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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1. 서쪽 마계의 최강자

검을 뽑고 적의를 드러내자마자, 피부에 따끔따끔하게 다가오는 흉포한 마력.

엘프가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궁술과 마나 친화력을 갖고 있듯, 마족은 태어날 때부터 강대한 마력을 갖는다.

단순히 가진 마력의 총량만이 큰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마력을 품고 살아온 만큼 그 지배력도 굉장하다.

마계의 높은 마력 농도와 이런 마족의 특성이 합쳐지면, 이렇게 뿜어져 나오는 마력만으로도 굉장한 물리력을 낸다.

-투둑.

날카로운 마력이 신체를 압박하자, 한겨울 한파에 노출된 것처럼 입술이 멋대로 터졌다.

이것도 나라서 이 정도인 거고, 보통 인간이라면 이미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을 거다.

“보통 인간은 아닌 듯하군.”

마력의 압박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내고 있는 나를 보며, 붉은 마족이 말을 흘렸다.

말했듯 이 문지기들은 전투로 돌파하라고 있는 놈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문지기 본인들도 전투를 피하는 면이 있다.

나 때린다, 진짜 때린다, 셋 하면 때린다? 셋, 둘, 하나, 하나 반, 하나 반의반의 반- 뭐 이런 느낌?

그런 놈들을 상대로 싸움을 걸려면, 당연히 먼저 선빵을 쳐야 한다.

“내가 보통이 아니긴 해.”

놈의 말을 받아치며, 왼손에 매어 뒀던 방패를 냅다 내던졌다.

첫 공격은 간보기, 붉은 마족은 가볍게 방패를 튕겨냈다. 하지만 방패를 튕겨내기 위해 손이 움직였다.

얼굴 부분에 던진 방패를 튕겨냈으니, 당연히 손은 얼굴 부근에 머문다.

팔짱을 끼고 있던 놈의 가슴께가 훤히 드러나고, 시야가 가려졌다는 뜻이다.

심장을 노리기 딱 좋은 각이다.

-콱!

빠르게 거리를 좁혀 내지른 검은, 마족의 손바닥에 박혀서 막혔다.

커뮤니티에서 들은 대로다. 마족은 모두 강철처럼 질긴 피부를 갖고 있어서, 방어력이 월등하다고.

이 방어력에는 개체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놈은 사실상 이 14층 마계의 보스 수준.

당연히 방어력도 매우 높다. 내가 뻗은 칼을 이 정도로 막아낼 만큼.

빈틈을 비집고 들어간 공격이 막혔으니, 다음은 저놈의 차례다.

붉은 마족은 곧바로 마력을 뿜어내며, 칼날처럼 변한 손톱을 휘둘렀다. 나는 왼팔을 들어 막았다.

아, 왼팔에 있던 방패는 방금 던져서 없다.

물론 예전처럼 방패를 던져놓고 까먹어서 그런 게 아니다. 애초에 방패가 별로 필요가 없거든.

-카각!

휘둘러진 마족의 손톱이 내 맨 팔뚝을 스쳐 지나가며, 쇳덩이를 긁은 것처럼 불똥이 튀었다.

대지 정령의 가호가 15레벨에 도달하며 더 강력해진 [철벽]의 버프 효과.

거기에 예전보다 훨씬 높아진 내구력 스탯, 그리고 마지막으로 9층에서 얻은 ‘강철의 혼’ 덕분이다.

“뭣이?”

인간인 내 맨몸이 마족 이상의 내구도를 갖고 있음에 크게 당황한 듯 보이는 붉은 마족.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나, 방금 네 입으로- 그리고 내 입으로도 말했잖아.

나 보통 아니라니까?

이어진 내 발길질에 배를 얻어맞은 마족은, 그대로 멀리 날아가 나자빠졌다.

**

현재의 내 기본 방어력은 9층 당시와 비교하면, 방어구를 빼도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 방어력이란, 스탯창에 표시되는 방어력 수치를 말한다.

[철벽] 스킬을 사용하면 당연히 실질 방어력은 더 높아지고, [혼신] 버프를 발동하면 추가로 더 높아진다.

거기에 [종합 원소 내성]이라는 패시브가 마법이나 속성 공격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 위력을 반감시켜 버리고.

그 방어력을 뚫고 HP가 떨어져도, [전투 치유]가 두 단계 진화하며 생긴 [초재생] 스킬로 곧 회복된다.

그리고 HP가 떨어지면 [불굴] 버프가 발동해 내구를 비롯한 스탯이 또 증폭되어 더 단단해지며.

거기에 마력강화를 사용하면 또 한 번 스탯과 방어력이 증폭되어 더 단단해진다.

내 실질 방어력은 9층 때와 비교하면 거의 몇 배에 이르는 상황. 거기에 ‘강철의 혼’이 더해진다.

[고유 : 강철의 혼]

어떠한 역경과 고난에도 부러지지 않는 강한 의지의 표상.

당신의 영혼에 새겨진 이 특성은 어떤 경우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피해를 60% 감소시킨다.

기존 스탯창에 존재하지 않았던 특성 슬롯이 생기며, 그곳에 자리 잡은 정체불명의 능력.

그 효과는 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든 최종 피해를 60% 감소시킨다는 미친 것이었다.

[대지 정령의 가호]의 최종 옵션이 물리 피해에 한정한 5% 감소인데, 이건 깡으로 60%다.

가장 높은 에픽 등급의 클래스를 가진 이들에게도 이런 미친 패시브가 달려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월드 보스를 처치하고 얻은 수많은 보상이 이 고유 특성이라는 것 하나 앞에서 빛이 바랠 정도니까, 뭘 더 말하랴.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마족, 그리고 그중에서도 잡지 말라고 존재하는 문지기 몹.

강력한 요소나 설정이 그렇게나 덕지덕지 붙어 있는 놈의 공격도, 내 몸에는 흠집 하나를 못 낸다.

“크, 크헉.”

발길질에 맞아 날아간 붉은 마족이 기침하더니, 바닥에 시퍼런 피를 토해 내었다.

그 한 방으로 내장이 다 터진 모양이다. 마족의 내장 구조 같은 건 모르겠다만, 존나 아프겠지.

“야, 엄살떨지 말고 뿔이나 꺼내. 너도 뿔 더 있지?”

나는 붉은 마족을 향해 손짓했다. 놈은 아득바득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마족의 가장 대표적인 신체적 특징은 바로 뿔이다.

날개나 손톱이나 색이 반전된 눈깔, 그리고 꼬리 같은 건 마족마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뿔만큼은 모든 마족에게 존재한다. 다만, 그 개수는 개체별로 차이가 있다.

뿔의 개수야말로 마족의 강함 그 자체, 3층의 리자드맨들이 어깨에 그려넣은 색깔 띠 같은 거다.

“이, 이놈……후회하지 마라, 내가 뿔을 꺼내게 하다니!”

-우두둑, 뚜둑.

붉은 마족의 이마에서 뿔이 추가로 돋아난다. 상위 마족들이 가진 파워 업 방식.

이 마계의 일반 NPC인 하급 마족들은 하나에서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다.

중급 이상의 마족들은 세 번째 뿔을 꺼내서 파워업하는게 가능하고, 보스에 이르면 그 이상까지 존재한다.

14층 미궁의 보스인 마족 백작인가 남작인가 하는 놈의 최종 형태에 붙어있는 뿔은 다섯 개.

“나, 적색의 갈트람- 서쪽 마계의 23대 마왕의 이름을 걸고, 네놈을 갈가리 찢어 유황불에 태우겠노라.”

그리고 갑자기 전직 마왕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설정을 공개한 갈뭐시기의 이마에 돋아난 뿔의 숫자는.

“오, 일곱 개?”

보스보다 두개나 더 많은 일곱 개, 단순하게 생각해도 두 단계는 더 급이 높은 최상위 마족이었다.

**

일곱 개의 뿔을 드러낸 갈릭인가 뭔가는 ‘큭큭큭’ 하며 사악한 웃음을 흘렸다.

그냥 분위기 잡으면서 웃는 게 아니라, 그 웃음에 주변의 마나가 공명하며 땅을 울리고 있었다.

처음 드러냈던 흉흉한 마력과 마찬가지로, 이것만 해도 보통 인간들은 수직으로 밟은 깡통처럼 찌그러질 것이다.

아니, 보통 인간이 아니라 시련의 탑 14층 도전자라도- 옴짝달싹 못 하고 있겠지. 그 정도의 힘이다.

“후회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거늘, 벌써 후회하고 있는가. 인간.”

그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나도 똑같을 거로 생각했는지, 놈은 위풍당당하게 내게 다가왔다.

못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는 건데 말이야.

이게 무슨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내 구속 내성, 마비 내성, 석화 내성, 기절 내성……뭐 그런 게 몇 레벨인 줄 아냐?

“관문의 주인을 맡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가. 그 지역을 지배할 힘이 있는 마족이라는 의미다.”

갈뭐시기는 자기가 마왕을 맡고 있었을 때가 어땠다더니, 서쪽 마계의 수준이 어땠다느니, 뭐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마계나 마왕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그렇지, 잘 들어보면 그냥 지가 소싯적에 좀 날렸다는 소리다.

단어만 치환하면 뭐, 내가 강서구 원탑 보스였는데- 그 행동대장 놈이 어쩌고- 나 현역 시절은 급이 달랐고- 어휴.

“거 말 존나 많네, 혓바닥으로 싸우냐?”

나불거리는게 너무 길어서 한 마디 해주자, 놈의 이마에 핏대가 불룩 돋았다.

그냥 떠들게 내버려두고 칼빵을 먹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기습으로 바로 끝내버리면 연습도 안 되니까.

잡지 말라고 만든 놈이라 보상을 안 줄 수도 있으니, 하다못해 샌드백 역할이라도 해 줘야 하는데.

이렇게 상대를 얕보면서 힘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면 안 되잖아.

“건방진 인간 놈……내 화를 돋우려고 열심이구나, 빈틈을 노려 칼을 찌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어.”

“보아하니 상당한 보검인 듯하군, 조금 전과는 달리 힘이 넘쳐흐르고 있어-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이놈은 아무래도 그냥 말이 많은 녀석인 것 같다. 묻지도 않은 부분을 혼자 막 떠들고 있다.

뿔을 개방한 자신의 몸은 압도적으로 더 강해지기에, 아까와 같은 발길질도- 보검의 힘도 통하지 않을 거라고.

아무래도 가만두면 떠드느라 싸움을 시작하지도 않을 것 같다. 쯧, 그냥 넘어가야겠네.

-타닥.

나는 단숨에 놈과의 거리를 좁혀, 내 손에 들린, 하, 보검, 그걸 휘둘렀다.

붉은 마족은 안 통하느니 뭐니 떠드면서, 마력을 두르고 손을 내밀어 막아 냈다.

하지만 안 막혔다. 내 검은 놈의 손과 팔뚝을 통째로 잘라버리고, 몸통에 사선으로 박혀 들어갔다.

“커, 헉!”

저 놈은 이걸 무슨 굉장한 보검으로 본 모양이지만, 이 검에는 사실 아무런 기능도 없다.

[+2 강철 직검]

그러기는 커녕, 그냥 강화 망한 상점제 강철 직검이다.

저 녀석이 보검의 힘이라고 착각한 그건, 그냥 내가 검에 마력을 둘러서 씌운 것에 불과하다.

붉은 이펙트가 터지며 한 번에 치명상을 입은 마족은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말이 짧았으면 명줄은 좀 길었을 텐데, 이거 네가 자초한 거다?”

나는 그대로 녀석의 머리통을 붙잡고, 미간을 향해 힘껏 니킥을 박아넣었다.

-콰지직!

붉은 크리티컬 이펙트가 터지며 놈의 안면 뼈가 단숨에 으스러졌고, 일곱 개의 뿔도 모두 부러졌다.

이거 설마 이대로 죽은 건가? 왜 마지막까지 제대로 힘을 쓰지 않았지?

“어, 설마.”

이 자식, 힘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그게 전부였나?

에이 설마, 뿔이 일곱 개나 되는데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마력도 그렇게 많은데?

“아 씨, 모르겠네.”

다음 관문의 문지기를 만나서 실험해보든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