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21 lines
11 KiB
Markdown
221 lines
11 KiB
Markdown
|
|
118. 타락으로의 길
|
|
|
|
어쩐지 하루종일 낮일 것만 같은 천계에도 밤은 온다.
|
|
|
|
하늘 위의 세계는 밤의 풍경도 여러모로 다르다. 다른 건 몰라도 경치 하나만큼은 죽여주는 동네다.
|
|
|
|
공간도 탁 트인 곳이 많아서 단련하기에도 이만한 곳은 없을 것 같다. 나는 가볍게 몸을 풀고 바깥으로 나왔다.
|
|
|
|
단련이라고 해도 대단한 건 아니다. 그냥 맨몸운동에 이것저것을 덧붙였을 뿐.
|
|
|
|
[무지한 자의 비약]
|
|
|
|
우선 인벤토리에 쌓아둔 비약 중 하나를 마신다. 근력 스탯을 낮추고 지능 스탯을 높여주는 아이템이다.
|
|
|
|
이런 아이템을 사용해 근력을 낮춰 두면, 그만큼 근육을 더 혹사해 초회복을 유발할 수 있다.
|
|
|
|
변화하는 수치 자체는 미묘하지만, 천계의 기본 제약으로 반 토막 난 스탯에는 상당히 유의미하게 작용할 거다.
|
|
|
|
몇 종류의 비약을 섭취한 뒤, 얕게 호흡하며 마력강화를 발동한다.
|
|
|
|
-쿠르릉!
|
|
|
|
천둥 소리와 함께 몸에 힘이 깃든다. 그와 동시에, 순환하는 마력을 사지의 근육에 집중적으로 흘린다.
|
|
|
|
마력 자체를 근섬유에 침투시키는 한편으로 강화 효과는 최대한 적게 들어오도록 조정하고 나면, 준비 완료.
|
|
|
|
준비를 마쳤으면, 가능한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갑옷을 껴입고 그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
|
|
|
-탁탁탁탁탁!
|
|
|
|
달리기는 도전자의 몸으로도 수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강도 운동이다. 속력을 내는 만큼 부하를 가할 수 있으니까.
|
|
|
|
기구를 사용하는 운동은 그야말로 산만한 기구가 필요할 거고.
|
|
|
|
다른 맨몸운동들은 체중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
|
|
|
|
하지만 달리기만큼은, 높아진 수행능력을 그대로 부하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 그냥 속도를 팍팍 내면 되니까.
|
|
|
|
중요한 포인트는 [질주]등의 속도 관련 보조 스킬을 비활성화시키는 것.
|
|
|
|
이런 보조 스킬은 대부분 자동으로 발동하는 버프 내지는 패시브 스킬이기 때문에, 원래는 마음대로 비활성화할 수 없다.
|
|
|
|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 오랜 연습 끝에 일부 패시브 스킬과 자동 발동형 버프 스킬의 영향을 차단하는 방법을 몸에 익혔다.
|
|
|
|
내 스킬을 내가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면 쪽팔리니까. 내 목표를 생각하면 시스템에 너무 기대는 것도 안 좋고.
|
|
|
|
아무튼- [질주]나 [도약]같은 스킬들의 보조를 모조리 차단한 상태.
|
|
|
|
마력강화의 힘을 빌어 끝없이 같은 길을 반복해서 달린다.
|
|
|
|
-투둑, 뚜둑!
|
|
|
|
몸 여기저기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난다. 마력강화를 이용해 무리하게 혹사한 신체가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
|
|
|
하지만 망가진 부분은 [초재생]의 효과로 금방 다시 회복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망가진다.
|
|
|
|
결국 운동은 자기파괴다.
|
|
|
|
파괴와 회복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구조, 마력강화와 초재생의 조화는 이를 한계까지 가능케 한다.
|
|
|
|
스탯이 반토막난 덕분에 오늘은 특히 운동이 잘 먹는 느낌이다. 이거 생각보다 스탯을 더 키울 수 있겠는데.
|
|
|
|
“후우, 후우……”
|
|
|
|
얼마나 달렸을까, 슬슬 체력이 부쳐온다. MP도 빠르게 바닥을 보이고 있으니, 슬슬 그 타이밍이다.
|
|
|
|
억지로 이어오고 있던 마력강화가, 마력 부족으로 말미암아 강제로 끊어진다.
|
|
|
|
-뚜둑!
|
|
|
|
“어억!”
|
|
|
|
씨이이이발, 진짜 뒤지게 아프다. 누가 내 근육에다가 갈고리를 박고 잡아 뜯는 느낌이다.
|
|
|
|
하지만 이 지랄 맞은 통증이 몸을 잠식하고 있을 때가 피크다. 가장 강하게 부하가 닥친 순간이니까.
|
|
|
|
“으아아아악!”
|
|
|
|
소리를 아낌없이 내지르며 억지로 계속해서 달린다. 말 그대로 악으로 깡으로 버텨가며.
|
|
|
|
혼절할 것만 같은 고통을 이겨내며 끝없이 달리고, 또 달리다가.
|
|
|
|
-털썩.
|
|
|
|
“으헉, 후욱, 켁, 씨, 발.”
|
|
|
|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나서야 멈춘다.
|
|
|
|
원래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운동하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지만, [초재생] 스킬이 있는 나는 별 상관없다.
|
|
|
|
다시 체력과 MP가 회복되기를 기다린 다음, 똑같은 짓을 또 반복. 그렇게 몇 시간을 쓴 결과.
|
|
|
|
단순한 운동만으로 레벨업 없이, 근력 스탯과 민첩 스탯을 각각 2씩 올리는 데 성공했다.
|
|
|
|
“이거 생각보다 더 좋은데……?”
|
|
|
|
하루만에 이만큼 올리는 거 진짜 쉽지 않은데, 개꿀이잖아.
|
|
|
|
**
|
|
|
|
다음 날, 나는 천족 부부와 함께한 테이블에 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
|
|
|
|
“간밤에는 잘 주무셨어요?”
|
|
|
|
“예에, 뭐.”
|
|
|
|
“다행이네요, 불편한 점은 없으셨고요?”
|
|
|
|
자기는 커녕 달밤에 체조나 하고 있었지만, 예의상 적당히 대답했다. 어차피 상대도 예의상 물어본 걸 테고.
|
|
|
|
그리고 아예 안 잔 것도 아니다. 운동을 마치고 나서 한두 시간 정도 잠을 청했으니까.
|
|
|
|
며칠밤 정도야 가볍게 지새울 수 있는 몸이지만, 최근에는 정신 건강을 위해 하루에 한 번은 꼭 자려고 하고 있다.
|
|
|
|
“……”
|
|
|
|
테이블에 앉아 수프에 적신 빵을 우물거리고 있는 앤젤라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
|
|
어제 벽 뒤에 숨어있을 때랑 비슷한 눈빛이다. 아무래도 내가 밤에 몰래 나갔다가 온 걸 눈치챈 모양.
|
|
|
|
[암영]스킬까지 써서 나름 은밀하게 움직였지만, 1레벨짜리 스킬로는 좀 부족했던 것 같네.
|
|
|
|
“이번에는 뭐가 궁금한데.”
|
|
|
|
나는 식사를 마치고, 천족 부부가 식기를 치우러 움직일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물었다.
|
|
|
|
앤젤라는 포크 하나를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 채로 대답했다.
|
|
|
|
“어제 뭐 했어? 집에서 안 잤지?”
|
|
|
|
“잤어, 잠깐은.”
|
|
|
|
“잠깐밖에 안 자고 뭐 했는데?”
|
|
|
|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냥 운동’ 이라고, 그러자 앤젤라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올려 뜨며 말했다.
|
|
|
|
“나는 하늘지기 집안이라 천리안의 은총을 갖고 있어, 신수님의 눈을 빌려서 다른 곳을 볼 수 있지.”
|
|
|
|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운동할 때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걸 본 적이 있다.
|
|
|
|
“너무 빨라서 뭐 하는 건지 몰랐는데, 그게 운동이었어? 지상의 인간들은 그런 운동을 해?”
|
|
|
|
“아니, 나만.”
|
|
|
|
“너는 인간이라면서 왜 다른 인간들이랑 다른 게 그렇게 많아? 너 진짜 인간이야?”
|
|
|
|
역시 앤젤라는 지상에 관심이 많다. 선민의식을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천족답지 않은 호기심.
|
|
|
|
이쪽의 표현을 빌리자면, 천벌을 받을지도 모르는 기질이다. 내가 여기서 앤젤라의 호기심에 반응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
|
|
|
내가 질문에 대답해줄 때마다, 앤젤라의 강렬한 호기심은 조금씩 금기를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
|
|
|
엘레노어를 연상시키는 저 눈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앤젤라를 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
|
|
|
하나는 그 호기심을 원천 차단하는 것, 앤젤라의 안전을 위해 아무것도 대답해 주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다.
|
|
|
|
두 번째는 그 호기심에 답해주는 것, 앤젤라가 천벌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애초에 천계는 파멸이 확정되어 있다.
|
|
|
|
이미 스토리가 진행된 다른 탑의 천계는 대부분 엉망이 된 상태다. 천계의 시스템이 그럴 수밖에 없게 짜여 있으니까.
|
|
|
|
“인간이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해?”
|
|
|
|
그리고 내 결정은 후자였다. 천신이 천벌을 내리건 어쩌건 간에, 앤젤라의 호기심에 대답해 주는 것.
|
|
|
|
어차피 천계는 멸망할 거니까, 앤젤라가 천벌을 받아 죽건 말건 상관없어서- 그런 이유는 아니다.
|
|
|
|
나는 천계를 멸망시키기로 작정했지만, 천계를 멸망시킨다는 게 천족을 다 죽인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
|
|
|
천계는 천신에 의해 만들어져서 유지되고 있는 세계, 고로 천신이 죽으면 천계는 자동으로 멸망한다.
|
|
|
|
내 목표가 그거다.
|
|
|
|
이 15층의 유력한 히든 보스 후보- 천신을 죽여서 천계를 멸망시키고, 모든 천족을 땅으로 돌려보내는 것.
|
|
|
|
천신이 뒈지면 천벌이고 뭐고 없다. 나는 이 호기심 많은 천족을 무사히 살려서 땅으로 보낼 거다.
|
|
|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수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야 결정할 수 있었던 9층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
|
|
|
“아, 아니, 그런 거 안 궁금해. 부정한 인간족의 생태를 내가 왜 궁금해하는데?”
|
|
|
|
“궁금하잖아, 쫄지 마. 천벌 같은 거 안 내려.”
|
|
|
|
“너, 너 정말 천벌 받을 녀석이구나? 그건 천신님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는 말이야!”
|
|
|
|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아직 모르지만.
|
|
|
|
“그게 뭐 어때서.”
|
|
|
|
적어도, 천계의 답답한 룰에서는 벗어나게 해 주마.
|
|
|
|
**
|
|
|
|
안젤로스-달피온 부부와 앤젤라는 하늘지기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
|
|
|
하늘지기란 천계의 외곽을 지키는 파수병임과 동시에, 신수들의 생태를 관리하는 양치기와 같은 직종.
|
|
|
|
이들은 천리안이라는 은총을 대대로 물려받으며, 대부분 생을 마칠 때까지 하늘지기로 평생을 산다고 하는데.
|
|
|
|
그런 하늘지기 집안에서 앤젤라 같은 호기심 왕성한 아이가 태어난 것은 의미가 복잡한 듯했다.
|
|
|
|
“와, 왔어?”
|
|
|
|
때는 조금 늦은 저녁, 나는 앤젤라가 하늘지기로서 맡은 구역으로 넘어왔다.
|
|
|
|
천족 부부 몰래 지상의 이야기를 해 주기 위해서다. 앤젤라는 천벌 따위가 뭐 어떠냐는 내 말에 가볍게 넘어온 거다.
|
|
|
|
하지만 지금도 앤젤라의 표정에서는 ‘이건 나쁜 짓인데……’라는 생각이 그대로 엿보인다.
|
|
|
|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진 것이다.
|
|
|
|
표정이랑 쭈뼛거리는 태도만 보면, 뭔가 불건전한 밀회라도 하는 것 같네.
|
|
|
|
하필 연령대도 사춘기 여자애라서, 더더욱 그런 분위기가 난다.
|
|
|
|
심지어 내가 여자애를 꼬드겨서 일탈로 빠트리는 금태양 포지션이기까지 하다. 허, 참.
|
|
|
|
“그, 그럼 빨리……누가 올지도 모르니까.”
|
|
|
|
천족 딸내미 꼬셔서 타락시키기, 스타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