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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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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생각해보니 소환수가 제약에서 자유로우면 이상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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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약이 15층 지역의 최주요 기믹일 텐데, 그걸 그렇게 쉽게 우회할 수 있으면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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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은 다음 기회에 다시 소환해 보기로 하자. 어차피 저 거대 뿔토끼는 그렇게 대단한 상대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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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수에 비해 딱히 강하지도 않고, 스탯이 저하된 평범한 도전자들도 파티 플레이로 싸우면 대항할 수 있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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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탯이 반타작 나도 층수에 비해 높은 스펙을 가진 내 상대는 전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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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끾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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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을 한 방에 쓰러트린 뿔토끼가 기세를 몰아 내게도 몸을 날렸다. 나는 가볍게 발길질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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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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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파열음과 함께 뿔토끼가 공중으로 높이 떴다. 나는 바닥의 구름을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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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스킬로 증폭된 점프력은 내가 직접 차 날린 뿔토끼보다 높은 위치까지 나를 밀어 올린다. 이어서 다시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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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내려찍는 뒤꿈치에 적중당한 뿔토끼는 그대로 바닥 구름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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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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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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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집이 상당히 튼튼한지, 내 롤링 썬더 내려찍기를 처맞고도 뿔토끼는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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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력이 높기보다는, 물리 데미지나 타격 데미지를 감소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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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금 그걸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니, 대충 칼빵을 놔서 끝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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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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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강철 직검] 한 자루를 꺼내 마력을 두르고, 숨통을 끊으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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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너, 뭐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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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누군가 외쳤다. 위를 올려다보니, 이 하늘의 주민으로 보이는 여자 NPC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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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 세계에 잘 어울리는 새하얀 옷, 새하얀 날개, 그리고 새하얀……아니, 왜 치마를 입고 날아다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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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온통 새하얀 비주얼의 NPC가 한 손에 창을 들고, 나를 향해 삿대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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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신수님을 괴롭히다니, 너 아주 못된 녀석이구나! 그러고도 천족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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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연상시키는 꼬락서니라고 생각했더니, 마족 다음에는 천족이라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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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나한테 천족이라고 하는 거지, 내가 천사처럼 생기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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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가 누굴 괴롭혀, 저 뿔토끼가 먼저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안 죽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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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무기를 집어넣지 못하겠어? 그러다 천벌 내린……어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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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족 여자는 눈썹을 확 찌푸린 채로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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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날개는 어디에다가 두고……으, 으응? 너 설마 대지의 인간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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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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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꺄아아아아아악! 엄마아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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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나타났던 천족 여자는 그렇게 비명을 지르곤, 날개를 퍼덕이며 다시금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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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여기서 인간은 대체 어떤 취급이길래 저렇게 반응하는 거지. 무서워하는 건지, 그냥 놀란 건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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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취급이 심해 봤자 하이엘프만큼 심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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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좀 기다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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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름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주저앉아서, 커뮤니티를 켜 15층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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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별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거지, 15층의 천계에 관한 정보는 굉장히 많이 풀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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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전체에 있는 제약에 관한 정보나 퀘스트 정보는 물론이요, 천계라는 지역에 관해 연구된 것도 무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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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에게 걸리는 제약은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특수한 소모품을 사용해서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구조인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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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지역은 천계의 탄생 과정과 얽힌 유적이라는 컨셉으로 존재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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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읽어 보니, 아무래도 이름만 천족이고 천계지 실상은 천국이랑은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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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천족의 날개가 사실 비둘기 날개라는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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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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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며 최대로 전개하고 있던 마력전개에 몇 개의 기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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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 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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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천족 몇명이 날아오고 있었다. 조금 전에 달아난 여자 천족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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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아아’ 하면서 날아갔다가 남녀 한 쌍을 데리고 왔으니, 부모를 데려온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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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얌전히 그들이 내 앞으로 오기를 기다렸다. 조금 전의 여자 천족이 다시금 나를 삿대질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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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라, 네가 말한게 여기 이 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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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만났던 천족의 이름은 앤젤라인 모양이다. 앤젤라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천족이 내 앞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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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족 특유의 복식이라고 하는 나풀거리는 흰색 한벌옷 차림, 푸른 눈동자와 구름처럼 새하얀 머리칼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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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게 일상이라 그런지, 나풀거리는 치마 밑으로 다른 흰색이 보이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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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군요, 정말로 땅에서 온 분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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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말을 건 것은 앤젤라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자 천족, 이 사람도 다른 두 사람과 똑같은 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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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남자인데, 여자 천족과 똑같은- 나풀거리는 흰색 치마 차림이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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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커뮤니티에 눈호강 짤이라면서 불룩한 남자 고간을 확대해 놓은 사진을 올리던 악질 분탕충이 하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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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쓰던 짤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제 알았다. 남자 천족의 업스커트를 촬영한 거였군……알고 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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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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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마를 부여잡고 대충 대꾸했다. 두 명의 천족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저들끼리 뭐라고 속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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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기 있는 신수님을 기절시킨 것도, 그쪽 분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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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한층 더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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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거짓말 아니야. 내가 봤어! 나는 떠돌이 천족이 신수님을 괴롭히고 있는 줄 알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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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별일이 다 있구나. 어떻게 부정한 지상의 인간족이 신수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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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여보, 신관 분들께 말씀드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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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왜 이렇게 놀라고 있는지는 커뮤니티에서 읽어서 대충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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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에 들어왔을 때 걸리는 제약으로, 지상의 부정한 존재는 신수에게 맞서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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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전자들은 힘을 합쳐서 신수를 상대하고, 천족들은 그걸 보며 도전자들의 강함과 용기를 칭찬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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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강력한 전사들이 나타났다며 띄워 준 다음,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부탁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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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그 신수- 뿔토끼를 혼자서 반죽음을 만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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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건에서 분투하는 이들은 응원하게 되지만, 압도적인 힘을 가진 개인은 경계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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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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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이제부터 어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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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을 부르니 어쩌니 하면서 경계하길래, 싸움이 날 줄 알았지만- 뜻밖에 그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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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찮으면 저희 집에서 하루 묵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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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는 커녕, 대뜸 초대를 받아 마을 지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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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5층에 올라온 도전자들은 대부분 이런 대우를 받게 된다고 한다. 이 15층의 배경 설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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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인들에게 천계는 하늘의 낙원, 부정함 없는 깨끗한 존재들만이 살 수 있는 장소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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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에게 지상의 인간족은 부정한 존재,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한 이들을 차별하려 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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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부정함을 씻기 위해 천계를 방문한 순례자들이라고 생각하여, 손님으로 대접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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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을 씻고 날개를 얻어 자신들과 같은 천족으로 거듭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다- 뭐 그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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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쉬다 가세요, 부정을 씻기 위한 여정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건 저희에게 큰 기쁨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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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라의 어머니, 안젤로스 여사는 나를 집 안으로 들이고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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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가 부정을 씻고 천족으로 거듭나면, 그 순례자를 대접한 천족에게도 그 명예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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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님처럼 강한 분이시라면 분명 우리와 같은 천족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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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말한 건 안젤로스 여사의 남편인 달피온 씨. 맑게 웃는 모습이 티 없는 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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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내와 딸이 있는 집에 모르는 남자를 들이면서 저렇게 웃어 보이다니, 친절도 정도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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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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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받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기분이 별로다. 이 사람들한테 악의는 없겠지만, 상황이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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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대접은, 그들 천족이 지상의 부정한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기에 나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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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커뮤니티를 통해 천족과 천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내가 보기에는, 참,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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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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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퀘스트의 배경이 자꾸만 눈에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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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배경도 결국 파국이 예정되어 있다. 시련의 탑의 배경 설정은 왜 하나같이 이렇게 기분 나쁜 것투성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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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층의 배경을 연구하는 자칭 고고학자 도전자들은 이런 가설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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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련의 탑의 각 층은 실존하는 다른 세계고, 우리는 그 일부를 체험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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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에서 층으로 옮겨지던 엘레노어의 혼을 해방하겠다는 내 목표에, 그 가설을 빗대 보면……기분이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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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에도 생동감 있는 NPC가 무척 많다. 이들도 엘레노어랑 비슷한 신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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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도 막연한 상상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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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들의 사정과는 별개로 나는 여기서도 히든 보스를 찾아서 잡아 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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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얌전히 지내겠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깽판을 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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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마계가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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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계를 멸망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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