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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벼락과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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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16층의 보스로 나타나는 것은 도끼를 든 거대한 미노타우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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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 소머리와 미궁의 왕 미노타우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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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소환된 보스도 그 이름이며 외형은 내가 아는 정보 그대로였다. 몸에서 번쩍이는 저 번갯불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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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해 본 거였는데, 진짜로 알려지지 않은 히든 요소가 더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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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사, 다른 탑에서는 발견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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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보물상자에서 얻을 수 있는 유니크 장비 아이템을 모조리 바쳐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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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 장비치고는 성능이 많이 딸리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양보하기에도 아까운 수준의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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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자기가 갖겠다고 싸웠으면 싸웠지, 한 놈에게 이걸 다 몰아줄 생각은 못 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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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게 나눠 가지더라도, 그놈들이 한꺼번에 보스룸으로 몰려 올 일은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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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보물상자를 모조리 독점하는 게 가능한 나 같은 솔플러나 발견할 수 있을만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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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풀게 하나 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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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커뮤니티에 이런 조건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로 하고, 조용히 검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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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에 바친 어마어마한 양의 뿔조각은 빛덩이로 변하더니 하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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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뭔가 간섭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저 개수만큼 보스가 강해졌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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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놈의 몸에 흐르고 있는 번갯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내 [라이트닝 차지]랑 비교하면 어느 정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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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들고 있는 도끼의 외형도 스크린샷으로 본 거랑은 많이 달라 보이니, 경계할 필요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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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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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로스가 포효하며 뿔을 앞세워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공략글과 똑같은 평범한 돌진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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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의 물리 공격력이 매우 높으므로, 탱커 계열이 아니면 정면에서 받으면 안 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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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르게 말하면 탱커급 방어력이 있으면 정면에서 받아도 괜찮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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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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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두른 방패를 앞세워 놈의 돌진을 정면에서 막아냈다. 지직, 발이 뒤로 살짝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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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걸음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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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거랑 다르게 근력은 영 별로네, 그렇게 강하다던 돌진 공격도 시원찮고-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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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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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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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로스의 몸에 흐르고 있던 벼락이 뿔을 타고 내달렸다. 방패로 막아낸 뿔이 벼락을 띠며 그 길이를 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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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속성의 마나로 뿔의 길이를 확장하고, 추가 속성 공격력을 갖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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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교롭게도 번개 속성은 화염과 함께 내가 가장 잘 견디는 속성 중 하나다. 나도 번개 속성을 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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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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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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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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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몸에 번개를 두르고, 추가로 마력을 사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위압]스킬을 사용해 맞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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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튀는 푸른 전격과, 미노타우로스의 뿔에서 샘솟는 황색 전격이 맞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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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의 출력은 거의 호각이지만- 근력은 내가 더 위다. 그대로 방패로 밀어붙여 뿔을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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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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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뿔을 튕겨낸 직후 발차기를 날려, 열심히 들이밀고 있던 황소 머리를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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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게 찬 것도 아닌데, 손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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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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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로스는 곧 휘청거리며 주저앉았다. 충격으로 뇌진탕을 일으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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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격투 실력도 많이 늘었고, 전부터 턱을 노려 맞춰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것도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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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너무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만한 뿔조각을 처먹고 나온 히든 보스라고는 믿기지 않는 허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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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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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당혹스러워하며, 뇌진탕을 일으키고 쓰러진 미노타우로스의 등짝에 칼을 박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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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단 2페이즈로 넘어가고 나서부터가 진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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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안의 세계는 어느 정도 현대 지구의 여러 신화나 공상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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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이니 웨어울프니 엘프니 하는 여러 종족 모두, 대부분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것들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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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곧이곧대로 일치하는 부분은 잘 없고, 까놓고 보면 그 실상은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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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6층의 테마인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은 실제 신화와 비슷한 부분이 꽤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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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뿔조각을 20개 이상 바치고 소환한 보스의 히든 페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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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그냥 소머리 괴물로서 날뛰다 도전자에게 죽음을 맞게 되는 보스는, 히든 페이즈에 들어가면 대뜸 변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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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가 인간의 머리로 변하고, 반인반수 괴물에서 그냥 괴물같이 덩치가 큰 전사로 변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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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설정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배경 설정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많은 건 아니라서 나도 잘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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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인간으로 변신한 미노타우로스는 광폭화를 발동시켜 훨씬 더 강해진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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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이놈은 그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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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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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명치를 걷어차니 철판을 차는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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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단단하기도 엄청 단단하고, 몸에 두르고 있는 전격의 위력도 상당하지만- 그래 봤자 딱 16층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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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보스는커녕 그냥 일반 보스보다 살짝 센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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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슬슬 인간으로 변신해서 광폭화해 날뛰는 2페이즈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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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은 히든인데 보스가 강화되는 히든은 아니었던 건가?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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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15층의 히든 보스는 내가 아니었으면 공략이 가능할까 싶었을 정도로 악질적인 보스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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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봐도 그 비둘기 천신은 진짜 어이가 없다. 그렇게 스탯을 깎아대면 뭐 어떻게 잡으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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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나는 어떻게든 잡아내긴 했지만, 아무튼……이놈에게서는 그런 특별함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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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만 높으면 뭐 하냐고, 기술도 없고 재주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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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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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로스에게 망치를 휘둘러 일격을 먹인 뒤, 그런 감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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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보다 깡스펙이 세 배쯤 높은 보스였다고 해도 쉽게 이길 수 있었을 거다. 패턴이 너무 단조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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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을 미리 봤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짓이 딱 소대가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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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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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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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에 혀를 차며 미노타우로스의 심장에 검을 꽂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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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크리티컬 이펙트가 터지며, 미노타우로스는 쓰러졌다. 이어져서 나오는 클리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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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층을 최초로 클리어했니 어쩌니, 최대 기여도 보상을 주니 어쩌니, 보상은 별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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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 들어온 갑옷과 무기를 정리하고, 17층으로 향하는 전이문에 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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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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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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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룸 안의 마력이 혼자서 요동치더니, 허공에서 번개 속성의 마나가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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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의 마나는 스스로 파직거리며 움직여, 쓰러진 미노타우로스의 심장에 연달아서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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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마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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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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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조각을 천 개나 처먹고, 유니크 아이템을 네 개나 처먹고, 그걸로 끝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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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2페이즈 시작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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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문 활성화 권한은 지금도 나한테 있다. 보스의 부활을 기다리지 않고 17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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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일부러 미노타우로스가 다시 일어서기까지 기다렸다. 등반은 언제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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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이 몇 번쯤 파직거린 끝에, 미노타우로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외형적인 변화는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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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드 모드의 미노타우로스는 두 번째 페이즈에서 인간 형태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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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제단에 놓인 뿔조각을 보고, 백성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이성을 잃고 광폭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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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이성을 잃고 날뛴다는 점에서 소대가리던 시절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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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부활한 미노타우로스는 뭔가 달랐다. 여전히 소대가리 모습이지만, 그 눈빛이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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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잊고 있었구나, 내가 누구인지- 내 무기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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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가 미노타우로스가 생각하는 것을 말해준다. 미노타우로스의 눈이 향한 곳은 제단 위에 놓인 뿔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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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빛, 나의 벼락, 너만큼은 나를 떠나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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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뿔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벼락의 덩어리를 바라본다. 덩어리는 천천히 형태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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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시금 돌아갈 때가 되었구나. 아버님께서 물려주신 왕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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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으로 이루어진 전투 도끼, 뇌광이 깃든 무구를 손에 쥔 미노타우로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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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 괴물의 모습임에도 고고하게, 이성이 깃든 전사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자세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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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도 재주도 없다는 나의 말을 그대로 받아치는 듯한 모습의 미노타우로스, 그 머리 위로 떠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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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 밤하늘 별의 왕 아스테리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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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명에 걸맞게 변이한 도끼는, 이젠 벼락불이 아닌 찬란한 별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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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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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 마음에 안 든다. 미노타우로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기세는 조금 전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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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성을 되찾고 주무기를 손에 넣은 만큼 기량은 크게 달라졌겠지만,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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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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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로스가 별빛의 도끼를 쥐고 힘차게 내달렸다. 나는 휘둘러지는 도끼를 방패로 막아 냈-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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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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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력을 때려넣은 방패가 두부처럼 잘려나가고, 그 너머에 있는 내 팔뚝마저 가볍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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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좆됐다. 이거 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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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치사한 새끼가, 본체는 그대로고 무기만 사기적으로 파워업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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