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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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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벼락과 별

본래 16층의 보스로 나타나는 것은 도끼를 든 거대한 미노타우로스다.

[BOSS - 소머리와 미궁의 왕 미노타우로스]

내 앞에 소환된 보스도 그 이름이며 외형은 내가 아는 정보 그대로였다. 몸에서 번쩍이는 저 번갯불만 빼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해 본 거였는데, 진짜로 알려지지 않은 히든 요소가 더 있었을 줄이야.

하기사, 다른 탑에서는 발견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다.

대형 보물상자에서 얻을 수 있는 유니크 장비 아이템을 모조리 바쳐야 하는 거니까.

유니크 장비치고는 성능이 많이 딸리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양보하기에도 아까운 수준의 성능.

저마다 자기가 갖겠다고 싸웠으면 싸웠지, 한 놈에게 이걸 다 몰아줄 생각은 못 했을 거다.

사이좋게 나눠 가지더라도, 그놈들이 한꺼번에 보스룸으로 몰려 올 일은 없었겠지.

혼자서 보물상자를 모조리 독점하는 게 가능한 나 같은 솔플러나 발견할 수 있을만한 조건이다.

“썰 풀게 하나 늘었네.”

나중에 커뮤니티에 이런 조건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로 하고, 조용히 검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제단에 바친 어마어마한 양의 뿔조각은 빛덩이로 변하더니 하늘로 떠올랐다.

딱히 뭔가 간섭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저 개수만큼 보스가 강해졌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고.

무엇보다 놈의 몸에 흐르고 있는 번갯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내 [라이트닝 차지]랑 비교하면 어느 정도려나.

거기에 들고 있는 도끼의 외형도 스크린샷으로 본 거랑은 많이 달라 보이니, 경계할 필요가 있겠지.

-우오오오오!!

미노타우로스가 포효하며 뿔을 앞세워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공략글과 똑같은 평범한 돌진 패턴.

뿔의 물리 공격력이 매우 높으므로, 탱커 계열이 아니면 정면에서 받으면 안 된다고 했던가.

뭐, 다르게 말하면 탱커급 방어력이 있으면 정면에서 받아도 괜찮다는 뜻이다.

-콰앙!

마력을 두른 방패를 앞세워 놈의 돌진을 정면에서 막아냈다. 지직, 발이 뒤로 살짝 밀렸다.

두 걸음 정도인가.

생긴 거랑 다르게 근력은 영 별로네, 그렇게 강하다던 돌진 공격도 시원찮고-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파지직!

“오, 뭐야.”

미노타우로스의 몸에 흐르고 있던 벼락이 뿔을 타고 내달렸다. 방패로 막아낸 뿔이 벼락을 띠며 그 길이를 늘였다.

번개 속성의 마나로 뿔의 길이를 확장하고, 추가 속성 공격력을 갖춘 것 같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번개 속성은 화염과 함께 내가 가장 잘 견디는 속성 중 하나다. 나도 번개 속성을 쓰니까.

[라이트닝 차지]

[대전]

[위압]

나도 몸에 번개를 두르고, 추가로 마력을 사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위압]스킬을 사용해 맞불을 놓았다.

내 몸에서 튀는 푸른 전격과, 미노타우로스의 뿔에서 샘솟는 황색 전격이 맞부딪힌다.

번개의 출력은 거의 호각이지만- 근력은 내가 더 위다. 그대로 방패로 밀어붙여 뿔을 튕겨냈다.

-빠각!

그리고 뿔을 튕겨낸 직후 발차기를 날려, 열심히 들이밀고 있던 황소 머리를 후려쳤다.

그렇게 세게 찬 것도 아닌데, 손맛이 있었다.

-무오……!

미노타우로스는 곧 휘청거리며 주저앉았다. 충격으로 뇌진탕을 일으킨 탓이다.

그동안 격투 실력도 많이 늘었고, 전부터 턱을 노려 맞춰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것도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만한 뿔조각을 처먹고 나온 히든 보스라고는 믿기지 않는 허약함.

“뭐지, 이거.”

나는 조금 당혹스러워하며, 뇌진탕을 일으키고 쓰러진 미노타우로스의 등짝에 칼을 박아넣었다.

역시 일단 2페이즈로 넘어가고 나서부터가 진짜인 걸까?

**

탑 안의 세계는 어느 정도 현대 지구의 여러 신화나 공상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

고블린이니 웨어울프니 엘프니 하는 여러 종족 모두, 대부분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것들이지 않나.

물론 곧이곧대로 일치하는 부분은 잘 없고, 까놓고 보면 그 실상은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지만.

이 16층의 테마인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은 실제 신화와 비슷한 부분이 꽤 많은 편이다.

그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뿔조각을 20개 이상 바치고 소환한 보스의 히든 페이즈다.

원래는 그냥 소머리 괴물로서 날뛰다 도전자에게 죽음을 맞게 되는 보스는, 히든 페이즈에 들어가면 대뜸 변신을 한다.

소머리가 인간의 머리로 변하고, 반인반수 괴물에서 그냥 괴물같이 덩치가 큰 전사로 변한다는 것.

이것과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설정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배경 설정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많은 건 아니라서 나도 잘은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인간으로 변신한 미노타우로스는 광폭화를 발동시켜 훨씬 더 강해진다고 하는데.

어째 이놈은 그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쾅!

힘차게 명치를 걷어차니 철판을 차는 느낌이 난다.

확실히 단단하기도 엄청 단단하고, 몸에 두르고 있는 전격의 위력도 상당하지만- 그래 봤자 딱 16층 수준.

히든 보스는커녕 그냥 일반 보스보다 살짝 센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슬슬 인간으로 변신해서 광폭화해 날뛰는 2페이즈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고.

히든은 히든인데 보스가 강화되는 히든은 아니었던 건가?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당장 15층의 히든 보스는 내가 아니었으면 공략이 가능할까 싶었을 정도로 악질적인 보스였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그 비둘기 천신은 진짜 어이가 없다. 그렇게 스탯을 깎아대면 뭐 어떻게 잡으라는 건지.

아니, 뭐, 나는 어떻게든 잡아내긴 했지만, 아무튼……이놈에게서는 그런 특별함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스펙만 높으면 뭐 하냐고, 기술도 없고 재주도 없고.”

-쾅!

미노타우로스에게 망치를 휘둘러 일격을 먹인 뒤, 그런 감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솔직히 지금보다 깡스펙이 세 배쯤 높은 보스였다고 해도 쉽게 이길 수 있었을 거다. 패턴이 너무 단조로워서.

공략을 미리 봤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짓이 딱 소대가리 수준이다.

“쯧.”

-푹!

아쉬움에 혀를 차며 미노타우로스의 심장에 검을 꽂아넣었다.

붉은 크리티컬 이펙트가 터지며, 미노타우로스는 쓰러졌다. 이어져서 나오는 클리어 메시지.

16층을 최초로 클리어했니 어쩌니, 최대 기여도 보상을 주니 어쩌니, 보상은 별거 없었다.

인벤토리에 들어온 갑옷과 무기를 정리하고, 17층으로 향하는 전이문에 손을 댔다.

그 때였다.

-파직!

보스룸 안의 마력이 혼자서 요동치더니, 허공에서 번개 속성의 마나가 생성되었다.

번개의 마나는 스스로 파직거리며 움직여, 쓰러진 미노타우로스의 심장에 연달아서 꽂혔다.

그 모습이 마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마음에 든다.

“그래, 그래야지.”

뿔조각을 천 개나 처먹고, 유니크 아이템을 네 개나 처먹고, 그걸로 끝나면 안 되지.

이제 진짜 2페이즈 시작하는 거냐?

**

전이문 활성화 권한은 지금도 나한테 있다. 보스의 부활을 기다리지 않고 17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미노타우로스가 다시 일어서기까지 기다렸다. 등반은 언제든 할 수 있다.

번갯불이 몇 번쯤 파직거린 끝에, 미노타우로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외형적인 변화는 전혀 없었다.

원래 하드 모드의 미노타우로스는 두 번째 페이즈에서 인간 형태로 변한다.

그리고 자신의 제단에 놓인 뿔조각을 보고, 백성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이성을 잃고 광폭화한다.

인간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이성을 잃고 날뛴다는 점에서 소대가리던 시절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부활한 미노타우로스는 뭔가 달랐다. 여전히 소대가리 모습이지만, 그 눈빛이 전혀 달랐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구나, 내가 누구인지- 내 무기가 무엇인지.]

시스템 메시지가 미노타우로스가 생각하는 것을 말해준다. 미노타우로스의 눈이 향한 곳은 제단 위에 놓인 뿔조각.

[나의 별빛, 나의 벼락, 너만큼은 나를 떠나지 않았구나.]

아니, 그 뿔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벼락의 덩어리를 바라본다. 덩어리는 천천히 형태를 바꾸었다.

[그래, 다시금 돌아갈 때가 되었구나. 아버님께서 물려주신 왕좌로.]

벼락으로 이루어진 전투 도끼, 뇌광이 깃든 무구를 손에 쥔 미노타우로스는.

소머리 괴물의 모습임에도 고고하게, 이성이 깃든 전사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자세를 다잡았다.

기술도 재주도 없다는 나의 말을 그대로 받아치는 듯한 모습의 미노타우로스, 그 머리 위로 떠오른 이름.

[BOSS - 밤하늘 별의 왕 아스테리오스]

그리고 그 이명에 걸맞게 변이한 도끼는, 이젠 벼락불이 아닌 찬란한 별빛을 발하고 있었다.

“흠……”

하지만 영 마음에 안 든다. 미노타우로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기세는 조금 전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이성을 되찾고 주무기를 손에 넣은 만큼 기량은 크게 달라졌겠지만, 어떠려나.

-쾅!

미노타우로스가 별빛의 도끼를 쥐고 힘차게 내달렸다. 나는 휘둘러지는 도끼를 방패로 막아 냈- 아니.

잠깐만, 뭐야 이거.

내 마력을 때려넣은 방패가 두부처럼 잘려나가고, 그 너머에 있는 내 팔뚝마저 가볍게 파고들었다.

씨발, 좆됐다. 이거 잘린다.

이런 치사한 새끼가, 본체는 그대로고 무기만 사기적으로 파워업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