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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 아이템
9층 이후로 특별히 장비를 갱신한 적은 없지만, 내 마력을 흘려넣은 장비의 내구성은 매우 훌륭하다.
16층에서도 충분히 통용되는 것은 물론이요, 저층에서는 마땅히 교체할 필요가 없을 정도.
하지만 벼락불과 별빛이 깃든 황금의 도끼는 아무렇지 않게 내 방패를 베어 가르고, 내 팔을 잘라냈다.
왼팔을 통째로 베어낸 도끼는 멈추지 않고 내 옆구리까지 파고들었다. 황급히 마력강화를 발동했다.
-쿠르릉!
강화된 신체능력으로 발을 굴러 물러났다. 팔이 떨어져 나간 건 물론이요, 옆구리까지 깊게 패였다.
씨발, 저게 대체 뭐지?
방어력과 내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물러나지 않았다면 그대로 몸통이 상하로 분리됐을 거다.
최종 피해를 60% 감소시키는 [강철의 혼]을 가진 내 몸을 두부 취급하다니.
단순히 방어력 100% 무시 같은 옵션이 달려 있다는 수준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상식을 벗어난 위력이다.
“씹, 뭐 공간 절단이라던가……그런 건가?”
그뿐만이 아니다. 왼팔의 절단된 부분과 옆구리에 열상을 입었다. 아마도 전기 속성의 부가 피해.
사선의 모든 것을 저항 없이 절단하는 위력, 거기에 내 내성 스킬을 뚫고 전기로 지져버리는 효과까지.
번쩍거리는 것만 빼면 생긴 건 평범한 냉병기인데, 효과 면에서는 차라리 광선검에 더 가깝다.
“이놈의 탑은 양심이 어떻게 되먹은 거야, 진짜로!”
-타닥!
분노를 입 밖으로 내며 재빨리 달린다. 일단 도끼에 맞아 절단돼버린 내 왼팔을 먼저 주웠다.
내가 가진 수준의 포션으로는 사지 결손을 치료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대로 불구가 된다.
주워든 왼팔을 절단된 팔뚝에 갖다 붙이고, 인벤토리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포션을 꺼냈다.
병은 이빨로 부숴서 따고, 그대로 상처 부위에 들이붓는다.
[초재생]의 효과와 포션의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잘려나간 부위가 천천히 붙기 시작했다.
좋아, 덜렁거리긴 하지만 대충 붙었다.
인벤토리에서 붕대를 꺼내 왼팔을 칭칭 감아 고정했다. 장애인 신세를 면했지만, 잠시간은 못 쓰겠다.
-쿵! 쿵! 쿵!
내가 그렇게 응급조치를 하는 사이, 미노타우로스는 다시 도끼를 들고 거리를 좁힌 상태였다.
높이 치켜든 도끼를 내려찍는다. 경로를 예측하고 옆으로 가볍게 굴러 피했다.
-콰르릉!
도끼가 내리 찍힌 지점에서 빛나는 마력이 폭발했다. 여기에 범위 피해까지 붙어 있나.
미노타우로스는 땅에 박아넣은 도끼를 아무 저항 없이 수직으로 휘둘렀다.
이미 공격이 닿지 않을 거리를 확보했지만,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콰광!
무언가 머리 위를 날았다. 저 멀리까지 날아간 빛살이 벽을 가볍게 절단해 버렸다.
참격이 원거리까지 쏘아졌다.
검령이 보여준 진짜 검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벌어진 일 자체는 유사하다.
“이런 미친……”
방어 불능의 공격력에 속성 공격 옵션, 거기에 원거리 공격기까지 내장된 무기라고?
양심이 없는 건가? 에픽 등급의 무기도 저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
단순히 전력 차이가 심한 싸움이라면 이제껏 몇 번이고 해왔다.
3층의 리자드맨 유적에서 빠져나올 때라던가, 7층에서 메르세데스와 결투를 벌였을 때라던가.
아니면 9층에서 하이엘프 왕과 첫 전투를 치렀을 때라던가- 히든 보스를 찾아다닌 탓에 그 밖에도 몇 번이고 있었지.
하지만 공격력 하나만 이렇게까지 차이 나는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그 차이도 너무나 극단적이다.
-콰광!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도끼가 지면을 내려찍으며 미친 듯이 빛을 발하며 충격파를 쏟아낸다.
저걸 맞았다가는 온몸이 가루가 돼버릴지도 모른다. 저 도끼의 위력은 말 그대로 상식을 벗어났으니까.
처음의 충돌 이후, 나는 여러 방법으로 저 도끼를 받아치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도끼와 부딪혔던 무기들이 장난감처럼 망가져서 땅바닥을 뒹굴고 있으니, 딱 봐도 알 수 있겠지.
에르웬이 만들어 준 검이라면 저걸 받아칠 수 있을까?
글쎄, 자신이 없다. 에보니 스틸도 저 도끼의 파괴력 앞에서는 두부나 다름없을 것이다.
최소한 미스릴, 아니면 그 이상의 내구도를 자랑하는 아다만타이트나 오리하르콘제의 무기가 필요하다.
당연히 모두 17층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아무리 작은 완드라고 해도, 미스릴제의 물건을 하나라도 갖고 있다는 게 원래는 말이 안 되는 거다.
물론 굳이 도끼를 받아치는 것이 집착할 필요는 전혀 없다.
무기가 사기인 거지, 저 미노타우로스가 사기적으로 강한 건 또 아니니까.
사기템만 믿고 우쭐거리는 좆밥 쯤이야, 여유롭게 쓰러트리고 반대로 무기를 뺏어 줄 수 있다.
문제는 저 미노타우로스가 좆밥이 아니라는 거다.
스펙 자체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고, 도끼를 다루는 기술 역시 뭔가 어설픈 부분이 많은 놈이다.
하지만 진짜로, 다른 건 몰라도 저 도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쓴다.
자신의 강함을 뛰어넘는 사기적인 아이템을 활용하는 법을 몸에 체득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평범한 도끼를 다루는 기술은 대단치 않겠지만, 저 도끼 하나만큼은 잘 다룬다.
아마도 무기술을 익힐 때부터 저 도끼를 쓴다는 걸 전제로 익힌 거겠지. 여러모로 극단적인 놈이다.
무기를 뺏을 상황을 전혀 안 내주는 데다가, 겨루기를 피하고 빈틈을 찌를 각도 전혀 주지 않는다.
사각지대를 노려서 공격해도 곧바로 눈치채고 대응하는데다가, 페인트도 손쉽게 읽어낸다.
극단적으로 높은 공격력을 모범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잘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원거리 공격도 도통 통하질 않는다.
“흐읍!”
변칙적인 궤도를 그리도록 투척한 쇠구슬이 미노타우로스에게 쇄도한다.
하지만 미노타우로스는 여유롭게 땅바닥을 내려찍고, 막대한 전격을 발생시켜 그것을 모두 떨어트렸다.
3층의 하얀 리자드맨이 사용했던 전기 배리어와 비슷한 기술, 위력은 당연히 상위호환.
어떤 아이템을 던져도 도끼질 한 방으로 모두 대응해 낸다.
메르세데스에게 사용했던 아이템을 쏟아붓는 전술도 아마 통하지 않을 거다.
어떤 장애물도 저 도끼 한 방이면 가루가 되어버리니까.
젠장, 하다못해 공간이라도 좀 더 넓으면 좋겠는데……보스룸도 하필 좁은 편이라.
“어쩐다.”
아직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 아예 전투를 포기하고 다음 층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조금 전에 잠깐 전이문에 손을 대 봤는데, 보스가 부활했음에도 여전히 다음 층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저놈은 잡고 가고 싶은데……쓰러트리면 보상으로 저 도끼를 줄지도 모르잖아.
아니, 아니지, 잠깐만.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게 가능하다는 건, 저놈은 지금 보스 판정이 아니라는 뜻 아닌가?
좋은 생각이 났다.
-콰광!
달려들어오는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피해 내고, [신속] 스킬을 사용해 질주했다.
저 놈은 공격력만큼은 초월적이지만, 그 밖의 스펙은 내게 못 미친다.
당연히 속도 역시 내가 압도적으로 우위, 작정하고 달리면 절대 쫓아올 수 없다.
물론 이 보스룸 안에서 아무리 달려봤자 끝은 분명하기에, 그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저놈이 보스 판정이 아니라면, 당연히 이것도 가능할 거 아니야?
-쾅!
나는 일직선으로 쭉 달려서, 보스룸 끝에 있는 문짝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왔다.
그대로 잠시 기다리니, 저 멀리서 뇌광을 두른 미노타우로스가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스 몬스터는 원래 보스룸에 철저히 격리되어,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판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스테리오스라는 이름이 붙으며 다른 몬스터로 거듭난 저놈은, 나를 따라 보스룸 바깥으로 나왔다.
“역시, 이게 되네.”
무대가 보스룸 하나에 한정된 게 아니라면 방법은 아직 있다.
“계속 쫓아와 봐.”
공간 한번 넓게 써 보자고.
**
16층의 미궁은 다른 층의 미궁과 복잡해도 상당히 복잡한 구성을 하고 있다.
복잡한 길을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불쑥 튀어나온 거대한 미노타우로스에게 습격당하는 구조.
지도가 완벽하게 공유되고 있는 현대의 도전자들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1세대 당시에는 상당히 고생했다나.
그리고 여기, 그 1세대의 도전자들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길을 어쩌지 못해 고생하는 놈이 하나 있었으니.
당연히 커뮤니티를 잘 써먹고 있는 나는 아니고, 저기 저 사기템을 든 소대가리 녀석이다.
-쾅! 콰광! 쾅!
무식한 위력의 도끼를 휘두르며 복잡한 길을 일직선으로 주파하는 미노타우로스.
하지만 그렇게 직진만 한다고 돌파할 수 있는 미궁이라면 복잡하다고 말할 일도 없었겠지.
놈은 내가 유유히 피해 간 함정을 그대로 밟고, 거대한 쇳덩이에 짓눌려 아래층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나는 멀리서 놈에게 여유롭게 쇠구슬을 투척한다.
물론 놈은 특유의 전격 방어로 모두 쳐내고, 곧바로 파편을 짓밟으며 위로 올라와 나를 쫓지만.
말했듯이, 이 미궁은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미노타우로스와 마주치는 구성.
-멈칫.
장애물을 부수며 나를 추적하던 놈은, 돌연 마주친 동족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곳의 미노타우로스는 모두 놈의 백성이라던가?
이유야 어찌 됐건, 내달리던 발도 휘두르던 도끼도 모두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빈틈!”
-콰지직!
인벤토리에서 꺼낸 할버드를 곧게 내질러, 두 마리의 미노타우로스를 함께 꿰뚫었다.
고기방패가 있어서 치명타를 넣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유효타.
-우오오오오오오!!!
고통 때문인지 빡침 때문인지 소리를 내지르며 다시 나를 쫓아온다.
하지만 그 속도로는 절대 나를 따라잡을 수 없다. 괜히 다른 미노타우로스와 마주쳐 빈틈을 노출할 뿐.
뿔조각 열 개를 바쳐서 진행할 수 있는 이 녀석의 원래 2페이즈는, 인간으로의 변신.
하지만 인간이 되었음에도 제단에 바쳐진 뿔조각을 보고 분노하여 이성을 잃는다는 설정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른 미노타우로스가 휘말리는 모습을 계속 목격하면 어떻게 될까?
“자, 빡쳐라.”
어서 이성을 잃고 날뛰면서, 나한테 빈틈을 노출해라. 놓치지 않을 테니까.
치사하게 사기템을 들고 나온 대가를 똑똑히 치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