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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회색 눈을 가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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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악마 소환 의식으로 보이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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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여기에 소환되었을까, 짐작 가는 바는……솔직히 너무 많아서 오히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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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를 정복해 버린 것 때문일 수도 있겠고, 마왕을 죽이고 칼레온을 빼앗은 것 때문일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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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니면 그냥 탑에서 최초로 입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가진 어떤 조건이 마침 들어맞았을 수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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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억까라고 하면 억까인가. 내가 예외 상황에 놓인 게 한두 번도 아니다 보니, 이제 별로 신경은 안 쓰이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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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생각해 봐야 할 요소는 잔뜩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죽여도 상관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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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냐! 억제 마법진은 아직 작동하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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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계를 무시하고 나오자, 크게 당황하며 나불거리는 소환자. 단순히 움직임만 막는 결계가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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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억제라고 해봤자 천계 전체에 퍼져있던 그것만 할까. 일개 마법사가 내 힘을 어떻게 억제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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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층의 짐승들도 무슨 디버프를 거는 게 있는 것 같았지만, 자연스럽게 저항 판정이 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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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의 마법진이 당신을 구속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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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의 마법진이 당신을 억제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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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의 마법진이 당신을 봉인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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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라, 지금도 바로 뜨네. 마법진만 세 개나 준비해 둔 모양인데, 급이 떨어지면 숫자가 많아도 의미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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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명의 순결한 처녀를 제물로 바쳐 연성한 마법진이 통하지 않는다니! 대체 얼마나 고위의 존재가 소환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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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니 개소리를 지껄이는 소환자. 이깟 쓰레기 같은 결계를 만들겠다고 사람 백 명을 죽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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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짓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에, 재주까지 빈약하니 이만큼 혐오스러운 인종은 달리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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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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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검을 쥔 소환자의 손목을 가볍게 두 바퀴 정도 돌려서 뜯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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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피를 흘리는 놈의 머리통을 인벤토리에서 꺼낸 메이스로 후려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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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적, 골통이 말 그대로 박살 나며 놈은 즉사했다. 놈에게 붙들려 있던 어린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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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회색 눈동자가 흐릿하게 내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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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무척 험한 꼴을 당한 것 같다. 아슬아슬하게 살아 있긴 하지만 상태가 보통 안 좋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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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 별로 멀쩡하지는 않지만, 속이 완전히 엉망진창이군. 이건 살기 글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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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멍청한 길버트! 그러게 정석대로 계약진을 그리라고 말했건만! 저 모독의 짐승은 내가 차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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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소환자가 아닌 다른 놈들이 저마다 마력을 일으켜 뭔가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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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소환을 자행하던 놈들 아니랄까 봐 아주 콩가루구만, 이놈들도 싹 다 죽여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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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저앉은 아이를 내버려두고, 무기를 장검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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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오러를 길게 확장해 쓸 수 있는 장검이 더 편할 거란 계산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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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도에 따른 차이 때문인지, 이렇게 평소에 쓰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장검이 가장 오러를 씌우기가 쉽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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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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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에서 손에 넣었던 위압 스킬을 광역으로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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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력을 흩뿌려서 적을 위축시키는 스킬인데, 그동안은 소모하는 마력량에 비해 효과가 약해서 잘 쓰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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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력운용 방식을 한번 갈아엎고 오러를 익히면서 효율이 좋아졌으니, 이럴 때는 써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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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능력이 부족한 다수의 약한 적이 상대일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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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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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몇 놈들이 거품을 물고 픽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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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법사들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손을 벌벌 떨었다. 각자 전개하던 마법에 몇 군데 구멍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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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수준 하고는, 형편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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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스킬을 사용해 바로 파고들어, 가장 많은 마력을 갖고 있는 마법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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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제법 빠른 속도로 방어마법을 전개했지만, 오러는 그런 것을 모조리 무시하고 목을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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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법사와는 싸워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다수의 마법사를 한 번에 상대하는 건 아예 처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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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육체 단련의 정도가 형편없기 때문인지, 이놈들은 내 접근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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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는 그냥 잡몹 무더기를 상대하는 것과 다른 부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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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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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확장시킨 오러를 크게 휘둘러 주변의 마법사들을 모조리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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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질 한 번에 최소 세 명이 휘말리고, 휘말린 놈들은 제대로 반응도 못 하고 그대로 썰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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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층의 수준이래봤자 이 정도인 거겠지, 이딴 것들은 백이 있건 천이 있건 똑같은 병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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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악마소환자들을 전멸시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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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달성 : 혈사교 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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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감지를 전개해 주변에 다른 적이 더 없는지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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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 안에 다른 생명반응 없음, 딱 하나- 아슬아슬하게 목숨이 붙어 있는 어린아이만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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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혈사교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인신공양에 쓰려는 목적으로 구해 온 꼬마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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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살려주고 싶은데, 이건 이미 숨넘어가기 직전……아니, 이미 반쯤 숨이 넘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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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싸우는 도중에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아직도 어찌저찌 살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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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가진 포션으로 치료하긴 힘들 것 같은데, 차라리 숨을 끊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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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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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듣고 넘기기 힘든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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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람된 도리로서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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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망토를 꺼내 바닥에 깔고, 아이를 그 위에 눕힌 다음 포션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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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효과가 센 포션, 다만 이 포션에는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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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재생시키는 대신, 사용자의 기력을 소모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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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재생]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나는 상관이 없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쇠약사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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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렇게 숨넘어가기 직전의 꼬마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포션이 아니면 아예 살아날 가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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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릭서 같은 거라도 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낮은 확률일지라도 행운에 기대어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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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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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상처 난 몸에 포션을 꼼꼼히 바르고, 입가에 조심히 포션을 한두 방울씩 흘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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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더해 오염을 씻어주고 독을 해독하는 효과가 있는 [정화] 스킬을 사용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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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입가로 흘러들어오는 포션의 감촉에 살짝 눈을 떴다.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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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으면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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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희미한 회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조금씩 목과 입술을 움직여 포션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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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자 하는 의지는 충분한 것 같다. 그 의지가 기력이 되어 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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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돌보는 방법 같은 건 모른다. 하지만 기본적인 응급조치나 구호법 정도는 대충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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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 정찰대에 소속되어 있을 때, 알아두면 좋다며 가르쳐 주려는 이들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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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력을 조금씩 불어넣어 포션의 효력을 가속하고, 아이의 기력을 보충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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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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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배울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게 뭐 하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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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생각난 건데, 이 정체불명의 집단을 전멸시키면 안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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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한 명 정도는 살려두고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 싸우느라 그 생각을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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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라, 마법사 몇 놈을 살려서 이 꼬마를 살리라고 시킬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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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수준의 마법사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대충 인신공양을 이용하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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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법사 몇 명의 목숨을 바쳐서 이 꼬마를 살린다거나, 뭐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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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이의 치료를 시작하고 대충 십여 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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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회복될 가능성은 정말 얼마 안 됐는데, 기적이라도 일어난 건지 아이는 잘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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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멀쩡해진 건 아니지만, 아무튼 죽음의 위기는 벗어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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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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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정신을 차린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살려준 사람한테 말이 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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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특별한 기믹이나 장치가 있어서 내가 악마로 보이는 건가……그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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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소환 의식에서 소환되었으니, 생긴 거랑은 별개로 그냥 악마로 여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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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저씨들이 악마님을 불러낼 거라고 했어……나를 써서 악마님에게 소원을 빌 거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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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 애의 목숨을 이용해서 나를 종으로 삼겠다니 뭐니 했었지. 제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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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 내 소원도 들어주면 안 돼? 나, 엄마한테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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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나를 악마라고 부르고 있지만, 악마한테 뭔가를 부탁하는 눈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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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어리고, 혹시 악마가 뭔지 모르는 건가. 대충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같은 거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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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된 도리로서 일단 목숨을 구하긴 했지만, 이런 부탁까지 들어줄 의리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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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발생 : 회색 아이와 마법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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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에 대뜸 떠오른 이 푸르스름한 알림창만 없었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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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꼬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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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지만 마왕 소리도 들었으니까, 그냥 악마인 셈 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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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하나 엄마한테 데려다 주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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