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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머리의 미궁
아쉽게도 조금 전의 것처럼 간단하게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은 더 이상 없었다.
어쩌겠어, 뭐든지 날로 먹으려고 하면 탈나는 법이다. 지금부터는 착실하게 시간을 들여서 익혀야지.
잠시 후, 검령은 내가 그토록 기대하던 오러와 검기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오러와 검기는 사실 같은 기술이다. 검을 매개체로 오러를 만들면 그게 곧 검기지.”
그건 나도 대충 알고 있었다. 이 검령이 오러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눈치챘으니까.
이름이 다르게 붙었을 뿐, 본질적으로는 완전히 같은 힘이라는 것을.
“그 두 가지를 나눠서 칭하는 이유는 하나다. 같은 기술이지만 응용이 어렵기 때문이지.”
검령은 그렇게 말하며 14층 미궁의 보스전 때를 이야기했다. 마력량을 잘못 계산한 탓에 검기를 쏘지 못했던 그 때다.
“이 나조차도 조금만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검사도 검기에 도달하기까지는 보통 십수 년이 걸리지.”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는 충분히 알아들었어,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좋다, 오러부터 시작하지. 오러는 말하자면 마력강화의 반대 같은 것이다. 마력강화가 방출이라면 오러는 압축이지.”
어쩐지 잠깐 사이에 태도가 고분고분해진 검령은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론적인 부분을 그대로 알아듣기는 무척 어려웠지만, 검령은 나름의 비유를 사용해 가능한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말 그대로 검술 족집게 강사가 따로 없었다. 이 늙은 검령은 사실 검보다는 강의에 더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정도.
확실히 커뮤니티의 오러 습득자들이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유익한 정보였다.
아무튼,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력강화의 기본 원리는 체내의 고유한 경로를 따라 마력을 방출하는 것.
경로를 따라 순환한 마력에 의해 신체능력이 향상하고, 방출된 마력이 반발력을 만들어 방호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오러는 마력을 체내에서 순환시키지 않고, 스킬을 쓸 때처럼 가장 짧은 경로를 따라 마력을 내보낸다.
그렇게 내보낸 마력이 대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게 제어한 뒤, 한계까지 압축시켜 무기에 두르는 것이다.
그 두른 마력을 칼날의 형태로 바꾸어 내던지면 그게 검기인 거고.
“자, 시범을 보여주마.”
검령은 설명을 마치고 [강철 직검]하나를 들어 직접 오러를 형성해 보였다.
[마력 지배]를 가진 나보다 제어능력도 훨씬 달릴 테고,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양도 형편없을 텐데.
그런 핸디캡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아주 간단하게 검 위에 오러를 둘러낸다.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쉬운 기술처럼 보인다. 원리를 알았으니 나도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래 어려워야만 하는 것을 쉽게 하는 놈이 있다면, 그건 그냥 그놈이 존나게 대단한 거라던가.
“흡!”
그로부터 몇 시간을 연습했건만, 나는 내 검에 손톱만큼의 오러조차 피워내지 못했다.
“흐하하하! 이 칼레온이 쉽게 하니 네놈도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앞으로 십 년은 멀었다!”
검령은 그런 나를 비웃어대며 어마어마하게 잘난 척을 해댔고.
몇 시간 동안 계속 살살 긁어대는 건방진 소환수를 향해, 내 미스릴 완드가 다시금 포효했다.
검령 칼레온, 사망.
**
나는 언제든 연습보다는 실전파였다.
오러고 나발이고 그냥 혼자 낑낑대지 말고, 일단 뭐든 베어보며 생각하기로 했다.
[도전자여, 시련의 탑이 그대를 부르고 있습니다.]
미궁 지역에 입장하면 항상 나오는 고정 메시지와 함께, 미노타우로스가 우글거리는 안쪽으로 들어간다.
초입부터 보이는 까만 피부를 가진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 바깥을 돌아다니는 미노타우로스 워리어의 상위종이다.
까만 놈은 마법 저항이 매우 높은 타입이라, 근접 전사들이 전담해야하는 개체라고 들었다.
물론 나한테는 한주먹거리 수준이겠지, 그러니 이번에는 반대로 마법 쪽 데미지로 한 번 잡아보자.
[라이트닝 차지]
새로 터득한 마력운용 기술을 활용해 전격을 두르고, 맨몸으로 놈에게 접근해 보았다.
딱히 [신속] 스킬을 쓰지 않았음에도 놈의 반응속도는 나를 쫓아오지 못했다. 가볍게 손을 뻗는다.
파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전격이 흘러들어 간다. 감전된 검은 미노타우로스는 몸을 파르르 떤다.
“그극, 그오오오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역시 마법 저항이 높은 놈이라서 그런지 이것만으로 제압되지는 않는다.
별다른 강화 수단 없는 [라이트닝 차지]로는 딱 이 정도인가. 그럭저럭 괜찮네.
아직 주 공격수단으로 쓸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로 원거리에 전격을 쏘아낼 수 있게 된다면 꽤 유효할 거다.
한방에 제압이 안 돼서 그렇지, 어쨌든 몇 초간 마비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으니까.
나를 앞에 두고 몇 초나 마비된다는 건, 그냥 죽은 거랑 마찬가지다.
-촤악!
가볍게 휘두른 [강철 직검]에 두 쪽으로 갈라지는 소머리.
마력을 제대로 두를 줄 알게 되니 확실히 공격력이 조금 늘었다. 상대가 잡몹이라 큰 체감까지는 안 되지만.
검은 미노타우로스를 쓰러트리고 드롭 아이템을 확인한다. [소머리 전사의 뿔조각] 한 개, 확인.
16층의 보스는 말했듯 자체 하드모드 옵션이 존재한다. 그 옵션을 활성화하기 위한 준비물이 바로 이거다.
모든 미노타우로스 몬스터가 공통으로 드랍하는 [소머리 전사의 뿔조각]을 제단에 바치는 것.
보스룸에서 뿔조각 열 개를 바치면 일반 난이도로 시작되고, 스무 개를 바치면 하드 모드로 시작되는 식이다.
어차피 여기서 한동안 체류하며 오러를 연습할 테니, 나는 특별히 조각을 많이 모아 볼 생각이다.
조각을 더 바친다고 보스가 더 세지는 건 아니지만, 몇백 개쯤 더 바치면 또 다른 히든 보스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지금 기분이 좀 별로다. 오러를 아예 감도 못 잡고 있다는 게 많이 답답하거든.
그러니까, 화풀이 삼아 이 소대가리 놈들을 잔뜩 벨 거다.
“대충 이쯤이었나.”
-덜컥!
미궁의 몬스터 소환 함정을 일부러 작동시키며, 전투에 임했다.
**
16층에서는 처음부터 시간을 넉넉하게 쓸 생각이었다.
일단 한 달 정도는 체류할 생각이었고, 오러를 익히기까지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조금 조절을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아직도 오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오오, 많이 늘었군. 저번만 해도 실밥만 한 크기였는데, 이제는 쥐꼬리 정도는 되지 않나?”
검령의 비아냥대로 내가 형성할 수 있는 오러의 양은 정말 쥐꼬리만 한 수준이 끝이었고, 유지 시간도 매우 짧았다.
“고작 한 달간 연습한 것치고는 제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 물론 이 위대한 검령 칼레온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나는 계속해서 히죽거리는 검령 노인네의 정수리를 미스릴 완드로 강타했다.
-깡!
검령 칼레온, 사망. 이제 저놈은 맞고 뒤지건 말건 계속해서 나를 긁어대고 있다.
이렇게까지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다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학습능력으로 단기간에 자력으로 오러를 터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보다는 한참 더 시간을 들여야 익힐 수 있겠지, 등반 중에 스킬로 얻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고.
마력강화가 많이 안정된 덕분에 한 달 전보다 전력 자체는 상승했지만, 뭔가 제자리걸음을 한 기분인걸.
물론 검령도 나를 놀리는 한편으로, 평범한 검사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감을 잡고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몬스터라고는 미노타우로스밖에 안 나오는 16층의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건 이게 한계인 것 같다.
“올라가야지, 17층.”
보물상자에서 얻은 아이템들도 하나같이 성능 구린 장식용 아이템뿐이니, 파먹을 만큼 파먹었다.
미궁 지역으로 들어와, 빠르게 보스룸으로 이동했다.
보스룸의 문을 열어젖히자, 뿔조각을 바쳐서 보스를 소환하는 제단이 눈에 들어왔다.
[위대한 미궁의 주인을 깨우는 방법은, 그 신하를 공물로 바치는 것뿐.]
시스템 메시지를 대충 넘겨 치운 다음, 제단에 손을 대자 바칠 수 있는 아이템이 자동으로 등록되었다.
[소머리 전사의 뿔조각 X 1058]
한 달 내내 미노타우로스를 베어 넘기며 모은 천 개가 넘는 뿔조각이 모두 제단에 올라갔다.
제단이 아주 그냥 고봉밥이 다 됐네. 제물을 받는 보스는 배 터져 죽겠어.
그렇게 제단을 작동시키려는 순간, 아이템 등록 인터페이스가 돌연 반짝거리며 빛을 냈다.
“뭐지.”
그리고 내 인벤토리의 몇 아이템들도 그에 호응하듯 [등록] 표시가 떴다.
[역병에 물든 왕의 목걸이]
[추하게 변모한 왕의 반지]
[간음하는 왕의 황금 팔찌]
[별의 이름을 가진 왕의 귀걸이]
16층의 대형 보물상자에서 나왔던, 등급만 유니크지 효과는 별 쓸 곳 없었던 장비 아이템들이다.
설마 이걸 제단에 바치면 뭔가 새로운 게 나오는 건가? 히든의 히든이 진짜로 있었던 거야?
이야, 이건 못 참지.
나는 곧바로 반응이 있는 아이템을 올리고, 제단을 작동시켜 보스를 소환했다.
-콰르릉!
그렇게 강림한 것은,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벼락을 몸에 깃들인 거대한 미노타우로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