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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마법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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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에인이 내가 발휘하고 있는 오러에서 살짝 누출된 마력을 감지한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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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선천적인 마력 감응력만을 발휘해, 자던 중에 그걸 느끼고 깨어난 거라면- 이 꼬맹이의 마력 감응력은 장난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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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강력한 마력 감응력을 타고나는 엘프 중에도 그게 가능한 녀석들은 얼마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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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 최고의 그림자 마법사인 엘레노어도 될까말까한 수준인데……아니,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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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마는 에픽 퀘스트의 트리거가 되는 NPC다. 엘레노어랑 같은 포지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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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랑 아무런 차이가 없는 언동도 그렇고, 최상급 엘리트 NPC여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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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혈사교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일부러 준비한 중요한 제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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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뭔가 특별한 힘이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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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그냥 불쌍한 꼬맹이라고 생각했는데……이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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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은 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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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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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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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원래 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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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부비며 질문공세를 해 오는 에인에게 대충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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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에인은 꾸물거리며 기어나와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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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인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로 손을 옮긴 다음, 조그만 돌멩이에 살짝 오러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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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에인은 ‘응?’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내 쪽을 쳐다보았다. 이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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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꼬마는 내가 작정하고 약하게 두른 오러를 아무렇지 않게 감지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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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별 경우를 다 보겠네. 이런 녀석이 어떻게 납치 같은 걸 당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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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예민하기만 하고 전투능력은 없으니 그럴 만도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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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잠깐만, 그것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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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이 녀석한테 정말 전투능력이 없는지는 모르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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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환되었을 때는 애초에 죽어가고 있었고, 지금도 많이 쇠약해진 상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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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의 마력량은 희박하지만, 사용 효율이 좋다면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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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꼬마야, 엄마가 마법사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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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우리 엄마 마법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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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엄마한테 마법을 배운 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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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어린애라 어쩔 수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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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법 배우고 싶었는데, 가르쳐달라고 하니까 엄마가 위험해서 안 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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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라고는 하지만 그게 위험할 만한 일인가,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서 도통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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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마법이 위험하면 이론만 가르쳐줘도 될 거 아닌가. 애초에 마법사들은 그런 족속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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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괴팍하고 음침하면서 마법에 진심인 자들, 더 높은 마법적 성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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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인 대부분의 마법사는 그래도 선을 지키고 있지만, 인신공양에 빠지는 이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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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법사들이 이만한 재능을 가진 아이를 그냥 썩혀둘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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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세한 사정을 아는 것도 아니라 무슨 추측을 해도 억측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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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혁악마님, 나 소원 하나 더 빌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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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모닥불을 쳐다보더니 갑작스레 그렇게 물었다. 나는 말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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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진혁악마님처럼 마법 쓰고 싶어. 우리 엄마한테 멋있는 마법 보여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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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나고 싶다, 엄마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거 참, 어려운 이야기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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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탑이 나를 의식하고 안배한 것이라는 생각은……너무 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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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내가 쓰는 건 마법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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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뭐라도 가르쳐 주고 싶지만, 애초에 나도 마법을 배우려고 18층에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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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라서 배우려고 온 건데 뭘 가르쳐주겠어, 하지만 마법이 아닌 다른 거라면 가르쳐 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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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도 결국 마력을 이용하는 기술이고, 기초적인 마력의 운영법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알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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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이 꼬마가 이해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그것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 할까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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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엄청 좋아하는 마법 있어, 내가 그거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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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에인에게 그 마법이 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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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맨날맨날 보고 있는 마법, 나 그거 기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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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저 멀리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와, 땅바닥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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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리는 건가 싶었지만, 조금 기다려 보니 금방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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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좁아서 완전히 그려내지는 못했지만, 그건 분명히 모종의 마법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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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마법적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내가 보기에도 상당히 복잡하고 수준이 높은 마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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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그냥 되는대로 그린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이걸 통째로 외우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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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엄마가 어느 마탑의 마법사인지도 모르고, 집이 어딘지도 모르는 꼬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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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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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막만한 손으로 자신이 그린 마법진을 가리키고 있는 에인이 새삼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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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놈이 내 마력강화와 검술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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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기형적으로 발달한 재능의 편린, 확실히 그냥 두고 보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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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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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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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가르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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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마법을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력운용의 기초만큼은 제대로 가르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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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택이 나중에 나에게 어떤 식으로 돌아오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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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사람이 ‘위험하다’ 며 마법을 가르치지 않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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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태까지 뭘 위해서 강해졌는데, 어떤 일이 벌어져도 대처하기 위해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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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디까지 가르쳐 줄 수 있을지는 몰라, 배우는 건 어디까지나 네 몫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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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에인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는 일이 나중에 독으로 돌아오게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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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으면 가르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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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마어마한 원석이 제대로 깎이는 순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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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발생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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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시스템도 이렇게 내 선택을 도와주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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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퀘스트는 기존의 에픽 퀘스트의 파생 형태로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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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보상은 없지만 에픽 퀘스트의 전체 진행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엘프 층에서도 몇 번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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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보상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보상을 모른다는 것에 가깝다. 일종의 분기점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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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에인에게 마력운용을 가르쳐 주기로 했고, 그 시간은 하루에 두 시간 정도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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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숲에서 나가기 위해 움직여야 하고, 밤에 시간을 많이 쓰기에는 에인의 체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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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배우겠다고 설치다가 괜히 병이라도 나면 곤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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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두 차례 몬스터 무리를 조우한 것 이외에는 별 탈 없이 숲을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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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에인의 식사와 휴식을 위해 멈춰 서긴 했지만, 꽤 많이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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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식사는 여전히 대충 끓인 잡탕죽이었지만, 이 꼬마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맛있게도 먹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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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뇸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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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끓인 거긴 하지만, 나도 먹으면서 이게 뭔 맛인가 싶을 정도였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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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럽다고 해야 할까, 대견하다고 해야 할까. 오죽 오래 굶었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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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탑 도전자들의 소울푸드인 치돈 도시락을 먹이면 얼마나 잘 먹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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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커뮤니티에 상담한 결과 당장 먹일 수 있는 음식은 저 잡탕죽 하나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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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체력도 회복되는 것 같고, 숲을 나갈 때쯤이면 뭐든 먹여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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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가면 식당도 있을 테니, 아예 뭐든 사 먹이는 것도 괜찮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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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렇게 맛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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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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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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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밤, 야영 준비를 마치고 나와 에인은 다시 모닥불을 끼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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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법 수업, 정확하게는 마력 운용 수업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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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마력 운용을 가르쳐 주는 데에는 치명적인 애로사항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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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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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걸 가르쳐줘야 하는 내가 마력 운용의 이론을 잘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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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을 아예 안 배운 건 아니지만, 나는 엘레노어와의 심상 공유를 통해 마력감을을 깨우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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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항상 직감에 의존해서 마력을 다뤄왔고,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완전히 내 식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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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좋다. 내가 실전에서 익힌 그 방식을 그대로 전해주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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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에인은 이쪽으로 굉장한 재능을 가진 것이 분명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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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정작 내가 다른 사람한테 뭔가를 가르쳐 주는 것에 쥐약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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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말재주부터가 파멸적인 수준인데, 대체 무슨 수업을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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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올린 정보글 몇 개도 ‘가독성 ㅈ같네’ 같은 소리를 들은 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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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나 하나도 모르겠어. 나 마법 못 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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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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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혁악마님이 뭐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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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얘야, 네가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병신이라 그래. 오랜만에 하는 자학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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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나이트 엘프의 비술이라도 재현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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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비술은 여러모로 문제도 많고, 나 혼자서 제대로 재현해 낼 자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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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방법은 있지만 내키지 않을 뿐이다. 어쩔 수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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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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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벤토리에서 칼레온을 꺼내, 검령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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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요즘 좀 잠잠해졌다 했더니 바로 이런 식인가! 내 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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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환된 검령은 대뜸 눈앞에 있는 에인에게 오러를 담은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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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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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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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 칼레온,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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