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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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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검령은 내가 매일같이 전투 중에 불러내던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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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소환되자마자 눈앞에 있는 꼬마 에인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려 했던 건 그래서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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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어린 꼬마를 보자마자 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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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검령을 다시 불러내고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꼬마는 적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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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이 꼬마에게 마력운용의 기본을 알려 주려고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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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하는 말이, 적을 외견만으로 판단하는 건 안좋은 버릇이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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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견이 어린아이라고 해서 그 속까지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 같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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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흥미가 있어서 들어 보니, 마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품은 인간은 노화가 급속도로 느려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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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바깥 세상의 헌터들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외모가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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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그냥 돈을 처발라서 그런 줄 알았었는데……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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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를 불러냈단 말이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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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임마, 바로 칼부터 꺼내면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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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네가 말하느냐, 이 썩을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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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뭐라고 불평을 하려는 듯 했으나, 내가 미스릴 완드를 들어올리자 바로 입을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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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 주제에 주인한테 깝치고 있어, 뒈질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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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그렇게 검령을 불러내 에인과 대면시켰다. 에인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검령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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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곧 마력을 일으켜 에인의 몸을 훑어보았다. 에인이 놀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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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매우 예민하게 감지하는 에인에게 저런 탐색은 말 그대로 온몸을 더듬어지는 것 같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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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좀 불건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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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행색의 늙은이가 귀여운 꼬마를 마구 더듬어대며 추행하는 그림과 상황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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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이 비린내나는 꼬맹이가 그렇게나 대단한 원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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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굉장한 녀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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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게 말이냐? 내가 보기에는 그냥 쓰레기 같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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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한 대 더 맞고 싶어서 환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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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의 총량은 개미 눈곱만도 못하고, 사지에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뼈도 얇고 빈약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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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들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마법 쪽의 재능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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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병이 들었던 적도 있는 것 같으니, 나이가 먹어도 기골은 형편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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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자연스럽게 검사를 보는 눈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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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들면 한 달 안에 객사할 쓰레기 아니냐. 네놈도 보는 눈이 형편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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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무리 그래도 애를 눈앞에 두고 못하는 말이 없네, 뒤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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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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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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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 검령 새끼는 꼭 안해도 될 말을 해서 매를 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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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누가 평가질하라고 꺼낸 줄 아나, 마력운용이나 잘 가르치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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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령의 대가리를 연타해 다시 돌려보내고, 에인의 눈치를 잠시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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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게도 에인은 딱히 주눅든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어려운 말이라 못 알아들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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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칼레온을 꺼내 다시 하급 마법석으로 검령을 소환하고, 다시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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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쪽이라면 진작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고얀 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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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투덜거리면서도 의외로 마력운용을 가르쳐 주라는 내 명령에 순순히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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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기술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는 분명 존나게 비싸게 굴었던 것 같은데, 괜히 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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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린 애송아. 어디 스승님이라고 한번 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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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한결같은 놈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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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나와 다르게 순순히 검령을 스승님이라고 불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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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스승에 대한 존중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검령의 이름이 ‘스승님’인줄 아는 모양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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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랜만에 존칭을 들어보는 검령의 기분이 좋아 보이기에, 오해는 일부러 풀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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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 이거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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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대로 된 이론과 설명으로 마력운용을 배우기 시작한 에인의 성장속도는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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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몇 시간만에 마력운용의 기초를 깨우치고, 몸 밖으로 마력을 방출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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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걸 해내기까지 얼마나 걸렸더라……새삼 재능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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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하! 이거 아주 가르치는 맛이 있는 애송이구나, 검사로서의 재능이 없는 것이 참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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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도 아주 신바람이 나서 이런저런 기교를 가르쳐 주었고,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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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이거 봐,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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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내 스킬 중 하나인 [집광]과 비슷한, 빛을 발생시키는 마법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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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마법의 급을 따지자면 매우 기초적인 수준- 수학으로 치면 구구단 정도의 마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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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인은 진짜 구구단도 못 뗐을 만한 나이인지라, 굉장한 재능이라는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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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너 지금 이거 따라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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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라워하며 [집광] 스킬을 사용했다. 에인이 일으킨 빛을 빼앗아 빛의 구체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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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마법 대단해, 내 건데 뺏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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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뭐,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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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나도 그거 해볼래, 뺏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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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그러더니 제멋대로 마력을 만지작거리며, 내 [집광]의 빛을 빼앗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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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재능은 물론이요 의욕까지 출중하다. 이 동행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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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조금 뺏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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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이면 내가 이 꼬마한테 반대로 마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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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게 돼도 딱히 나쁠 건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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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을 불러낸 건 여러모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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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에인의 지도를 검령에게 맡기고 나는 혼자서 단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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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련에 따른 성과는 아직까지 딱히 없었지만,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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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도 검령을 상당히 잘 따르는 것 같고, 꼬마를 돌봐야 하는 부분이 줄어든 건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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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같아서는 검령에게 에인을 완전히 맡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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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 소환 기능은 여러 번 연속으로 사용하면 쿨타임이 걸리고, 소환의 지속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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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에 쓸 수 있는 마법석은 수백개 단위로 있지만, 하루 종일 소환을 지속하려면 소모량이 꽤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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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숲을 주파해야하는 낮 동안은 여전히 나와 꼬마 에인 단 둘만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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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엄청엄청엄청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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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뇸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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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건강이 무척 빠르게 좋아진 에인은 이제 죽 이외의 음식도 별 탈없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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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에인이 먹고 있는 것은 내가 꺼내준 김밥, 아직 다른 자극적인 음식은 조금 이를 것 같아서 이것부터 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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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김밥일 뿐인데 뭐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하기사, 그 잡탕죽도 좋다고 먹었을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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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거 처음 봤어, 진혁악마님은 맨날 이런 거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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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도 가끔밖에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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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귀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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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건 아니고, 내가 별로 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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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건강이 좋아진 이후로 수다가 늘었다. 수다의 주제는 대부분이 이런 실없는 질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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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특유의 호기심일까, 아니면 내 존재가 에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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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대답이 거짓말과 건성인 설명밖에 없는 처지로서는 마냥 듣기 편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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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렇게 맛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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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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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뭘 먹고 지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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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끔 이렇게 거꾸로 에인을 향해 물음을 던져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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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시원찮다. 대답의 대부분이 ‘잘 몰라’ 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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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인가 뭔가 하는 놈들한테 잡혀 있었으니, 당연히 정상적인 생활을 보내지는 못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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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밥 먹었어, 엄마가 주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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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주민이 아닌 내 눈으로 보기에도 에인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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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조차 너무나 무지하다. 이 꼬마는 밥이라는게 정확히 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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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주는 밥이 어떤 음식이었는지 설명하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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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언어, 어휘능력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혈사교에게 뭔가 당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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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나 빨리 엄마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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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이 질문 다음으로 입에 올리는 말은 대부분 ‘엄마’와 관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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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보고 싶다는 말, 엄마 생각을 했다는 말, 엄마한테 마법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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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귀여워서 그냥 들어주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신경에 좀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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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마력감지를 최대 범위로 전개하고 있느라 집중력 소모가 심한데, 귓가에서 쉬지 않고 떠들어 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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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꼬마한테 엄마 얘기좀 그만 하라고 할 수도 없으니, 은근히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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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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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마력감지에 다가오는 생명반응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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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이 숲의 몬스터 무리다. 나는 에인을 내려놓고 칼레온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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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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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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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시간도 슬슬 늦어가고 있으니, 검령을 소환해 에인을 맡기기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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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칼질 안 하네, 상황은 대충 알겠지? 꼬맹이 잘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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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보모 노릇을 시킬거면 최소한 중급 마법석 정도는 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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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의 불평을 흘려넘긴 뒤, 무기를 들고 감지되는 몬스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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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중급 정도는 쓰라고 하지만, 검령은 하급으로 소환되어도 그럭저럭 강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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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은 딸려도 오러를 비롯한 강력한 기술을 쓰기 때문에, 적어도 잡몹 한둘을 못 당해낼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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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검령과 에인을 두고 숲을 향해 달려나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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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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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의 등 뒤에서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에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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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한테 배웅을 받아보는게 얼마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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