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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시련의 탑 1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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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시련의 탑 13층을 최초로 클리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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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척거리는 핏물이 묻은 검을 한 번 털어내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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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의 보스는 스프링처럼 생긴 다리가 특징적인, 디어 뭐시기라는 이름의 사슴 인간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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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기믹을 수행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보스룸 안을 뛰어다니며 주변을 초토화하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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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 기믹은 솔플러인 나 혼자서는 수행할 수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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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믹을 등에 업은 보스는 한시도 쉬지 않고 미친 속도로 움직여, 딜 타이밍도 내주지 않고 보스룸을 박살 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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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쨌든 내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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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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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리어 메시지를 담은 스크린샷 한 장을 찍어서, 오픈 커뮤니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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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의혹을 제기할지도 모르니, 제대로 시스템 시계가 찍히게끔 조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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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진혁#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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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 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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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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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결과로 증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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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ㅅㅂ 어케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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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ㅂ뭐임 5분지난거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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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이게되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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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혁아 나는 사실 믿고있었다 한번만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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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알몸 제로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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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자 드가자 ㅋㅋㅋ 인증 없으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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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라치지마 씨발 이거 주작 아님? 저게 말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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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기를 했던 도전자들이 말이 되는 일이냐며 경악하고는, 마구잡이로 댓글을 달아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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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들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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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 보스의 기믹이 솔로 플레이로는 수행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기믹을 수행하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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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게 뭐 어떻다고. 난이도가 비정상적이면 뭐 하나, 도전자인 나도 정상 범주를 벗어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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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긴 했지만- 뛰어다니느라 숨이 좀 찼을 뿐, 엄청 쉽게 이겼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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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이 뭐랬더라, 오늘 안에 잡으면 1층 마을 중앙에서 알몸 제로투 댄스를 추겠다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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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놈은 10트안에 잡으면 공개 삭발 인증한다고 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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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 마지막 놈은 자기랑 같은 층 도전자들 전부한테 치즈돈까스 도시락을 뿌리겠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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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해서 아무 말이나 막 뱉었나 본데, 내가 어지간히 만만해 보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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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돈 10개 뿌리면 빤스는 입게해준다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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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20개 뿌릴테니까 하나만 더 입어도 괜찮겠습니까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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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ㅇㅋ 20개 제대로 뿌리고 인증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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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캬시발 이거지 바로 줄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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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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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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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돈까스 도시락을 받은 도전자들에 의해 게시판이 ‘대 진 혁’ 으로 도배되는 모습을 보고, 커뮤니티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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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보스 레이드를 솔플로 클리어한 이후, 커뮤니티에서 내 유명도는 어마어마하게 높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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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내 스펙에 대한 관심 역시 매우 높아졌고, 드문드문 이렇게 나를 두고 내기가 걸리는 일도 생겼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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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내게 관심을 두는 도전자 중에서, 내 스펙을 제대로 짐작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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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럴 만도 하다.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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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혁 Lv.68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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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 1280/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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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 : 77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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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 106 (9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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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 : 102 (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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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 : 113 (9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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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 101 (8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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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펙이 이렇게 미친 수준까지 올랐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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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도전자들이 스탯을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 레벨업과 장비 업그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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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을 달성하면 레벨과 별개로 스탯을 올릴 수 있긴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도전자들에게는 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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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업적은 오픈 커뮤니티라는 정보 공유의 장이 있음에도, 그 달성 조건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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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조건이 알려진 업적을 되는대로 챙긴다 한들, 들이는 시간에 비해 그 상승량은 매우 적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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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스탯을 올리는 방법이라고는 효율이 거의 없기로 유명한 신체단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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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층을 클리어한 이후, 일부러 업적 달성을 위해 히든 보스를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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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할 수 있는 기믹을 일부러 수행하지 않는다거나, 본래라면 대적할 일이 없는 NPC를 대적하거나 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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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런 ‘억까’ 요소들이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매우 불합리하다고 여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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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로운 목표가 합리를 벗어난 영역에 있음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불합리를 찾아 나설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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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을 올라가야 한다는 의지, 이대로 멈춰 서고 싶은 마음, 자신을 향한 혐오와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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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순을 안고 무작정 위험에 몸을 던지던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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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 마음은 이제 같은 곳을 바라본다. 분명한 목표의식은 그만큼 행동에 힘을 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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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온갖 강적을 찾아서 부딪히고, 빠짐없이 단련을 반복한 결과가 이 스탯.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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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폰 마스터리 Lv.2] [전투 각성 Lv.33] [전투 지속 Lv.31] [마력 지배 Lv.3] [마력 강화 Lv.3] [종합 원소 내성 Lv. 11] [종합 상태이상 내성 Lv. 9] [종합 대마법 내성 Lv. 8] [대지 정령의 가호(+철벽) Lv.15] [바람 정령의 가호(+신속) Lv.15] [번개 정령의 가호(+대전) Lv.15] [라이트닝 차지 Lv.23 ] [약점 간파 Lv.8] [초감각 Lv.7] [초재생 Lv.2] [혼신 Lv.13] [집광 Lv.11] [불굴 Lv.17] [도약 Lv. 4] [명상 Lv. 6] [위압 Lv.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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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요약 표시를 하지 않으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지경으로 늘어난 스킬 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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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무기술이 통합되어 웨폰 마스터리로 변경되고, 여러 패시브가 상위 스킬로 진화하면서 줄어든 게 그나마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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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표시를 풀고 자세히 보기를 누르면, 내성 스킬의 목록만으로도 시스템 창이 눈앞을 가득 메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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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액티브 스킬은 많지 않고, 전사 클래스의 삼신기라는 [축지]와 [오러 마스터리]는 얻지 못한 상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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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여러 단련의 성과로, 마법사 클래스의 삼신기인 [마력 지배] 스킬을 갖게 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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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직 강해질 여지가 많다는 것이니- 스킬의 부족함은 오히려 기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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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지, 이 정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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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 들어가 있는 [엘레노어의 영혼]을 한 번 다시 확인하며, 나는 14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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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전이 특유의 울렁거림과 함께 도착한 14층의 배경은 이제까지의 어떤 층보다 살풍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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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새빨갛고, 구름은 모조리 새까맣고, 땅은 온통 유황빛에 여기저기에 흉흉한 화염이 흩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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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마법사들에게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온다는, 공기 중에 섞인 높은 밀도의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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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은 확실히 커뮤니티에서 말하던 대로다. 언뜻 보기에 지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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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탑 14층의 배경은 마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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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순간부터 사악한 마력과 강인한 신체를 타고난다는 개사기 종족- 마족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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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가 떨어지는 장소는 그중에서도, 마계 어느 지역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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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게 그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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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관문과, 그 관문을 막아서고 있는 빨간 피부의 거한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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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는 날개가 돋아나 있고,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돋아나 있으며, 눈은 흰자 부분이 새까만 역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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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마족이다. 1세대 도전자들의 목숨을 수없이 빼앗았다는 바로 그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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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안쪽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저런 문지기가 지키는 관문을 셋이나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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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힘으로 뚫어야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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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저 문지기들은 하나하나가 보스 이상으로 강력한, 전투로 돌파하지 말라고 만들어진 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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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지기는 통행증 내지는 제물을 바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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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지기는 수수께끼를 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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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문지기는 퍼즐을 풀어서 돌파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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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증은 초반의 외곽 지역에서 퀘스트를 깨면 얻을 수 있고, 수수께끼와 퍼즐의 정답은 커뮤니티에 다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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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없이 무작정 도전했어야만 했던 1세대 도전자들에게는 굉장히 난감한 관문이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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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커뮤니티에서 답지를 보고 베끼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통과해서 경험치 보상을 먹을 수 있는 개꿀 구간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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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통행증을 얻는 방법은 물론이요, 퍼즐과 수수께끼는 탑마다 모두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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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나 역시 어렵게 머리를 굴리고 퀘스트를 깰 필요 없이 각 관문을 쉽게 돌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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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바로 관문으로 향했고, 곧 문지기인 붉은 마족이 나를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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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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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은 생긴 것과 다르게 영화배우를 연상시키는 중후한 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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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관문의 주인, 적색의 갈트람이다- 이곳을 지나가려는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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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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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마땅한 제물이 필요하다. 너는 제물을 가져오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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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놈이 말하는 제물은 생물의 영혼을 말한다. 공교롭게도 내 인벤토리에는 영혼의 파편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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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엘레노어의 영혼을 이딴 잡놈한테 줄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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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마족 갈트람은 팔짱을 낀 채, 흉흉한 마력을 뿜어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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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을 준비하지 않은 자는 지나갈 수 없다. 관문의 통행증은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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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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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증도 제물도 없다면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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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족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뽑았다. 당연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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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증이 없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나랑 내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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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못 지나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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