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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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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 장시간 집중한다는 건 사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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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고양감은 뜻밖에 금방 꺼지기 마련이고, 집중력은 결국 체력에서 나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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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어서 집중력이 떨어지면 곧 빈틈이 드러난다.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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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분수에 맞지 않는 무기를 휘두르며 날뛰는 미노타우로스- 아스테리오스도 시간이 지나자 지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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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뛰어다니는 나를 계속 쫓아왔고, 중간마다 다른 미노타우로스가 미끼로 이용되는 모습을 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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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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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을 부수며 돌진해 오는 아스테리오스, 하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그 기세와 속도는 현저히 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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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거나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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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쇠구슬을 던지고 주변의 잔해를 날리며, 여유롭게 거리를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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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뛰어다닌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공교롭게도 내 체력은 거의 무한이나 다름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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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마력강화를 키고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기른데다가, [초재생] 스킬의 효과까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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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 부분이라고는 마력량 하나뿐인데, 그것도 검령의 족집게 강의 덕분에 연비가 많이 좋아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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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의 걸작 : 요정시대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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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지속 효과 : 마력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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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처치할 시, 처치한 몬스터의 마력 일부를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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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한 마력 수치에 따라 내구도 회복, 자동 청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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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분을 초과한 마력은 착용자의 MP를 회복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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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에르웬이 만들어준 내 검에 달린 고유 효과가 계속해서 MP를 리필해주고 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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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룸 안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옵션이지만, 이렇게 잡몹이 있는 장소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효율을 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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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2층에서 한번 작정하고 옵션을 실험해서, 대규모 전장에서 내 마력은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계산을 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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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다 보이는 미노타우로스를 한 번씩 푹찍해주기만 하면 쉽게 쉽게 MP가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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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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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분노에 찬 아스테리오스의 포효가 들린다. 포효한 놈은 그대로 벼락불의 도끼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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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상당히 먼 데에도 장애물을 모조리 무시하고 날아드는 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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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력감지로 동작을 완벽히 읽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걸 맞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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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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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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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격도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젠 박살이 날 장애물도 거의 안 남았다. 개판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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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와 아스테리오스는 미궁 지역에서까지 벗어나, 16층의 무대인 섬 전역을 초토화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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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화라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아마도 이 섬에서 앞으로 수십 년간은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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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지형이 전부 박살 난데다가, 내가 여기저기 흩뿌린 독이 대지를 오염시키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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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소모전인데, 어마어마하게 높은 내성이 있으면서 독을 활용하지 않는 건 아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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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슬슬 나자빠질 때가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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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를 벌려 놓고 마력감지를 펼쳐 아스테리오스의 상태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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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마주쳤던 잡몹 미노타우로스를 미끼 삼아서 만들어 냈던 상처들이 조금씩 썩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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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와 출혈은 물론 환부가 점점 썩어들어가기까지 하는 내 특제 맹독 칵테일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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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내성이 어느 시점에서부터 잘 길러지지 않아서, 효율을 높여 보려고 직접 제조했던 물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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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 이외의 생물에겐 아주 잘 먹히는군, 아마 지금 나는 방사능 냉각수에 뛰어들어도 멀쩡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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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연금술이나 포션 제조도 한번 익혀보고 싶다. 물론 그 전에 오러랑 마법이 먼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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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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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한참의 추적 끝에 마침내 체력의 한계가 찾아온 아스테리오스가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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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를 붙들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거의 탈진 직전인 것 같다. 휴, 끝났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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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볼 수 없겠네, 내 특제 맹독 칵테일에 당했는데도 이 정도나 날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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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이나 순발력은 나보다 못하지만, 순수한 지구력 자체만은 나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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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재생] 같은 걸 두르고 있는 나랑 순수 지구력을 겨뤄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 둘째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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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철 직검]과 방패를 들고, 이제껏 계속 피해 다녔던 아스테리오스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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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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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오스의 소머리에 붙어 있는 두 눈에는 아직도 선명한 이성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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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빡치게 만들어서 빈틈을 노릴 생각이었는데, 이 꼴이 됐는데도 변함없이 이성을 유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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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과 정신력 모두 훌륭하다. 템빨만 아니었으면 순수하게 칭찬해 줄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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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뭐냐, 졸렬하다고 생각하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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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노려보는 아스테리오스에게 변명하듯 말하고, 깔끔하게 목을 쳐주기 위해 검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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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아스테리오스의 손에 쥐어진 도끼가 다시금 찬란한 별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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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오스가 지금까지 날뛸 수 있었던 건 저 무기의 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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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나 휘둘러 댔는데도, 아직도 뭐가 남았다고? 대체 저거 뭐 하는 무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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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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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에 서려 있던 별빛이 폭사하며, 천둥과 같은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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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스테리오스의 몸뚱이는 일렁이는 번갯불에 다시금 휩싸였다. 그 모습이 어딘가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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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발, 히든 보스한테 이런 걸 따지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알지만……여기 16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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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런 사기템까지 들고 있는 주제에, 마력강화까지 쓸 수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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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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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도끼가 휘둘러진다. 별생각 없이 거리를 너무 좁혔다. 피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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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아슬아슬한 정도다. 아예 못 피하는 건 아니다. 몸을 기울여 사선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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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휘둘러지는 도끼의 속도가 이상하다. 강화의 폭이 예상 이상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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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하는 [초감각] 스킬의 경고가 답을 내린다. 회피 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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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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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있는 대로 장애물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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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집중 속에서,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는 도끼는 그 모든 것을 가볍게 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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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깻죽지로 파고들어와, 뼈와 살을 모조리 끊으며 몸을 찢어발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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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흑백으로 물들며, 순간 눈에 들어온 시스템 인터페이스 한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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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 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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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을 알리는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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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짝이 축축해지는 기분 나쁜 감각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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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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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억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 HP가 0이 되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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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보이는 거라고는 시커멓고 축축한 물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왠지 모르게 알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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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뭔데, 죽어서 사후 세계에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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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물은 그건가? 한 번 건너면 다시는 못 돌아온다는 강물, 뭐라더라, 삼도천? 스틱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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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냥 주마등을 보고 있는 건가. 가끔 그런 적이 몇 번 있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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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도 답을 알려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뭐, 언제나 그랬지. 나는 솔플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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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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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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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강물 위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쉰다. 이게 사후 세계건 주마등이건 달라질 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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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끝났다. 결과는 처참한 패배. 원인은 한심하게도 방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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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되새겨본 기억은 눈앞에 영상이 되어 나타났다. 내 몸을 가르는 금빛 도끼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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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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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어력을 너무 쉽게 무시한 거 아닌가. [초재생] 덕분에 거의 풀피였던 것 같은데, 한방 컷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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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그 소대가리 새끼는 대체 왜 갑자기 마력강화를 쓴 건데. 그 강화 효과만 아니었으면 피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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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닌가. 애초에 이놈, 한번 죽었다가 살아난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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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랑은 별개로 취급되는 몬스터였으니, 보스 때랑은 별개로 또 2페이즈가 있을 수도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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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보스의 3페이즈로 인식해서, 4페이즈까지는 없을 거로 생각하는 바람에……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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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그것만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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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아쉽다. 아직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닌데, 방심 한 번에 죽어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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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온의 검령을 소환해 써먹는 전략도 아직 있었고, 내 2페이즈라고 할 수 있는 [불굴]도 아직 안 켜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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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복수를 하겠다고, 엘레노어의 한을 풀어 주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놓고 이게 무슨 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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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씨발, 애초에 왜 16층에 그딴 새끼가 있는 건데. 그 도끼는 또 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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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모드도 정도가 있지, 이건 슈퍼익스트림극한헬모드잖아. 제작자 뭐 하는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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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 누군지도 모르는 제작자인지 GM인지를 어떻게 탓하랴. 원래 솔플이라는게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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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커버해 줄 동료가 없으니 매 순간순간이 원코인, 탓할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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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택이었고, 내 실패였으며, 내 능력 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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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패배의 최대 원인은 내가 그 도끼 한 방에 죽을 정도로 약했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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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씨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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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초에 고작 16층인데, 그런 걸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스펙을 만드는 게 가능하긴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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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많은 히든 요소를 파먹으면서 성장했는데, 여기서 더 강해진다는 게 말이나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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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억울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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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 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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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을 담아 찰박거리는 수면을 두들겼지만, 그 억울함은 또 금방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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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억울해하나. 더 강해진다는 게 말이 왜 안 되는데, 강해질 방법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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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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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이 가르쳐 준 오러를 완벽히 습득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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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수면을 쳐다보고 있자니, 돌연 물속에서 한 자루 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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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이거, 지금이라도 오러 한번 만들어 보라고 주는 건가? 이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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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할 것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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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짜증을 내면서도 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마력을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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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로 방출한 마력을 단단하게 압축시켜 검에 두른다- 이렇게 설명하면 간단한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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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지배]로 마나의 입자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조작할 수 있음에도 그렇다. 그 입자가 어디 한두 개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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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개의 모래알을 하나하나 조종할 수 있다고 해서, 예술적인 모래성을 만드는 게 쉬워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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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씁……될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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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고요한 세상이다. 삼도천인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중하기엔 딱 좋다. 뭐든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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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이 알려준 요령을 되새기며 천천히 마력을 흘려 넣고, 단단하게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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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랑은 반대되는 기술이라고 들었는데, 넘실거리는 마력의 모습이 마력강화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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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도 오러를 만들 수 있긴 한데, 그래 봤자 쥐꼬리만 한 수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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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다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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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깨는 장인처럼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해 봤지만, 제대로 되는 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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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게 맞는 방법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 검령 그 새끼가 나 엿 먹어보라고 잘못 알려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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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에는 그럴싸하고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는 것 같아서 그대로 따라 해봤는데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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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냥 안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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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이라는 건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거잖아. 나랑 검령의 방식이 맞지 않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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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요령 같은 건 다 잊어버리고- 내 마음대로 한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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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견본 자체는 몇 번이고 봤다. 검령이 보여줬던 오러를 내 방식대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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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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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될 것 같았는데, 마력을 견디지 못한 검이 먼저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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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씁, 이번에는 진짜 괜찮았던 것 같은데- 사실 아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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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해보고 싶은데, 어디 검 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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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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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두리번거리자 저 멀리 호수에서 다시금 검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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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박거리는 물을 밟고 지나가, 새롭게 나타난 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연습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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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더 시도해 봤을까. 또다시 검이 폭발하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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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저 멀리서 새 검이 솟아올랐다. 호수를 가르고 다시 그것을 주워, 같은 일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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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박, 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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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걸어서 새 검을 줍고, 다시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부러트리고, 다시 걸어서 새 검을 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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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체 몇 번을 반복했을까. 수백 번, 아니면 수천 번, 어쩌면 수억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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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시간을 들여 연습한 결과, 마침내 내 손에는 단단한 오러가 씌워진 검이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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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별거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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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였지만, 성공하고 나니 어쩐지 별것 아니었다는 감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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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오러를 거두고 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문득 얼마나 시간을 들였는지 궁금해져,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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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줍기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왔을 뿐인데, 이렇게 돌아보니 어마어마하게 멀리도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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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또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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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평한 호수를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커다란 산을 하나 넘어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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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에 가깝게 깎아지른 거대한 산은 얼핏 커다란 벽으로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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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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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야가 밝아지고, 몸에 닥치는 격렬한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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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죽은 줄 알았던 몸은 아직 살아 있었다. 영락없이 삼도천을 건너고 있는 줄 알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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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는 번쩍이는 도끼를 든 아스테리오스, 바닥에는 흥건한 핏물, 그리고 아른거리는 시스템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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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 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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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HP가 제로가 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다. 완전히 절단된 줄 알았던 상반신이 간신히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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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붙어 있다고 해야 하나? 등뼈 하나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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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어떻게 된 거지, 설마 HP가 0이 되기 전까지는 치명상을 안 입는다는 게 이런 의미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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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처를 입어도 HP가 남아있으면 어쨌든 한 번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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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피 상태에서 일격을 먹었기에, 즉사하지 않고 이런 꼴로나마 살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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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 크헉.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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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꼴로 뭘 어쩌라고, 진짜 딱 살아만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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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오스가 별빛 도끼를 다시 한번 들어 올렸다. 마무리를 지으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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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HP도 다 떨어졌다. 가만히 있으면 [초재생] 스킬로 조금 회복될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 놈의 공격이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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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를 면하면 뭐 해, 완전히 전투불능 상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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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발, 뭔가 방법이 없나? HP는 다 떨어졌어도 MP는 아직 남아 있다, 이걸로 뭔가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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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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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짝이 된 몸으로 마력강화를 발동한다. 전신에 마력을 흘려 넣어 억지로 몸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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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을 싣고 도끼가 내리쳐진다. 이판사판으로 검을 든 손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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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저 미친 도끼가 상대라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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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스쳐 지나간 주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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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망상일지도 모르는 그 세계에서 터득해 낸 기술을 떠올리며 휘두른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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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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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오러를 두르고, 아스테리오스의 도끼를 막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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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스킬 : 오러 마스터리 1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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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이제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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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달성 :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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