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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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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확한 이유는 불명이지만, 하늘 위에 존재하던 진짜 천계는 이미 옛적에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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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남은 땅은 이제 비둘기 괴물의 둥지뿐, 천족들이 모시는 천신이라는 것도 어느 시점에선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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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천신이라는 게 원래 존재하기는 했던 건지도 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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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하나, 기원불명의 정신조종 능력을 갖춘 비둘기 괴물이 천신의 자리를 빼앗아 기생하기 시작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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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천신교의 교리를 교묘하게 뒤틀어, 천족들을 자신의 둥지에 가두고 먹이를 바치는 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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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것은, 정작 그런 비둘기 괴물 본인의 지성은 지극히 희박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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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악한 능력을 갖췄을 뿐, 그 본질은 그냥 먹고 싸는 괴물에 불과하다. 결국 끝내는 모든 천족을 먹어치울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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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탑의 15층 천계는 저 비둘기의 둥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채로, 천천히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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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들이 이런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다.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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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영향을 배제했을 때, 도전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15층 보스전을 치른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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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의 보스가 저 비둘기의 동족으로, 머리가 두 개 달린 하위 버전의 괴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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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전 이후 진실을 깨닫고 천신을 토벌하고 싶어도, 천신의 뉨터로 향하는 문은 부정을 씻어낸 자들에겐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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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된 도전자들도 마찬가지, 부정을 씻지 않은 상태여야만 천신에게 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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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정을 씻기 전의 반 토막 난 스탯으로 히든 보스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자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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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히든 보스에게 과감하게 도전했던 이들은 모두 소식이 끊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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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럴 리가……이게 천신님의……정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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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간략한 설명을 들은 대신관이 처참한 표정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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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믿고 따른 신이 저런 괴물딱지였고, 자신들은 고결한 것도 뭣도 아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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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도 충격이 클 테고, 이 공간에 넘쳐흐르는 마력에 의한 충격도 클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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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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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간약을 먹고 발작 중인 대신관을 밀쳐낸 뒤, 비둘기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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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신관을 챙겨줄 여유가 없다. 괜히 시작부터 마력강화를 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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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비둘기 괴물은 우스운 꼬락서니와 다르게, 징그러울 정도로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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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앞으로 도약하자마자, 그 힘의 일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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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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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메우는 강렬한 빛, 다음 순간 내 온몸에는 화염이 달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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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피엘이 사용하던 성스러운 불꽃이라는 것과 동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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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테지, 신관들이 사용하는 은총의 근원이 저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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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들이 자랑스럽게 달고 있는 여러 쌍의 날개는 마력을 수신하는 안테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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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이란 비둘기 괴물의 거대한 마력을 빌려서 사용하는 평범한 마법에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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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 비둘기와 싸운다는 것은 모든 천족과 신관을 하나로 뭉쳐 놓은 것에 맞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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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나한테 안 통해, 새대가리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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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밥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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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이라는 게 정말로 신성한 힘이었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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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름만 거창할 뿐 그 본질이 평범한 마법이라면, 종합 대마법 내성을 지니고 있는 내겐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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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내게 들러붙은 화염은 어마어마한 온도를 내고 있지만, 나를 완전히 불태울 만한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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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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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괴물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 힘차게 도약해 아래턱을 노리며 창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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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날개로 몸을 감싸고 있던 비둘기는 자세를 일으키며, 퍼드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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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결국은 짐승, 반응이 아주 정직하다. 이러면 다음으로 날아오는 공격도 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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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대가리 중 하나가 확하고 뻗어나와, 부리로 나를 내려찍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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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으로 미끄러지며 슬라이딩해 그것을 피해내고, 이번에는 도끼를 꺼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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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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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의 날개에 스치며 깃털 몇 개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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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깃털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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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별걸 다 할 줄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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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으로 몸을 크게 구르며 피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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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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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박힌 더러운 깃털은 표창이라도 되는 것처럼 꼿꼿하게 서 있었고, 묘한 마력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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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하나하나에 마력이 담겨 있군. 이런 점에서는 마족들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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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비슷한 짓을 할 수 있지만, 지능 스탯이 크게 떨어져 있는 지금은 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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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뿐이지, 못 한다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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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척용 수리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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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소모성 투척무기를 몇 개 꺼내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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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인데, 쇠구슬에 비해 특별히 좋은 점이 없어서 잘 쓰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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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쏘아지는 깃털을 향해, 마력을 담은 그것들을 일제히 집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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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내 투척술은, 날아드는 깃털을 하나하나 맞춰 떨구는 것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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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강! 카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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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을 전부 요격해 내며, 다시금 벌어졌던 거리를 좁힌다. 그 때, 두 개의 비둘기 머리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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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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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부리에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소리가 나왔다. 무슨 의미인지는 대충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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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가득 채운 마력이 물결치며 성질을 변화시킨다. 14층의 마족들도 종종 보여줬던 다중 마법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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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습했는지, 화염을 제외한 각종 속성 마법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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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장 잘 견디는 속성이 화염일 뿐이지 다른 속성 내성도 딱히 부족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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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콰광! 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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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가 제공하는 방호력에 더해, [철벽] 스킬을 발동시키며 그냥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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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내성 스킬이 없었어도 별 문제는 없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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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스킬의 보조, [혼신] 스킬을 통한 방어력 증폭, 마력강화의 추가 방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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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사기 특성, [강철의 혼]의 모든 피해 60% 감소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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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좆밥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저 비둘기 괴물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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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스펙만 봐도 15층 보스인 두 머리 비둘기의 상위호환 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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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속성의 마법 공격과 더불어, 깃털을 이용한 원거리 물리 공격까지 가능한데다 속도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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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시스템 인터페이스마저 흉내 낼 수 있는 정신오염 효과를 상시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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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밥은 커녕 좆같이 센 놈이다. 그런데 스탯 감소 제약까지 붙은 채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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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커뮤니티에서는 ‘공략 불가’ 라는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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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전자라고는 나 혼자뿐인 이 2661번 탑에서 객관이라는 말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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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 도전자의 평균 수준, 15층 몬스터의 평균, 도전자들의 객관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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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게 뭐 어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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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관으로 평가하건대, 이 비둘기 새끼는 좆밥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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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법 공격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신속] 스킬을 발동해 단숨에 거리를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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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피할 기회 같은 건 주지 않겠다. 여기는 좁고 지저분한 새둥지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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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둘기는 내 몇 안 되는 약점인 공중전 강요와 일방적인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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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놈이 음흉하게 처박혀서 날개를 펼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으니, 다 무슨 소용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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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받아 처먹기만 하느라 날아오를 생각도 안 하는 꼬라지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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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한복판의 닭둘기랑 다를 게 전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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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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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과 함께 펼친 소드 차지로, 비둘기 대가리 하나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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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꿰뚫린 비둘기는 그대로 픽 쓰러졌지만, 나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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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를 장식으로 셋이나 달고 있을리는 없겠지, 하나당 페이즈가 하나씩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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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움직이지 않게 된 비둘기 괴물을 내버려두고, 구석에 처박혀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대신관의 멱살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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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정신 차려. 너 지금부터 진짜 중요한 일 해야 하거든? 자, 포션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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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이거 놓으……지상의 부정한 약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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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꼬라지 보고도 아직도 그 소리가 나오냐? 닥치고 그냥 처먹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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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대신관의 입에 포션병을 쳐넣고, 억지로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킨 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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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 천계는 이미 저 비둘기 새끼의 둥지야. 저놈이 죽으면 붕괴해, 그리고 나는 저놈을 꼭 죽일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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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니들이 가만히 있으면, 천계랑 같이 무너져서 추락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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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놈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훅 떨어질 텐데, 제대로 날아서 살아남을 놈들이 몇이나 될 거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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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사이, 쓰러져 있던 비둘기 괴물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2페이즈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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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는 망했어, 니들은 이제 지상에서 살아야 해. 네가 나가서 그걸 설명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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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어찌 그런 가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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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기는 개뿔, 너희가 지상을 알기는 하냐? 내가 지상 물이 좀 든 천족을 하나 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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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라를 물들여 타락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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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튀김 순대에 홀딱 반해서 일탈을 선택하던 앤젤라처럼, 한 번 고삐가 풀리면 그다음은 쉬울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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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것들을 다 부정하다며 멀리하고 금지해 온 천족은, 사실 자극에 약한 개허접 종족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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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한다, 니들 다 지상 내려가고 한 달 안에……인생 절반 손해 보고 살았다고 말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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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즈로 넘어간 비둘기 괴물이 마력을 내뿜으며, 천장과 바닥이 모조리 뒤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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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깥을 향해 대신관을 밀어서 날려버리고, 다시 무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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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은 살판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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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면서 자극에 약한 미남미녀 종족이 잔뜩 이주해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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