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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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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18층의 지도와 미니맵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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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빠져나온 숲은 예상 이상으로 외진 곳에 처박혀 있었다. 말 그대로 미니맵의 맨 구석 끝 부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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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 오래 걸리지 않아서 구역을 제한하는 파괴 불가 장벽을 만날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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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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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상대가 마법사인 이상 마탑으로 가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문제는 그게 어떤 마탑이느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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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이나 청색 같은 메이저한 마탑들은 한 지역에 밀집되어 있어 찾아가기도 간단하지만-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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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마나 어마어마하게 마이너한 색의 마탑에 있을 테지, 아마 거의 모든 마탑을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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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 혼자서 작정하고 돌아보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나 혼자서는 에인의 ‘엄마’를 알아볼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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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의 인상착의라도 알 수 있으면 어떻게든 할 만하겠지만, 이 부분에도 당연히 애로사항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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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예쁘게 생겼어, 그리고 어른이고, 키가 크고,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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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엄마의 인상착의를 도통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아무리 물어도 그냥 ‘예쁘다’ 라고밖에 표현을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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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다고는 하지만 아이의 시선이라 진짜 큰지 어떤지도 모르겠고, 머리색도 흔한 갈색이라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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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에인의 엄마에 대해 아는 건, 마법사일 가능성이 높은 갈색 머리의 여성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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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도 모르고, 어른이라고 말하지만 의외로 성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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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가 더 쉽겠네. 정보가 진짜 아무것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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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게 최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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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똑같이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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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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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다못해 그림으로라도 표현해 달라고 했는데, 역시 어린아이의 그림으로는 가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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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마법진을 쉽게 그려내길래 조금은 기대했건만, 결국 이런 식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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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마법사들은 외부인이 마탑에 출입하는 것을 썩 반기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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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도전자들은 결국 마탑에 의해 소환된 입장이라, 최소한 손님 취급을 받지만……나는 사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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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박대는 물론이요,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연히 내가 이기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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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안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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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고민을 더해 가며 앞으로의 계획을 짜던 중, 에인이 옷소매를 당기며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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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차피 고민해봐야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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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가자. 손 꼭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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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에인을 데리고 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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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등의 메이저한 마탑이 위치한 중앙 도시는 이 마을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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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일단 에인에게 입힐 옷을 좀 사고, 숙소를 빌려서 애를 좀 씻기기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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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스킬로 꾸준히 오염을 제거해 주긴 했지만, 아직 꾀죄죄한 꼴인 건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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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병이 들지도 모르니, 청결은 여러 방법으로 유지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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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입구는 산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막기 위함인지, 뾰족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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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간단한 무장을 갖춘 떡대들이 울타리와 함께 서 있었는데, 이들은 우리를 보고 대뜸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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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잽싸게 마을 안으로 들어가, 울타리 문을 거칠게 닫아버린 다음 쇠사슬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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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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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 하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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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이 여행자나 외부인을 거절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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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건 누가 봐도 우리가 마을에 들어오는 걸 막으려는 것 같다. 하지만 대체 뭘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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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딱히 무장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기껏해야 검은 가죽 갑옷을 걸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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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림새만 보면 오히려 저 떡대 놈들이 더 든든하게 무장한 상태이기에, 외견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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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꾀죄죄한 꼬마의 손을 꼭 잡고 걸어들어오는 여행자를 문전박대할 이유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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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정이 있는 거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건 예삿일이 아니란 뜻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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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이것 좀 열어봐요. 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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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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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도 있다고, 최소한 설명은 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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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타리 문을 툭툭 두들기며 그 너머에 있는 떡대들을 향해 말했다. 에인도 작은 손으로 그것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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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답이 돌아오기는커녕, 떡대들은 쥐죽은 듯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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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척하지 말고, 문 앞에 서 있는 거 다 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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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대 놈들은 내 말이 떠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오히려 입술을 깨물고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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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닥치고 있다고 기척이 안 나는 게 아닌데 말이지. 마력이 닿는 범위라면 내 시야에 사각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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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는 에인을 위한 생필품을 사야 했기에, 난동을 부릴 생각은 없었지만……어쩔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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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셀 때까지 안 열면 그냥 힘으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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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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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꺼내자마자 들려오는 사슬 소리, 하지만 문에 걸어놓은 사슬이 풀리는 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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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대 놈들이 사슬을 만지작거리며 뭔가 하고 있었다. 뭔가 마력이 움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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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잠깐만, 이거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데. 몇 층에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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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 마법이랑 비슷한 기척이다. 움직인 마력의 양을 보면 결계는 절대 아닐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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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들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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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을 더 강화하거나 마법적인 잠금장치를 다는 마법쯤 되겠네,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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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소롭고 같잖아서 짜증이 치밀 지경이다. 그때, 에인이 내 등을 쿡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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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자신의 양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는, 묘한 마력의 흐름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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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저거 할 수 있어, 내가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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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게 잠긴 울타리 문을 향해 에인이 마력을 흘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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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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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을 매개로 발동한 마법이 점점 해제되어간다. 울타리 너머의 떡대들이 웅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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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놀란 모양인데,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얘가 언제 이런 것까지 할 수 있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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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마력의 운용법을 알려줬을 뿐, 제대로 마법을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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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하는 [집광]을 보고 흉내를 내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이건 얘기가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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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진혁악마님, 이거 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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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그렇게 순식간에 마법 자물쇠를 풀어버리고는, 위풍당당하게 울타리 문을 밀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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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법은 풀렸어도 떡대들이 문을 막고 있는 탓에 열리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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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읏차, 왜 안 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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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자신이 뭔가 잘못한 줄 알았는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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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문은 제대로 열렸으니까 기죽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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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법으로 막혀 있는 게 아니라고, 마법은 네가 풀었으니까 남은 건 내가 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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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다크엘프들의 말투를 흉내 내 보니, 나치고는 꽤 괜찮은 위로의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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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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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울타리 문은 내 발차기 한 번에 가루가 되어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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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막던 떡대들은 근골은 훌륭했지만, 체내의 마력량은 극단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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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 하나, 마력이 없어서 몸이라도 기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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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보아온 NPC는 대부분 약한 일반인 아니면 강한 초인 두 종류로 갈리곤 했는데, 이놈들은 딱 그 중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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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나 특수한 힘이 없는 순수 인간 중에서는 최상급, 하지만 그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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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하기 없는 그 강함 때문에, 이번에는 나도 힘 조절이 조금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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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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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휘두른 주먹에 얻어맞은 떡대가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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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씌운 것도 아니고, 마력을 실은 것도 아니고, 스킬을 써서 때린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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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힘이 좀 많이 들어갔을 뿐인 평범한 주먹질, 하지만 그 한 대를 못 견디고 무너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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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마력 없이 단련된 인간의 몸이 이렇게 물렁물렁할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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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뭉개질 만큼 부드러운 건 또 아니고, 그렇다고 내 주먹을 견딜 만큼 단단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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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녹은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때린 느낌이다. 아마 뼈가 죄다 으스러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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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왜 사람 면전에서 문을 닫아. 설명도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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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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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말 좀……어휴, 가만있어봐. 입 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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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쌕쌕거리며 죽어가는 떡대의 입에 억지로 고성능의 포션을 물려주고 잠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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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에게 쓴 것과 같은 포션인데, 이렇게 기골이 튼튼한 놈이라면 부작용 없이 효과만 누릴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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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작용이 어느 수준인지는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병든 어린아이도 견딜 수 있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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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문제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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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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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대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파랗게 물들며, 눈이 뒤집혀 검은자위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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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마력을 전개해 놈의 몸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포션으로 인한 치료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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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크게 소모되었는지, 여러 장기가 기능부전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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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허우대도 좋은 놈이 요 조막만 한 어린애보다 체력이 없단 말이야?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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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지 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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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포션을 꺼내 떡대에게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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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아서 한 대 패줄 생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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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을 안쪽에서는 하나둘씩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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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전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아니다. 무기도 절반 이상은 농기구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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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만 어린애만도 못한 체력을 가진 덩치들이며, 잔뜩 쫄아 있는 주민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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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모종의 사건이 있었던 건 확실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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