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 그것도 슬슬 물어보면 대답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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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딱히 댁들한테 해코지할 생각이 없는데, 이게 뭐 하는 짓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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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압박은 상대방에게서 대화를 이끌어 낸다. 맹수와 대화가 통한다면 누구든 시도해 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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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리 마을에서 나가라……이 미친 자식들, 더 이상 네놈들에겐 누구도 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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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라, 쥐 죽은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기를 들이밀던 떡대의 말문이 확 트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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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걸 들어보니 역시 뭔가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다. 흠, 이거 느낌이 확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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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혈사교의 마법사들이 악마 소환 의식을 벌이는 그 장소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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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신공양에 쓸 제물을 얻으러 혈사교 놈들이 찾아온 적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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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더 이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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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내줄 수 없다는 건, 그동안은 내준 적이 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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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놈들은 나와 에인을 그 혈사교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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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민들이 가진 마력량이 형편없는 이유도 대충, 마력량이 많으면 제물이 된다거나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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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네놈들 뜻대로 뭐든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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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말한 것 같은데, 내용이 이래서는 너무 허접한 공갈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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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지 않을 거면 뭐 어쩔 건데, 그런 말을 하려면 최소한 뭔가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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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킬을 통해 주고 있는 압박과는 별개로, 이 주민들은 과하게 겁먹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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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는 애초에 대화가 성립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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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말고 다른 수단을 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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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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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거친 방법이 되겠지만, 차근차근 오해를 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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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한 군데씩 꺾여서 바닥에 자빠져 있는 주민에게 포션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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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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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정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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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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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포션을 받아 들이켰다. 이런 주민의 숫자는 거의 수십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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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먹은 주민들은 십여 분간의 전투 끝에 모두 제압되었다.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힘든 전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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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을 죽이지 않고, 불구로 만들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의 상해만 입혀서 제압하기 위한 전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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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죽이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1분 안에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는데, 꽤 시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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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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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 인정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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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거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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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에인도 내 흉내를 내며 쓰러진 주민들에게 포션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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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몇 분을 들여 모든 주민이 회복되기까지 기다린 후,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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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로 이 마을에 아무 해코지를 할 생각이 없고,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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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에 있는 혈사교인가 뭔가 하는 놈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적대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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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이미 포션을 받아먹으며 ‘인정’을 선언한 상태인데도 어마어마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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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들 봐라, 아무도 안 죽이고 포션까지 나눠줬는데도 아직도 의심질이야? 뒤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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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기를 들고 덤벼놓고 이딴 태도라니, 이쯤 되면 슬슬 내가 진짜 악마로 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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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번 층에 그런 설정이 걸려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소환된 도전자가 악마로 보이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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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 놈들이나 꼬마 에인이나 아무렇지 않게 나를 악마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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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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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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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한테 내가 뭘 물어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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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인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고, 주민들을 향해 물어볼까 고민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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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이나 날개나 꼬리가 달린 것도 아니니까, 다른 부분이 어떻게 보이더라도 악마라고 단정하기는 힘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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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무기를 들고 덤빈 이들을, 죽일 수 있음에도 살려 주는 자비로운 모습을 보인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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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왜 내가 혈사교랑 한 패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이유 좀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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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외견이 아닌 다른 이유를 묻는 말을 던졌다. 주민들은 하나둘씩 이유를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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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거대한 의식을 벌인다면서 한동안 안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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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은 남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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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운이라고 해야 하나……그런 게 너무 흉악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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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근거 없는 의심이었다. 하지만 개중 한 사람의 말만큼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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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현자님이 그렇게 말씀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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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할 수 없는 키워드가 나왔다. 직후, 현자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남자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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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민들도 화들짝 놀라 남자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현자라는 존재를 비밀로 하고 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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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한 이유는 전부 덧붙인 구실에 불과하고, 진짜 이유는 아마 이거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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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 좀 자세히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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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벤토리에서 미스릴 완드를 꺼내 툭툭 두들기며, 현자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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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협박을 곁들였음에도, 마을 주민들은 현자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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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쓸모라고는 없는 놈들이다. 내 옆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에인이 훨씬 도움이 될 지경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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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조금 전부터 내가 들려준 동화를 떠올렸는지, 현자를 꼭 보고 싶다며 내게 칭얼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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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조그만 꼬마는 역시 악마를 소원 들어주는 요정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소원이라고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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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주민들이 현자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건 사실 아무래도 좋다. 내가 직접 찾으면 그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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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씩이나 하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당연히 마법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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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하며 [초감각] 스킬을 발동하고, 마력감지를 최대 수준으로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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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력감지 범위는 이 마을 하나쯤은 쉽게 뒤덮는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면 그 깊이 역시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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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으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사방 모든 물체의 뒷면과 내면, 그 감촉과 질감까지 세세히 느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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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존재의 내면까지 마력을 이용해 가볍게 훑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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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다른 주민들은 물론이요, 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의 솜털 하나하나까지 감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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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건물의 지하에 꼭꼭 숨어 은폐 마법을 두르고 있는 어떤 마법사의 존재를 감지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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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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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내가 퍼트린 마력을 느낀 것인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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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가 숨어 있는 건물의 방향으로 단번에 도약해, 발밑에 오러를 두르고 그 천장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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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이용한 타격과 마력 방출의 조합으로 건물을 단번에 가루로 만들고, 지하까지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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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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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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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붕괴시키며 나타난 나를 보며 기겁하는 마법사, 현자라는 호칭에 어울리는 꼬락서니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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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알면 실망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 현자라는 놈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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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민들을 통해 알아낸 이 ‘현자’에 대한 정보는 몇 가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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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 남은 유일한 마법사라는 사실, 마을의 실질적인 지도자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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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흑발의 전사와, 회색 머리칼과 눈을 가진 어린아이를 막으라 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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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시민들은 현자의 말을 따라나와 에인을 혈사교 패거리로 간주하고 맞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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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접 그 현자를 보니, 자초지종이 어떻게 된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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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누구도 내줄 수 없다던 외침의 의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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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창의적인 새끼들이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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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현자의 몸에는 묘한 느낌의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최근에 느껴본 적이 있는 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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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력감지를 통해 옷 속을 투시하니 보이는 해골과 뱀이 그려진 표식, 이것도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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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러낸 악마 소환진에 그려져 있던 표식, 즉 혈사교 마법사들의 상징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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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위대한 짐승이여, 당신의 수족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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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현자로 위장한 혈사교 마법사의 손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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