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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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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육아일기

아무래도 검령은 내가 매일같이 전투 중에 불러내던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모양이다.

대뜸 소환되자마자 눈앞에 있는 꼬마 에인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려 했던 건 그래서였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어린 꼬마를 보자마자 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아무튼 나는 검령을 다시 불러내고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꼬마는 적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는 이 꼬마에게 마력운용의 기본을 알려 주려고 한다고.

그 후에 하는 말이, 적을 외견만으로 판단하는 건 안좋은 버릇이라나 뭐라나.

외견이 어린아이라고 해서 그 속까지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 같다는데.

조금 흥미가 있어서 들어 보니, 마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품은 인간은 노화가 급속도로 느려진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바깥 세상의 헌터들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외모가 많았던 것 같다.

전에는 그냥 돈을 처발라서 그런 줄 알았었는데……아무튼.

“그래서 나를 불러냈단 말이지, 이해했다.”

“그래 임마, 바로 칼부터 꺼내면 쓰나.”

“그걸 네가 말하느냐, 이 썩을 놈아?”

검령은 뭐라고 불평을 하려는 듯 했으나, 내가 미스릴 완드를 들어올리자 바로 입을 닥쳤다.

도구 주제에 주인한테 깝치고 있어, 뒈질라고 말이야.

아무튼 나는 그렇게 검령을 불러내 에인과 대면시켰다. 에인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검령을 올려다보았다.

검령은 곧 마력을 일으켜 에인의 몸을 훑어보았다. 에인이 놀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력을 매우 예민하게 감지하는 에인에게 저런 탐색은 말 그대로 온몸을 더듬어지는 것 같겠지.

씁,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좀 불건전한데?

노숙자 행색의 늙은이가 귀여운 꼬마를 마구 더듬어대며 추행하는 그림과 상황이잖아.

“흐음……이 비린내나는 꼬맹이가 그렇게나 대단한 원석이라고……?”

“어, 굉장한 녀석이야.”

“이딴 게 말이냐? 내가 보기에는 그냥 쓰레기 같다만?”

아니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한 대 더 맞고 싶어서 환장했나.

“마력의 총량은 개미 눈곱만도 못하고, 사지에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뼈도 얇고 빈약하군.”

아, 들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마법 쪽의 재능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골병이 들었던 적도 있는 것 같으니, 나이가 먹어도 기골은 형편 없겠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검사를 보는 눈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검을 들면 한 달 안에 객사할 쓰레기 아니냐. 네놈도 보는 눈이 형편없군.”

근데, 아무리 그래도 애를 눈앞에 두고 못하는 말이 없네, 뒤질라고.

-깡!

“크헉!”

하여튼 이 검령 새끼는 꼭 안해도 될 말을 해서 매를 번다니까.

애초에 누가 평가질하라고 꺼낸 줄 아나, 마력운용이나 잘 가르치란 말이야.

나는 검령의 대가리를 연타해 다시 돌려보내고, 에인의 눈치를 잠시 살폈다.

다행이게도 에인은 딱히 주눅든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어려운 말이라 못 알아들은 건가.

인벤토리에서 칼레온을 꺼내 다시 하급 마법석으로 검령을 소환하고, 다시 설명해 주었다.

“마법 쪽이라면 진작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고얀 놈 같으니……”

검령은 투덜거리면서도 의외로 마력운용을 가르쳐 주라는 내 명령에 순순히 응했다.

나한테 기술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는 분명 존나게 비싸게 굴었던 것 같은데, 괜히 꼽네.

“자, 어린 애송아. 어디 스승님이라고 한번 해 보거라.”

아니, 한결같은 놈이었군.

**

에인은 나와 다르게 순순히 검령을 스승님이라고 불러 주었다.

그게 스승에 대한 존중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검령의 이름이 ‘스승님’인줄 아는 모양이다만.

그래도 오랜만에 존칭을 들어보는 검령의 기분이 좋아 보이기에, 오해는 일부러 풀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응, 나 이거 할 수 있어.”

그리고 제대로 된 이론과 설명으로 마력운용을 배우기 시작한 에인의 성장속도는 굉장했다.

고작 몇 시간만에 마력운용의 기초를 깨우치고, 몸 밖으로 마력을 방출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가 저걸 해내기까지 얼마나 걸렸더라……새삼 재능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는군.

“으하하하! 이거 아주 가르치는 맛이 있는 애송이구나, 검사로서의 재능이 없는 것이 참 아쉬워……”

검령도 아주 신바람이 나서 이런저런 기교를 가르쳐 주었고, 그 결과.

“진혁악마님 이거 봐, 반짝반짝.”

에인은 내 스킬 중 하나인 [집광]과 비슷한, 빛을 발생시키는 마법을 터득했다.

뭐, 마법의 급을 따지자면 매우 기초적인 수준- 수학으로 치면 구구단 정도의 마법이긴 하다.

하지만 에인은 진짜 구구단도 못 뗐을 만한 나이인지라, 굉장한 재능이라는 건 맞다.

“허, 너 지금 이거 따라한 거지?”

나는 놀라워하며 [집광] 스킬을 사용했다. 에인이 일으킨 빛을 빼앗아 빛의 구체가 만들어진다.

“진혁악마님 마법 대단해, 내 건데 뺏어갔어.”

“어……뭐, 그렇지.”

“다음에는 나도 그거 해볼래, 뺏는거.”

에인은 그러더니 제멋대로 마력을 만지작거리며, 내 [집광]의 빛을 빼앗으려 했다.

마법의 재능은 물론이요 의욕까지 출중하다. 이 동행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됐다, 조금 뺏어왔다.”

-조만간이면 내가 이 꼬마한테 반대로 마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게 돼도 딱히 나쁠 건 없으려나.

**

검령을 불러낸 건 여러모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꼬마 에인의 지도를 검령에게 맡기고 나는 혼자서 단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물론 단련에 따른 성과는 아직까지 딱히 없었지만, 어쨌든.

에인도 검령을 상당히 잘 따르는 것 같고, 꼬마를 돌봐야 하는 부분이 줄어든 건 이득이다.

마음같아서는 검령에게 에인을 완전히 맡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다.

검령 소환 기능은 여러 번 연속으로 사용하면 쿨타임이 걸리고, 소환의 지속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다.

소환에 쓸 수 있는 마법석은 수백개 단위로 있지만, 하루 종일 소환을 지속하려면 소모량이 꽤 될거다.

그렇기에 숲을 주파해야하는 낮 동안은 여전히 나와 꼬마 에인 단 둘만의 시간이었다.

“이거 엄청엄청엄청 맛있다.”

-옴뇸뇸.

그동안 건강이 무척 빠르게 좋아진 에인은 이제 죽 이외의 음식도 별 탈없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에인이 먹고 있는 것은 내가 꺼내준 김밥, 아직 다른 자극적인 음식은 조금 이를 것 같아서 이것부터 줘 봤다.

그냥 김밥일 뿐인데 뭐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하기사, 그 잡탕죽도 좋다고 먹었을 정도니.

“나 이런거 처음 봤어, 진혁악마님은 맨날 이런 거 먹어?”

“아니, 나도 가끔밖에 안 먹어.”

“그렇구나, 귀한 거야?”

“귀한 건 아니고, 내가 별로 안 좋아해.”

에인은 건강이 좋아진 이후로 수다가 늘었다. 수다의 주제는 대부분이 이런 실없는 질문들이었다.

어린아이 특유의 호기심일까, 아니면 내 존재가 에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걸까.

할 수 있는 대답이 거짓말과 건성인 설명밖에 없는 처지로서는 마냥 듣기 편하지는 않다.

“그게 그렇게 맛있냐.”

“응,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평소에는 뭘 먹고 지냈길래.”

그래서 가끔 이렇게 거꾸로 에인을 향해 물음을 던져 보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시원찮다. 대답의 대부분이 ‘잘 몰라’ 였으니까.

혈사교인가 뭔가 하는 놈들한테 잡혀 있었으니, 당연히 정상적인 생활을 보내지는 못했겠지만-

“나는 그냥 밥 먹었어, 엄마가 주는 밥.”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닌 내 눈으로 보기에도 에인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조차 너무나 무지하다. 이 꼬마는 밥이라는게 정확히 뭔지도 모른다.

엄마가 주는 밥이 어떤 음식이었는지 설명하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단순히 언어, 어휘능력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혈사교에게 뭔가 당한 걸지도 모른다.

“진혁악마님, 나 빨리 엄마 보고싶어.”

에인이 질문 다음으로 입에 올리는 말은 대부분 ‘엄마’와 관련된 것이다.

엄마를 보고 싶다는 말, 엄마 생각을 했다는 말, 엄마한테 마법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귀여워서 그냥 들어주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신경에 좀 거슬린다.

항상 마력감지를 최대 범위로 전개하고 있느라 집중력 소모가 심한데, 귓가에서 쉬지 않고 떠들어 대니까.

그렇다고 꼬마한테 엄마 얘기좀 그만 하라고 할 수도 없으니, 은근히 곤란하다.

-아우우우우우!!

그 때였다.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마력감지에 다가오는 생명반응이 잡혔다.

매일같이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이 숲의 몬스터 무리다. 나는 에인을 내려놓고 칼레온을 꺼냈다.

[검령 각성]

“흠.”

마침 시간도 슬슬 늦어가고 있으니, 검령을 소환해 에인을 맡기기 딱 좋았다.

“이번에는 칼질 안 하네, 상황은 대충 알겠지? 꼬맹이 잘 지켜라.”

“흥, 보모 노릇을 시킬거면 최소한 중급 마법석 정도는 쓰거라.”

검령의 불평을 흘려넘긴 뒤, 무기를 들고 감지되는 몬스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말로는 중급 정도는 쓰라고 하지만, 검령은 하급으로 소환되어도 그럭저럭 강한 편이다.

스펙은 딸려도 오러를 비롯한 강력한 기술을 쓰기 때문에, 적어도 잡몹 한둘을 못 당해낼 수준은 아니다.

그렇게 검령과 에인을 두고 숲을 향해 달려나가는 순간.

“진혁악마님, 다녀와.”

검령의 등 뒤에서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에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한테 배웅을 받아보는게 얼마만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