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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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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계

하긴, 생각해보니 소환수가 제약에서 자유로우면 이상하겠구나.

이 제약이 15층 지역의 최주요 기믹일 텐데, 그걸 그렇게 쉽게 우회할 수 있으면 안 되겠지.

검령은 다음 기회에 다시 소환해 보기로 하자. 어차피 저 거대 뿔토끼는 그렇게 대단한 상대도 아니니까.

층수에 비해 딱히 강하지도 않고, 스탯이 저하된 평범한 도전자들도 파티 플레이로 싸우면 대항할 수 있을 수준.

모든 스탯이 반타작 나도 층수에 비해 높은 스펙을 가진 내 상대는 전혀 못 된다.

“끾꺆!”

검령을 한 방에 쓰러트린 뿔토끼가 기세를 몰아 내게도 몸을 날렸다. 나는 가볍게 발길질로 대응했다.

-쩌억!

강한 파열음과 함께 뿔토끼가 공중으로 높이 떴다. 나는 바닥의 구름을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도약] 스킬로 증폭된 점프력은 내가 직접 차 날린 뿔토끼보다 높은 위치까지 나를 밀어 올린다. 이어서 다시 발차기.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내려찍는 뒤꿈치에 적중당한 뿔토끼는 그대로 바닥 구름에 처박혔다.

-꽈앙!

“뀨……”

맷집이 상당히 튼튼한지, 내 롤링 썬더 내려찍기를 처맞고도 뿔토끼는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내구력이 높기보다는, 물리 데미지나 타격 데미지를 감소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방금 그걸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니, 대충 칼빵을 놔서 끝내면 그만.

-스릉.

인벤토리에서 [강철 직검] 한 자루를 꺼내 마력을 두르고, 숨통을 끊으려던 순간.

“거기 너, 뭐하는 짓이야!”

하늘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누군가 외쳤다. 위를 올려다보니, 이 하늘의 주민으로 보이는 여자 NPC가 있었다.

구름 위 세계에 잘 어울리는 새하얀 옷, 새하얀 날개, 그리고 새하얀……아니, 왜 치마를 입고 날아다니는 거야?

아무튼 온통 새하얀 비주얼의 NPC가 한 손에 창을 들고, 나를 향해 삿대질했다.

“귀여운 신수님을 괴롭히다니, 너 아주 못된 녀석이구나! 그러고도 천족이니?”

천사를 연상시키는 꼬락서니라고 생각했더니, 마족 다음에는 천족이라 이건가.

근데 왜 나한테 천족이라고 하는 거지, 내가 천사처럼 생기진 않았는데.

그리고 누가 누굴 괴롭혀, 저 뿔토끼가 먼저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안 죽었겠지만.

“당장 무기를 집어넣지 못하겠어? 그러다 천벌 내린……어라? 응?”

천족 여자는 눈썹을 확 찌푸린 채로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눈을 끔뻑거렸다.

“너 날개는 어디에다가 두고……으, 으응? 너 설마 대지의 인간족?”

“어.”

“히익, 꺄아아아아아악! 엄마아아아아앗!”

갑작스럽게 나타났던 천족 여자는 그렇게 비명을 지르곤, 날개를 퍼덕이며 다시금 날아가 버렸다.

으음, 여기서 인간은 대체 어떤 취급이길래 저렇게 반응하는 거지. 무서워하는 건지, 그냥 놀란 건지도 모르겠고.

뭐,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취급이 심해 봤자 하이엘프만큼 심하겠어?

“일단 좀 기다려 볼까.”

나는 구름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주저앉아서, 커뮤니티를 켜 15층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

내가 별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거지, 15층의 천계에 관한 정보는 굉장히 많이 풀려 있었다.

필드 전체에 있는 제약에 관한 정보나 퀘스트 정보는 물론이요, 천계라는 지역에 관해 연구된 것도 무척 많았다.

도전자에게 걸리는 제약은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특수한 소모품을 사용해서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구조인 것 같고.

미궁 지역은 천계의 탄생 과정과 얽힌 유적이라는 컨셉으로 존재하는 모양이다.

내용을 읽어 보니, 아무래도 이름만 천족이고 천계지 실상은 천국이랑은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뭐, 그렇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천족의 날개가 사실 비둘기 날개라는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오, 왔네.”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며 최대로 전개하고 있던 마력전개에 몇 개의 기척이 걸렸다.

-펄럭, 펄럭.

저 멀리서 천족 몇명이 날아오고 있었다. 조금 전에 달아난 여자 천족이 포함되어 있다.

‘엄마아아아’ 하면서 날아갔다가 남녀 한 쌍을 데리고 왔으니, 부모를 데려온 모양.

나는 얌전히 그들이 내 앞으로 오기를 기다렸다. 조금 전의 여자 천족이 다시금 나를 삿대질로 가리켰다.

“앤젤라, 네가 말한게 여기 이 분이니?”

내가 처음 만났던 천족의 이름은 앤젤라인 모양이다. 앤젤라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천족이 내 앞에 내려앉았다.

천족 특유의 복식이라고 하는 나풀거리는 흰색 한벌옷 차림, 푸른 눈동자와 구름처럼 새하얀 머리칼이 인상적이다.

날아다니는게 일상이라 그런지, 나풀거리는 치마 밑으로 다른 흰색이 보이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는군.

“놀랍군요, 정말로 땅에서 온 분이십니까?”

이번에 말을 건 것은 앤젤라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자 천족, 이 사람도 다른 두 사람과 똑같은 복장이다.

건장한 남자인데, 여자 천족과 똑같은- 나풀거리는 흰색 치마 차림이다. 씨발.

예전 커뮤니티에 눈호강 짤이라면서 불룩한 남자 고간을 확대해 놓은 사진을 올리던 악질 분탕충이 하나 있었지.

그 놈이 쓰던 짤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제 알았다. 남자 천족의 업스커트를 촬영한 거였군……알고 싶지 않았는데.

“예, 그런데요.”

나는 이마를 부여잡고 대충 대꾸했다. 두 명의 천족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저들끼리 뭐라고 속닥거렸다.

“그럼 저기 있는 신수님을 기절시킨 것도, 그쪽 분께서……?”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한층 더 크게 놀랐다.

“아빠, 거짓말 아니야. 내가 봤어! 나는 떠돌이 천족이 신수님을 괴롭히고 있는 줄 알았다니까!”

“이거 참, 별일이 다 있구나. 어떻게 부정한 지상의 인간족이 신수님을……”

“그러게요 여보, 신관 분들께 말씀드려야 할까요?”

이들이 왜 이렇게 놀라고 있는지는 커뮤니티에서 읽어서 대충 알고 있다.

천계에 들어왔을 때 걸리는 제약으로, 지상의 부정한 존재는 신수에게 맞서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도전자들은 힘을 합쳐서 신수를 상대하고, 천족들은 그걸 보며 도전자들의 강함과 용기를 칭찬한다나.

대단히 강력한 전사들이 나타났다며 띄워 준 다음, 자연스럽게 퀘스트를 부탁하는 방식.

그런데, 나는 그 신수- 뿔토끼를 혼자서 반죽음을 만들어 놨다.

악조건에서 분투하는 이들은 응원하게 되지만, 압도적인 힘을 가진 개인은 경계하기 마련.

“어쩌면 좋죠……?”

그러게, 이제부터 어쩔 거냐.

**

신관을 부르니 어쩌니 하면서 경계하길래, 싸움이 날 줄 알았지만- 뜻밖에 그런 일은 없었다.

“아, 괜찮으면 저희 집에서 하루 묵으시겠어요?”

그러기는 커녕, 대뜸 초대를 받아 마을 지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15층에 올라온 도전자들은 대부분 이런 대우를 받게 된다고 한다. 이 15층의 배경 설정 때문이다.

천계인들에게 천계는 하늘의 낙원, 부정함 없는 깨끗한 존재들만이 살 수 있는 장소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들에게 지상의 인간족은 부정한 존재,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한 이들을 차별하려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정함을 씻기 위해 천계를 방문한 순례자들이라고 생각하여, 손님으로 대접한다나.

부정을 씻고 날개를 얻어 자신들과 같은 천족으로 거듭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다- 뭐 그런 식으로.

“편하게 쉬다 가세요, 부정을 씻기 위한 여정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건 저희에게 큰 기쁨이랍니다.”

앤젤라의 어머니, 안젤로스 여사는 나를 집 안으로 들이고는 그렇게 말했다.

순례자가 부정을 씻고 천족으로 거듭나면, 그 순례자를 대접한 천족에게도 그 명예가 돌아간다.

“전사님처럼 강한 분이시라면 분명 우리와 같은 천족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 말한 건 안젤로스 여사의 남편인 달피온 씨. 맑게 웃는 모습이 티 없는 사내다.

예쁜 아내와 딸이 있는 집에 모르는 남자를 들이면서 저렇게 웃어 보이다니, 친절도 정도가 있지.

“거북하네.”

대접받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기분이 별로다. 이 사람들한테 악의는 없겠지만, 상황이 그냥 그렇다.

이 모든 대접은, 그들 천족이 지상의 부정한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기에 나오는 거니까.

하지만 이미 커뮤니티를 통해 천족과 천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내가 보기에는, 참, 뭐랄까.

“……”

엘프 퀘스트의 배경이 자꾸만 눈에 겹쳐 보인다.

이들의 배경도 결국 파국이 예정되어 있다. 시련의 탑의 배경 설정은 왜 하나같이 이렇게 기분 나쁜 것투성이일까.

각 층의 배경을 연구하는 자칭 고고학자 도전자들은 이런 가설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사실 시련의 탑의 각 층은 실존하는 다른 세계고, 우리는 그 일부를 체험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가설.

층에서 층으로 옮겨지던 엘레노어의 혼을 해방하겠다는 내 목표에, 그 가설을 빗대 보면……기분이 착잡해진다.

15층에도 생동감 있는 NPC가 무척 많다. 이들도 엘레노어랑 비슷한 신세일까?

어떤 생각도 막연한 상상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쨌든, 이들의 사정과는 별개로 나는 여기서도 히든 보스를 찾아서 잡아 볼 셈이다.

당분간은 얌전히 지내겠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깽판을 치게 되겠지.

“차라리 마계가 낫지.”

나는 천계를 멸망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