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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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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에픽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설명 : 당신은 인신공양을 통해 막대한 힘을 손에 넣고자 하는 마법사 집단인 혈사교를 토벌했습니다.

여기서 당신이 발견한 아이는 혈사교의 인신공양에 쓰일 예정이었던 귀중한 제물이었죠.

당신의 도움으로 아이는 목숨을 건졌지만, 이런 곳에 혼자 방치된다면 결국 죽게 될 겁니다.

철썩같이 당신을 악마라 믿고 있는 불쌍한 아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십시오.

[퀘스트 목표]

  1. 아이를 보호하기.

  2.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선택).

  3. 아이를 엄마에게 데려다 주기(선택).

그냥 사소한 서브 퀘스트나 생길 줄 알았는데, 대뜸 에픽 퀘스트가 튀어나올 줄이야.

물론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지. 에픽 퀘스트는 그 규모도 보상도 매우 크니까.

마력강화 기능이 달린 펜던트나 에르웬의 검, 그리고 [강철의 혼]이라는 특성등.

모두 7층에서 시작된 에픽 퀘스트중에 얻은 것이었으니.

당장 이 꼬맹이를 도와주는 게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이득을 줄지 모른다. 성장에 목마른 내게는 너무나 기쁜 기회.

나는 퀘스트를 수락하고, 곧바로 아이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내가 소환된 장소는 어떤 저택의 지하실이었다. 중세 내지는 근대 풍으로 지어진 저택은 텅 비어 있었다.

악마 소환 의식을 위해 일부러 저택을 비웠던 걸까.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군.

“자 그럼……이제 뭘 어째야 하나.”

마력을 넓게 퍼트려 확인해 본 결과, 이 일대는 나무가 울창한 숲이다.

엘프의 대수림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이 오가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 저택을 짓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다.

아마 악마 소환 의식을 위해 일부러 외진 곳에 자리를 잡은 거겠지. 덕분에 여러모로 곤란해졌다.

[18층 전역 지도(완성본)]

오픈 커뮤니티에서 입수한 지도에는 내 위치로 추정되는 부분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천계 때처럼 맵의 바깥에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다른 층에서는 아예 사용되지 않는 지역인 탓에 기록되지 않은 것 같다.

각 지역의 지도는 어디까지나 도전자들이 가진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지다 보니까, 가끔 이런 곳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적당한 의자 하나를 주워다가 회색 머리칼의 꼬마를 앉혀두고 물었다.

“자, 지금부터 네 엄마를 찾으러 갈 건데…어디로 가야 하는지 혹시 알아?”

“우리 엄마는 마법사야. 마법사가 잔뜩 있는 곳으로 가면 찾을 수 있어……”

“아하, 마탑 소속이라 이거군. 엄마가 어디 마탑 소속인지는 알아?”

꼬마는 고개를 저었다. 이러면 목적지를 정하기가 힘들다.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더 건넸다.

엄마가 어떤 마법을 쓸 수 있었는지, 엄마 말고 다른 가족은 없는지, 여기에는 어쩌다가 오게 된 건지.

하지만 꼬마는 무엇하나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순서대로 몰라, 없어, 몰라, 였다.

“엄마가 앉아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이상한 아저씨들이 나타나서 나한테 보자기를 씌웠어.”

대충 꼬락서니를 보고 납치당했거니 생각은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그런 모양이었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울창한 숲 속, 목적지도 불분명하고 길도 모른다. 시작부터 답이 없네.

“그래, 일단 나가자.”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왔다. 일단 숲에서 빠져나가서 도심으로 들어가면 뭐든 되겠지.

숲이 상당히 넓긴 하지만, 나도 다크엘프 정찰대에 있으면서 배운 것들이 여럿 있다.

마력감지까지 넓게 전개하면서 다니면 길이나 방향을 잃지는 않겠지. 숲을 주파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 꼬마가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

수면이나 식사도 생략할 수 있는 나와는 다르게, 이 녀석은 먹고 잘 필요가 있다. 시간이 꽤 지체될 거다.

거기에 숲 속에 몬스터까지 있으면 더 늦어질 테고……이거 은근히 귀찮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이미 약속한걸.

**

숲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에게 옷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길도 제대로 트여있지 않은 험한 숲 속을 거적때기만 입고 돌아다닌다는 건 보통 미친 짓이 아니다.

나는 일단 인벤토리에서 남는 천 옷을 몇 개 꺼내서, 대충 북북 찢어 아이에게 맞는 크기로 만들어 주었다.

이 차림도 여전히 거지꼴이긴 하지만, 피 묻은 거적때기 차림보다는 백 배 낫겠지.

“나 이거 불편해.”

“참아, 안 입으면 다쳐.”

“진짜 불편한데.”

나한테 [재봉] 스킬이 있었다면 딱 맞는 옷을 만들어 줄 수 있었겠지만, 그런 스킬이 나한테 있을 리가 없으니.

바늘이라도 하나 있으면 간단하게 바느질이라도 해서 흉내쯤은 내 볼 수 있었겠지만, 내 인벤토리에 있는 바늘은-

[맹독 바늘(마비)]

-뭐 이런 것밖에 없거든, 아무리 독을 씻어내고 정화해도 이걸로 만든 옷을 입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무튼 그렇게 간단한 채비를 마치고, 나는 방향을 정해 아이를 등에 업고 숲으로 향했다.

쪼그만 어린애의 보폭으로 걷는 것보다는 이게 그나마 빠르겠지.

다음에 아예 아기 포대기 싸는 법을 좀 알아봐야겠다. 커뮤니티에 물어보면 한 명쯤은 알려주겠지.

-저벅, 저벅.

한손에 든 칼로 튀어나와있는 가지를 쳐내며, 한동안 조용히 산길을 걸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산속을 걸어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엘레노어가 이런 걸 또 좋아했었지.

요정이 춤추는 호수를 오갈 때였나……나랑 있으면 같이 걷기만 해도 좋다면서, 드문드문 묘한 추파도 날렸었고.

9층까지 올라가면서 그런 밝은 모습은 많이 없어졌지만, 내 기억에 엘레노어는 지금도 웃는 표정으로 남아 있다.

숲 밖으로 나가 더 많은 세상을 접해보기를 원했던, 꿈이 가득한 별빛의 눈동자.

모순에 빠진 채로 마냥 괴로워하기만 했던 나와는 무척이나 다른 눈이어서, 괜히 거북함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흘러, 엘레노어가 나와 닮은 눈을 하게 되었을 때- 더욱 사무치는 무언가가 있었고.

언젠가 이 탑을 무너트리고 엘레노어를 다시 살려낸다면, 그때는 나도 마주 웃어줄 수 있을까.

“허, 참.”

조용히 걷기만 하니까 별생각이 다 나네, 나도 참.

**

그렇게 한동안 옛 생각을 하며 숲을 걷던 중이었다.

“악마님은 날개가 없네.”

등에 업힌 꼬마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해왔다. 아무리 만져봐도 날개가 없다고.

“악마님은 뿔이랑 날개랑 꼬리가 있다고 했는데, 왜 악마님은 없어?”

“악마가 아니니까.”

“악마님은 악마님이잖아. 악마님이라서 내 소원 들어주는 거 아니야……?”

별 생각 없이 말했더니 갑자기 이야기가 묘하게 됐다. 목소리에 울음기가 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지.

말재주도 없고 아이 돌보기도 해본 적 없는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아, 그러고 보니까 마족 중에는 날개가 없는 놈들도 꽤 많았었지.

“악마라고 다 날개가 있는 건 아니야. 가끔 없는 녀석들도 있어.”

사실 악마랑 마족은 다른 종족이긴 하지만, 이 꼬마가 악마라는 게 뭔지 어떻게 알겠어.

“그보다, 악마님이라고 부르지 마.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뭐라고 불러? 악마님은 이름이 뭐야?”

“진혁, 서진혁이야. 아무렇게나 불러.”

“그럼 진혁악마님이야?”

“악마라고 부르지……아니다, 네 마음대로 해.”

악마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애한테 뭘 바라겠나. 이럴 거면 그냥 악마님이라고 부르게 놔둘 걸 그랬다.

참, 그러고 보니 나도 이 꼬마의 이름을 모른다.

예전에는 일부러 NPC들의 이름을 신경 쓰지 않으려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그럼 네 이름은 뭔데.”

“내 이름……에인.”

“부르기 쉬워서 좋네.”

저택 지하에서 죽였던 놈들 이름은 벌써 기억도 안 나는데, 이렇게 짧은 이름이면 외우기도 부르기도 딱 좋겠다.

“엄마도 비슷한 말 했어, 에인이라고 부르는 게 편하댔어. 진혁악마님도 그래?”

그렇게 부르는 게 편하다……어째 좀 이상한 말이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나저나 에인이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다른 서버의 NPC랑 이름이 겹쳤나?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하긴 하던데.

-찌릿.

그 때, 넓게 펼쳐둔 마력감지에 빠르게 다가오는 생명반응이 느껴졌다.

대충 곰 정도의 덩치에 속도는 자동차 수준,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은 꽤 많은 편. 몬스터로군.

7층에서 만났던 룬 베어와 비슷한 몬스터인듯 싶다. 별것도 아닌 놈이지만, 꼬마를 지켜야 하니까 좀 귀찮게 됐네.

나는 업혀 있던 꼬마를 잠시 내려놓고, 쇠구슬 하나를 꺼내서 마력을 담아 집어던졌다.

-빠직, 빠직, 쾅!

여러 개의 나무를 돌파하고 몬스터의 머리에 적중한 쇠구슬이 파공음을 울렸다.

생명반응이 사라졌다. 이거 한 방에 죽을 정도면 역시 약한 놈이었군.

그나마 한 마리여서 다행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력감지에 연달아 반응이 잡혔다.

종류는 모르겠지만 날아다니는 놈도 있는 것 같고, 토끼사냥을 하듯 포위망을 펼치고 사방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냥 야생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지능적인 움직임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쇠구슬을 몇 개 더 꺼냈다.

이 죽다 살아난 꼬마를 업고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조금만 빨리 움직여도 꼬마의 몸에 부담이 가해질 테니까.

그렇다고 꼬마를 그냥 내버려두고 혼자 싸울 수도 없으니, 거리가 좁혀지기 전에 최대한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후웅, 쾅!

쇠구슬 하나를 던질 때마다 한 놈씩, 확실하게 숨통이 끊어진다. 이 정도면 별문제는 없겠다.

에픽 퀘스트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쉬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