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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소 머리의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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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조금 전의 것처럼 간단하게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은 더 이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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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 뭐든지 날로 먹으려고 하면 탈나는 법이다. 지금부터는 착실하게 시간을 들여서 익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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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검령은 내가 그토록 기대하던 오러와 검기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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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와 검기는 사실 같은 기술이다. 검을 매개체로 오러를 만들면 그게 곧 검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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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대충 알고 있었다. 이 검령이 오러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눈치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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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다르게 붙었을 뿐, 본질적으로는 완전히 같은 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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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가지를 나눠서 칭하는 이유는 하나다. 같은 기술이지만 응용이 어렵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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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그렇게 말하며 14층 미궁의 보스전 때를 이야기했다. 마력량을 잘못 계산한 탓에 검기를 쏘지 못했던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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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조차도 조금만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검사도 검기에 도달하기까지는 보통 십수 년이 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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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는 충분히 알아들었어,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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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오러부터 시작하지. 오러는 말하자면 마력강화의 반대 같은 것이다. 마력강화가 방출이라면 오러는 압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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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잠깐 사이에 태도가 고분고분해진 검령은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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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인 부분을 그대로 알아듣기는 무척 어려웠지만, 검령은 나름의 비유를 사용해 가능한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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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검술 족집게 강사가 따로 없었다. 이 늙은 검령은 사실 검보다는 강의에 더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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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커뮤니티의 오러 습득자들이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유익한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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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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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의 기본 원리는 체내의 고유한 경로를 따라 마력을 방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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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따라 순환한 마력에 의해 신체능력이 향상하고, 방출된 마력이 반발력을 만들어 방호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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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러는 마력을 체내에서 순환시키지 않고, 스킬을 쓸 때처럼 가장 짧은 경로를 따라 마력을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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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보낸 마력이 대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게 제어한 뒤, 한계까지 압축시켜 무기에 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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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른 마력을 칼날의 형태로 바꾸어 내던지면 그게 검기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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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시범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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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설명을 마치고 [강철 직검]하나를 들어 직접 오러를 형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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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지배]를 가진 나보다 제어능력도 훨씬 달릴 테고,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양도 형편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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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핸디캡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아주 간단하게 검 위에 오러를 둘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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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쉬운 기술처럼 보인다. 원리를 알았으니 나도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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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어려워야만 하는 것을 쉽게 하는 놈이 있다면, 그건 그냥 그놈이 존나게 대단한 거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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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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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 시간을 연습했건만, 나는 내 검에 손톱만큼의 오러조차 피워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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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하하! 이 칼레온이 쉽게 하니 네놈도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앞으로 십 년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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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그런 나를 비웃어대며 어마어마하게 잘난 척을 해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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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동안 계속 살살 긁어대는 건방진 소환수를 향해, 내 미스릴 완드가 다시금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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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 칼레온,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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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든 연습보다는 실전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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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고 나발이고 그냥 혼자 낑낑대지 말고, 일단 뭐든 베어보며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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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여, 시련의 탑이 그대를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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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지역에 입장하면 항상 나오는 고정 메시지와 함께, 미노타우로스가 우글거리는 안쪽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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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부터 보이는 까만 피부를 가진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 바깥을 돌아다니는 미노타우로스 워리어의 상위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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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놈은 마법 저항이 매우 높은 타입이라, 근접 전사들이 전담해야하는 개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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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한테는 한주먹거리 수준이겠지, 그러니 이번에는 반대로 마법 쪽 데미지로 한 번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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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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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터득한 마력운용 기술을 활용해 전격을 두르고, 맨몸으로 놈에게 접근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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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신속] 스킬을 쓰지 않았음에도 놈의 반응속도는 나를 쫓아오지 못했다. 가볍게 손을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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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전격이 흘러들어 간다. 감전된 검은 미노타우로스는 몸을 파르르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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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극, 그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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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잠깐, 역시 마법 저항이 높은 놈이라서 그런지 이것만으로 제압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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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강화 수단 없는 [라이트닝 차지]로는 딱 이 정도인가. 그럭저럭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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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주 공격수단으로 쓸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로 원거리에 전격을 쏘아낼 수 있게 된다면 꽤 유효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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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제압이 안 돼서 그렇지, 어쨌든 몇 초간 마비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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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앞에 두고 몇 초나 마비된다는 건, 그냥 죽은 거랑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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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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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휘두른 [강철 직검]에 두 쪽으로 갈라지는 소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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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제대로 두를 줄 알게 되니 확실히 공격력이 조금 늘었다. 상대가 잡몹이라 큰 체감까지는 안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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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미노타우로스를 쓰러트리고 드롭 아이템을 확인한다. [소머리 전사의 뿔조각] 한 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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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층의 보스는 말했듯 자체 하드모드 옵션이 존재한다. 그 옵션을 활성화하기 위한 준비물이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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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노타우로스 몬스터가 공통으로 드랍하는 [소머리 전사의 뿔조각]을 제단에 바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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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룸에서 뿔조각 열 개를 바치면 일반 난이도로 시작되고, 스무 개를 바치면 하드 모드로 시작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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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여기서 한동안 체류하며 오러를 연습할 테니, 나는 특별히 조각을 많이 모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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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더 바친다고 보스가 더 세지는 건 아니지만, 몇백 개쯤 더 바치면 또 다른 히든 보스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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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기분이 좀 별로다. 오러를 아예 감도 못 잡고 있다는 게 많이 답답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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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화풀이 삼아 이 소대가리 놈들을 잔뜩 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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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쯤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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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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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몬스터 소환 함정을 일부러 작동시키며, 전투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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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층에서는 처음부터 시간을 넉넉하게 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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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달 정도는 체류할 생각이었고, 오러를 익히기까지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조금 조절을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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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아직도 오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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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많이 늘었군. 저번만 해도 실밥만 한 크기였는데, 이제는 쥐꼬리 정도는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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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의 비아냥대로 내가 형성할 수 있는 오러의 양은 정말 쥐꼬리만 한 수준이 끝이었고, 유지 시간도 매우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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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한 달간 연습한 것치고는 제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 물론 이 위대한 검령 칼레온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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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해서 히죽거리는 검령 노인네의 정수리를 미스릴 완드로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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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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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 칼레온, 사망. 이제 저놈은 맞고 뒤지건 말건 계속해서 나를 긁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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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다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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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습능력으로 단기간에 자력으로 오러를 터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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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는 한참 더 시간을 들여야 익힐 수 있겠지, 등반 중에 스킬로 얻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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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가 많이 안정된 덕분에 한 달 전보다 전력 자체는 상승했지만, 뭔가 제자리걸음을 한 기분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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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검령도 나를 놀리는 한편으로, 평범한 검사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감을 잡고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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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라고는 미노타우로스밖에 안 나오는 16층의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건 이게 한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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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야지, 1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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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상자에서 얻은 아이템들도 하나같이 성능 구린 장식용 아이템뿐이니, 파먹을 만큼 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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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지역으로 들어와, 빠르게 보스룸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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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룸의 문을 열어젖히자, 뿔조각을 바쳐서 보스를 소환하는 제단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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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궁의 주인을 깨우는 방법은, 그 신하를 공물로 바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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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를 대충 넘겨 치운 다음, 제단에 손을 대자 바칠 수 있는 아이템이 자동으로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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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 전사의 뿔조각 X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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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내내 미노타우로스를 베어 넘기며 모은 천 개가 넘는 뿔조각이 모두 제단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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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이 아주 그냥 고봉밥이 다 됐네. 제물을 받는 보스는 배 터져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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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단을 작동시키려는 순간, 아이템 등록 인터페이스가 돌연 반짝거리며 빛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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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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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인벤토리의 몇 아이템들도 그에 호응하듯 [등록] 표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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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에 물든 왕의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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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하게 변모한 왕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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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음하는 왕의 황금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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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이름을 가진 왕의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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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층의 대형 보물상자에서 나왔던, 등급만 유니크지 효과는 별 쓸 곳 없었던 장비 아이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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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걸 제단에 바치면 뭔가 새로운 게 나오는 건가? 히든의 히든이 진짜로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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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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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바로 반응이 있는 아이템을 올리고, 제단을 작동시켜 보스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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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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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림한 것은,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벼락을 몸에 깃들인 거대한 미노타우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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