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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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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법사의 길

만약 에인이 내가 발휘하고 있는 오러에서 살짝 누출된 마력을 감지한 거라면.

오롯이 선천적인 마력 감응력만을 발휘해, 자던 중에 그걸 느끼고 깨어난 거라면- 이 꼬맹이의 마력 감응력은 장난이 아닌 거다.

선천적으로 강력한 마력 감응력을 타고나는 엘프 중에도 그게 가능한 녀석들은 얼마 없을 거다.

다크엘프 최고의 그림자 마법사인 엘레노어도 될까말까한 수준인데……아니,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

이 꼬마는 에픽 퀘스트의 트리거가 되는 NPC다. 엘레노어랑 같은 포지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사람이랑 아무런 차이가 없는 언동도 그렇고, 최상급 엘리트 NPC여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혈사교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일부러 준비한 중요한 제물 아닌가.

그렇다면 뭔가 특별한 힘이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허 참, 그냥 불쌍한 꼬맹이라고 생각했는데……이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진혁악마님은 안 자?”

“어.”

“왜 안 자?”

“악마는 원래 안 자.”

나는 눈을 부비며 질문공세를 해 오는 에인에게 대충 대답했다.

그러자 에인은 꾸물거리며 기어나와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며.

나는 에인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로 손을 옮긴 다음, 조그만 돌멩이에 살짝 오러를 둘렀다.

그러자 에인은 ‘응?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내 쪽을 쳐다보았다. 이건 확실하다.

이 꼬마는 내가 작정하고 약하게 두른 오러를 아무렇지 않게 감지해냈다.

허 참, 별 경우를 다 보겠네. 이런 녀석이 어떻게 납치 같은 걸 당한 거야?

아니, 예민하기만 하고 전투능력은 없으니 그럴 만도 하구나.

응? 잠깐만, 그것도 아닌가?

생각해보니까 이 녀석한테 정말 전투능력이 없는지는 모르는 거 아닌가?

내가 소환되었을 때는 애초에 죽어가고 있었고, 지금도 많이 쇠약해진 상태니까.

체내의 마력량은 희박하지만, 사용 효율이 좋다면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야 꼬마야, 엄마가 마법사라고 했지?”

“응, 우리 엄마 마법사야.”

“그럼 엄마한테 마법을 배운 적은 없어?”

에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어린애라 어쩔 수 없는 건가.

“나도 마법 배우고 싶었는데, 가르쳐달라고 하니까 엄마가 위험해서 안 된다고 했어.”

어린애라고는 하지만 그게 위험할 만한 일인가,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서 도통 모르겠네.

정 마법이 위험하면 이론만 가르쳐줘도 될 거 아닌가. 애초에 마법사들은 그런 족속 아니었나.

죄다 괴팍하고 음침하면서 마법에 진심인 자들, 더 높은 마법적 성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자들.

상식적인 대부분의 마법사는 그래도 선을 지키고 있지만, 인신공양에 빠지는 이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마법사들이 이만한 재능을 가진 아이를 그냥 썩혀둘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뭐, 자세한 사정을 아는 것도 아니라 무슨 추측을 해도 억측일 뿐이지만.

“근데 진혁악마님, 나 소원 하나 더 빌어도 돼?”

에인은 모닥불을 쳐다보더니 갑작스레 그렇게 물었다. 나는 말해보라고 했다.

“나도 진혁악마님처럼 마법 쓰고 싶어. 우리 엄마한테 멋있는 마법 보여주고 싶어……”

엄마를 만나고 싶다, 엄마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거 참, 어려운 이야기를 하네.

시련의 탑이 나를 의식하고 안배한 것이라는 생각은……너무 과한 걸까?

그보다, 내가 쓰는 건 마법 아니라니까.

**

마음 같아서는 뭐라도 가르쳐 주고 싶지만, 애초에 나도 마법을 배우려고 18층에 온 거다.

나도 몰라서 배우려고 온 건데 뭘 가르쳐주겠어, 하지만 마법이 아닌 다른 거라면 가르쳐 줄 수도 있지.

오러도 결국 마력을 이용하는 기술이고, 기초적인 마력의 운영법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알려줄 수 있다.

그걸 이 꼬마가 이해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그것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 할까 싶고.

“엄마가 엄청 좋아하는 마법 있어, 내가 그거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어……”

에인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에인에게 그 마법이 뭐냐고 물었다.

“엄마가 맨날맨날 보고 있는 마법, 나 그거 기억하고 있어.”

에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저 멀리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와, 땅바닥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뭘 그리는 건가 싶었지만, 조금 기다려 보니 금방 알 수 있었다.

공간이 좁아서 완전히 그려내지는 못했지만, 그건 분명히 모종의 마법진이었다.

그것도, 마법적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내가 보기에도 상당히 복잡하고 수준이 높은 마법진.

아무리 봐도 그냥 되는대로 그린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이걸 통째로 외우고 있었다고?

자기 엄마가 어느 마탑의 마법사인지도 모르고, 집이 어딘지도 모르는 꼬마가?

“나 이거 하고 싶어.”

조막만한 손으로 자신이 그린 마법진을 가리키고 있는 에인이 새삼 다르게 보인다.

검령놈이 내 마력강화와 검술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좀 알 것 같다.

너무도 기형적으로 발달한 재능의 편린, 확실히 그냥 두고 보기 힘드네.

“그래, 알았어.”

“진짜?”

“마법 가르쳐 줄게.”

정말로 마법을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력운용의 기초만큼은 제대로 가르쳐주자.

이 선택이 나중에 나에게 어떤 식으로 돌아오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다.

엄마라는 사람이 ‘위험하다’ 며 마법을 가르치지 않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괜찮다.

내가 여태까지 뭘 위해서 강해졌는데, 어떤 일이 벌어져도 대처하기 위해서 아닌가.

“나도 어디까지 가르쳐 줄 수 있을지는 몰라, 배우는 건 어디까지나 네 몫이고.”

당장 에인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는 일이 나중에 독으로 돌아오게 될지라도.

“그래도 괜찮으면 가르쳐 줄게.”

이 어마어마한 원석이 제대로 깎이는 순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

[퀘스트 발생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 재능]

마침 시스템도 이렇게 내 선택을 도와주고 있지 않나.

**

새로 생긴 퀘스트는 기존의 에픽 퀘스트의 파생 형태로 등록되었다.

자체 보상은 없지만 에픽 퀘스트의 전체 진행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엘프 층에서도 몇 번 있었지.

따지고 보면 보상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보상을 모른다는 것에 가깝다. 일종의 분기점인 셈.

아무튼 나는 에인에게 마력운용을 가르쳐 주기로 했고, 그 시간은 하루에 두 시간 정도로 정했다.

낮에는 숲에서 나가기 위해 움직여야 하고, 밤에 시간을 많이 쓰기에는 에인의 체력이 부족하다.

마법을 배우겠다고 설치다가 괜히 병이라도 나면 곤란하니까.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두 차례 몬스터 무리를 조우한 것 이외에는 별 탈 없이 숲을 전진했다.

중간중간 에인의 식사와 휴식을 위해 멈춰 서긴 했지만, 꽤 많이 전진했다.

에인의 식사는 여전히 대충 끓인 잡탕죽이었지만, 이 꼬마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맛있게도 먹어 댔다.

-옴뇸뇸.

내가 끓인 거긴 하지만, 나도 먹으면서 이게 뭔 맛인가 싶을 정도였는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안쓰럽다고 해야 할까, 대견하다고 해야 할까. 오죽 오래 굶었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고.

시련의 탑 도전자들의 소울푸드인 치돈 도시락을 먹이면 얼마나 잘 먹을까 궁금하다.

물론 커뮤니티에 상담한 결과 당장 먹일 수 있는 음식은 저 잡탕죽 하나뿐이지만.

조금씩 체력도 회복되는 것 같고, 숲을 나갈 때쯤이면 뭐든 먹여줄 수 있겠지.

도시로 가면 식당도 있을 테니, 아예 뭐든 사 먹이는 것도 괜찮겠네.

“그게 그렇게 맛있냐?”

-끄덕끄덕.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그리고 그날 밤, 야영 준비를 마치고 나와 에인은 다시 모닥불을 끼고 앉았다.

이제부터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법 수업, 정확하게는 마력 운용 수업이 시작되는데.

생각해보니까, 마력 운용을 가르쳐 주는 데에는 치명적인 애로사항이 하나 있었다.

“어……그러니까.”

정작 그걸 가르쳐줘야 하는 내가 마력 운용의 이론을 잘 모른다는 것.

이론을 아예 안 배운 건 아니지만, 나는 엘레노어와의 심상 공유를 통해 마력감을을 깨우쳤었다.

그 이후에도 항상 직감에 의존해서 마력을 다뤄왔고,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완전히 내 식대로였다.

여기까지는 좋다. 내가 실전에서 익힌 그 방식을 그대로 전해주면 그만이니까.

무엇보다 에인은 이쪽으로 굉장한 재능을 가진 것이 분명하지 않나.

하지만 문제는 정작 내가 다른 사람한테 뭔가를 가르쳐 주는 것에 쥐약이라는 점이다.

애초에 말재주부터가 파멸적인 수준인데, 대체 무슨 수업을 하겠어?

커뮤니티에 올린 정보글 몇 개도 ‘가독성 ㅈ같네’ 같은 소리를 들은 내가 말이다.

“진혁악마님, 나 하나도 모르겠어. 나 마법 못 쓰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근데 진혁악마님이 뭐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미안하다 얘야, 네가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병신이라 그래. 오랜만에 하는 자학이군.

어쩐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나이트 엘프의 비술이라도 재현해 봐?

하지만 그 비술은 여러모로 문제도 많고, 나 혼자서 제대로 재현해 낼 자신도 없다.

아니, 사실 방법은 있지만 내키지 않을 뿐이다. 어쩔 수 없구만.

[검령 각성]

나는 인벤토리에서 칼레온을 꺼내, 검령을 소환했다.

“쳇, 요즘 좀 잠잠해졌다 했더니 바로 이런 식인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리고 소환된 검령은 대뜸 눈앞에 있는 에인에게 오러를 담은 검을 휘둘렀다.

“이 새끼가 미쳤나.”

-깡!

검령 칼레온,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