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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의 탑 14층
[축하합니다. 시련의 탑 13층을 최초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질척거리는 핏물이 묻은 검을 한 번 털어내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숨을 골랐다.
13층의 보스는 스프링처럼 생긴 다리가 특징적인, 디어 뭐시기라는 이름의 사슴 인간 몬스터였다.
전용 기믹을 수행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보스룸 안을 뛰어다니며 주변을 초토화하는 괴물.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 기믹은 솔플러인 나 혼자서는 수행할 수 없는 구조였다.
기믹을 등에 업은 보스는 한시도 쉬지 않고 미친 속도로 움직여, 딜 타이밍도 내주지 않고 보스룸을 박살 냈지만.
뭐, 어쨌든 내가 이겼다.
-찰칵.
나는 클리어 메시지를 담은 스크린샷 한 장을 찍어서, 오픈 커뮤니티에 올렸다.
조작 의혹을 제기할지도 모르니, 제대로 시스템 시계가 찍히게끔 조절해서.
[작성자 : 서진혁#2661]
[제목 : 어 형이야]
(사진)
형은 결과로 증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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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ㅅㅂ 어케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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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뭐임 5분지난거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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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이게되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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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아 나는 사실 믿고있었다 한번만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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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알몸 제로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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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자 드가자 ㅋㅋㅋ 인증 없으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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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치지마 씨발 이거 주작 아님? 저게 말이됨?
나와 내기를 했던 도전자들이 말이 되는 일이냐며 경악하고는, 마구잡이로 댓글을 달아 댄다.
어휴,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들어봤나.
13층 보스의 기믹이 솔로 플레이로는 수행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기믹을 수행하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는 점.
그딴 게 뭐 어떻다고. 난이도가 비정상적이면 뭐 하나, 도전자인 나도 정상 범주를 벗어났는데.
확실히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긴 했지만- 뛰어다니느라 숨이 좀 찼을 뿐, 엄청 쉽게 이겼구만.
이 놈이 뭐랬더라, 오늘 안에 잡으면 1층 마을 중앙에서 알몸 제로투 댄스를 추겠다 했었나?
여기 이놈은 10트안에 잡으면 공개 삭발 인증한다고 했었고.
아, 여기 마지막 놈은 자기랑 같은 층 도전자들 전부한테 치즈돈까스 도시락을 뿌리겠다고 했었지.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해서 아무 말이나 막 뱉었나 본데, 내가 어지간히 만만해 보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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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돈 10개 뿌리면 빤스는 입게해준다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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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20개 뿌릴테니까 하나만 더 입어도 괜찮겠습니까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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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ㅋ 20개 제대로 뿌리고 인증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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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캬시발 이거지 바로 줄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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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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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줄
치즈돈까스 도시락을 받은 도전자들에 의해 게시판이 ‘대 진 혁’ 으로 도배되는 모습을 보고, 커뮤니티를 껐다.
월드 보스 레이드를 솔플로 클리어한 이후, 커뮤니티에서 내 유명도는 어마어마하게 높이 치솟았다.
당연히 내 스펙에 대한 관심 역시 매우 높아졌고, 드문드문 이렇게 나를 두고 내기가 걸리는 일도 생겼을 정도.
하지만 정작 내게 관심을 두는 도전자 중에서, 내 스펙을 제대로 짐작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 그럴 만도 하다.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
서진혁 Lv.68 (전사)
HP : 1280/1280
MP : 770/770
근력 : 106 (96+10)
민첩 : 102 (91+11)
내구 : 113 (98+15)
지능 : 101 (89+12)
내 스펙이 이렇게 미친 수준까지 올랐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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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도전자들이 스탯을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 레벨업과 장비 업그레이드다.
업적을 달성하면 레벨과 별개로 스탯을 올릴 수 있긴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도전자들에게는 먼 이야기다.
대부분의 업적은 오픈 커뮤니티라는 정보 공유의 장이 있음에도, 그 달성 조건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그나마 조건이 알려진 업적을 되는대로 챙긴다 한들, 들이는 시간에 비해 그 상승량은 매우 적은 편.
그 밖에 스탯을 올리는 방법이라고는 효율이 거의 없기로 유명한 신체단련뿐이다.
나는 9층을 클리어한 이후, 일부러 업적 달성을 위해 히든 보스를 찾아다녔다.
수행할 수 있는 기믹을 일부러 수행하지 않는다거나, 본래라면 대적할 일이 없는 NPC를 대적하거나 하는 식으로.
예전에는 그런 ‘억까’ 요소들이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매우 불합리하다고 여겼지만.
내 새로운 목표가 합리를 벗어난 영역에 있음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불합리를 찾아 나설 필요가 있었다.
탑을 올라가야 한다는 의지, 이대로 멈춰 서고 싶은 마음, 자신을 향한 혐오와 학대.
여러 모순을 안고 무작정 위험에 몸을 던지던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내 의지와 마음은 이제 같은 곳을 바라본다. 분명한 목표의식은 그만큼 행동에 힘을 실어 준다.
그렇게 온갖 강적을 찾아서 부딪히고, 빠짐없이 단련을 반복한 결과가 이 스탯. 그리고-
[웨폰 마스터리 Lv.2] [전투 각성 Lv.33] [전투 지속 Lv.31] [마력 지배 Lv.3] [마력 강화 Lv.3] [종합 원소 내성 Lv. 11] [종합 상태이상 내성 Lv. 9] [종합 대마법 내성 Lv. 8] [대지 정령의 가호(+철벽) Lv.15] [바람 정령의 가호(+신속) Lv.15] [번개 정령의 가호(+대전) Lv.15] [라이트닝 차지 Lv.23 ] [약점 간파 Lv.8] [초감각 Lv.7] [초재생 Lv.2] [혼신 Lv.13] [집광 Lv.11] [불굴 Lv.17] [도약 Lv. 4] [명상 Lv. 6] [위압 Lv. 2]
-이젠 요약 표시를 하지 않으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지경으로 늘어난 스킬 목록이다.
여러 무기술이 통합되어 웨폰 마스터리로 변경되고, 여러 패시브가 상위 스킬로 진화하면서 줄어든 게 그나마 이 정도.
요약 표시를 풀고 자세히 보기를 누르면, 내성 스킬의 목록만으로도 시스템 창이 눈앞을 가득 메울 정도다.
물론 여전히 액티브 스킬은 많지 않고, 전사 클래스의 삼신기라는 [축지]와 [오러 마스터리]는 얻지 못한 상태지만.
그 대신 여러 단련의 성과로, 마법사 클래스의 삼신기인 [마력 지배] 스킬을 갖게 되긴 했다.
뭐, 아직 강해질 여지가 많다는 것이니- 스킬의 부족함은 오히려 기쁠 뿐이다.
“아직 멀었지, 이 정도로는.”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는 [엘레노어의 영혼]을 한 번 다시 확인하며, 나는 14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
공간 전이 특유의 울렁거림과 함께 도착한 14층의 배경은 이제까지의 어떤 층보다 살풍경했다.
하늘은 새빨갛고, 구름은 모조리 새까맣고, 땅은 온통 유황빛에 여기저기에 흉흉한 화염이 흩뿌려져 있다.
거기에 마법사들에게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온다는, 공기 중에 섞인 높은 밀도의 마력.
첫 인상은 확실히 커뮤니티에서 말하던 대로다. 언뜻 보기에 지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
시련의 탑 14층의 배경은 마계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악한 마력과 강인한 신체를 타고난다는 개사기 종족- 마족의 고향.
도전자가 떨어지는 장소는 그중에서도, 마계 어느 지역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오, 저게 그거인가.”
저 멀리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관문과, 그 관문을 막아서고 있는 빨간 피부의 거한이 보였다.
등에는 날개가 돋아나 있고,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돋아나 있으며, 눈은 흰자 부분이 새까만 역안이다.
마계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마족이다. 1세대 도전자들의 목숨을 수없이 빼앗았다는 바로 그놈이겠지.
마계 안쪽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저런 문지기가 지키는 관문을 셋이나 통과해야 한다.
당연히 힘으로 뚫어야 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저 문지기들은 하나하나가 보스 이상으로 강력한, 전투로 돌파하지 말라고 만들어진 몹이다.
첫 번째 문지기는 통행증 내지는 제물을 바쳐서.
두 번째 문지기는 수수께끼를 풀어서.
세 번째 문지기는 퍼즐을 풀어서 돌파하는 방식.
통행증은 초반의 외곽 지역에서 퀘스트를 깨면 얻을 수 있고, 수수께끼와 퍼즐의 정답은 커뮤니티에 다 나와 있다.
공략 없이 무작정 도전했어야만 했던 1세대 도전자들에게는 굉장히 난감한 관문이었다지만.
현재는 커뮤니티에서 답지를 보고 베끼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통과해서 경험치 보상을 먹을 수 있는 개꿀 구간인 셈.
참고로 통행증을 얻는 방법은 물론이요, 퍼즐과 수수께끼는 탑마다 모두 동일하다.
즉, 나 역시 어렵게 머리를 굴리고 퀘스트를 깰 필요 없이 각 관문을 쉽게 돌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곧바로 관문으로 향했고, 곧 문지기인 붉은 마족이 나를 가로막았다.
“멈춰라.”
마족은 생긴 것과 다르게 영화배우를 연상시키는 중후한 미성이었다.
“나는 이 관문의 주인, 적색의 갈트람이다- 이곳을 지나가려는 너는 누구냐.”
“서진혁.”
“관문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마땅한 제물이 필요하다. 너는 제물을 가져오지 않았구나.”
참고로 이놈이 말하는 제물은 생물의 영혼을 말한다. 공교롭게도 내 인벤토리에는 영혼의 파편이 하나 있다.
물론 엘레노어의 영혼을 이딴 잡놈한테 줄 생각은 없다.
붉은 마족 갈트람은 팔짱을 낀 채, 흉흉한 마력을 뿜어내며 말을 이었다.
“제물을 준비하지 않은 자는 지나갈 수 없다. 관문의 통행증은 갖고 있는가.”
“그런 건 없다.”
“통행증도 제물도 없다면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나는 마족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뽑았다. 당연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
통행증이 없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나랑 내기할까?
진짜로 못 지나가는지.