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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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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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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당신은 인신공양을 통해 막대한 힘을 손에 넣고자 하는 마법사 집단인 혈사교를 토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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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당신이 발견한 아이는 혈사교의 인신공양에 쓰일 예정이었던 귀중한 제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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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도움으로 아이는 목숨을 건졌지만, 이런 곳에 혼자 방치된다면 결국 죽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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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같이 당신을 악마라 믿고 있는 불쌍한 아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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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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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를 보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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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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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를 엄마에게 데려다 주기(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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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소한 서브 퀘스트나 생길 줄 알았는데, 대뜸 에픽 퀘스트가 튀어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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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지. 에픽 퀘스트는 그 규모도 보상도 매우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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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 기능이 달린 펜던트나 에르웬의 검, 그리고 [강철의 혼]이라는 특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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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7층에서 시작된 에픽 퀘스트중에 얻은 것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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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 꼬맹이를 도와주는 게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이득을 줄지 모른다. 성장에 목마른 내게는 너무나 기쁜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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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퀘스트를 수락하고, 곧바로 아이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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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환된 장소는 어떤 저택의 지하실이었다. 중세 내지는 근대 풍으로 지어진 저택은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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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소환 의식을 위해 일부러 저택을 비웠던 걸까.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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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이제 뭘 어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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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넓게 퍼트려 확인해 본 결과, 이 일대는 나무가 울창한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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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대수림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이 오가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 저택을 짓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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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악마 소환 의식을 위해 일부러 외진 곳에 자리를 잡은 거겠지. 덕분에 여러모로 곤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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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층 전역 지도(완성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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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커뮤니티에서 입수한 지도에는 내 위치로 추정되는 부분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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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 때처럼 맵의 바깥에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다른 층에서는 아예 사용되지 않는 지역인 탓에 기록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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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의 지도는 어디까지나 도전자들이 가진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지다 보니까, 가끔 이런 곳도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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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는 수 없이, 적당한 의자 하나를 주워다가 회색 머리칼의 꼬마를 앉혀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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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네 엄마를 찾으러 갈 건데…어디로 가야 하는지 혹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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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마법사야. 마법사가 잔뜩 있는 곳으로 가면 찾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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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마탑 소속이라 이거군. 엄마가 어디 마탑 소속인지는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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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는 고개를 저었다. 이러면 목적지를 정하기가 힘들다.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더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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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떤 마법을 쓸 수 있었는지, 엄마 말고 다른 가족은 없는지, 여기에는 어쩌다가 오게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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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꼬마는 무엇하나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순서대로 몰라, 없어, 몰라,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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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앉아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이상한 아저씨들이 나타나서 나한테 보자기를 씌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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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꼬락서니를 보고 납치당했거니 생각은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그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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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울창한 숲 속, 목적지도 불분명하고 길도 모른다. 시작부터 답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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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단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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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왔다. 일단 숲에서 빠져나가서 도심으로 들어가면 뭐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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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상당히 넓긴 하지만, 나도 다크엘프 정찰대에 있으면서 배운 것들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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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감지까지 넓게 전개하면서 다니면 길이나 방향을 잃지는 않겠지. 숲을 주파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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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꼬마가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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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나 식사도 생략할 수 있는 나와는 다르게, 이 녀석은 먹고 잘 필요가 있다. 시간이 꽤 지체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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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숲 속에 몬스터까지 있으면 더 늦어질 테고……이거 은근히 귀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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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어쩌겠어, 이미 약속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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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에게 옷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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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제대로 트여있지 않은 험한 숲 속을 거적때기만 입고 돌아다닌다는 건 보통 미친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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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인벤토리에서 남는 천 옷을 몇 개 꺼내서, 대충 북북 찢어 아이에게 맞는 크기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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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림도 여전히 거지꼴이긴 하지만, 피 묻은 거적때기 차림보다는 백 배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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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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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 안 입으면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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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불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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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재봉] 스킬이 있었다면 딱 맞는 옷을 만들어 줄 수 있었겠지만, 그런 스킬이 나한테 있을 리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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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이라도 하나 있으면 간단하게 바느질이라도 해서 흉내쯤은 내 볼 수 있었겠지만, 내 인벤토리에 있는 바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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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 바늘(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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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것밖에 없거든, 아무리 독을 씻어내고 정화해도 이걸로 만든 옷을 입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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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간단한 채비를 마치고, 나는 방향을 정해 아이를 등에 업고 숲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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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만 어린애의 보폭으로 걷는 것보다는 이게 그나마 빠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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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아예 아기 포대기 싸는 법을 좀 알아봐야겠다. 커뮤니티에 물어보면 한 명쯤은 알려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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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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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에 든 칼로 튀어나와있는 가지를 쳐내며, 한동안 조용히 산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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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느긋하게 산속을 걸어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엘레노어가 이런 걸 또 좋아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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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 춤추는 호수를 오갈 때였나……나랑 있으면 같이 걷기만 해도 좋다면서, 드문드문 묘한 추파도 날렸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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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까지 올라가면서 그런 밝은 모습은 많이 없어졌지만, 내 기억에 엘레노어는 지금도 웃는 표정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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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밖으로 나가 더 많은 세상을 접해보기를 원했던, 꿈이 가득한 별빛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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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에 빠진 채로 마냥 괴로워하기만 했던 나와는 무척이나 다른 눈이어서, 괜히 거북함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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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시간이 흘러, 엘레노어가 나와 닮은 눈을 하게 되었을 때- 더욱 사무치는 무언가가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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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탑을 무너트리고 엘레노어를 다시 살려낸다면, 그때는 나도 마주 웃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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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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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걷기만 하니까 별생각이 다 나네,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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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동안 옛 생각을 하며 숲을 걷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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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은 날개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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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업힌 꼬마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해왔다. 아무리 만져봐도 날개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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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은 뿔이랑 날개랑 꼬리가 있다고 했는데, 왜 악마님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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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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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은 악마님이잖아. 악마님이라서 내 소원 들어주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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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없이 말했더니 갑자기 이야기가 묘하게 됐다. 목소리에 울음기가 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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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재주도 없고 아이 돌보기도 해본 적 없는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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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까 마족 중에는 날개가 없는 놈들도 꽤 많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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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라고 다 날개가 있는 건 아니야. 가끔 없는 녀석들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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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악마랑 마족은 다른 종족이긴 하지만, 이 꼬마가 악마라는 게 뭔지 어떻게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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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악마님이라고 부르지 마.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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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라고 불러? 악마님은 이름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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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 서진혁이야. 아무렇게나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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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진혁악마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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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라고 부르지……아니다, 네 마음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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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애한테 뭘 바라겠나. 이럴 거면 그냥 악마님이라고 부르게 놔둘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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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러고 보니 나도 이 꼬마의 이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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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일부러 NPC들의 이름을 신경 쓰지 않으려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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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 이름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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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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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기 쉬워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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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지하에서 죽였던 놈들 이름은 벌써 기억도 안 나는데, 이렇게 짧은 이름이면 외우기도 부르기도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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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비슷한 말 했어, 에인이라고 부르는 게 편하댔어. 진혁악마님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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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부르는 게 편하다……어째 좀 이상한 말이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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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에인이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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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서버의 NPC랑 이름이 겹쳤나?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하긴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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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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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넓게 펼쳐둔 마력감지에 빠르게 다가오는 생명반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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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곰 정도의 덩치에 속도는 자동차 수준,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은 꽤 많은 편. 몬스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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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에서 만났던 룬 베어와 비슷한 몬스터인듯 싶다. 별것도 아닌 놈이지만, 꼬마를 지켜야 하니까 좀 귀찮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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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업혀 있던 꼬마를 잠시 내려놓고, 쇠구슬 하나를 꺼내서 마력을 담아 집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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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직, 빠직,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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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나무를 돌파하고 몬스터의 머리에 적중한 쇠구슬이 파공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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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반응이 사라졌다. 이거 한 방에 죽을 정도면 역시 약한 놈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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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한 마리여서 다행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력감지에 연달아 반응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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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는 모르겠지만 날아다니는 놈도 있는 것 같고, 토끼사냥을 하듯 포위망을 펼치고 사방에서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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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야생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지능적인 움직임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쇠구슬을 몇 개 더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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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다 살아난 꼬마를 업고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조금만 빨리 움직여도 꼬마의 몸에 부담이 가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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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꼬마를 그냥 내버려두고 혼자 싸울 수도 없으니, 거리가 좁혀지기 전에 최대한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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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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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구슬 하나를 던질 때마다 한 놈씩, 확실하게 숨통이 끊어진다. 이 정도면 별문제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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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쉬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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